최초의 한국형 히어로무비를 표방한 <전우치>는 신명나는 마당놀이 한판을 제대로 감상한 듯 합니다. '한국형'이라는 단어가 내포한 의미처럼 <전우치>에는 우리 정서와 잘 맞는 해학과 재미를 곳곳에서 즐길 수 있는 요소를 잘 갖추고 있습니다. 얼마 전 개봉했던 <홍길동의 후예들>도 이와 비슷한 코드를 가지려 했지만 정작 중요한 '홍길동'이라는 인물의 캐릭터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아쉬움을 갖게 한 반면 <전우치>는 도술을 부리며 요괴와 싸우는 전우치의 특징을 끝까지 유지하면서 추가로 로맨스와 유머를 적절히 살려냈습니다.

<범죄의 재구성>, <타짜>로 최고의 이야기꾼이라는 평가를 받는 최동훈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그만의 연출력을 통해 어설프게 CG만 난무하는 오락영화가 아닌 세계시장에 자신있게 내세울 수 있는 연출 실력을 발휘합니다. 피리를 손에 넣고자 하는 전우치와 화담의 세기를 넘나드는 대결은 우리 액션 기술의 진일보 했음을 보여주었고, 전우치의 든든한 절친이자 충복인 개 인간 초랭이(유해진)는 조연 이상의 활약상으로 큰 웃음을 선사합니다. 그리고 악마를 봉인하려는 약간 모자란 세명의 신선들과 엄정화의 명품 조연의 연기는 <전우치>가 컴퓨터와 와이어를 이용한 기계적인 재미만이 아닌 인간적인 재미까지 선사하며 작품을 마음껏 즐기도록 해 줍니다.
500년만에 봉인에서 풀려나 요괴와 자동차가 즐비한 도로에서의 대결 장면이나 마지막 화담과 전우치의 대결 장면등은 정말 제작비뿐만 아니라 배우들이 얼마나 고생했을지 한눈에 알 수 있는 최고의 장면들입니다. 이를 위해 시종일관 와이어에 매달려 죽을 고생을 해야 했다는 강동원의 말이 결코 과장은 아니었으며 이전의 청초한 순수함을 벗은 임수정의 도발(?)적인 매력 또한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입니다.

하지만 현대로 넘어오면서 초반 긴박하고 숨가쁘게 달려온 흐름이 조금 느슨해지고 전우치와 해담, 요괴들과의 대결이 구조가 조금 더 짜임새가 필요해 보였고, 뭔가 중요한 인물일 것 같았던 표운대덕의 존재의 설정과 현재의 인물 중 누가 표운대덕인지 비밀스러움이 풀리는 설정은 그의 역할만큼이나 아쉬움을 남깁니다. 거기에 난무한 와이어 액션의 티나는 한계는 이번 작품에서도 많이 발전한 CG의 기술력에 비해 아직도 뒤쳐진 액션의 과제를 남기고 있네요.
그래도 <전우치>는 <괴물>의 CG 기술력 이상을 볼 수 있고 최고 무술감독 정두홍 감독이 이끄는 액션은 화려한 CG만큼이나 박진감 넘칩니다. 주연과 조연들의 경계선이 모호할 만큼 모든 배우들이 각자의 캐릭터를 충실히 살려 조화를 이룹니다. 최동훈 감독의 <전우치>는 풀어야 할 과제도 남겼지만 지금까지 외국 히어로 무비에 열광해 온 우리들에게 토종 히어로 캐릭터도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각인시켰습니다. 인생은 한바탕 꿈이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토종 히어로가 보여주는 신명나는 한바탕 인생 놀이를 신나고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었던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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