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은 무협영화이자, 무술에 관한 영화다. 무협영화 팬들을 만족시킬 수도 있고, 실제 무술을 수련하는 이들에게도 의미있을 법한 작품이다. 제목인 ‘도시락’(刀時樂)은 칼을 쓸 때는 즐거워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 무술고수인 여명준 감독은 현대사회에서 더이상 인정받지 못하는 무술인들의 의지를 ‘즐거움’으로 이해했다. 날렵한 무협과 무술의 의지를 함께 담으려 영화는 가상의 공간을 창조했다. 법적으로 결투가 허용되는 대한민국이다. 서로를 죽이고 죽는 야만의 세계와 생계에 바쁜 일상적 세계가 공존하는 세계란 설정은 <도시락>의 가장 큰 기둥이다. 결투를 허용함으로써 복수가 복수를 낳는 무협영화의 서사적 구조가 세워졌고, 두 세계를 오가며 무술 고수이자 무능력한 직장인으로 사는 영빈을 통해 무술인들의 비애가 더해졌다.
결투의 세계에서는 전승의 기록을 갖고 있어도 현실에서는 굵은 뿔테안경을 쓴 소심한 생활인일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가 <도시락>의 깊이라면, 새벽녘의 약수터와 건물 옥상에서 펼쳐지는 검술 액션은 여타의 상업액션영화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오락적인 요소다. 스턴트나 와이어의 도움 없이 <도시락>은 오로지 꼼꼼한 합과 훈련만으로 리얼한 액션을 만들었다. 땀에 전 와이셔츠와 트레이닝복을 입은 이들은 출근길 혹은 점심시간을 틈타 마을 뒷산, 약수터 운동장, 회사 옥상을 누비며 결투를 벌인다. 근사한 도복을 입고 침엽수로 둘러싸인 울창한 숲에서 싸우는 기존의 무협영화와는 색다른 볼거리다. 단, 사적 복수가 허용되는 대한민국이란 설정이 무협영화적인 장치로만 기능할 뿐 더 풍부한 에피소드로 나아가지 못하는 건 아쉬운 점이다. 조금 더 욕심을 부렸다면 한국사회의 여러 단면까지 담아낸 무협영화를 볼 수 있었을 듯. 여명준 감독은 극중 영빈과 본국의 과거를 담은 <도시락>의 프리퀄에서 본래의 욕심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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