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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에 집착하다 장르를 잃어버린 스릴러 살인의뢰
jojoys 2015-03-14 오후 4:18:48 1963   [0]

※ 이 글은 제 블로그(http://blog.naver.com/c106507)에 작성한 글을 가져온 것임을 밝힙니다. 

 

(유감스럽게도) 서스펜스가 실종되어버린 스릴러 / 청소년 관람불가 / 102분

손용호 감독 / 김상경, 김성균, 박성웅.. / 개인적인 평점 : 4점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제(13일) 롯데시네마 프리미엄칠곡에서 관람하고 온 <살인의뢰> 이야기를 해볼려구요.

 

    손용호 감독님의 장편 연출 데뷔작인 <살인의뢰>는 지난 2일에 열린 언론 시사회를 통해 국내 영화 기자분들로부터 '19금 스릴러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다.'라는 호평을 받았던 작품인데요. 그동안 새로운 영화가 개봉할 때 마다 언론들의 '한국영화 띄우기'에 매번 속아왔던터라 이번에도 낚시성 기사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었지만, 최근 웰메이드 스릴러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는 우리 영화계이기에 영화가 시작되기 직전까지도 제발 이번 만큼은 영화 기자분들의 평가가 정확했기를 바라며 <살인의뢰>를 관람하고 왔드랬죠. 과연, 저의 간절한 바람이 이뤄졌을지, 언제나 그렇듯 제가 직접 보고 느낀 그대로 지금부터 솔직하게 말씀드려보도록 할께요. ^^

여동생을 잃은 형사, 아내를 잃은 남편, 그리고 악마 같은 연쇄살인마의 이야기

줄거리 벌써 8명이나 실종된 서울 동남부 부녀자 연쇄실종사건으로 인해 온 나라가 떠들썩하던 어느 날, 경동경찰서 강력계 소속의 민태수(김상경) 형사는 최영진(기주봉) 계장의 닦달에 쫓기다시피 잠복근무를 하게 되는데요. 피해자들이 흘리는 눈물인 것 마냥 억수처럼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사색에 잠겨있던 민형사는, 개포동 대모산 부근에서 벌어진 뺑소니 사건 관련 무선을 듣고는 '촉귀신'이라는 별명답게 수상한 정황을 파악하고는 곧바로 용의 차량인 녹색 이스타나 승합차를 추적을 시작하죠. 얼마 뒤 민형사는 용의 차량을 발견하고는 운전자인 조강천(박성웅)을 임의동행으로 경찰서에 데리고 오게 되고, 조강천의 차내에서 다수의 혈흔이 발견되면서 마침내 동남부 부녀자 연쇄실종사건을 해결하게 되는데요.

    민형사는 자신이 동남부 부녀자 연쇄실종사건을 해결했다는 사실에 기쁨의 환호성을 질러대지만 기쁨도 잠시 뿐, 조강천이 뺑소니 사건 현장에 버린 핸드폰의 명의자가 다름 아닌 자신의 하나뿐인 여동생 수경(윤승아)이라는 사실을 전해듣고는 온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무시무시한 절망에 빠져들고 말죠. 이는 수경의 남편인 승현(김성균) 또한 마찬가지인데요. 과연, 이들 세 남자에게는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지게 될까요??

    연쇄살인마를 ​다루고 있는 스릴러 영화의 대부분은 연쇄살인마의 잔혹한 범행과 그를 추격하는 인물과의 대결 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것이 정석인데요. 하지만 <살인의뢰>는 도입부에서부터 연쇄살인마 조강천이 체포되는 전형성에서 완전히 벗어난 시작 보여줘 관객들로 하여금 '어라? 이 영화는 뭔가 좀 다른가본데?'하는 작품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게끔 만들어주고 있었죠. 다만, 초반의 그 흥미로운 호기심이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아 진한 아쉬움을 남기긴 했지만 말이에요. ^^;;

사적 복수극을 통해 사법제도의 문제점을 논하는데 주력한 <살인의뢰>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세븐>, <양들의 침묵>, <살인의 추억>, <추격자>, <악마를 보았다>, <블라인드>, <심야의 FM> 등 연쇄살인마를 소재로 한 대부분의 스릴러 영화들이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의 서스펜스에 집중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살인의뢰>는 실질적 사형폐지국인 우리 나라의 현실을 반영해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살아 숨쉬고 있는 조강천에 대한 사적 복수극을 통해 우리 사법제도의 문제점을 논하는데 집중하고 있는 작품이었는데요.

    그렇게 <살인의뢰>는 체포에서부터 재판, 수감생활에 이르는 내내 단 한 톨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악마같은 연쇄살인마 조강천과 ​사랑하는 여동생을 살해당한 피해자임과 동시에 어떠한 경우에도 법치주의를 수호해야하는 경찰이기도 한 민형사, 그리고 임신한 아내를 지키지 못한 자책과 강천에 대한 증오로 자신의 삶을 포기한 승현, 이들 세 남자의 모습을 러닝타임 내내 수시로 교차해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을 향해 만약 당신들이 민형사나 승현이와 같은 입장이라면 과연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을 끝임 없이 던지고 있더라구요.

​19금 스릴러로써의 면모를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웠던 <살인의뢰>

    사적 복수극을 다루는데 주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살인의뢰>는 앞서 말씀드린 일반적인 연쇄살인마 영화들보다는 <방황하는 칼날>, <돈 크라이 마미>, <오로라 공주> 등의 작품들과 동류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듯 싶은데요. 이처럼 사적 복수극을 소재로 한 영화들의 성패는 작품 속 그들이 느끼는 슬픔과 분노를 효과적으로 담아낸 스토리를 통해 관객들로부터 얼마나 큰 공감대를 끌어내느냐에 달려있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살인의뢰>는 바로 그 공감대를 끌어내는데 실패하고 말았더라구요.

    <살인의뢰>​는 민형사의 아버지가 30년 전에 직접 지은 집의 변화된 모습을 통해 민형사와 승현의 비통함을 상징적으로 그려내고 있었는데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후 둘 만 남겨진 민형사와 수경이가 서로를 의지하며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고, 지금은 수경이와 승현이의 신혼집이 되어 항상 웃음이 끊이지 않던 그들 가족의 행복한 보금자리가 수경의 죽음으로 인해 순식간에 폐가로 변해버린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피해자 가족이 겪는 처절한 고통의 크기를 애둘러 표현하고 있었죠. 그와 동시에 <살인의뢰>는 수경이의 죽음 이후 단 하루도 술 없이는 버티지 못하는 민형사와 조강천에 대한 복수를 꿈꾸며 집안 가득 분노의 칼자국으로 도배하다시피 한 승현의 모습을 통해 그들의 울분을 그려내고 있기도 했구요. 하지만 전 <살인의뢰>​를 보는 내내 그들의 슬픔과 분노가 뻔히 눈 앞에 보임에도 불구하고 가슴으로는 전혀 와닿지가 않더라구요.

    <살인의뢰>​가 담아내고 있는 슬픔과 분노에 공감하기가 힘들었던 가장 큰 이유는 사적 복수극에서 충분히 예상되는 클리셰(관용적 표현)를 지극히 무디고 더딘 호흡으로 담아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는데요. '감옥에 갇힌 연쇄살인마에 대한 사적 복수극'이라는 설정을 제외하면 하나 같이 기존의 스릴러 영화들에서 수 없이 봐왔던 장면들의 연속이었던 대다가, 그마저도 느릿느릿한 전개와 작위적인 연출로 인해 힘이 전혀 실리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물론, 수 많은 칼침을 맞고서도 버젓이 살아 남은 강천에 대해 관객들이 헛웃음을 내뱉을 때 쯤, 강천의 생존 이유를 밝히는 것과 같은 자그마한 반전을 통해 스릴러로써의 장르적 재미를 담아내고자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는 <살인의뢰>이긴 했지만, 이미 1시간 넘게 지속되어 온 피로감에 탈진 직전의 상태였던 저를 회생시키기에는 너무나 미약한 쇼크였을 뿐이었죠. ^^;;

    어찌보면 <살인의뢰>​는 민형사와 승현의 슬픔과 분노에 공감할 수 있도록 관객들을 설득하기 보다는, 잔인하고 뻔뻔하며 가증스러운 강천의 모습을 통해 관객들의 공분을 이끌어내는데 훨씬 더 주력하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요. 하지만 강천의 썩소 몇 번만으로는 공분을 유발하기에 턱 없이 모자라 보이더라구요. (공분을 끌어내려면 이수진 감독님의 <한공주>정도는 되야죠. ㅎㅎ) 김상경, 김성균, 박성웅씨 등 출연하는 배우분들이 하나 같이 무난한 연기를 보여주신 점을 생각해 봤을 때, <살인의뢰>가 스릴러라고 부르는 것이 무색할 정도의 빈약한 서스펜스를 지니고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역시나 입봉 감독의 한계를 고스란히 노출한 손용호 감독님의 빈약한 연출력 때문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드네요.

    저로 하여금 다시 한 번 언론 시사회평은 전혀 믿을 게​ 못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살인의뢰> 리뷰는 이쯤에서 마치기로 하고, 오늘 저녁 관람 예정인 <소셜포비아> 리뷰로 조만간 다시 찾아뵙도록 할께요. 모두들 해피 발랄한 화이트데이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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