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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우지 못한 사랑은 서글프다. 데이지
kharismania 2006-03-08 오후 11:47:37 2605   [3]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상대는 날 알지도 못하는데 홀로 상대방을 향하는 사랑은 본질적인 숭고함을 지니지만 현실적인 안타까움을 동반한다. 함께라면 그만한 기쁨이 도래하지만 혼자라면 그만한 슬픔이 도래하는 것이 사랑이라는 감정의 모순된 양면이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은 꽃을 꺾지만 꽃을 사랑하는 사람은 꽃을 바라본다고 했다. 자신의 사랑 그 감정 자체의 지고지순함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그 사랑 자체의 소유보다는 사랑이란 감정 자체의 간직이 그 미묘한 아름다움에 접근하는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사랑이라는 감정은 벅차고 설레지만 그 감정을 넘어선 열망이 지나치면 그만큼의 고독이 뒤따른다.

 

 박의(정우성 역)는 혜영(전지현 역)를 사랑한다. 그러나 킬러라는 신분은 자신의 사랑이 양지로 뛰쳐나가는데 발목을 잡는다. 그래서 그는 그 사랑을 마음에 품고 그녀에게 그녀가 좋아하는 데이지 꽃을 선물하며 그녀를 홀로 멀리서 지켜보는 것만으로 만족한다. 그러나 그녀에게 어느날 정우(이성재 역)가 다가온다. 그녀는 그녀를 멀리서 바라보는 박의가 선물한 데이지 꽃의 연정을 정우에게서 느끼고 호기심처럼 날아온 데이지 꽃의 향기마냥 달콤한 사랑의 예감이 정우로부터 비롯되었음을 오해한다. 이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게 엇갈린 세사람의 사연으로부터 물결치기 시작한다. 

 

 운명적인 사랑은 항상 영화에서 보여지는 필연같은 덕목이다. 그리고 그 엇갈림은 항상 영화가 추구하는 일관된 표정이다. 영화는 항상 애타게 사랑을 갈구하면서 그 사랑을 항상 못되게 헝크린다. 그래서 관객들은 항상 영화 속 사랑에서 아쉬운 아련함을 간직한다.

 

 사실 이 영화는 상당히 주목받을 수 밖에 없었다. 정우성, 전지현이라는 외모가 줄충한 배우가 포진되어 있고 거기에 더불어 공인된 연기력을 지닌 이성재라는 배우까지 겸비되어 영화의 겉포장은 화려함 이상의 매력을 지닌다. 또한 무간도 시리즈를 빚어낸 유위강 감독의 백업은 빛좋은 개살구로써의 우려감을 불식하게 하는 또다른 요인으로 자리잡는다.

 

 이 영화의 영상은 두가지 표정을 지닌다. 햇살 좋은 어느 오후처럼 포근한 평온함과 칙칙한 백열등 불빛이 살짝 어둡게 드려진 듯한 그늘진 비애감이 교차되며 배열되고 반복된다. 그리고 전반부에서 후반부로 흘러갈 수록 평온함과 비애감의 수위는 점차 역전되며 영화의 비장감이 더해진다.

 

 사실 이 영화는 조금 부담스럽다. 얼굴만 봐도 영화가 될것만 같은 정우성과 전지현의 나레이션이 그들의 빛나는 외모를 앞세우며 그들의 사연을 독백하는 초반부는 마치 그들이 함께 출연하는 모 의류 CF장면을 연상케한다. 물론 그들의 연기나 영화의 연출이 엉성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TV등의 매체를 통해 어필하는 CF스타로써의 이미지가 영화배우로써의 이미지를 가려버리는 듯해서 이 영화의 본질적 성격이 그들로 인해 살짝 빛이 바랠정도다. 그러나 이 영화의 본질적 중심을 잡아주는 것은 이성재다. 미남미녀스타의 화보집을 보는 것 같던 부담은 이성재로 인해 영화로의 회귀를 가능케한다. 만약 장동건과 같은 또다른 미남배우가 출연했다면 어땠을지 생각하면 다행스러운 느낌이 들정도다.

 

 영화의 초반은 느슨하면서도 나른하다. 이 영화의 중심포석에 자리잡은 사랑이란 감정에 대한 논리적 결연성과 감정적 동의를 관객에게 느긋하게 전이하며 영화는 화사한 낯빛으로 관객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그 안에 유위강감독은 보이지 않는다. 물론 언뜻언뜻 불거지는 그의 시린 흔적이 엿보이긴 하지만 봄날 햇살같은 따스함안에서 쉽게 녹아내린다. 그러나 영화가 초중반으로 전개되며 점차 비극의 색채가 짙어진다. 그리고 유위강 감독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가 보여주었던 무간도적인 비정함과 애잔함이 이 영화의 평화로운 일상을 목죄기 시작한다.

 

 사실 유위강 감독의 영화라는 흔적이 새겨지는 것은 정우성이 연기하는 박의라는 캐릭터 그 자체에 있다. 우수젖은 눈빛으로 비정함을 동반하는 그의 킬러연기는 유위강이 무간도에서 보여주었던 느와르적 감성과 연결된다. 물론 사랑할줄 아는 킬러는 낭만적일 수도 있지만 사랑하지만 사랑할 수 없는 현실적 고뇌가 동반하는 그의 모습은 결코 낭만적인 감성과 결부되지 않는다. 또한 영화가 엔딩 크레딧에 다가갈수록 보여지는 비극적인 감성의 심화는 더더욱 그의 고독적 색채감을 증명한다. 이 영화가 단순한 여타 사랑영화가 보여주는 비극적 감성과 두드러진 차이를 보이는 것은 느와르적인 색채를 입혔기 때문이다. 그는 인물의 생존에 집착하지 않았고 그럼으로써 영화의 비극적 완성도를 결코 흐리지 않았다. 그럼으로써 평이할 법한 이야기안에 적절한 비장감을 스며들이는데 성공했다. 이는 배우들의 외적 화려함이 가리는 영화적 감성이 감독 특유의 연출과 플롯 진행으로 살아나는 모양새로 보인다. 이 영화의 비극은 슬픈 감정 이상의 씁쓸함으로 남는다. 그래서 이 영화는 여타 멜로 영화에서 느껴지는 애잔함과는 차별되는 퀄리티를 얻는다.

 

 이 영화는 기립박수를 받을 수는 없지만 적당한 눈길을 끌만한 자격이 있다. 멜로영화의 전형성과 느와르적 비극성, 그리고 액션적인 비장감까지 두루갖춘 이영화의 다양함은 잡다한 만물상의 어지러움보다는 물건이 잘 정돈된 백화점을 찾는 것과 같다. 물론 인물간의 상대적 결연성이 약간 아쉽긴 하지만 크게 흠이 되진 않는다.

 

 그리고 이 영화가 어필할 수 있는 또다른 근거는 감각적인 영상미에 있다. 유위강 감독 특유의 영상적 세련미가 이 영화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와 함께 무간도를 만든 오문증 촬영감독의 센스가 이 영화에도 발견된다. 적절하게 화면을 배분하며 다른 인물들이 동시간대에 보이는 모습을 잡아내며 그들의 감정적인 흐름 변화를 교차적으로 캐치해내는 것이나 톤다운된 질감의 영상아래 펼쳐지는 총격전 등에서 보여지는 상황적 묘사 이상의 색감적인 느낌의 전이는 홍콩영화에서 보여지던 경쾌한 화면적 쾌감과 맞닿는다. 또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현지에서 로케이션되었던만큼 낯선 이국 땅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도 눈으로 느끼는 즐거움이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과수원의 신인 '베루다므나스'와 숲 속 요정 '베리디스'의 슬픈 사랑에서 기인한 데이지 꽃의 꽃말은 영화에서도 등장하지만 숨겨진 사랑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이 영화는 사랑의 어긋난 찰나를 비극적으로 보여준다. 가슴 속에 짙게 물든 사랑도 현실적으로 적당한 때를 만나지 못했을 때 그 감정이 지닌 아름다움을 꽃피우지 못하고 도리어 슬픈 비극을 낳는다. 이 영화는 그러한 애잔한 정서를 지나치지 않은 긴장감을 엮으며 영화의 독특한 색채를 화려하면서도 애잔하게 꽃피웠다. 화려한 배우들을 앞세운 영화의 이면적 고독감이 이 영화를 지배하는 정서이며 이 영화가 들이미는 의외의 반가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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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2006, Daisy)
제작사 : (주)아이필름코퍼레이션 / 배급사 :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공식홈페이지 : http://www.daisy2006.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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