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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메멘토]내가 누구인지 아는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메멘토
patros 2001-08-02 오후 11:51:09 1446   [12]
지금부터 나는 메멘토라는 이상한 영화 한 편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외관상으론 미스테리 스릴러같은 냄새가 물씬나지만, 지금까지 상영된 일련의 스릴러들과는 다른... 묘한 매력이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일단 줄거리 따라잡기 식의 이야기는 포기하고자 한다. 왜냐면 영화 자체가 시간의 흐름을 역행하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해서 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실들에 대해 답해가며 내 나름대로의 영화이야기를 풀어나갈 생각이다.


[ 10분 인간 ]

전직 보험수사관이었던 주인공 레너드(가이 피어스)의 기억용량은 단지 10분에 불과하다. 10분이 지나면 그 전에 무엇을 했는지 전혀 기억할 수가 없다. 다시 말해 그는 자신의 삶 전체를 10분 단위로 나누어 산다고 볼 수 있다.

자, 그렇다면 기억의 한계치인 10분을 한 인간의 일생이라고 임의로 가정해보자. 레너드의 남은 삶이 어림잡아 50년이라고 한다면 레너드는 앞으로도 무려 216,000번의 인생을 되산다고 볼 수 있다. 즉 대를 이어 216,000명의 삶을 한번의 인생으로 경험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만약 레너드가 일반 동물과 같이 일생동안(10분간) 겪었던 경험이나 기억들을 기록해 놓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그의 삶은 지난 대(代)의 삶(10분간)과 동일할 것이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레너드는 동물이 아니다. 그는 인간이다. 인간인 고로 자신이 겪었던 모든 것들을 후대에 남기고자 한다. 때문에 레너드에게 있어 칸트의 명제는 다음과 같이 수정되어 저야 만 한다. "나는 기록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그렇다. 레너드는 끊임없는 기록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해 스스로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삶(10분간의 삶)이란 오랜 역사를 통해 보면 너무나 짧은 것이기에 자신이 누군가에 대해 답할 충분한 시간은 못된다. 여기에 바로 인간의 한계가 있으며 그 한계로 인해 인간은 바보와 같은 실수를 연달아 저지르고야 마는 것이다.

말하자면 레너드의 삶은 인류가 창조되고 지금까지 존재해왔던 삶의 방식...그것이었으며 자신이 동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투쟁의 '역사'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의 삶과 동물의 삶은 실제로 어떻게 다른가?

사실 동물은 자신이 누군가에 대해 묻지 않는다. 자기의 이름을 적어 몸에 붙이고 다니는 동물을 본적이 없으며...평범하지 않은 것을 보고 뭔가를 기록하는 동물은 이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생각한다는 것...곧 자신을 의식한다는 건 인간만의 가치라고 보여진다. 오직 인간만이 자신이 누굴까에 대해 매순간 고민하고 걱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 레너드가 세미를 기억해야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한 이유가 있다.


[ 왜 새미를 기억해야만 하나? (Why remember Sami?) ]

레너드가 과거 자신의 고객이었던 세미를 기억하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 듯 그렇게 반복해서 말하는 건...레너드에게 있어 세미는 극복해야 할...혐오해야 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세미는 수 차례 반복되는 전기충격에도 언제나 똑같이 반응한다. 조건반사조차 하지 못하는 상태인 것이다. 만약 레너드가 그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아마도 검사원 모르게 작은 메모를 남겼을 것이다. 물론 그로 인해 다음 실험에서는 또 다른 결과를 가져왔을 테고 말이다.

말하자면 세미는 현재의 자기가 누군인지 전혀 모르는...(알려고하지도 않는) 그런 사람이다. 때문에 자기정체성을 찾고자하는 레너드에게 있어 세미는 피해야할 대상이며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할 거울이었던 것이다.


[ 왜 시간을 역행하는 편집을 했을까? - 과거의 통해 현재를 발견한다 ]

사실 우리가 어떤 사건이나 행위의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사건의 전 단계를 하나하나 밟아 나가는 수밖에 없다. 때문에 형사들은 사건이 터지면 우선 주변 상황을 살펴보고 용의자가 범행시각 바로 이전에 어디 있었는지부터 조사해 나가는 것이다. 이것은 또한 인류가 자신의 현재를 알기 위해 과거를 들추어내는 방법과 유사한 면이 있다. 왜냐면 현시대의 오류를 수정하기 위해 우린 먼 선사시대의 이야기나 조선시대의 역사를 살펴보지 않고 현대와 가장 가까운 근대사를 먼저 살펴보기 때문이다.

즉 현재의 나를 알려면 바로 전대(前代)인 아버지의 삶을 알아야 - 레너드가 현재의 자기를 알기 위해 10분전 자신의 모습을 알아야 하듯- 하고, 그것이 불충분하다면 그 전대(前代)인 할아버지의 인생을 추적하는 것이 순리이기 때문이다.


[ 나는 뫼비우스 띠위를 기어다닌 한 마리 개미... ]

그러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아내를 살해한 범인이 누군지 밝혀지고...레너드 또한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해 어렴풋이 알게 될 때, 모든 사건의 끝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결국 크게 달라진 건 없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역사가 끊임없이 반복되듯...레너드의 삶 또한 끝없이 순환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우리는 예상할 수 있게 된다. 그가 어김없이 새로운 John G를 찾아서 헤매이게 될 것을 말이다. 왜냐하면 레너드의 자기 찾기는 현재진행형이며...언제 끝날지 모를 영원한 숙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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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 자신에게 묻는다. "내가 누구인지 아는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라고...

(총 0명 참여)
칸트가 아니라 데카르트인데요.   
2003-11-23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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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2000, Meme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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