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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생의 마지막에 부르고 싶은 노래가 있는가? 앙코르
kharismania 2006-02-23 오전 2:18:37 1369   [7]
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를 모르는 이는 없다. 그러나 그의 노래를 아는 이는 별로 없다. 그저 그가 노래를 하며 기묘한 몸동작으로 관중을 즐겁게 하고 각진 구렛나루와 기름진 외모를 지녔다는 것. 이것이 그를 대충 아는 이들의 기억이다. 그런 이들이 로큰롤을 알리가 없다.

 

 로큰롤(Rock'n Roll)은 흑인음악과 백인음악의 절묘한 조합이 이루어낸 장르이다. 흑인들의 리듬 앤 블루스(Rhythm & Blues)의 강렬한 비트와 리듬감이 통속적인 컨트리(Country) 음악과 결합하여 1950년대부터 유행하기 시작하여 현재 수많은 음악들에 영감을 불러일으킨 음악적 장르이다.

 

 물론 이 영화가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작품은 아니다. 다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미국의 전설적인 가수를 모델로 한 인물이고 그런 이의 이야기를 듣고 그의 노래를 듣겠다면 적어도 그가 부른 노래가 어떤 노래인지 정도의 답습은 필요할 것 같다.

 

 어쨌든 이 영화는 실제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리얼 픽션이다. 물론 허구적인 각색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거의 사실과 맞아떨어지게 만든 전기영화라는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주인공인 쟈니 캐쉬(Johnny Cash)는 과연 어떤 인물일까? 적어도 그의 이름이 대한민국을 사는 우리에게는 생소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 유명한 레이 찰스(Ray Charles)조차도 그의 생이 영화화되기 전까지 그를 알지 못했던 사람이 파다한데 확실한 미국인을 위한 가수인 조니 캐쉬(Johnny Cash)를 알 턱이 있겠는가. 특히 컨트리 계통의 음악이 국내에서는 거의 희박한 기반을 지니고 있다는 것만 해도 그를 알기란 대한민국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 될 법도 하다.

 

 어쨌든 그는 미국의 전설적인 가수란다. 우리가 잘 아는 비틀즈조차도 그에게 순수 음반 판매량으로 밀렸던 적이 있을 정도로 그는 대단한 인기를 누렸던 가수였던 것이다. 그리고 엘비스 프레슬리와 함께 비슷한 인기를 누렸던 가수였다는 점에서 그의 미국내 인기도가 어느 정도였는지는 대충 짐작이 간다.

 

 일단 이 영화는 한 교도소에서 연주를 하는 밴드의 모습과 그 밴드를 보며 열광하는 죄수들의 모습에서 말문을 연다. 그리고 연주를 하는 밴드가 있는 형무소 공연장 뒷편에서 상념에 잠겨있는 쟈니 캐쉬(호아퀸 피닉스 역)의 모습을 화면에 담는다. 그리고 관객에게 그의 상념너머의 기억일지도 모르는 그의 어린시절로 회귀하여 그 시절부터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그의 일생을 서서히 밀어나간다.

 

 일단 이 영화는 상당히 실제 인물의 일생을 사실적으로 접근하려고 역력한 노력의 흔적이 보인다. 이야기가 주는 감정이 지나치게 극적으로 흐르지 않고 중립적인 호흡을 유지한다. 물론 영화가 단조롭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영화가 보여주는 리듬감의 운신폭을 언급하는 것이 아닌 영화 그 자체가 관객에게 부여하는 감상적 판타지로의 접근을 배제한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이 영화는 사실적인 서사적 묘사를 가능케했고 이야기 자체가 주는 신뢰감의 폭을 넓힌다.

 

 이 영화는 무엇보다도 가수의 생애를 보여주고 있고 그 가수의 생애는 공연과 연결된다. 이 영화에서 다수의 장면을 차지하는 쟈니 캐쉬의 공연장면은 상당히 경쾌하고 흥겹다. 그의 노래를 모르더라도 이 영화를 보고나서 한번쯤 듣고 싶어질 정도로 말이다. 또한 이는 쟈니 캐쉬를 연기하는 호아퀸 피닉스의 걸출한 노래실력이 뒷받침되기에 가능한 것이라는 것. 그리고 쟈니 캐쉬와 함께 그의 영혼의 동반자인 준 카터 역을 맡은 리즈 위더스푼의 노래 실력 역시 상당한 실력을 자랑하며 둘의 앙상블이 이루는 영화의 음악은 가히 이 영화가 지니는 최고의 매력으로 자리잡아도 손색이 없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이야기 역시도 상당히 경이롭다. 한 인물의 생애에서 보여지는 행복과 불행의 굴곡적 리듬이 담담하면서도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야기 자체에서 보여지는 외면적 파장은 작지만 내면으로 뻗어나가는 시간적 여운이 지속된다. 마치 작은 자갈로부터 시작된 수면위 파문이 호수 전체로 뻗어나가듯 말이다.

 

 어쨌든 이 영화는 상당히 진실된 신뢰감을 관객에게 보여준다. 이는 과장되거나 비약적이지 않은 이야기 그 자체에서 보여지는 영화자체에 대한 호감으로 연결되며 그 호감은 관객에게 부담스럽지 않은 진솔한 감동을 부여한다.

 

 특히나 무엇보다도 이 영화에서 중심이 되는 것은 주인공의 꿈과 사랑에 대한 열정이 좇는 행복으로의 여정이다. 자신의 꿈에 대한 열정이 집에서 좇겨날지도 모르는 무능력한 주방용품 세일즈맨을 유명한 락스타로 만들었고 끈질기게 감정에 충실했던 사랑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그와 그녀의 행복으로 연결되었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꿈꾼다는 점에서 평등하다. 그는 그러한 평등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서 끝없이 자신의 열정을 달구었고 그 달구어진 열정은 그의 인생에 행복을 산출해주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사랑이 아름다운 것은 그 솔직한 감정 자체를 잘 표현했다는 것에 있다. 현실이 짓누르는 무게감을 외면하지도 않았고 사랑이 지니는 그 솔직한 감정적 발로도 놓치지 않았다. 또한 사랑에 대한 지나친 미화도 가벼운 생색도 이 영화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사랑 그 자체에 대한 '사랑스러운' 감정적 공감이 관객에게 형성된다. 그럼으로써 이 영화의 사랑이 어느 영화에서 보여지는 결론으로의 유출이 다르지 않으면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사랑 그 자체에 대한 단순한 지고지순함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우리가 대중적으로 명곡이라고 부르는 음악을 살펴보면 그 코드가 3~4개 정도로 단조로운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듣기 좋은 노래가 최고는 아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에게 오랫동안 감동을 주고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솔직함의 미덕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이야기 자체로써 관객에게 쉽게 닿을 수 있는 단조로운 솔직함이 이 영화에 흐르는 아름다움의 원천이다.

 

 이 영화는 음악산업을 비롯한 전반적 문화산업자체가 오늘날 상업적으로 지나치게 경도되어 감에 대한 경종을 울린다.

 

 극중 쟈니가 첫 오디션을 보는 프로듀서로부터 듣게 되는 대사는 상당히 인상적이다.

 

 '자네가 교통사고로 죽기 직전에 부를 수 있는 노래는 무엇인가. 생의 마지막 순간에 자신을 각인시킬 수 있는 노래를 부를 수 있는가.'

 

 가수는 음악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청중의 마음을 움직이고 음악 그 자체를 즐길 수 있게 만드는 힘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음악이 예술적인 혼을 지닐 수 있게 만드는 기반이고 음악 그 자체의 존재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명예가 된다. 이 영화는 단지 인기많은 가수의 재능을 부각시키지 않는다. 이 가수가 지니는 생각과 깊이를 통해 드러나는 가능성이 재능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현실을 은연중에 보여준다. 음악 그 자체의 고루한 가치가 무시되고 엔터테이너가 강조되는 음악 사업이 판을 치는 국내의 현실에서 한번쯤은 주목받았으면 미덕이 고스란히 간직된 영화다.

 

 이 영화는 단면적인 강렬함은 미흡하지만 내면적으로 심도있는 깊이를 보여준다. 쉽게 영화를 씹어삼키지만 그 영화의 담백한 향과 맛이 긴 여운을 남기며 가슴깊이 포만감을 심어준다.

 

 '아이덴티티', '케이트 & 레오폴트' 등의 영화를 연출하며 다양한 장르에서 높은 연출력을 보여준 제임스 맨골드의 또다른 이야기로의 재능이 완벽하게 꽃피운 영화가 아닌가 싶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그 장르안에서 충실한 완성도를 보여주는 감독의 능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을 뿐.

 

 또한 쟈니 캐쉬를 연기한 호아퀸 피닉스와 준 카터를 연기한 리즈 위더스푼은 이 영화를 통해서 그들이 인기에 영합한 배우가 아닌 연기력으로 어필될 수 있는 배우라는 것을 몸소 입증했다. 또한 두 배우의 노래 솜씨는 배우로써의 재능에 만족하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대단하다.

 

 사실 이 영화의 제목은 불만스럽다. 원제인 'Walk the line'은 쟈니 캐쉬의 동명 노래 제목으로부터 가져다 온 타이틀로써 극중에서도 나오지만 쟈니가 약물중독과 지나친 과로로 인생이 망가져 가는 자신이 회복할 수 있도록 헌신적으로 도와주는 준을 위해 바치는 노래로써 '당신이 내게 있으니 난 바른 길을 가겠어(Because you are mine, i walk the line)'-영화에서는 '당신의 사랑으로 난 바른 길을 가겠소'라고 번역되었다.-라는 가사의 의미와 상통한다. '앙코르'라는 제목이 나쁘지는 않지만 그 원제목을 그대로 살렸다면 어땠을까. 요즘 추세가 원제목을 살리는 경우가 허다한데 굳이 제목을 바꾼 이유는 아쉽다.

 

 어쨌든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이 오르며 쟈니의 음악이 흐르는 순간 다시 한번 영화를 향해 앙코르를 외치고 싶어진다. 그만큼 이 영화의 감동은 과함도 부족함도 없는 적당한 무게를 유지한다. 이는 이 영화의 경쾌하면서도 우아한 이야기가 관객에게 박수를 받기에 충분한 이유가 된다. 현실도 이상도 어느 것하나 놓치지 않은 매혹적이면서도 애잔한 멜로디가 이 영화에 흐른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가 진부하지 않다는 것 그 자체로써도 이 영화는 칭찬받을만하다. 실제 인물의 전기 영화가 지니는 맹점을 이 영화는 유쾌하게 뛰어넘었다. 그리고 한 사람의 일생에 대한 일담에 그치지 않고 한 사람의 일생을 통한 가치있는 삶을 노래하고 있다. 이것이 이 영화가 아름다운 이유이며 볼만한 가치 아닐까.

 

 그대가 생의 마지막에 부르고 싶은 노래는 무엇인가. 과연 그런 노래가 있는가. 물론 우리는 가수가 아니므로 노래를 부를 필요는 없겠지. 하지만 우리의 생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온다면 과연 우리에게 후회가 남아있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그냥 어쩌다가 무언가를 하게 되는 인생을 살고 있다면 생의 마지막에 억울하지 않을까? 어쩌다가가 아닌 하기 위해서 무언가를 해보고 싶진 않은가. 그래야만 우린 생의 마지막에 부를만한 노래를 하나쯤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그대가 그리고 우리가 현실이란 핑계 너머로 내던져버린 삶의 열정적 꿈으로부터 기약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영화의 멜로디로부터 느껴지는 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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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olustion
영화평론가세요?   
2006-04-0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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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2005, Walk The Line)
제작사 : Konrad Pictures, Fox 2000 Pictures / 배급사 : 20세기 폭스
수입사 : 20세기 폭스 / 공식홈페이지 : http://www.foxkorea.co.kr/joh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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