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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의 다른 말은 집착 또는 자기 소유... 마더
ldk209 2009-06-03 오후 2:07:21 1230   [5]
모성의 다른 말은 집착 또는 자기 소유... ★★★★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엄마(김혜자)는 작두로 약재를 썰면서도 눈은 유리창 너머 아들 도준(원빈)에게 향해있다. 낮게 들려오는 관객의 신음소리. 그 어떤 공포영화보다 살 떨리게 들려오는 작두소리. 사건은 동시에 일어난다. 도준은 승용차에 치이고, 엄마의 손은 작두에 베인다. 엄마는 당신의 손에 난 피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뛰어나와 도준을 살핀다. 영화는 이때까지만 해도 강한 모성에 대한 이야기로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극단적 모성이 부른 파국이 아니라 모성 그 자체에 담긴 집착, 광기라고 할 수 있다.(강한 모성에 대한 이야기라 짐작하고 눈물을 흘릴 각오로 들어온 아기가 있는 내 지인은 눈물은커녕 혐오감이 짙게 배인 얼굴로 극장을 나섰다)


<마더>는 최근 본 그 어떤 영화보다 충격적이고 그로테스크하게 출발한다. 낮게 드리워진 푸른 초원에 나타난 엄마의 기괴한 춤사위로 시작한 영화는 붉고 노란 노을을 배경으로 한 아줌마(마더의 집단)들의 관광버스 군무로 막을 내린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마치 이 영화는 전체가 플래시백으로 구성되어 있는 듯하다.


화면은 전체적으로 지극히 어둡고 평면적이다. 콘트라스트를 낮춰 마치 흑백 화면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어두운 이야기와 함께 어두운 화면은 관객의 심장을 저 수면 깊숙한 곳으로 침잠시킨다.


이야기는 다 알다시피 살인 누명을 쓴 아들 도준의 결백을 밝히기 위한 엄마의 고군분투이다. 이런 이야기에 반전이 있다고 한다면 사실 뻔할 수 있다. 하도 언론에서 ‘반전’을 예고해서, 보기 전에 몇 명과 어떤 반전일까를 얘기했는데, 가장 많이 나온 얘기가 누명이 아니라 ‘실제 도준이 살인을 했다’와 ‘엄마가 살인자다’라는 두 가지 예상이었다. 영화를 보니 두 가지 모두 맞는 결론이다. 그러니깐 이 영화의 반전코드가 대단히 충격적이거나 예상하지 못할 수준의 반전은 아니며, 더불어 반전이 그렇게 중요한 영화도 아니다. 즉, <마더>를 관전함에 있어 반전에 집착하기보다는 영화 그 자체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게 더 좋을 거라는 생각이다.


<마더>에서 그려지는 모성은 일반적으로 얘기되어지는 위대함이라든가 아름다움 같은 거하고는 거리가 멀다. 모성의 다른 말은 집착이며, 또는 자기 소유이다. 자식의 독자적 정체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모성은 당신이 삶을 포기할 때 자기 소유로서의 자식의 생명을 앗아가 버릴 수 있는 존재이며, 또는 자식을 위해 타인의 생명을 앗아가 버릴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감옥에 갇힌 도준이 기억해 낸 어린 시절의 기억과 기억해내지 못하는 살인 당일의 기억은 어쩌면 모성에 대한(또는 모성의 광기에 대한) 자식의 반격(복수)으로도 이해될 여지가 있다. 그래서일까? <마더>에서 엄마와 도준은 내내 대립하는 듯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난 처음엔 모자의 이런 대립적 모습이 연출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오히려 그러한 모습이 연출의 목적이지 않았을까 싶다.


또한 <마더>에서 그려지는 모성은 묘하게 성적이다. 진태(진구)가 도준에게 묻는다. “너 여자랑 자봤냐?” 도준이 대답한다. “난 엄마랑 자” 느낌이 묘하다. 이건 그냥 자는 것을 말하는 걸까? 또는 성적인 메타포를 함유하고 있는 것일까? 이와 비슷한 대사는 영화에서 몇 번 반복된다. 누군가는 그저 자는 것으로 이해하고, 또 누군가는 성적으로 이해한다. 이런 모호함 속에 진태가 알몸으로 엄마 앞을 지나가는 장면은 대단히 충격적이다. 진태는 심지어 엄마에게 “씨발. 너가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냐?”고까지 말한다. 이 장면에서 일부 관객의 괴성이 울리기도 했다. 왜 이 장면이 충격으로 다가왔을까? 그건 모성은 섹스와는 관계없는 뭔가 순수하고 엄숙하고 성스런 것이라는 믿음이 부서지는 순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진태의 행동과 말은 둘 사이에 어떤 전사가 있을 것이라는 의구심을 싹트게 한다.(엄마와 제문(윤제문)의 대화에서도) 이건 ‘쌀독’이라고 불린 아정(문희라)의 사연을 연상시키는 지점이기도 하다.(그래서 엄마와 진태는 더 분노하고 더 괴로워하지 않았을까?)


<마더>는 모성에 대한 기존 인식을 해체시키는 차원에서 관람하지 않고 그저 스릴러 영화로 관람한다 해도 기존 봉준호 영화에 비해 유머가 자제되어 있긴 하지만 충분히 재밌다.(물론 재미를 심하게 느끼기에 분위기는 너무 무겁다) 불법으로 침 시술을 하는 엄마가 몇 차례 반복하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허벅지의 침놓는 자리를 알고 있다”는 대사가 결론을 구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촘촘하게 엮여 있는 내러티브와 결론으로 나아가는 짜임새는 봉테일이라는 별명이 무색할 정도며, 엄마가 내 뱉는 “내 아들의 발가락 떼만도 못한 놈이”라는 낮은 괴성은 심장을 얼어붙게 할 만큼 극단적이다. 지능이 좀 모자라는 아들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모성이 끝내 다다른 곳이 결국 엄마 없는 다우증후군을 앓고 있는 어린 학생에게 죄를 지우는 것이라니. 이 얼마나 암울한 결론인가.


※ 워낙 연기가 좋은 영화라는 사실을 알고 봐도 역시 김혜자의 연기는 최상급이다. 봉준호가 왜 김혜자라는 배우에서 이 영화를 시작했는지 충분히 이해가는 지점이다. 꽃미남으로 일컬어지는 원빈이나 진구, 기타 배우들의 연기도 전반적으로 훌륭하다.


※ 어쩌면 이 영화는 한국 주부들의 극단적인 가족 이기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보이기도 한다. 농반진반으로 한국 교육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가 주부에게 있다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 반면 그런 가족 이기주의가 공공성과 결합될 때는 사회를 변화시키는 무서운 매개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체로 공공성과 결합되는 경우보다는 공공성에 배치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더 많은 것 같다.

 


(총 1명 참여)
snc1228y
감사   
2010-02-01 14:37
zoophi
저도 보고싶네요   
2010-01-31 21:10
ekduds92
잘읽었어여   
2009-07-19 20:46
kimshbb
좋아요   
2009-06-26 17:49
shelby8318
영화보고싶네.   
2009-06-22 14:20
prettyaid
잘읽었어요^^   
2009-06-19 10:03
jhee65
잘 봤습니다.. ^^   
2009-06-06 10:59
rizi
잘읽었습니다^__^   
2009-06-04 02:27
1


마더(2009, Mo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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