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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에 대한 지독한 불신: 사랑도... (다소간의 스포..) 파주
novio21 2009-12-16 오전 12:51:57 1169   [0]
  파주, 묘했다.
  처음 들었을 땐, 심리학에서 사용하는 용어만 같았다. 그러나 경기도 파주의 이름이란다. 정말 시작부터 의외였다. 내가 살았던 동네의 이름이었지만 영화 속의 파주는 너무 낯설었다. 그리고 영화의 모든 것이 낯설기만 했다. 인간의 폐허화된 그런 곳이 형상화된 것이다.
  영화 속에서의 파주는 안개가 자주 꼈고 비가 자주 내렸으며, 어딘지 모를 황량함이 느껴졌다. 안개가 자욱하기도 했고, 자주 비가 내렸다. 그리고 재개발 당하는 주민들의 안타까움이 묻어있는 격렬한 투쟁의 장소가 보이기도 했다. 썩 편한 장소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 속에 있는 인간관계 역시 마찬가지였다.
  영화는 결국 파멸로만 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배려와 사랑을 위한 거짓말은 상대에겐 위선과 배신을 의미하는 것으로만 여겨졌다. 영화의 비극의 핵심이 이것이었고, 누군가의 파국으로만 가야 할 운명을 갖고 영화의 서사는 진행됐다. 영화의 고통의 배경엔 사랑과 오해와의 이율배반적인 관계가 남녀 둘 사이에 존재한다. 과거의 실수로 평생 죄의식으로만 살아가고 있는 남자(김중식)와 언니의 불행을 옆에서 본 후의 분노로 형부에 대한 불만을 간직한 여자(최은모). 이 둘은 서로간의 감정을 확인함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파멸적인 관계 속에 막혀 방황하고 만다. 그리고 배려와 오해는 함께 할 수 없기에 영화는 간단하지 않은 해결을 남길 수밖에 없는 비극을 숨기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의 사랑은 불륜이었고 파란이었다.
  영화는 극단적인 양자택일의 상황으로 주인공들을 몰아간다. 밝힐 것이냐 숨길 것이냐의 기로에 선 것이다. 자신의 언니가, 사실은 자신의 실수로 죽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고통과 비극을 알기에, 남자는 숨겼다. 그런 남자를 처제는 결코 용서할 수 없는 가족적 관계에 묶이고 만다. 자신의 과오를 알지 못하기에 남자의 선의의 거짓말을 오해로 밖엔 해석할 수밖에 없는 여자의 입장은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고통의 시간으로 몰고 간다. 알고 싶었지만 알 수 없는 진실 속에서 남녀 둘은 서로간의 감정에 따를 수 없었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선의의 거짓말을 갖고 악의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불행의 씨앗을 만들었다. 배려가 사악함으로 보이는 상황이었다. 영화는 인간의 허약한 믿음체계와 인간관계에 대한 지독한 불신을 갖고 있었다. 믿을 수 없는 불신에 가로막힌 사랑, 이 기묘한 관계는 주인공 둘을 파국으로 몰고 간다. 사랑하지만 용서할 수 없는 그이가 되어버린 현실 앞에 그녀는 모든 것을 포기하는 파국을 단행한다. 그녀는 남자를 사랑했지만 언니 역시 사랑했기 때문이다. 파국을 선택한 후 파주에서 방황하는 그녀의 얼굴엔 아쉬움과 슬픔들이 겹쳐진다.
  여자가 선택한 방식은 모두에게 불행만을 가져다 주었다. 죽은 언니를 위한 선택이었다지만 오해와 불신에 잉태된 것이기에 건강한 결말을 기약할 수 없었다. 그래서 철거주민들은 자신의 지도자를 잃었고, 처제는 자신을 지금까지 아껴주었던 형부를 잃었으며,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기로 몰아갔고, 사랑도 잃었다. 여자의 치기는 아니었지만 결과는 너무 뼈아팠다. 그녀는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웃을 배신했고 자신이 사랑했던 형부를 감옥에 가뒀고, 결국 버림받았다. 아무도 그녀를 원하지 않은 그곳에서 살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어쩌면 그녀는 그곳을 떠났는지도 모른다. 아무도 그녀를 받아 줄 수 있는 곳이 사라졌기에. 
  오해의 무서움을 보여주려 한 것일까? 아님 타인을 위한 배려가 사실은 또 다른 비극의 원인임을 보여주려 한 것일까? 아니면 사랑도 결코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음을 보여주려 한 것일까? 아마도 난 마지막의 물음이 가장 적절한 질문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독한 회의론이 느껴졌다. 사랑에 의한 배려는 결코 그 어떤 것도 해결할 수 없었다. 특히 뒤엉킨 인생의 실타래 속에선 시작부터 엉켰기에 결코 다시 회복될 수 없는 사연으로만 묶이게 된 것이다. 감독의 시선에서 쓰디쓴 인생의 회의론을 읽을 수 있다. 인간의 가장 깨끗하고 아름답다던 사랑이 도리어 문제의 원인이 된다는 이 슬픈 아이러니를 보며, 영화를 통해 본 인간의 관계의 허망함과 인생의 고독한 심연은 어떻든 고달파만 보인다. 그렇게 인생은 쓰디쓴 것이다.

(총 1명 참여)
hssyksys
잘읽었습니다.^^*
  
2010-04-10 02:25
d9200631
소설가세요?   
2010-03-30 12:10
zoophi
저도 보고싶네요   
2010-01-15 17:01
sarang258
감사   
2009-12-22 11:36
soja18
감사   
2009-12-21 14:26
man4497
잘읽었습니다   
2009-12-18 14:44
snc1228y
감사   
2009-12-16 12:16
cgv2400
극장에서 할 때 못봤는데
DVD나오면 꼭 보려구요   
2009-12-16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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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2009, Paju)
제작사 : (주)티피에스컴퍼니 / 배급사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공식홈페이지 : http://www.paju200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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