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김종욱 찾기"를 봤을 때, 아...이 작품 영화로 만들면 진짜 재밌겠다...라고 생각했다.

근데 그게 나만의 착각이었을까. 뚜껑을 열어본 영화 "김종욱 찾기"는 그냥 그랬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에는 멀티맨이 등장한다. 김종욱 역까지 1인 2역인 남주와 여주 사이에서

스토리에 활기를 불어넣고 속도감을 올려주는 역할이다. 22-23개에 달하는 역으로 빠르게 변신해

그때 그때의 상황에 맞는 대사로 웃음을 주는 김종욱의 아주 중요한 배역이다.

사실 김종욱 찾기의 주요 내용은 평이하고 뻔하다. 약간의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여주의 진실(?)

그것만 빼고는 큰 줄기상으로는 전반적으로 결말을 예측하기 어렵지 않다. 남자와 여자의 뻔한

로맨스에는 반드시 지루함이 따라온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그러하니 실제로 관객 앞에서 연기

하는 뮤지컬에선 더 심하다. 그래서 멀티맨이 필요하다. 멀티맨이 변신함으로써 배경과 시간도

빠르게 변하고 남주와 여주는 가까워질 수 있다. 사실 멀티맨의 존재는 연극이나 뮤지컬에서는

심심찮게 등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굳이 그럴 필요도, 그럴 이유도 없다.

이 영화는 공유가 원작과 같이 1인 2역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뭐 전체적으로 김종욱이 등장

하는 장면들은 대부분 임수정의 추억에 관련된 내용임으로 그 안에서 공유가 김종욱이든 다른 사람이

김종욱이든 상관없으니 이 1인 2역은 영화에서도 가능한 셈이다. 그런데 멀티맨은 필요가 없다.

편집이 장면과 시간을 전환해주고 뮤지컬 김종욱의 남주였던 배우들이 까메오로 각종 김종욱과

자잘한 캐릭터들을 도맡는다. 그래서 허전하다. 아, 김종욱은 정말 멀티맨으로 먹고 들어가는 작품

이었구나 싶은거다.

그리고 기본적인 캐릭터 설정에 변화가 있다. 특히 여주인 서지우(임수정)는 원작과는 전혀 다른

뮤지컬 무대 감독이라는 직업을 갖게 되었다. 한기준(공유) 역시도 여행사 직원이었던 것으로

되어있는데 아마도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영화라는 점, 인도가 중요한 포인트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이런 설정이 붙은 것 같다. 지우의 아버지(천호진)는 멀티맨이 할 때는 재미있으시면서도 다혈질에

앞뒤 안맞는 말을 하시는 웃음의 포인트셨는데 현실성을 중시한 건지 영화 속 지우의 아버지는

되게 유한 분위기였다.

까메오가 대거 출연하지만 뭐랄까 결국 알맹이가 없다. 특히...남주 이름이 한기준인거를 보면

알겠지만 진짜 김종욱은 엄배우(엄기준). 사실 엄기준이 김종욱으로 나오는 것을 알았기에

패스하려다가 본 것인데(참고로 그는 김종욱 초연 남주였다) 나참, 옆모습 잠깐 나온다ㅠㅠㅠ

혹시 저처럼 엄기준 까메오에 눈멀어 보시려는 분은 살포시 비추합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이건 검색하면 다 나오는 거라 그닥 스포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까메오 장면 중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역시 오만석 장면이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미소를

머금고 본 장면은 김무열이 나왔던 장면(아...사람 취향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ㅋㅋㅋㅋㅋㅋ)

전체적으로 사랑하기를 두려워하는 여주와 남주가 진짜 운명을 만나기까지의 내용을 담은

이 영화는 사랑한다면 부딪혀보고 그 사람과 닮아보고 자기를 잃어보면서 그리고 때로는

그것이 해피엔딩이 아닐지라도 겸허히 받으들여보라는 내용이다. 솔직히 원작에 비해서

한기준이 서지우를 좋아하게 되는 이유가 영 없다. 좀 갑작스러운...느낌? 하지만 지우를

사랑하게 되면서 원칙주의자였던 기준이 변하는 모습은 보는 내가 흐뭇했다.

원작을 아예 안보신 분에게는 최악의 영화는 아닐 거라고 봅니다. 다만 뮤지컬을 보신 분,

특히 멀티맨이 엄청 잘하는 배우로 보신 분, 김종욱을 자기 취향의 배우로 보신 분들에게는

비추합니다. 솔직히 전 김종욱 찾기 남주는 너무 잘생기면 안된다는 생각이 있어서 처음에

공유와 임수정 캐스팅에 심히 충격 받았습니다. 공유는 옷발이 너무 잘받고 허우대가 너무

좋습니다. 연기는 오히려 한기준 쪽에 어울렸고 김종욱하고는 좀 안맞았던거 같네요.

김종욱의 샤프한 매력이 공유에게는 없는 것 같았어요. 워낙 초식공룡계의 얼굴이시라ㅋㅋㅋ

임수정씨 연기는 제 예상보다는 훨씬 좋았습니다. 전 정말 안어울리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임수정 뮤지컬장면에서 그 의상 김연아같다고 느끼신 분은 없으십니까?ㅋㅋㅋㅋㅋ

(그리고 나름 대극장 뮤지컬 스멜이던데...주/조연 언더스터디도 없나요?ㅋㅋㅋㅋㅋㅋㅋ)

아...그리고 마지막 트랜스퍼 장면...원작을 봤을 때는 뭔가 되게 아련돋았는데...영화에서는

그냥 너무 평범...여운이 없었던 거 같아요. 그리고 김종욱 찾기는 넘버가 좋은 거라 노래가

빠져버리니까 기분이 안나더라구요. 특히 기준의 첫사랑...그 장면에서...넘버의 중요성ㅋㅋㅋ

대사가 훅 지나가더라구요. 전 그 장면 제일 좋아하는데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