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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 리포트] 감상입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grovenor 2002-08-02 오후 8:02:30 1566   [5]


<마이너리티 리포트>




스포일러 있습니다.








스필버그는 장르를 잘 다루는 사람이지만, 장르 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아니다. 그가 장르를 다루는 이유는 관객에게 자신의 영화를 더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서이다. 그가 영화를 만드는 진짜 목표는 그가 영화마다 일관되게 다뤄오던 소재/주제들, 즉, 아버지의 부재, 가족의 소중함, 가부장 권위의 회복, 자신의 피터 팬 콤플렉스를 영화에 대한 꿈과 열정으로 치환시키는 것 등을 영화로 드러내는 것이다. 장르는 이런 주제/소재를 집어넣기 위한 틀 같은 것이다.


그가 진정 관심 있는 것은 장르라기보다는 드라마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관객을 감동시키는 감정의 조절 방법으로서의 드라마 말이다. 그가 영화를 만드는 이유는 각각의 신에서 관객의 감정을 붙잡아 그가 원하는 방법으로 이끌고 가다가 결말에서 모든 감정을 묶어 자신의 주제로 변환하기 위함이다.


그는 정직하고 단순한 사람이다. 그는 영화를 부분과 부분이 충돌, 융합하며 만들어내는 시너지의 합으로 보지 않고 씬의 배열로서의 영화만을 생각한다. 그는 씬에 집착하고 그것이 장르의 틀에 잘 맞도록 조정하며 그것으로 만족하는 사람이다. 그는 영화와 철학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한다. 철학은 '관념'이므로 '물질'인 영화에는 맞지 않는 주제라고 생각한다. 오로지 관객을 감동시키는 드라마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그는 주제를 더 쉽게 설명하기 위해 드라마를 구축하고 드라마를 구축하기 위해 장르를 이용하며 장르를 완성시키기 위해 자신의 화려한 테크닉과 아이디어를 사용한다. 스스로의 목소리는 있지만 철학은 거부하는 것, 그것이 스필버그의 특징이자 한계이다.



하지만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많은 평론가들이 지적하듯이 정확한 히치콕 영화이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자체가 맥거핀이고, 평범한 남자가 거대한 음모에 휘말려들어 이리저리 쫓긴다는 것도 역시 히치콕식 소재이다. 도입부 살인 장면의 눈동자와 가위는 히치콕의 영화 [다이얼 M을 돌려라]와 [열차 안의 낯선자들] [싸이코]의 오마쥬이다. 정확한 스릴러 영화이며, 정확한 히치콕 영화이다. 그가 장르를 위한 장르영화를 선택했다는 것보다 더 놀라운 것은, [마이너리티 리포트]에는 드라마가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어떤 감정적 자극도 없다. 어떤 신파도 없다. 그가 늘 풀어놓던 주제도, 소재도 없다. 그저 스릴러를 위한 공식과 테크닉이 있을 뿐이다. 흔히 단점으로 지적하는 해피엔딩은 스필버그 특유의 happily ever after 신파 엔딩이라기보다는 아닌 아무 뜻 없는 마침표다. 그저 이야기를 닫아버리고 감정을 끊어버리기 위해 선택한 논리/감정적 단절인 것이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꿈 많고 열정 넘치는 스필버그의 드라마가 아닌, 차갑고 냉정한 장르 영화이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훨씬 중대한 변화가 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스릴러로 구축하기 위한 테크닉의 근본이 이미지 스펙터클이라는 점이다. 무슨 말이냐면, 스필버그는 이미지에 집착하지 않는다. 이미지 따위에 정신을 팔았다간 네러티브가 흔들리고 스토리가 무너져버린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아는 사람이다. 그는 스토리가 진행되지 않는 이미지는 낭비라고 생각하는, 경제적인 사고방식의 감독이다. 그는 단 한번도 이미지 스펙터클을 위한 씬을 만든 적이 없다. 그의 영화를 구성하는 요소를 분류하면 전적으로 쾌감만을 위한 스펙터클이거나, 스토리이거나, 스토리를 포함한 스펙터클 셋 중의 하나로 반드시 나뉜다. 그의 영화에는 이미지가 없다.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전적으로 이미지의 영화이다. 고속도로를 달려가다가 90도 각도로 하강하는 자동차, 자동차와 자동차를 아슬아슬하게 뛰어 다니는 톰 크루즈, 꿈과 기억을 눈앞에 보여주는 기계의 금속질감, 더럽고 시끄럽고 끈적거리는 방, 정신착란처럼 펼쳐지는 아가사의 예언, 모두 전적으로 이미지만을 위한 스펙터클들이다. 이야기와 장르 중 모두 훌륭하기 때문에 스필버그가 어느 쪽에 비중을 두고 영화를 만들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를 실질적으로 이끌어 가는 것은 이미지 스펙터클이다. 스릴러의 트릭이, 배우의 연기가,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가 관객을 붙잡기도 하지만 그 사이사이를 메우고 있는 건 잘 다듬어졌지만 아주 힘있는 이미지 스펙터클이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이미지는 힘있고 쾌감 있으면서도 잘 조율돼있다. 그건 [마이너러티 리포트]의 이미지가 [매트릭스]의 이미지처럼 앞서나가는 패션이나 유행에 기초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원숙한 테크닉을 구사하는 장인의 정제된 솜씨이기 때문이다. 로봇 거미들이 아파트를 수색하는 롱테이크처럼 실험적인 장면이 전혀 튀지는 것도 그의 이미지가 잘 다듬어져있기 때문이다. [매트릭스]가 현재 유행하는 패션이라면,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미래에 유행할 패션이다. 정말, 이 영화를 보고있자면 [매트릭스]가 낡아 보인다. 이미지가 모든 것을 잠식했던 [매트릭스]와는 달리,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이미지는 장르로, 스토리로, 스펙터클로, 미장센으로, 네러티브로 미친 듯이 변화한다. 장르를 길잡이 삼아, 이미지를 원동력 삼아 미친 듯이 달려가는 것이다. [매트릭스]가 이미지 속의 속도를 조절해 새로운 스펙터클을 발명했다면,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이미지가 '영화'라는 것 자체를 새롭게 바꿔놓을 수 있음을, 이미지가 미장센 뿐만 아니라 영화 자체를 이룰 수도 있음을, 그것만으로 영화를 쌓아올릴 수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21세기의 블록버스터이다. 20세기에 블록버스터의 첫 시작을 알렸던 스필버그가 21세기에도 역시 첫 번째로 블록버스터 화법을 발굴한 것이다.




스필버그는 왜 변했을까? 왜 드라마를 버리고 장르와 이미지를 선택했을까? [A.I]의 실패가 그가 더 이상 드라마로 사람을 감동시킬 수 없음을 깨닫게 해서일까? 설마 그럴 리 없다. 그는 스필버그다. 스필버그 정도의 위치에 있는 감독은 웬만한 외압에도 끄덕 않는 법이다…… 인간 자체가 변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그는 꿈 많고 열정에 넘치던 소년에서 차갑고 냉정한 어른으로 성장했다. 이유를 알려면 그의 다음 영화 [Catch me if you can]을 기다려보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21세기의 첨단을 달리는, 가장 앞서가는 감독으로서의 다음 영화를.







(총 0명 참여)
으흠.. 나 이제까지 감상무늘 잘쓴다고 생각해   
2002-08-13 17:24
아마 다음영화 [Catch me if you can]도 과거 스필버그의 소년적 감성과는 거리가 먼 작품이 될 듯 하네요..[ET]같은 그의 예전 영화들이 그리워지내요..   
2002-08-04 07:17
스필버그에 대해 "꿈 많고 열정에 넘치던 소년에서 차갑고 냉정한 어른으로 성장했다.."라는 님의 표현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2002-08-03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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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 리포트(2002, Minority Report)
제작사 : DreamWorks SKG, 20th Century Fox, Amblin Entertainment, Cruise-Wagner Productions, Blue Tulip / 배급사 : 20세기 폭스
수입사 : 20세기 폭스 / 공식홈페이지 : http://www.minority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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