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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목]"이유있는 로맨스." 질투는 나의 힘
rose777 2003-04-09 오후 4:21:17 1262   [1]



"난 어릴때부터 좋아하는게 딱 두 가지야. 문학 그리고 여자. 이젠..로맨스가 남은 내 인생의 목표지..."

이남자 윤식(문성근)의 입에서 쏟아지는 여유넘치는 권태가 흩뿌리는 단어들은 원상(박해일)의 질투를 연신 자극한다. 한 청년의 사소하면서, 동시에 극단적인 다양한 연애담들은 지루한 동시에 극렬하다.(권태와 분주가 만나는 그 이사하고 모호한 지점의 반복.)


주목받은 몇편의 단편과 오!수정의 조연출을 거쳐 첫장편 <질투는나의힘>을 가지고 우리를 찾아온 박찬옥감독은 세인물과 나머지 다른 한 여성의 공통적이면서도 남다른 연애구조를 단단히 조였다가 완전히 분리시키는 지점에서 홍상수의 영화와 비슷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또 하나의 연애담을 읊조린다. 홍상수의 영화 속 인물들이 끊임없이 서로를 해체하고 분석하며 일상을 부정적으로 재해석하려고 들다가 파경의 지점에서 다시 살라고 시종일관 명령한다면, 박찬옥의 <질투는나의힘>의 인물들은 삶을 짓누르는 무게를 의도적으로 벗어 던지고 더욱 원초적인 욕망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자며 달려든다. 원초적인 욕망에 다가서고자 하는 윤식과 원상과 성연(배종옥) 혜옥(서영희)은 지루한 일상을 의도적으로 경멸하는듯, 보인다. 출판사일보다는 로맨스에 관심이 더많은 윤식과 본업인 수의사일을 부정하고 사진작가일을 하고자 하는 성연 그리고 복잡한 실타래처럼 꼬인 가족을 외면하고자 원상에게 매달리는 듯 보이는 혜옥 그리고 논문을 포기해버리는 원상은 반복적인 사이클을 부수고 색다른 철로위에 서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공통점을 가진 인물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원초적인 욕망을 실체로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겪는 여러 가지 어려움과 웃지못할 해프닝을 그린 영화가 <질투는 나의 힘>이다. 윤식과 원상의 관계는 일축하면, 참는자와 참지 못하는 자의 관계이다. "난 왜그러냐..참고 들으면 되는데..."자신의 취향을 정확하게 맞추지 못하는 원상을 향해 내뱉는 윤식의 중얼거림은 끝내 자신의 욕구를 다시한번 반드시 이루고야 말겠다는 강한의지를 역설적으로 상징한다.
그러니까. 처음 그들이 차에 함께 탄 그 시점의 상황은 영화가 끝나는 지점 , 혹은 그 이후까지 연장된다. 원상은 애인을 빼앗아간 윤식의 모든 행위에 대한 분노를 끝내 참아야만 하고 그럴 수밖에 없으며, 윤식은 자신의 비리(?)를 원상이 알던 모르던(그것은 더 이상, 윤식에게 중요치 않다.) 모든 분노와 욕정을 고스란히 분출해버릴수 있다. 그것은 가진자와 못가진자, 빼앗은 자와 빼앗긴자 사이에 오가야만 함에도 불구하고 결코 오갈 수 없는(혹은, 오가지 않는) 소통의 단절이며 생략이다. 그들은 대화해야 하고 소통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침묵한다. 시종일관 원상은 윤식의 행동들과 언어들을 고스란히 담아내야 하고 그의 명령에 복종해야(하물며, 편지마저 대행해주는 원상의 키보드위에 손놀림은 참기 어려운 지나친 복종이다. 관객을 분노케 하는 지점에서도 끝내 감독이 놓지 않는 인물의 생명력. 인 동시에 원상을 지탱시켜주는 유일한 자극.)한다. 그러면서 결국 윤식의 삶속에 원상이 완전히 포함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은 이색적인 드라마구조다. 그건 한국영화속에서 한번도 보지 못한 이 이색적인 관계설정을 통해 박찬욱감독은 자신의 스타일을 아주 변혁적으로 그것도 아주 조용하게 한땀한땀 구축해나간다. 영화에서 빛나는 부분이 바로 이지점이다.


인물들이 아주 기이하게 만나고 분열하고 또 완전히 와해될뻔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겹쳐지고 또 완전히 분리될 것 같았던 관계는 이상한 방법으로 화해한다는 설정은 "관계에 대한 질타"를 함축하고 "아이러닉"한 구도를 뒤집어서 들여다본다. 영화는 시종일관 가볍고 우스운 상황들을 벌여놓고 관객을 킥킥거리게 만든다음, 애초부터 계획했던 일들을 소리없이뤄나가며 의외의 순간에 인물들을 붙였다 떼놓는 노련함을 보여준다. 영화는 다양한 관계들을 보여주는 동시에 강한 코멘트를 잊지 않는다. 가정외(?) 로맨스에 열중하는 윤식과 장인이 함께있는 이질적인 공간을 그려내는 감독의 시선은 역시 조용하지만 탁월하다.

어찌할수 없는 관계속에서 말없이 피어나는 모든종류의 담배연기는 하릴없는 권태위에 피어나는 유일한 대변이며 희망이다. 원상과 윤식사이에 두 번째로 끼어든 성연은 이영화에서 가장 얽매이지 않아서 가장 가벼울수 있는 존재다. "우리둘사이에 볼일은 끝난거다" . 윤식과의 잠자리에서 내뱉는 성연의 어조에는 아무것도 묻어있지 않아서 더욱 시니컬하다. 욕망후의 담론이 무가치 하다는 것을 이미 선명하게 깨닫는 성연의 태도는 또다른 욕망을 향해 나아갈 준비를 이미 마친 듯 보인다.

원상에 대한 이후, 성연의 감정들에 실려있는 감정들이 원상에게 무시당하는 듯 보이는 부분은 그들사이에 섹스가 없어서가 아니라 더 이상 소통할만한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성연이 원상에게 다가가는 지점에 정확히 윤식이 서있다는 설정이 기막힌것처럼, 두사람의 사이에 두 번째로 나타난 성연은 그렇게 윤식과 원상에게 동시에 잊혀져 갈런지도 모른다.(예상지 못한 조용한 변혁.) "이제 여관가요. 누가 한말이 생각났는데 반대로 하고 싶어요" 윤식과 자지 말라는 이 젊은 청년 원상의 간절한 애원을 일순간에 묵살해버리는 성연의 이상한 욕망은 결국 원상에게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하는 시점에서 더욱 심하게 경멸받는다. 자신의 원초적인 욕망을 향해 권태를 벗어버리고자 갈망하는 이 인물들의 끊임없는 사투가 지루하면서도 동시에 극렬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동시에 너무나 우습게 "무슨말인지 모르겠지만, 나야 좋지"라고 달라붙는 윤식의 욕망은 매우 적절하다. 자신에게 소중한것들을 채우면 그만인 그들만의 생존전략이 이토록 가볍고 우습게 그려질수 있다는 사실은 놀랄만한 일이다. 박찬옥감독의 사려깊은 태도는 그것이 무겁고 진지하게 그려내지지 않은데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비극을 희극적인 포맷으로 그려낼 수 있는 저력을 로맨스라는 관계사이에서 저울질하며 조금씩 노출시키는 박찬옥감독의 행보는 앞으로 우리가 또다시 주목해야만 할 과제의 사유다. 창작을 하지 않는 윤식의 개인사유가 "후벼팔상처가 없어서. 너무 평탄하게 살아와서"라는 부분은 얼마나 절묘한가. 그들이 모든 대상을 "즐기는" 그렇게 할수 있는 저력이 바로 여기에 숨어있다. 욕망에 솔직하고 의사반영에 아주 성실한 모든 인물들가운데 가장 이질적으로 보이는 혜옥의 존재마저 그렇다.
끊임없이 원상을 원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룬후에도 자신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원상에게 퍼붓는 "그럼 돈으로 보상해!"라는 대사는 이영화의 뛰어난 반전에 해당된다. 열정과 진심으로 원상에게 다가왔던것처럼 (결코 그렇지 않지만,) 보이는 혜옥의 욕망은 이해할수 없는 가족구조에서 그녀를 구원해줄 대상인 원상을 만나는 순간 그 가능성이 빛을 발한다. 가능성에 도전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혜옥이 자신을 끝내 저버리려고 하는 원상에게 내뱉는 이 대사는 인간을 들여다보는 감독의 뛰어난 투시력이다.

"이상해 참.싸구려 양주 이거 계속 마시게 돼. 근데 괜찮아" 원상을 자신의 삶에 포함시키기로 이미 결정한 윤식의 이 대사는 이미 원상의 모든 행동반경이 윤식에게 포함되어 버렸다는 뜻을 의미한다.

윤식에게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는(아니,못하는) 원상의 존재는 뒤탈없는 로맨스 대상과 일치한다. 자신의 로맨스를 타당하다고 시종일관 주장하는 윤식의 절묘한 의사표현에 감히(!) 반기를 들자신이 아니 그럴만한 능력이 되지 않는 원상이 증오했던 윤식의 삶에 과감히 삽입되어 들어간다는 영화의 결론은 어찌보면 합당해보인다.(어찌됬던, 박찬옥감독의 방식으로는,) "아내한테도 잘하고 애인한테도 잘하면 되지, 바람도 못피고 아내한테못하는 놈보다 백번 낫다" 윤식의 이 이유있는 로맨스는 앞으로 진행될것이며 그 자리에서 너무나 우스꽝스럽게 버팀목이 되어버린 이 능력없는 청년 원상의 파란만장 인생이 예견되는 영화의 엔딩은 여전히 웃음을 자아낸다.

서연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에 대한 코멘트가 조금 결여되어있다는 점(감독은 그것이 분명 타당하다고 했지만, 근원적인 욕망에 대해 감정을 묻히고 또 떼어내는 서연의 심리묘사는 생략되어서는 안되는것이었다. 그런데 많은 부분 작위적인 에피소드로 생략시키려고 하는 안일함을 보였다.)과 조금은 보아온 방법들로 이색적인 관계들을 설명하고자 하는 씨퀀스들에 대한 아쉬움(이것은 감독이 해결해나가야 큰 과제로 보인다.)들만 빼면 <질투는 나의힘>은 여러모로 칭찬받아 마땅한 흥미로운 영화다.

아주 오래 간직되어온 개인적 관찰력과 사려깊음이 영화의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박찬옥식의 유머와 근원적인 욕망을 향한 인간의 분주함은 조금은 지루하지만 재미있다. 이색적인 관계들을 통해 감독은 여전히 일상은 지루하고 돌아보기 끔찍할정도로 권태로우니 하고자하는 대로 욕망을 표출해보라고 조심스럽게 권유한다. 능력이 되는 만큼 일보전진하는 당신의 걸음에 유죄를 덧씌울리 만무하므로, 윤식처럼 합당한 사유를 만들고 서연처럼 감정을 묻히지 말고 혜옥처럼 분주해지라고 말한다. 다만, 원상처럼 분노하지만 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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