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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팅 여친소....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dppjh2000 2004-06-10 오후 6:36:49 973   [5]

 

 

 

 

 

누군가에 대해 2시간 동안 이야기할 수 있다고 자랑해 본 적이 있는가? 만약 있다면 연애하고 있는 상대가 아니라 그 언젠가 시간 속에 남 다 알게 짝사랑했던 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이하 <여친소>)는 어쩌면 실제 연애 감성이 아니라 짝사랑 감성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짝사랑하던 그녀를 울컥이는 충만감으로 만천하에 이렇게 소개하고 싶었던 그 감정.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곽재용 감독은 더 이상 로맨스영화를 만들지 않을 작정일까? 영화를 보는 내내 들었던 생각이다. 모두 정리하고 털어버릴 것처럼 자신이 지금까지 작업했던 모든 작품들이 여기저기 숨겨져 있다. 그래서 <여친소>는 곽재용 감독의 팬이라면 숨은그림찾기 같은 TIP이 있어 조금 더 즐거운 영화이다. 장혁의 차를 보고 <가을여행>이 떠오르자 환호성을 지를 뻔 해 나도 모르게 손으로 입을 막고 '흡' 했을 정도다. 그래서 정말 황당한 내 상상처럼 이 작품이 곽재용 감독의 마지막 로맨스물이라면 아쉽기까지 하다.

홍콩자본의 투자때문일까, 아니면 그런 정보 때문에 그렇게 본 것일까. 아니다, 착각은 아니다. 류승완 감독이 <아라한 장풍 대작전>에서 낯익으면서도 역동적으로 그려낸 대낮의 서울 빌딩거리를 곽재용 감독은 <여친소>에서 야경의 홍콩(영화 속)도시처럼 그려내고 있다. 서울이라면 낯설지만 홍콩을 떠올리면 낯익은 뒷골목이나 한국영화라면 터무니없이 자주 등장하지만 홍콩영화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총격 장면도 그러하다. <비 오는 날의 수채화>부터 <엽기적인 그녀>, <클래식>까지도 틈만 나면(?) 등장하는 액션장면은 <여친소>에서만큼은 틈이 아니라 나름의 주된 소재로 등장한다. 그래서 곽재용 감독 스스로 몇 번이나 말했듯이 액션영화에 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여친소>를 로맨스 총결산으로 작업한 것이 아닐까 하는 제멋대로 상상도 해본다.

곽재용 감독의 영화에 한번 빠지면 전폭적인 지지를 할 수 밖에 없는 매력은 사춘기 소년의 동화 같은 정서에 있다. 그래서 종종 간과되는 매력이 아기자기한 코미디이다. 분명 과장된 상황이나 캐릭터에 폭소를 터트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마치 아다치 미치루의 만화처럼 아닌 척 쓰윽 지나가며 눈썰미 빠른 사람만 순간 웃고 넘어가는 맛이 만만찮다. 아다치 미치루의 그것과 다른 점은 매체 속성상 눈치를 채고 웃더라도 “하하”까지만 허용하고 마지막 “하” 할쯤이면 이미 다른 대목으로 넘어가 시치미를 뚝 뗀다는 것이다. <여친소> 전반부에 비장의 스치는 코미디는 여러 개 준비되어 있다. 가령 장혁의 진술에 경찰이 진지하게 그리던 몽타쥬를 카메라가 쓰윽 지나간다든지, 포장마차에서 오뎅을 먹고 10만원짜리 수표를 꺼내고 "몇 개 더 먹을게요" 한다든지, 전지현이 학생들 앞에서 자신의 남자친구임을 선언하자 기분 좋은 장혁이 같은 쪽 다리와 팔을 휘저으며 교탁으로 걸어간다든지.

이미 눈치 챘겠지만 <여친소>의 팬으로 곽재용 감독의 팬으로 이 글은 진행된다. 그러니 나와 취향이 비슷한 관객들에게 <여친소>를 진심으로 추천하는 글이다. 이 글이 찌라시처럼 보인다 해도 할 수 없다. 진심으로 글을 쓰지만 글이 통하지 않으면 내 탓일 게다. 적어도 곽재용, 전지현, 장혁으로 대표되는 <여친소>가 내게 진심으로 다가왔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당신의 이성으로 <여친소>를 보겠다면 나는 말릴 이유가 없다. 과장된 캐릭터, 에피소드 중심의 스토리 전개, 어처구니없는 상황설정,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의 과잉. 당신의 이성이 지적하는 모든 단점들을 인정해주련다.

그러나 감성은, 감정은, 그러니까 내 눈물은 <여친소>를 시니컬한 표정으로 응시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여친소>는 사춘기 소년의 동화, 사춘기 소년이 꿈꾸던 바로 그 유치하지만 눈물나는 동화를 그대로 구현해주고 있다. 이언희 감독의 <...ing>가 사춘기 소녀가 자신을 주인공으로 써내려간 동화라면, 곽재용 감독의 <여친소>는 스스럼없이 자신을 대하던 여자선배를 어느 날 문득 사랑해버린 사춘기 소년이 매일 밤 몇 번이나 끄적이던 슬프디 슬픈, 그래서 행복한 동화이다. 몰래 물 1리터는 부어야 하는 짜디 짠 찌게, 너를 위해 만든 하얀 건반, 책갈피에 그려 넣은 만화, 이제는 기억 밑에 담겨진 그대를 위해 내가 준비하고 싶었던 바로 그 감성이 아니던가.

마지막으로 이 역시 말 많이 나오는 360도 트래킹 샷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구의원에게 얻어맞는 장면, 장혁이 차를 가지고 빙빙 도는 장면, 장혁이 차를 마련해 전지현을 빙빙 도는 장면, 그리고 바람 부는 방안에 전지현이 오열하는 장면. 모두 어떤 시작을 알리는 장면들이다. 구의원에게 당하는 전지현을 장혁은 관조하는 것이 아니라 전지현을 위협하는 상황을 입체적으로 느끼며 두렵고 외로운 그녀를 구할 사람은 자신 밖에 없다는 것을 감지하고 기지를 발휘해 못된 구의원에게 전지현을 구해낸다. 드디어 인연이 시작된다. 장혁이 마련한 차는 둘만의 여행을 갈 수 있는 계기이고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연인의 인연이 시작된다. 전지현이 오열하는 장면에서 360도 회전하는 카메라는 장혁 그 자체이며 죽음을 넘어선 인연이 시작된다. 이렇게 두 사람의 관계가 변화하는 장면에서 장혁의 눈으로 카메라는 빙빙 돈다. 바람처럼. 장혁은 곧 나이고 전지현은 곧 그대이다. 바짝 붙어 뱅글뱅글 도는 카메라는 전지현의 나르시즘이 아니라 장혁의 나르시즘이고 그래서 그대의 거울이 아니라 내 상상의 거울인 것이다.

이제 당신의 차례이다. 나의 혹은 우리의 감성을 인정해줄 차례이다. 감성에도 나름의 논리가 있는 법이다. 이성만 논리를 가진 것이 아니다. 선형이 아니라 나선형의 논리이다. 또 로맨스 영화라고 해서 무조건 너도 나도 척척박사인 연애 감성만 있는 것도 아니다. 여러 가지 맥이 있고 그 맥을 골라내 평가할 필요가 있다. 잣대가 하나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발끈하지 마시라. 당신이 메마른 것이 아니라 내가 혹은 우리가 과잉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혹은 우리는 감성에 충실하며 <여친소>를 즐기리라.

지금까지 왁자지껄하게 웃기고 질펀하게 울리는 영화 <여친소>, 혼자여서 더 외롭고 둘이여서 더 감사한 영화 <여친소> 이야기였다.

p.s : 곽재용 감독이 이 글을 읽고 뭔 소리냐, 하면 어떡하지? 음하하하, 알 게 뭔가. 난 티켓 끊어서 샀는걸. 내 좋을 대로 이해하고 즐기고 지지할 권리를 산 것을.

맥스무비 / 김형호 기자 dajoa@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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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2004, Windstru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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