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플리 in Novel
차가운 어둠의 미학의 숭배자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대표작 <리플리> 시리즈의 주인공 톰 리플리는 모국인 미국에서보다 영국과 유럽에서 더 사랑받은 작가의 운명과 닮아있다. 레즈비언으로 알려진 패트리샤 하이스미스는 리플리 시리즈의 첫 번째 소설 <다재다능한 리플리씨 The Talented Mr. Ripley>를 1955년 선보인 이후, 유럽 곳곳을 옮겨 다니며 작품을 발표했다. <리플리> 시리즈에는 이런 그녀의 성정체성과 여정이 녹아들어 있어, 톰 리플리라는 평범한 청년이 신분상승을 기도해 부잣집 아들인 친구를 죽이고 그의 자리를 차지하는 완전범죄 이야기로 시작, 이후 유럽을 돌아다니며 범죄행각을 저지르는 <리플리 언더그라운드 Ripley Under Ground>, 리플리의 결혼 이후 이야기가 그려지는 <리플리스 게임> <리플리를 쫓는 소년 The Boy who Followed Ripley> <리플리 언더워터 Ripley Underwater>로 종결된다. <리플리> 시리즈가 달고 다니는 동성애 논란, 그가 저지르는 범죄의 근본적 원인인 끊임없는 콤플렉스는, 자신을 낳은 어머니와 미국에서 인정받지 못한 작가 자신의 배경과 성적 취향과 맞물려져, 리플리가 하이스미스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임을 짐작케 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리플리라는 인물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양심’에 대해 일말의 관심도 보이지 않는 그의 비정한 태도 때문이다. <리플리스 게임>은 후기 리플리 시리즈 중 가장 높은 완성도를 가졌다고 평가받고 있으며 소설 속 리플리는 완벽한 안티히어로의 모습이다. 그가 저지르는 범죄를 도덕적으로 용서할 수 없지만 동시에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재미가 바로 리플리의 매력이며, 만약 리플리에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당신 안에 있는 또다른 리플리가 반응했기 때문일 것이다.
# 리플리 in Film
빔 벤더스는 “만일 내가 모든 문학작품 중에서 가장 영화화하고 싶은 작품을 고를 수 있다면 그것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작품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패트리샤 하이스미스는 유난히 영화와 인연이 많은 작가이다. 데뷔작 <열차 위의 이방인>은 알프레드 히치콕에 의해 영화화되었으며 끌로드 샤브롤 감독의 <올빼미의 울음> 역시 그녀의 작품이 원작. 그리고 대표작인 <리플리> 시리즈는 영화화될 때마다 새로운 해석의 전혀 다른 리플리가 탄생했다. 1960년 가장 먼저 만들어진 르네 끌레망의 <태양은 가득히>의 리플리는 바로 위험할 만큼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알랭 드롱. 야망을 채우기 위해서라면 어떤 짓도 할 수 있었던 매력적인 청년 리플리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아름다운 주제음악과 함께, 완전범죄의 성취감에 가득찬 알랭 드롱의 표정과 멀리서 그를 체포하기 위해 달려오는 경찰을 교차하며 인상적인 라스트신을 남겼다. 1974년 빔 벤더스는 그토록 갈망하던 <리플리스 게임>의 판권을 구입, 영화 <미국인 친구>를 만들었다. 브루노 간츠가 리플리 역을 맡은 이 작품은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최고의 미학적 성취를 이루어냈다는 평가를 얻었다. 1999년 기네스 팰트로, 맷 데이먼, 주드 로라는 최고의 캐스팅으로 제작된 안소니 밍겔라의 <리플리>. 이 작품에서는 이제까지의 잔혹한 리플리와는 달리 손대면 깨질 것처럼 두근거리는 심약한 리플리를 창조해내며 맷 데이먼의 배우로서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 이처럼 <리플리> 시리즈는 선과 악의 모호함과 인간의 콤플렉스를 스릴러라는 장르를 빌어 매번 새로운 해석과 함께 우리를 즐겁게 해왔다.
# Production Note
조종하는 자와 조종당하는 자. 어느 쪽이 절대선이며 절대악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상황을 그리는 <리플리tm 게임>을 연출할 감독의 자리에 극단적 상황에 몰린 인간의 심리에 대한 탐구를 계속해왔던 릴리아나 카바니 이상의 선택은 없을 것이다. 1974년 <비엔나 호텔의 야간배달부>로 전 나치장교와 수용자 사이의 사도마조히즘적인 관계가 시간이 지나 사랑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충격적으로 표현하며 유명세를 탄 카바니 감독. 그리고 그와 오랫동안 작품을 함께해온 촬영감독 알피오 콘티니는 <리플리스 게임>을 만들기로 결정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주인공 톰 리플리 역을 찾았다. 그리고 낙점된 배우가 바로 존 말코비치. 이미 리플리에 매료되어 스스로 연극을 연출함은 물론 <태양은 가득히>의 판권마저 구매하려 했던 그가 합류함으로써 영화는 완벽한 모양새를 갖추었다.
베를린, 이태리, 프랑스를 이어가며 유럽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한 영상 위에 마지막날개를 달아준 것은 바로 <시네마천국>의 서정적인 멜로디로 유명한 엔리오 모리꼬네. 360편에 달하는 영화음악 작업을 통해 음악으로 영화를 서사하는 힘을 보여준 엔리오 모리꼬네의 음악은 하프시코드의 선율 위로 영상을 능가하는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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