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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수다회] 유종의 미는 거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2022년 6월 9일 목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목요수다회]는 무비스트 기자들이 같은 영화(시리즈)를 보고 한 자리에 모여서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코너입니다. 관람 후 나눈 대화인 만큼 스포일러가 잔뜩 포함돼 있으니 관람전 독자는 열람에 주의해주세요!

공룡은 뒷전?

금용 <쥬라기 월드> 1편의 감독인 콜린 트레보로우가 다시 메가폰을 잡았어요. 코미디도 들어가고, 휴머니티도 있고 무엇보다 공룡이 있으니 가족 영화로 딱 적합하다 싶더군요. 특히 남자아이 있는 집이라면 더욱더요. 공룡의 CG야 뭐 <쥬라기 월드>(2015)부터 워낙 고퀄이라, 막 향상됐다고는 못 느꼈어요.

은영 개봉 첫날인 선거일(1일) 딱 하루만 <범죄도시 2>를 누르고 1위에 올랐어요. ‘하루 천하’라고 할까요. 기대만큼의 파괴력(?)을 보이진 못한 듯요. 입소문을 제대로 타지 못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재미있기보다 감동이었어요.

금용 <쥬라기 공원>(1993)은 어릴 때 봐서 그런지 굉장히 공룡이 무서웠거든요. 근데 이번에 무섭기보다 웃긴 거예요! 공룡 비주얼도 덜 무섭고 되게 웃겨졌어요. 특히 울버린 같은 긴 세 손가락을 가진 공룡, ‘테리지노사우루스’가 그 대표예요. 또 마지막 기가노트사우루스와 티라노사우루스가 격돌하는 장면도 클라이맥스이자 백미일 텐데 긴장감 있기보다 좀 웃긴 거예요. 다층적인 재미보다는 코믹한 가족 드라마 느낌이더군요.

재하 다층적인 재미가 부족했다는 것 받고! 갈등의 각이 선명하지 못하고 분산된 점 또한 재미를 반감시킨 것 같아요. 그러니까 사람 대 공룡의 갈등&대결 구도가 모호하다고 느꼈어요. 메인 빌런이 사람인지 공룡인지가 분명하지 않으니까, 쉽게 말해서 선과 악이 부딪쳐야 갈등의 수위가 높아지는데 인물들이 싸우는 대상이 분산된 거예요. 그러다 공룡끼리 밑도 끝이 없이 싸우니 긴장감이 좀 떨어지더라고요. 게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쓰러진 공룡이 눈을 뜨는데 공룡에도 서사를 부여하는 듯해 헛웃음이 나면서 시리즈를 끝낼 마음이 없구나 싶어 순간 확 맥이 풀리는 느낌을 받았어요.

금용 사실 공룡의 비중이 좀 적었어요. 인간과 메뚜기의 비중이 커졌는데, 슈퍼메뚜기 역시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됐으니 결국 인간의 비중이 커졌다고 봐야죠. 또 영화가 이런 탐욕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은 건 알겠는데 이게 부각되다 보니 장르적 재미가 떨어진 점도 있어요. 장르적 재미와 메시지가 나란히 가지 못한 거죠. 그리고 캐릭터도 딱히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아서 어른 입장에서는 영화의 매력을 반감한 요소가 아닐까 합니다.

은영 오죽하면 ‘메뚜기 월드’라는 관객도…. 공룡보다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낸 게 메뚜기가 아니었나 싶어요. 평소에 곤충을 무서워해서 그런지 등장할 때마다 정말 공포였어요. 사실 <쥬라기 월드>(2015)부터 스토리를 비롯해 탄탄하게 짜인 영화는 아니었죠. 컴백한 공룡들이 반갑긴 했지만요. 저도 이번엔 공룡들끼리 또 공룡과 사람이 반복적으로 싸우는 데서 좀 지루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어요. 그리고 원조 멤버인 ‘엘리&앨런’ 박사(로라 던, 샘 닐)를 팬 서비스 측면에서 소환한 것 같은데 전 때때로 두 사람 간에 흐르는 감정선이 참 분위기 깬다고 느꼈어요.

공존일까?

금용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한국이 전 세계 최초로 개봉했는데요, 그것도 10일 개봉하는 북미보다 9일이나 빨리요. 아직 북미는 개봉 전이지만, 올라온 평을 보니 상당히 안 좋아요. 몇 건 안 올라온 어제까진 그래도 로튼 신선도 지수가 높았는데 오늘 보니 44%... 썩토예요.

재하 역시! (웃음) 전 보면서 어린이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싶던데요. 메뚜기가 등장했다가 사라지고 갑자기 공룡이 나타나고. 개봉날인 1일에 다른 영화를 보러 영화관에 갔는데 굉장히 어린 관객이 많았거든요. 아마 이 영화를 보러 온 듯한데 나가면서 영화에 관해 한마디씩 하는 게 보통이잖아요. 근데 그런 어린이들이 별로 없는 거예요. 아이들의 시선에선 조금 복잡하게 만들지 않았나 싶어요.

은영 아, 지못미… 첫 공개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킨 <쥬라기 공원> 시리즈와 2015년 재탄생한 <쥬라기 월드> 시리즈의 가장 큰 차이점을 꼽는다면, <쥬라기 월드>에서는 인간과 공룡의 교감이 시작됐다는 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금용 크리스 프랫이 ‘블루’등 랩터를 훈련시키는 장면, 그러니까 공룡과 교감하는 장면인 일명 ‘기다려’ 짤, 유명하죠. 개인적으로 크리스 프랫이 주인공으로 나오면서 뭔가 좀 코믹해진 느낌이에요. 그런데 이번엔 그의 활약이 좀 약한 인상이었어요.

은영 ‘기다려’ 장면, 이번에도 나오잖아요, 거의 시그니처라고 봐야죠. 전편에서 ‘오웬’(크리스 프랫)이 랩터를 훈련시키는 예전 영상을 보고 블루를 그리워하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이때 블루가 앞장서서 형제들에게 (오웬의) 말을 들으라는 듯한 행동을 해요. 어찌나 귀엽던지! 이번엔 블루가 너무 조금 나와 아쉬웠어요.

재하 대신 블루의 새끼가 나오잖아요. 오웬과 그 일행이 새끼를 구하러 가고요. 다만,중간에 새끼가 사라졌다가 나중에 등장한 건 아쉬웠어요. 그리고 한 방에 새끼를 구하는 것도요! 한번정도 실패할 법하지 않나요?

은영 뭐 아쉬운 점은 많지만, 그럼에도 3부작을 관통하는 주제인 ‘멸종된 공룡을 복원한 인간의 탐욕과 공존의 모색’이라는 화두의 대미로써는 괜찮았다는 생각이에요. 전편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2018)의 말미에서 인간 세상으로 흩어진 공룡들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지 굉장히 궁금했거든요. 근데 엔딩에서 다른 동물과 더불어 사는 공룡의 모습을 포착하잖아요. 초원을 달리는 한 무리 동물들 사이에 공룡이 있고, 또 하늘의 새 떼 옆에는 익룡이 날고 있죠. 그걸 보니 뭔가 스멀스멀 감동이. (웃음) 뭐, 판타지죠.

금용 그 장면은 마치 필터를 씌운 듯 뽀샤시한 느낌이라 어딘가 이질감이 들던데요. 앞서 실컷 어두운 화면에 공룡들이 싸우다가 장면 전환이 너무 빨라서 그런지도요. 그리고 엔딩에서 공존을 말한다고 하지만, 과연 진정한 공존인지 생각하게 해요. 원래 생물학적인 본능에 따르면 공룡은 먹이사슬의 상위 포식자로 인간은 공룡의 먹이잖아요. 인위적인 개입이 없이는 평화로울 수가 없죠.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알겠는데 본질적인 의미의 공존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더군요. 사실 이 모든 게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한 거니 인간이 벌,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조금 했거든요.

은영 어떤 말인지는 알겠네요. 그런데 인간은 지금도 야생동물과 함께 살아가고 있지 않나요? 인간의 곁에서 사는 동물도 있고 또 자기들만의 서식지에서 사는 동물도 있죠. 저는 엔딩 장면이 시리즈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너무 잘 표현했다고 생각했어요. 인간이 공룡을 길들인다는 데서 오는 ‘공존’이 아닌, 더불어 산다는 의미의 ‘공존’을 보여주니까요. 여하간 판타지! (웃음) 어쨌든 인간의 욕심으로 강제 복원된 공룡이 지구라는 생태계의 일원이 돼서 살아간다는 그런 해석이 너무 좋았어요.

최애장면!

금용 전 <쥬라기 공원>에 향수가 있어서 그런지 원년 멤버인 ‘엘리&앨런’ 박사가 재등장해서 좋았어요. 가족 단위로 영화를 관람할 경우, 부모가 <쥬라기 공원>을 보고 자란 세대라면 ‘저 박사들이 1990년대 원조 시리즈 주인공이었어’ 등등 대화거리가 더욱 풍성하지 않을까요. 또 ‘쥬라기’ 시리즈를 마무리 짓는 차원에서도 그들을 소환한 건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최애 장면은 ‘티라노사우르스’가 등장할 때요. ‘드디어 나왔다’ 했어요. 누가 뭐래도 공룡 하면 티라노 아닌가요.

재하 음…각각의 캐릭터가 지닌 장기랄지 특출한 면이 있어야 그가 어떤 활약을 할지 예상가능한데 이번엔 그게 명확하게 보이진 않았어요. 그런데 중반부쯤 ‘오웬’ 일행과 얼굴 빨간 익룡과의 빙판 위 싸움 시퀀스는 본 순간 ‘이거 그림 죽이네’ 했어요. (웃음) 생과 사를 놓고 그야말로 본능적으로 싸우는데 이번 영화에서 뽑아낼 수 있는 가장 큰 갈등의 맥락이 아닐까 싶어요. ‘쥬라기 월드’라는 제목과 꼭 부합하는, 토를 달 수 없는 명장면이라고 생각해요. 영화 외적으로 좋은 점은 팬데믹이 종착역에 다다른 지금 이 시기에 딱 어울리는 대작이 아닌가 해요. <범죄도시 2>가 15세 이상 관람가라지만, 어린이나 가족용은 아니기 때문에 관객 입장에선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졌으니까요.

은영 젤 기억에 남는 장면은 방치된 듯한 차인지 트레일러인지 그 안에서 블루가 자기 새끼를 찾는 장면이에요. 엄마가 된 블루가 그 안에서 두리번두리번 하니 새끼가 숨어있다 튀어나오잖아요. 지금 생각해도 귀엽네요!


2022년 6월 9일 목요일 | 글 박은영 기자(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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