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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들린 집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장화, 홍련’ 촬영 현장 공개 | 2003년 1월 14일 화요일 | 구교선 이메일

2003년 1월 13일, 양수리 종합촬영소 2세트 217호. 문을 열고 들어가니 목재로 된 집 한 채가 눈에 띈다. 여기저기 날리는 톱밥과 먼지들을 뒤집어쓴 채 오토카니 서있는 이 집. 아기자기한 외관에도 불구하고 정작 어둑한 실내는 야릇하고 기묘한 서늘함이 감돈다. 무언가가 뒷덜미를 갑자기 잡아챌 것 같은 알 수 없는 긴장감과 머리를 쭈뼛하게 하는 귀기가 서린 이 곳은 최근 <쓰리>로 공포영화에 한발 다가선 김지운 감독이 고전 소설을 재해석해 만들고 있는 가족 괴담 <장화, 홍련>의 세트장이다.

‘하우스호러’라는 장르에 염두를 둔다면 바로 눈치챘겠지만, <장화, 홍련>의 가장 중요한 주인공은 바로 이 ‘귀신들린 집’이다. 영화의 촬영분 중 80%가 이 세트와 보성의 오픈세트에서 촬영된다고. 그래서인지, 구석구석마다 스탭들의 세심한 손길이 느껴진다. ‘귀신들린 집’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선택한 테마는 낡았지만 고풍스러움이 느껴지는 ‘엔틱(antiquity)’. 세월의 나이가 느껴지는 가구들 속에 스며든 인간, 특히 한 가족의 역사를 가장 잘 나타냈기 때문이 아닐까. 다리가 휜 탁자와 비로드 소파는 물론 조각상과 벽에 거는 미술품, 방마다 다른 벽지까지 하나 하나에 신중을 기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시대를 정확히 구분할 수 없게 꾸며진 실내는 화려한 아름다움과 동시에 묘한 귀기를 뿜어낸다. 가족이 모두 모이는 공간인 식탁과 주방은 특히 많은 공을 들였다고. 약재사 무현(김갑수 분)의 서재 역시 피묻은 솜과 깨어진 유리창, 나뒹구는 의자로 이 곳에서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음을 암시한다. 세트만 봐도 이렇게 섬찟하니 정말 ‘하우스호러’ 답다.

무엇보다도 이 귀신들린 집을 더욱 신비한 분위기로 만드는 것은 바로 방마다 다른 조명과 색천을 사용해 만들어지는 엠비언스. 각 인물들의 방 천장에 그에 맞는 색의 천을 덮고 그 위로 조명을 뿌려 일종의 필터링을 거침으로써, 인물의 스킨톤과 방 벽지의 색깔이 전혀 다른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도록 하는 효과를 활용하고 있다. <장화, 홍련> 제작팀이 특허를 내야겠다고 말할 정도로 자부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쓰리캠과 지미집을 활용한 공간성을 위해 1층과 2층을 연결해서 짓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날 촬영된 장면은 ‘장화’로 대표되는 인물인 언니 수미(임수정)가 ‘홍련’인 동생 수연(문근영)이 집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을 알고 찾아다니던 중 거실 복도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커다란 포대기를 발견하고 공포를 느끼는 장면이다. 어린 신인 배우답지 않게 복합적인 내면 연기를 보여주는 임수정은 상당히 롱테이크임에도 불구하고 몇 번의 NG없이 김지운 감독의 OK 사인을 받아내어 취재진들의 사랑(?)을 받기도 하였다. 기나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감독과 배우들의 귀신들린 집의 거실에 모아두고 간단한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Q. <장화, 홍련>은 어떤 영화인가?
A. 김지운 : 원소설은 권선징악을 다룬 계모형 소설이다. 그러나 이 모티브를 현재로 가져와 재구성 하면서 인간의 죄의식, 돌이킬 수 없는 순간에 대한 두려움 등을 중심으로 하는 공포물로 만들게 되었다. <엄마없는 하늘 아래>의 호러버전이라고나 할까.(웃음) 물론 오락영화이다.

Q. 오늘 촬영한 장면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A. 김지운 : 영화의 3분의 2 정도 되는 부분으로 결말로 가는 클라이막스의 도입부이다. 사라진 동생을 찾던 수미가 피묻는 포대기를 발견하고, 그 포대기에서 동생의 흔적을 느끼게 되면서 공포를 느끼고 파국이 시작된다.

Q. 시대를 정확히 가늠하기 힘든 소품들을 사용한 이유는?
A. 김지운 : 현대로 가져온 이야기이긴 하지만 시대적인 것을 뚜렷이 한다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있었다. 정확히 어느 시기라는 것이 중요하기보다는 전체적인 영화 분위기에 맞추어서 소품을 사용했다.

Q. 공포물인데 CG의 사용은 얼마나 되는지?
A. 김지운 : 제작비가 허용하는 한 많이 쓰고 싶다.(웃음) 그러나 사실은 아날로그적 느낌을 더 좋아한다. 인물의 심리적인 표현, 즉 강박관념 같은 표현을 위한 비주얼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CG가 특별히 많지는 않고 그런 표현들은 카메라 앵글로 대체할 예정이다.

Q. 영화속에서 ‘가정’이 공포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A. 김지운 : 가장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의 두 자매가 커다란 비극을 겪으며 자기 통제와 억압을 하면서 세상과 성장에 대한 공포를 겪게 된다. 치유되지 않는 상처를 지닌 가정은 비극적인 파국을 잉태하게 되고 가장 근본적인 것(가정)이 훼손되면서 공포가 생겨난다.

Q. 각 인물들의 역할 소개를 부탁드린다.
A. 김갑수 : 두 딸을 둔 아버지 ‘무현’ 역할이다. 두 딸과 새엄마 사이에 갈등이 커지지만 성격이 우유부단하여 결국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가정을 책임진 무능한 가장이다.
염정아 : 큰 딸들이 있는 집에 새엄마로 들어와 완벽한 가정을 꾸미고 싶어하는 ‘은주’ 역이다. 그러나 아이들도 남편도 도와주지 않으면서 갈등을 겪고 약간 이상한 행동을 하면서 공포를 만들어낸다.
임수정 : 장화의 ‘수미’역이다. 새엄마를 미워하고 동생을 지키려고 한다. 새엄마를 좋아하는 아빠에게 실망감을 가지고 있는 소녀이다.
문근영 : 홍련의 ‘수연’역이다.

Q. 연이어 약간 무서운 작품에 출연하고 있는데 출연동기는?
A. 염정아 : 원래 무서운 것은 싫어하지만 캐릭터에 대한 매력과 김지운 감독님의 대한 매력 때문에 출연하게 되었다. 좀 망가지게 되는데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다.

Q. ‘장화’와 ‘홍련’ 역에 두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는?
A. 김지운 : ‘장화’ 역 오디션을 볼 때 살아가면서 적개심이나 죄의식을 느낀 적이 있는가 라는 질문을 했었다. 그 때 가장 명확하게 답변을 했던 친구가 수정이었다. 근영이의 경우, CF에서 보여준 표정이 좋게 느껴져서 캐스팅했다.

Q. 국내에서 아직 정착되지 않은 ‘호러’ 장르라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는지?
A. 김지운 : 있다. 관객들이 허리우드 공포스타일에 익숙한 것도 걱정된다.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고 사실 작품을 찍으면서도 그 부분을 가장 많이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은 영화의 완성도에 따라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따라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귀신들린 집’의 결말에 대한 궁금증과 화려한 세트에 매혹되어 세트장을 떠나는 발길이 차마 떨어지질 않게 한 최초의 한국형 하우스호러 <장화, 홍련>. 현재 60%정도 촬영이 끝났으며 다가오는 봄, 5월경에 공개될 예정이다.

취재 : 구교선
촬영 : 안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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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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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7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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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셔라~~   
2008-01-06 21:59
ldk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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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2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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