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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영화는 환상의 ‘궁합’
2005년 2월 12일 토요일 | 협객 이메일


와인이 곁들여진 로드무비 형식의 영화 <사이드웨이>를 보는데 당혹감과 낭패감이 엄습했다. ‘무식’이 자본이고 ‘술’이란 그저 마구 들이 삼키면 된다는 주도문화를 옹호하는 30대의 한량으로서 팔자 좋게 와인 여행을 떠나는 못생긴 남자 주인공 둘을 보자니 이런 불편함이 어찌 아니 생길 수 있겠는가? 그래도 호들갑 하면 남한테 안지는 할리우드에서 만장일치로 “올해 최고의 영화네” 하면서 관객과 평단을 매료시켰다고 하니, 옆 사람한테 나의 무식이 들킬세라 조심하면서 영화를 보지 않고 ‘경청’할 수밖에.

와인에 정통한 이혼남 ‘마일즈’와 와인이라면 필자처럼 무식깡통이지만 여자에 관한 건 박사학위 수준의 ‘잭’. 이 둘이 나누는 대화 속에 어디 가서 잘난 척할 때나 여자 꼬실 때 써먹을 수 있는 와인에 관한 유용한 정보가 다량 함유되어 있다. 이런 얄팍한 연유로 인해 필자 자막을 열심히 읽어댔다. 그러나 두뇌가 스펀지가 아닌 이상 마일즈와 잭 그리고 그들의 여자친구들이 쏟아내는 와인에 관한 정보는 곧 용량초과의 빨간 경고신호를 보내게 만든다.

별다른 사건 없이 와인 농장탐방기가 영화의 큰 기둥이니 슬슬 지겨워지는 것도 당연. 역시 와인보다 한국 사람에게는 소주가 최고야 하고 판단 내린 순간, <사이드웨이>는 우리의 인생이 토양 따라 햇빛 따라 그 맛과 향이 달라진다는 와인과 닮았음을 반론한다. 영화에서 ‘와인’은 분명 마일즈와 잭의 분신 같은 또 다른 주인공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름도 모르고 그 맛도 모르는 와인에 관한 이야기를 주의해서 들을 필요는 없다. 그저 마일즈가 안내하는 대로 따라가면 아무 것도 해 논 것 없고 이루어 논 것 없는 비루한 내 인생을 충분히 ‘위로’ 받을 수 있기에 자신있게 하는 말이다.

<어바웃 슈미트>에서 외롭기에 이기적일 수밖에 없는 중산층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우리에게 알려진 ‘알렉산더 페인’ 감독은 영화 속 인물에게 사회성을 부여하지 않는다. 즉, 세상과 화해하거나 타인의 삶을 이해한다는 식으로 카메라를 인물 주변에 배치하지 않는다. 단지 따듯한 시선으로 관찰자적인 입장을 일관함으로써 근접한 일상을 잡아낼 뿐이다. <사이드웨이>에서도 감독의 이런 특징은 여전하다. 마일즈와 잭이 일으키는 작은 소동은 인위적이지 않을 뿐더러 우습지도 않다.

그러나 유부녀와 화끈하게 즐기려다 한밤중에 나체쇼를 벌인 잭의 소동 극에서 또는, 이혼한 아내가 재혼했다는 소식에 그 몸매에 와인 병을 나발 불면서 포도원을 질주하는 마일즈의 모습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은 우리 인생의 실수담과 닮아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처럼 감독은 우리의 삶이 와인과 같음을, 꼭 그것이 유명하고 비싼 고급 와인은 아니더라도 본인만이 그 맛과 가치를 알고 있는 이름 모를 와인임을, 그래서 누구나 각자 와인처럼 향기로운 인생을 살고 있음을, 잭과 마일즈의 여행길에 자연스레 동승시킨다.

영화는 어차피 최고가 될 것도 아니면서 한 길만 죽어라 달리는 우리에게 ‘샛길’이 맛과 깊이를 좌우하는 인생의 지름길이 될 수 있음을 충고한다. 이렇듯 ‘감상적’인 깨달음만으로도 <사이드웨이>는 영화가 갖추어야 할 미덕이 충만한 영화다. 달리 말해, 엄마 지갑에서 쌈지 돈 훔쳐 사치스런 와인 여행을 떠나는 마일즈가 소개한 와인이름 못 알아들어도 큰 손해 없다는 말씀.

허나, 졸업과 입학 시즌이 다가오고 커플 호주머니에서 돈 빼내는 ‘발렌타인’, ‘화이트 데이’가 코앞으로 다가온 요즘, 무언가 특별한 만남과 추억을 남기고 싶어 이벤트를 준비하는 사람이 있다면, ‘와인’의 유혹은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마일즈와 잭, 스테파니, 마야가 적극 추천한 와인 정도는 영화에 나왔으니 기왕지사 알고 지나가자. 또, 우리 스타일이 모 하나 주워들은 것 있으면 꼭 써먹어야 직성 풀리는 사람들이니, 이번 참에 달콤한 그를 위해, 새콤한 그녀를 위해 와인 한 번 쏘자!

와인에 취한 그녀가 보고 싶다.

요즘 같을 때에는 가장 만만한 데이트 코스가 극장이다. 개봉하는 영화도 취향 따라 골라 볼 수 있을 정도로 가짓수도 많고 주변에 유흥 시설이 잘돼 있어 분위기만 제대로 타면, 당신의 앙큼한 소망(?)도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다. 그 무드를 만들어 줄 수 있는 필수재료가 바로 ‘와인’이라는 말은 두 말하면 잔소리이다. 붉게 채워진 잔 너머로 붉은 그녀의 입술을 은밀하게 감상하는 순간, 없던 사랑도 절로 생긴다. 하지만, 특별한 날인만큼 영화도 신중하게 골라야 함을 잊어서는 아니 된다. 와인은 다른 일반적인 술 보다 ‘궁합’을 중요시 여기는 까다로운 술이기 때문이다. 영화에 따라 그에 걸맞은 와인을 마셔야, 지치지 않고 사랑을 표현(어떻게?^^)하는 밑바탕이 깔린다. 그럼 일단 어떤 영화를 볼지 골라보자.

● 화끈하게 놀기 좋아하는 와인초보 ‘잭’이 추천하는 와인과 영화.

여자 좋아하고 허풍쟁이이지만 잭은 마초적인 남성은 아니다. 대신, 친구와 여자를 위해 취미에도 없는 와인을 마시면서 분위기를 즐겁게 이끌 줄 아는 사려 깊고 유쾌한 남자다. 무모할 만큼 뻣뻣한 구석도 있지만 화끈하게 시간을 즐길 줄 아는 잭이 추천하는 와인은 그래서 '까베르네(Cabernet)'다.

☞ 품위를 버리지 않는 와인, ‘까베르네(Cabernet)'

까베르네 소비뇽이라는 포도로 만들어진 와인을 일컫는다. 프랑스 보르도 지방이 원산지인데 지금은 칠레, 미국 등, 전세계에서 재배하는 만큼 대중적인 와인으로 자리 잡았다. 칠레에서 생산한 값싸고 질 좋은 까베르네 와인이 국내에 많이 수입되어 지금은 어느 정도 와인을 마시는 애음가 사이에서는 입에 붙는 명칭일 것이다. 레드 와인의 동의어로 인식되는 까베르네 소비뇽은 대중적인 명성과는 반대로 그 맛에서 탄닌(tannin)이라는 성분 때문에 무겁고 떨떠름한 쓴맛이 강해 생초보가 먹기에는 불편한 면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인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미네랄이 풍부하여 우아하고 짙은 향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까베르네와 궁합 맞는 영화는?
끝까지 살아남는 자가 이기는 거다. <공공의 적2>

열혈검사 강철중(설경구)이 공공의 적 한상우(정준호)를 잡아 기어코 감옥으로 보낸다는 내용으로 스트레스 제로를 지향하는 작품이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누구나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는 스토리구성과 고난과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사건을 해결하는 강철중의 모습에서 까베르네의 특성이 보인다. 즐겁게는 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사회적 주제의식과 설경구의 소름끼치는 연기는 잘 돌보지 않아도 잘 자라 특유의 향과 멋을 뽐내는 까베르네 스타일이 묻어난다. 즉, 대중적이면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는 점이 <공공의 적2>와 까베르네의 닮은꼴.

고난이도 미션일수록 강해진다. <뉴 폴리스 스토리>

명절이면 생각나는 그때 그 사람, 성룡형님. 연세 지긋하게 드셨음에도 불구하고 에너저틱한 파워와 열정으로 젊은 우리를 기죽게 하는 그의 영화를 보노라면 ‘존경’의 마음이 절로 든다. 세계 어디에서도 특유의 성실과 노력으로 나이 60이 넘어도 액션배우로 성공가도를 달릴 것 같은 성룡이기에 그의 영화를 본 후 까베르네 종류의 레드 와인을 마신다는 것은 흥겨움을 배로 즐기는 현명한 방법 중에 하나 일 것이다.

● 인생을 고뇌하는 섬세한 와인 애호가 ‘마일즈’가 추천하는 와인과 영화.

소설가로 성공해서 이혼한 아내와의 재결합을 은근슬쩍 꿈꾸는 마일즈. 능력 없는 영어선생으로 남은 인생 살기는 싫은데 하는 일마다 뜻대로 되지를 않는다. 거기다 결혼을 1주일 앞둔 친구 잭은 가는 곳마다 말썽을 부리니 자기에게 다가오는 또 다른 사랑 마야를 미처 알아볼 겨를이 없다. 이렇듯 마일즈는 까다롭게 숙성된 피노(Pinot)의 맛은 눈치 빠르게 감별하면서도 관계의 고리는 못 푸는 인물이다. 와인을 애인 삼아 훌쩍 넘어버린 40평생을 후회만 하고 살아야 하나? 고이 모셔둔 1961년 산, 슈발 블랑(Cheval Blanc)을 함께 나누어 마시면서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길 기다린다.

☞ 삶의 적절한 비유, 슈발 블랑(Cheval Blanc)

슈발 블랑은 보르도에서 와인의 명가로 통하는 샤또 슈발 블랑에서 생산한 와인을 말한다. 특이할 만한 점은 이 지역에 세 개의 강이 관통한다는 것이다. 강의 특성에 따라 각각 재배하는 포도의 맛과 향이 틀리다는 점인데 따라서 와인도 그 맛에 있어 독특함을 자랑한다. 샤또 슈발 블랑은 돗도뉴(Dordogne)강 안에 위치하고 있다. 자갈과 모래 그리고 철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 토양 조건으로 인해 샤또의 와인은 질감이 좋으며 당도가 높다. 특히 ‘훌륭하다’는 찬사를 거침없이 받을 정도로 와인 슈발 블랑의 향은 그 명성이 자자할 뿐더러, 맛 또한 깊이를 알 수 없는 오묘함을 뽐낸다.

슈발 블랑과 궁합맞는 영화는?
삶을 충천해주는 42.195km의 완주. <말아톤>

신체나이 20대 정신연령 5세, 초원은 세상의 숫자로 계산해 따져보면 이상한 청년이다. 그러나 <사이드웨이>에서 마일즈도 40이 넘은 나이와 현재상황을 한탄하면서도 초원과 마찬가지로 현재에 멈추지 않고 미래로 달리고 싶은 꿈의 소유자다. 세상의 눈으로는 결코 ‘정상’이 아닌 초원이 심장이 ‘콩닥콩닥’ 뛰는 그 느낌이 좋아 ‘말아톤’을 포기하지 않는 모습에서 우린 되려 ‘위로’ 받을 것이다.

무언가 이루고 싶은데, 자꾸만 걸음을 잡아채는 과거에의 미련, 현재에 안주하라고 달콤하게 유혹하는 마음속의 그림자들 때문에 우리도 마일즈처럼 한심한 모습으로 있을 때가 많으니 말이다. <말아톤>은, 이런 우리가 잠시 초원의 백만불짜리 다리에 삶의 짐을 고민을, 대신 맡겨볼 수 있는 영화다. ‘슈발 블랑’의 취기에 용기 얻어 잠시만 초원에게 기대보자.

☞ 도전적인 와인, 피노(Pinot)

까베르네 소비뇽하면 보르도(Bordeaux) 와인을 떠올리는 것처럼 피노 누와(Pinot Noire)하면 프랑스의 부르고뉴(Bourgogne) 지방에서 생산한 와인을 떠올린다. 마일즈와 잭이 까베르네와 피노를 가지고 논쟁을 벌였던 것을 주의 깊게 들었다면 피노는 상당히 까다로운 조건하에서 만들어진, 즉 역경과 고난을 이겨낸 강인한 레드 와인임을 눈치챘을 것이다. 빛깔은 여린 붉을 색을 띠거나 체리 빛을 띤다. 풍부한 과일 향 뒤에는 신맛과 부드러움이 어울려져 상당히 복잡한 맛을 낸다. 피노의 이런 특성상, 도전적인 영화를 선택하는 것이 후회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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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와 궁합맞는 영화는?
대한민국 XX, ‘X'까라 그래! <그 때 그 사람들>

역사에의 왜곡과 장면 삭제 논란 그리고 배급사의 배급 포기 등, ‘외적’인 문제들로 말미암아 영화가 ‘거대’해진 적은 한국영화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다. 박정희 대통령 시해 당시의 주변 인물을 그렸다는 감독의 애초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영화는 한국 사회구조상 용납 될 수 없음을 이유로 팔 다리를 찢어내기에 이른다. 80년대 생들이 문화를 주도하는 세상에서 그들이 태어나기 이전의 역사로 인해 문화가 과거와 현재, 미래의 교차점에서 유린당하는 꼴이다.

영화로만 본다면, 감독의 곤조가 묻어있는 단순한 영화일 뿐인데 치열하게 무언가를 아는 척하면 말해야 하는 ‘사회적 강박증’이 영화를 보게 만든다. 역경과 고난을 버터내면서 가위질 당한 채로 꿋꿋하게 상영하는 <그 때 그 사람들>이 훌륭한 맛을 자랑하면서도 태어난 과정은 험난했던 와인 피노와 닮아있다. 영화는 영화일 뿐인데, 그것을 수용하지 못하는 시대에 대해 밤이 세도록 논쟁을 벌여도 시간은 여전히 부족하다.

● 삶의 꿈을 소중히 여기는 와인 매니아 ‘마야’가 추천하는 와인과 영화.

마야는, 마일즈가 와인을 빗대어 비루한 자신의 삶을 털어놓고 싶을 정도로 편안하고 따듯한 마음의 소유자다. 삶에의 긍정적인 시선은 와인으로 따진다면 맛과 향을 좌우하는 최고의 조건이자 미덕일 것이다. 마야는 이렇듯 자신의 삶을 최고로 숙성시키고 있는 중이다. 피들헤드 소비뇽 블랑은 이런 마야를 돋보이게 해주는 와인으로써 영화 속에서 제대로 빛깔을 뽐낸다.

☞ 한결같은 와인,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소비뇽 블랑은 지역 따라 그 이름이 다르게 불리는 화이트 와인이다. 예를 들자면, 이 포도 종의 명산지인 르와르의 뿌이유 슈르 르와르(Pouilly-sur-Loire) 마을에서는 '블랑 퓨메'(Blanc Fume)라고 불리고 미국에서는 '퓨메 블랑'(Fume Blanc)으로 이름짓기도 했다. 와인의 상식적인 특징은 포도가 재배되는 지역과 토양 그리고 기후여건에 따라 포도종이 같더라도 맛이 틀리나 소비뇽 블랑만큼은 조건을 불문하고 동일한 맛을 낸다는 것이 주목할만한 특성이다. 때문에 우리 주변에서도 소비뇽으로 만든 드라이한 보르도, 달콤한 소떼른 와인을 자주 접할 수 있다. 또한 훌륭한 품질에 비해 가격대비는 그리 높지 않아 가벼운 마음으로 와인의 향취를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 소비뇽 블랑의 가장 큰 매력이자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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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뇽 블랑과 궁합맞는 영화는?
진정한 사랑은 혈액형별로 다르지않다. <B형 남자친구>

와인하면 붉은 색이 떠오른다. 우리의 몸 안에도 붉은 피가 뜨겁게 흐른다. 또한 궁합~ 궁합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이 글에서 혈액형으로 커플 궁합을 점친다는 소재의 <B형 남자친구>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면 어찌 아니 섭섭하겠는가? 이기적인 B형 남자친구 영빈을 오매불망 사모해주는 A형 여자친구의 이야기.

그러나 와인이 몸에 좋다며 혼자 마시는 영빈을 보고 참을성 많던 하미는 결국 떠나버리는데. 결론이야 무조건 해피엔딩이지만 사려 깊고 따뜻한 마야를 닮은 하미가 이기적인 B형 남자친구에게서 진실한 사랑을 얻어내는 과정에 재미와는 상관없이 마음이 훈훈해질 것이다.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소비뇽 블랑과 가볍게 데이트 무드를 잡아주는 영화 <B형 남자친구>는 여러 면에서 궁합이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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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열이 넘치는 와인도우미 ‘스테파니’가 추천하는 와인과 영화.

예쁘지는 않은데 스테파니는 섹시해 보인다. 천박해 보이는 섹시함이 아니라 넘치는 에너지와 열정 때문에 얻은 ‘섹시’함이다. 조건 없이 사랑에 뛰어드는 무모함이나, 배신한 사랑에 화끈하게 응수하는 그녀의 삶에의 태도는 태양이 빚은 최고의 와인 리쉬부르(Richebourg)를 단박에 떠오르게 만든다.

☞ 태양의 걸작품, 로마네 꽁띠(Romanee-Conti)

도멩 드 라 로마네 꽁띠 (Domain de la Romanee-Conti)회사에서 생산하는 로마네 꽁띠는 세계에서 가장 희귀하고 비싼 레드 와인이다. 프랑스 리쉬부르 지역에서 생산한 포도로 만든 로마네 꽁띠는 <사이드웨이>에서는 ‘리쉬부르(Richebourg)’로 불린다. 이 와인은 피노 느와 품종을 기본으로 하여 양조해서 상상할 수 있는 한 가장 우아하고 귀족적인 와인이라 불린다. 높은 가격과 희귀성 때문에 누구나 맛 볼 수 있는 와인은 아니지만 인생을 최고로 살다 간 인물들을 그린 영화를 본 후, 꼭 한번 구경이라도 해보고 싶을 정도다. 최고에게는 최고가 어울리니 말이다.

로마네 꽁띠랑 궁합 맞는 영화는?
최고가 아니면 상대하지 않는다. <에비에이터>

인류역사상 인생을 가장 화려하게 살다간 미국의 억만장자 ‘하워드 휴즈’를 그린 실화영화다. 일반인은 상상할 수 없는 경지에서 성공과 실패 그리고 꿈을 쫓은 개인의 거대한 삶을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완벽하게 재현해낸 ‘걸작’.

한 인간의 개인사를 드라마처럼 따라가는 일반적인 영화와는 달리, 인물을 잡아내는 카메라의 구도와 컷의 전환에서 경외심과 거대함이 베어 나오게 한 감독의 역량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모성애를 자극하는 나약한 외모 덕에 훌륭한 연기력을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파워 넘치는 변신 또한 <에이에이터>의 백미. 스크린 속의 인물에 관객은 종종 동일화 현상을 일으키는 데, 이 영화만큼은 ‘하워드 휴즈’에게 자신을 대입해보지 못할 것이다.

마치 신 같이 삶을 살다간 개인의 역사에 대중의 역사가 함몰되는 듯한, 충격적인 소외감에 전율만을 얻는다. 이런 영화이니 와인 또한 ‘로마네 꽁띠’외에는 권할 만한 것이 없을 정도다.

장애를 극복한 자, 멋지게 인생 살다가다. <레이>

시각장애를 딛고 ‘영혼의 목소리’라는 칭송을 받으며 멋지게 인생을 마감한, ‘레이 찰스’를 회고한 작품이다. 장애를 가지고 그것을 극복하여 성공한다는 스토리는 할리우드 영화 시스템에서 단골로 쓰이는 영화 소재일 것이다. 그러나 영화 <레이>에는 이런 시스템에 대한 반감을 누그러뜨리게 하는 미덕이 존재하니, 바로 ‘솔직함’일 것이다. 냉정해 보일 정도로 차갑게 ‘레이 찰스’의 삶을 응시하는 카메라의 시선에서 내면의 문제까지 비치는 통찰력이 번득이기 때문이다.

정신적인 가난을 극복하고 물질과 정신, 양쪽으로 성공을 거둔 인물은 최고의 와인 로마네 꽁띠를 마실 권리가 스스로 주어진다. 평생을 가도 마셔보지 못할 와인이라는 생각에 섭섭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영화 <레이>를 보시라. 최고의 와인은 미래의 당신을 위해 미리 준비해 둔 ‘성찬’임을 깨달을 것이다.

영화 <사이드웨이>에서 나온 와인을 가지고 그에 어울리는 영화들을 몇 편 간추려보았다. 그러나, 발렌타인 날 사랑하는 여인과 좋은 영화 한편 관람하고 와인까지 마시면서 무드 잡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또한 이 글에서 소개한 와인은 대부분 고급와인이라 한번쯤 시도는 해 볼 수 있겠지만 아마 기둥뿌리 뽑히는 소리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 인터넷도 뒤져보고 발 품도 팔아 대형 할인마트에서 판매하는 싸고 맛있는 와인으로 당신만의 이벤트를 준비하는 게 좋을 듯. 싸구려 와인도 진실한 마음과 정성이 안주로 제공되면 최고의 맛을 선사해준다. 값비싼 고급 와인도 거지같은 자리에서는 거지같은 맛을 낸다고 하니, 와인의 가치는 여기에 있을 듯하다.

마지막으로 다른 영화의 맛과 향마저 살려준 영화 <사이드웨이>는 결정론적인 입장으로 삶을 바라보지 않는 감독의 시선 때문에 4명의 주인공에게 각각의 맛과 향을 베어 나오게 하여, 관객마저 그 맛에 취하게 만든다. 이 기분 좋은 ‘취기’에 당신도 맘놓고 취해 보시길...

37 )
dktldk7
와인~와인~와인~   
2005-02-15 01:27
a1046
와인 시사를 했다는 얘길 들었는데.. 참 기발하다 생각했죠.
와인과 영화는 닮은점이 많으니까요.~   
2005-02-14 21:55
djaak1313
와인먹으러 가야겠다. ㅋ   
2005-02-14 21:20
movierudals
그유명한 영화 드뎌 한국에 상륙   
2005-02-14 21:01
jm0819
와인과 함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면 좋겠네요   
2005-02-14 17:25
kong7778
와인에 맞는 영화라..흥미롭군요~!!   
2005-02-14 03:23
siena2000
 <그 때 그 사람들>이 훌륭한 맛을 자랑하면서도 태어난 과정은 험난했던 와인 피노와 닮아있다? 이 분석은 좀..그렇네요..그 영황에서 훌륭한 맛을 느끼지 못한 저로선.. 이 분석으로만 본다면 피노는 별로 먹어보고 싶지가 않군요.. 하지만,독특한분석 멋집니다.. 색다른 접근 훌륭합니다.. 영화의 평은 누구나 다를수 잇으니까요..   
2005-02-14 03:19
pinkberry10
와인한잔에 영화감상...좋겠네요   
2005-02-13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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