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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사랑, 그리고 사람, 모두 엄마에게 배운다 연극 <엄마를 부탁해> 김여진
엄마를 부탁해 | 2010년 11월 11일 목요일 | 김한규 기자 이메일

어제 연극을 봤다.
어떻게 봤는지 궁금하다.

음, 뭐랄까 남자인 나로서는 불편한 자리였다. 대부분 관객들이 여성들이라서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모정이라는 두 단어가 가슴을 움직였다. 눈물은 안 흘렸지만.(웃음)
그런가!(웃음) 일단 연극을 잘 봐줘서 고맙다.

근데 생각한 거 보다 극장이 넓어서 안타까웠다. 무대에서 공연하는 배우들의 어려움이 크겠다.
조금, (손을 절래 흔들며)아니 많이 힘들다.(웃음) <엄마를 부탁해>는 디테일한 감정을 드러내야 하는 작품이다. 다른 연극보다는 대사가 굉장히 드라마틱하지 않다. 오히려 극적인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건조한 느낌마저 든다. 그 대신 표정으로 각 상황의 감정을 전달한다. 하지만 무대와 객석이 떨어져 있어서 감정을 전달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무대가 큰 만큼 많은 관객들과 호흡할 수 있다는 점은 좋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라는 대사로 시작한다. 근데 첫 시작의 호흡이 빠르더라.
허수경씨와 더블 캐스팅이라 객석에서 연극을 본 적이 있다. 그 때 보니까 호흡이 빠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무대에서의 연기가 객석에 전달되는 시간적 길이가 있다. 아직 공연 초반이라 무대와 객석간의 거리와 감정전달에 미흡한 점이 더러 있다. 연습실에서 맞춘 배우들과의 호흡을 위주로 하다 보니 첫 장면의 호흡이 빨라 보인 것 같다. 지금은 조금씩 조정을 하고 있다. 근데 초반 장면 같은 경우는 엄마를 잃어버렸다는 느낌을 전하기 위해 빠르게 돌아가고, 정신없는 분위기가 맞다. 그래서 연습할 때 감정보다는 대사를 툭툭 던진다는 느낌으로 호흡을 맞췄다.

연극을 하기 전에 신경숙 작가의 원작을 읽은 적이 있나? 읽었다면 원작과 시나리오를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점이 있던가?
먼저 신경숙 작가의 원작을 감동적으로 읽었다. 근데 이제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슬픈 게 싫더라.(웃음) 소설이나 영화도 그렇고 너무 많은 사람들을 울리는 이야기는 외면하고 싶다. 그런 와중에 <엄마를 부탁해>를 읽을까 말까 정말 많이 망설였다. 그러나 읽어보니 다른 작품과는 달리 굉장히 세련됐더라. 모정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라도 단순히 눈물짓게 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자기 자신을 ‘너’라고 하면서 묘하게 객관적인 거리를 두는 형식이 마음에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중에는 계속 절제했던 감정들이 모이고 모여서 큰 슬픔으로 다가왔다. 우리 연극도 그런 점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연극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건 눈물을 참는 거다. 감정을 절제해서 표현하라는 연출 선생님의 의도를 받아들이며, 무대에서 엄마 얘기 할 때는 최대한 밝게 하려고 노력한다. 그래도 눈물이 난다. 마지막에는 배우나 관객 모두 훌쩍인다.(웃음)
작년 연극 <친정엄마와 2박 3일>, 영화 <애자> 등 엄마 신드롬을 일으킨 작품들이 많이 나왔다. 물론 <엄마를 부탁해>도 그 중에 한 작품이다. 하지만 여타 작품처럼 쉴 새 없이 눈물을 흘리게 하지 않아 좋았다.
사실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라는 첫 대사부터 끝까지 내내 울고 갈 수 있다. 동생하고, 아버지랑 얘기 할 때도 계속 울 수 있다.(웃음) 그러나 다른 작품들과 차별성을 갖고,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철저히 계산된 작품이다. 연출가 선생님이 “여기서만 울고, 여기에서 끝내라”고 하더라. 그만큼 감정의 절제가 중요한 작품이다. 하긴 마음 놓고 못 울어서 답답하기는 하다.(웃음)

실제 원작에서 자기 자신을 2인칭으로 말하며 거리 두기를 하고, 가족들의 이야기를 통해 엄마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또한 엄마에 대한 얘기하지만 본래 엄마란 이름 안에 갇힌 한 여인의 삶을 드러내는 면이 좋았다. 그래서 그런지 극중 엄마와 비슷한 나이또래 어르신들이 더 많이 우시더라.
많이 봐 드린 거다.(웃음)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울게 할 수 없잖나! 진 빠지니까.(웃음)

<엄마를 부탁해>는 엄마라는 대상을 통해 관객들의 공감대를 잘 이끄는 작품이다. 큰 딸을 연기하면서 공감대 형성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궁금하다.
캐릭터가 실제 모습과 많이 닮았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오자마자 신났다고 쾌재를 부르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았다.성인이 된 이후에 수많은 남자들을 생각해도 엄마를 하루에 한 번 떠올린 적이 별로 없었다.(웃음) 때 되면 돈 달라고 전화 하고, 연극처럼 엄마랑 10분 이상 통화하면 싸운다. 딸들은 엄마하고 누구나 저렇게 싸운다. 여기에 나오는 대사 중 안 해본 말이 없을 정도로 공감이 간다. 그냥 내 얘기 같다. 과거에 엄마에게 했던 못된 짓을 생각했다. 그리고 무대 위에서 그 느낌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극중 엄마 가슴에 칼을 꽂을 만큼 정말 못되게 말하고, 싸가지 없게 행동했다.(웃음) 이런 모습을 관객들이 너무 나쁘게 안보셨으면 한다.

극중에서 엄마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데, 상대 배우를 보지 않은 채로 내레이션과 대사를 하는 모습이 특이했다. 이런 모습도 아까 언급했던 거리두기의 일환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잘 보셨다. 그게 원작이 갖고 있는 장점인 동시에 연극의 장점이다. 무대에서 연기를 하는 엄마는 실질적으로 큰 딸의 의식 속에 남아있는 엄마다. 어쩌면 이 작품은 큰 딸이 쓰고 있는 소설일 수도 있다. 자신의 의식 속에 있는 엄마를 불러내 자신에게 또다시 들려주는 이야기인 셈이다. 동생과의 대화도 그렇다. 사실 무대에서는 동생하고 대화하지만, 그것도 동생과의 기억을 끄집어 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연극에서 가장 섬세한 장치다.

그만큼 배우들끼리의 호흡이 더 잘 맞아야 하는 어려움도 있겠다.
서로 바라보고 연기하는 것 보다 더 집중력을 요한다. 안 봐도 보듯이 대사를 해야 돼서 더 어렵다. 특히 엄마하고 전화하는 장면은 아직도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몇 번이고 연습한다. 많은 연습을 하고 있지만 그 호흡을 잡기가 쉽지 않더라.
엄마와의 전화 통화를 하는 그 장면에서 많은 관객들이 울고, 웃었다.
연기하기 쉬운 장면은 아니지만, 관객들에게는 “맞아!”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공감대가 형성되는 부분이다. 지금껏 공연한걸 보면 그 장면에서 가장 많이 웃더라.(웃음) 그 웃음이 단순히 개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웃는게 아니라 서로 공감하면서 “맞아 나도 저랬어”라고 공감하는 웃음이라 기분은 좋다.

연극을 보면 엄마를 생각나게 하는 물건이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실제 엄마하면 떠오르는 물건이 있다면 무엇인가?
극중에서도 나오는데, 묵주를 보면 엄마가 생각난다. 실제 엄마가 독실한 천주교 신자라서 매일 가족을 위해 기도하신다. 그래서 엄마한테 제일 많이 오는 문자가 “엄마가 기도 할게”다. 극중 수녀님 대사 중에 “엄마의 삶은 자식들을 위한 기도죠”라는 말이 있는데, 정말 절실하게 느껴진다. 엄마의 모든 의식, 생각, 신념 등은 자식을 위한 거다. 정작 본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식을 위해서 기도한다.

계속해서 도시적인 이미지로 나가다가 갑자기 중3 소녀로 변신한다. 멀리서 봐서 그런가 잘 어울리더라.(웃음)
정말 멀리서 봐서 다행이다.(웃음) 관객들이 그 장면을 보고 ‘욱’ 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됐었는데.(웃음) 이번 작품에서 이 장면만큼 부담 없이 재미있게 연기한다. 예전에 서울에서 혼자 하숙한다는 기쁨에 신났던 적이 있었다. 새 세상이 열렸으니까 말이다. 이 장면을 연기할 때 그 때 생각을 한다. 그럼 나도 모르게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온다. 초반부터 내레이션으로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고, 우울한 감정선을 갖고 연기했다면, 소녀로 변신한 이 장면만큼은 마음껏 활개친다. 내 안에 있는 모든 코믹 본능을 발휘한다.(웃음) 솔직히 더 강하게 가고 싶은데, 엄마랑 오빠의 대화를 방해할 까봐 자제하고 있다.

엄마의 이야기가 진행될 때 한 쪽에서 우두커니 앉아있더라. 그 땐 보통 무슨 생각을 하나?
오로지 대사를 열심히 듣는다. 그게 멍 때리는 걸로 보이면 안 되니까 나름대로 안 그렇게 보이기 위해 노력한다.(웃음) 그렇잖나. 관객들은 엄마가 중앙에서 대사를 하고 있어도 가끔씩 내 쪽을 보곤 한다. 그 상황에서 멍 때리고 있으면 얼마나 웃기겠나.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굉장히 집중한다.

그래도 혼자 계속 서있거나 앉아있으면 민망할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서있기 너무 민망해서 연출 선생님한테 노트북이라도 치면 안 되냐고 물었다. 근데 돌아온 대답은 그냥 중간에 내레이션으로 엄마의 기억을 이야기 하는 장면만 빼고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 하더라.(웃음) 물론 관객들도 그냥 서있는 모습만으로도 불편함을 느낄 거다. 신경이 쓰이니까 말이다. 걱정도 되고.(웃음) 하지만 큰 딸의 기억속으로 잠시 들어갔다는 것을 보여주는 도구라고 생각하면 괜찮을 것 같다.

엄마 역할로 연극계의 대모 손숙씨와 함께 공연한다. 느낌이 남다를 것 같다.
어땠나! 진짜 모녀 같던가?
어제 공연 중에도 좋은 장면이 많았지만 마지막 무대 인사를 할 때 김여진씨가 손숙씨를 와락 끌어안은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 모습이 왠지 수고하셨다는 느낌과 동시에 고맙고 사랑한다는 느낌도 들었다.
나 또한 손숙 선생님이 실제 엄마처럼 느껴진다. 연극을 하면서 나보다 연배가 높은 선배님들을 많이 만났었지만, 손숙 선생님처럼 생각이 열려있는 분은 처음이다. 분장실도 같이 쓰고, 밥도 같이 먹고, 가끔 쇼핑도 같이 하는데, 정말 친구 같다. 트위터에 올릴 정도로 패셔니스타고, 말씀 자체가 너무 개방적이다. 전혀 어렵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편하게 지내고 있다. 그러나 무대는 다르다. 무대에서의 선생님은 엄마 그 자체다. 정말 역정 내고, 딸이랑 싸울 때 한마디도 안지는 엄마. 정말 약이 바싹 오른다.(웃음) 그럴수록 선생님은 점점 더 능글맞게 약을 올리신다. 모든 장면이 너무 좋다. 연기가 저절로 된다. 가까이 서로 얼굴 보면 너무 좋고, 지금 연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이 안 들 때도 있다. 진짜 엄마 같아서 눈물이 난다. 특히 극중 뒤에서 엄마를 껴안는 장면이 있는데, 선생님이 머리하고 얼굴을 쓰다듬으면 눈물이 왈칵 난다. 원래 울면 안 되는데 말이다.(웃음)

손숙씨도 있지만 아버지로 나오는 박웅씨하고 술을 마신 후 전화통화는 장면이 있다.
역시 부전여전이다.(극중 아버지는 술을 많이 마신다.)

어떻게 보면 엄마와의 이야기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아버지와의 이야기도 가슴에 와 닿았다.
그 때 사실 화해가 된다. 그전에 1장에서 보면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 평생을 그렇게 엄마를 속 썩이게 했고, 아버지 때문에 엄마를 잃어버렸으니 정말 딸로서 용서가 안 된다. 아버지가 “나 집에 갈란다” 하고 나갈 때 쳐다도 안 본다. 그리고 아버지와의 전화통화도 큰 딸이 술 마시고 와서 시비 걸려고 전화 한 거다.(웃음) “혼자 뭐 하세요. 아무도 없는데서”라는 대사를 들으면 그 느낌이 묻어있다. 근데 오히려 아버지의 진심을 듣고, 잊었던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엄마의 부재조차도 가족을 다시 엮어주는 구실로 작용한다는 걸 드러내는 장면이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일단 마음에 와 닿는 느낌이 있어야 할 수 있다고 들었다.
일단 이야기가 마음을 움직여야 연기를 할 수 있다. 대본을 보고 과연 어떻게 써졌을까 궁금했다. 첫 느낌이 어려웠다. 시간순서로 구성된 게 아니고 의식과 회상이 뒤섞이면서 진행되는 작품이라 마치 조각 그림처럼 나중에 맞아 들어가는 맛이 있다. 더불어 손숙 선생님 이하 배우들과 연출자 선생님, 신시컴퍼니 등 연극계의 선수들과 같이 호흡하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은 무엇인가?
가장 마음이 아픈 장면인데, 중반부에 엄마를 안았다 사라지는 장면이 있다. 늘 그 부분에서 엄마가 없어졌다는 것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느낀다. 늘 아무렇지 않게 서있을 것 같고, 공기 같고, 벽 같은 엄마가 없어진다는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매 공연마다 관객들의 반응은 어땠나?
관객들의 반응을 눈으로 확인하지는 않지만 그냥 느껴진다. 그들의 숨소리, 웃는 소리, 훌쩍이는 소리 등 연기하면서 다 들린다. 그리고 그 호흡을 받아 더 좋은 연기를 하고 있다.

어머니와 딸이 함께 공연장에서 손 붙잡고 우는 모습이 개인적으로는 특별한 체험이었다.
특별한 체험이라 생각하지 마라.(웃음)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누구나 젊을 때 사랑을 한다. 연애 많이 하고 사랑도 많이 하고. 젊을 때는 사랑이 다잖나.(웃음) 사랑도 중요한 만큼 일도 중요하다. 점점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엄마와 멀어진다. 자신의 연인을 생각하고, 일을 하는 시간에 비해 엄마에게 마음을 쓰는 건 10분의 1도 안될 거다. 그럼에도 엄마에 대한 사랑이 크기 때문에 그 관계가 계속해서 유지된다. 그걸 이 연극을 통해 알았으면 한다. 물론 연인과 친구들이 같이 봐도 좋지만 엄마와 딸, 특히 남자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다.

꼭 기사에 써야겠다. 남자들이 많이 봐야 한다고.
정말 이 작품은 남자들이 많이 봐야 한다. 그래야 엄마를 다시 생각하고, 가족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길 것이다. 여자들보다 남자들이 하나에만 집중하잖나. 일이면 일 사랑이면 사랑. 그 주위를 조금만 둘러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연기의 시작은 연극이었지만 김여진이라는 이름을 널리 알린 건 영화 <처녀들의 저녁식사>다. 이후에 주연은 아니지만 씬스틸러처럼 인상 깊은 조연으로 많이 나왔다. 최근에 <내 사랑 내 곁에>에서 의사 역으로 나왔던 게 가장 인상 깊었다.
그 때 하루 정도 진료하는 의사들을 봤는데, 두 부류가 있었다. 친절하게 환자를 대하는 의사가 있는 반면, 거리를 딱 두고 얘기하는 의사를 봤다. 후자의 의사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어차피 죽을병이라 마음을 약하게 먹지 않도록 하는 게 오히려 환자를 위하는 길이라 하더라. 그래서 그렇게 잡고 갔다. 정말 영화 작업은 특별하다. 무대는 하루하루 살맛이 난다고나 할까? 무대에 비하면 영화는 좀 냉정한 작업이긴 하다. 현장에서 찍고, 편집하고, 관객들하고 스크린을 사이에 두고 보니까 생생함이 떨어진다. 그러나 오래 남고 연기를 디테일하게 보여줄 수 있다. 아까 얘기한 것처럼 별 역할 아닌데, 그냥 말투와 표정으로 관객의 뇌리에 기억되지 않는가. 영화는 그만의 매력이 있다.

드라마로는 노희경 작가와 함께 작업을 했던 <그들이 사는 세상>의 이서우 작가와 <이산>의 정순왕후로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된다.
노희경 작가님은 워낙 팬이었고,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다. <굿바이 솔로>에서 사실 만날 뻔 했는데, 같이 작업을 못했다. 그 때 뉴욕에서 잠깐 연기 수업을 받는 기간이라서 기회를 놓친 거다. 이후 다시 날 안 찾으면 어떻게 하나하고 걱정도 많이 했다.(웃음) 그래도 다행히 다음 작품에서 좋은 기회를 주셨다. <그들이 사는 세상> 이서우 작가는 사실 노희경 작가님의 분신 같은 느낌이 많다. 외향은 다르게 잡고 갔지만 말투라던가 버릇은 다 작가님 꺼다. 아예 다 보여주셨다. 여태까지 아주 편하게 연기했던 건 이서우 작가다. 반대로 정순왕후는 연기하기 힘들었다.
악역이라서 더 힘들었던 건가?
아무래도 악역이면 좀 더 캐릭터를 이해해야 한다. 내 안에서 악하다라고 하면 연기가 겉돈다. 그냥 악한 척 하게 된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연기가 아니고 이게 악역들이 대충 이렇게 하지라는 전형적인 연기로 가게 된다. 악역을 맡으면 정말 그 캐릭터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이해해야 한다. 왜 그랬을까 어떤 마음일까 하는 생각이 있어야 한다. 그 캐릭터를 내 것으로 받아들이려면 더 많은 이해와 사랑이 있어야 한다.

우정 출연한 KBS 드라마 스페셜 <빨간사탕>도 그렇고 영화 <채식주의자>에서도 이상하게 다른 여자에게 사랑을 느낀 남편의 아내 역할을 맡았다.
그러니까.(웃음) 우연히도 그랬다. <채식주의자> 같은 경우는 굉장히 좋아했던 원작이다. 대본이 오자마자 읽지도 않고 하겠다고 했다. <빨간사탕>은 노희경 작가님의 부름에 잠깐 나왔다. 남편이 바람을 핀다고 해서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는 캐릭터마다 다르다. <빨간사탕>은 그 사실을 몰랐고, <채식주의자>에서는 심지어 동생하고 바람이 난 걸로 설정되었으니 그 느낌 자체가 다르다. 이 캐릭터가 어떤 성격이고 그 상황을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르다.

최근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을 모티브로 한 <아이들...>의 촬영을 마쳤다. 실화를 바탕으로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웠을 것 같다.
이번 영화에서 실제 인물을 연기했는데, 연기했던 것 자체로 놓고 보면 가장 어려웠고, 그 만큼 보람이 있었다. 정말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그 인물 자체가 보편적인 사람이 아니다. 좀처럼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으니 사람들에게 의심을 사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연기하기 어려웠다. 조금만 연기를 더해도 연기한 티가 나고, 아예 안하면 백지처럼 보여서 그 사이를 찾기 어려웠다.

현재 <아이들...>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알 수 있나?
일단 개구리 소년 5명 중 한 아이의 엄마인데, 보통 엄마하고는 다르다는 것 만 알려드릴 수 있다.

이 대답은 내년에 알 수 있겠다.
그렇지. 내년에 꼭 봐라.(웃음)

최근에 정치, 문화 쪽에서 인터뷰 한 기사들이 많았다. 또한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JTS(국제 기아·질병·문맹퇴치를 목적으로 활동하는 NGO) 봉사활동이나, 4대강 사업 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뭐 그냥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쓴 것뿐이다. 사람들을 직접 만나 얘기하는 것처럼 서로의 글을 읽고, 댓글을 달면서 소통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요즘은 트위터를 하는데 너무 재미있다.(웃음) 굉장히 넓은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 건 아니지만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서로 다른 생각을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즐거웠다. 그리고 내 생각을 다른 매체를 통하지 않고 직접 얘기를 할 수 있으니까 좋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몇 가지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 그중에 굶어서 죽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그 이야기는 다른 매체를 통해서 많이 봤다.
이 이야기는 항상 하니까.(웃음) 그게 북한이든 어느 나라든, 어떤 민족이나 종교든지 사람이 굶어서 죽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르게 죽는 것보다 굶어서 죽는 건 더 고통스럽다. 하루 이틀 굶어서 죽는 게 아니다. 60일, 70일이 지나도 죽지 않는다. 그 고통이라는 건 이루 말할 수 없다. 어떤 사형수라도 그런 고통을 받고 죽지 않는다. 그런 고통은 사라져야 한다는 말을 하는데, 거기에 북한이 들어가니까 정치적인 발언처럼 보인 것 같다.

그러니까 연극에서 항상 엄마 “밥은 꼭 먹어야 한다”라는 대사가 떠오른다.
“밥은 먹었냐! 누가 해주든 밥은 꼭 먹어야 한다”라는 대사처럼 정말 밥은 잘 먹어야 한다.(웃음)

연극을 보고 나서 집으로 향하다가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20년, 30년 후에 이 작품이 나온다면 동시대에 있는 사람들이 이 작품을 공감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점이 계속해서 맴돌았다.
아마도 공감하지 못할 거다. 딸 셋 중 장녀인데, 대부분 형제, 자매 없이 홀로 자란 사람들이 많다. 그 때가 되면 지금 엄마와의 관계와는 달라질 것이고, 다른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그렇더라도 엄마는 엄마다. 누구에게나 엄마는 있고, 누구에게나 가족은 있다. 근데 형태가 달라지고, 느껴지는 바는 달라질 것이다.

역시 모성은 변하지 않는가 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의 모성은 같지 않다고 본다. 집착하는 엄마도 있고, 방치하는 엄마도 있다. 그러므로 모성 또한 각기 다를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세상에 나와 처음으로 사랑을 배우는 대상은 엄마다. 자식에 대한 엄마의 사랑은 사람을 살린다. 먹여주고, 입혀주고, 키우는 엄마의 마음은 대단하다. 삶, 사랑 그리고 사람을 엄마에게 배운다. 그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웃음)

2010년 11월 11일 목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2010년 11월 11일 목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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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ew82
<엄마를 부탁해> 소설로 보면서, 큰딸은 냉소적인 듯하지만 정많고 이성적인 듯하지만 감성이 풍부한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김여진 씨 캐스팅은 정말 딱이었던 것 같아요. 꾸밈없고, 폼안잡고, 예쁜척안해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입니다 :) 앞으로도 솔직한 연기 기대할게요!   
2010-11-17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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