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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을 이겨낸 청춘의 매력 <타짜- 신의 손> 최승현
2014년 9월 5일 금요일 | 정수영 기자 이메일

전작 <타짜>라는 이름이 주는 중압감이 있었을 것 같아요.
주연배우를 맡는다는 부담감보다 <타짜>가 워낙 완성도 있는 명작이라 부담감이 컸어요. 또 ‘타짜’ 시리즈는 허영만 화백의 명품 만화잖아요. 부담이 없었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것 같고 커다란 위험을 안을 수밖에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어요.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못하겠다고 이야기한 적도 있었고요.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감독님을 만나고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오래 쓰는 편이 아닌데 ‘1년이라는 시간이 담긴 책을 승현씨가 가졌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시더라고요. 함대길을 최승현이 해야만 하는 이유를 보여주고 싶다면서요. 최승현이라는 재료가 어떻게 요리되어 나오는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자신의 목표를 이야기 해주셨어요.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감독님의 애정에 감사했어요. 감사드리지만 일은 일이기 때문에 확신은 할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그런데 감독님과 이야기 나눈 다음 시나리오를 펴보고 감독님의 에너지를 받은 것 같아요. 처음에는 내가 과연 이 인물을 할 수 있을까, 굉장히 여러 가지 모습들을 표현해야하는 본능적이고 낙천적인 인물의 성향이 나에게 있을까, 의문이 들었어요. 그런데 감독님을 만난 후 시나리오를 보니 이유 모를 이상한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어떤 가능성을 봤어요. 그래서 출발하게 됐어요. 부담감은 있었지만 솔직히 두려움은 없었어요.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을 수 있는 게임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요.

전작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뭐라고 생각했나요?
제가 할 수 있었던 건 강형철 감독님의 설계도에 차이점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일단 첫 시작부터 모든 관객들이 아는 고광렬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신화적인 분위기로 소통을 하고, 고니의 조카 함대길의 어릴 적 모습부터 보여주잖아요. 그런 모습부터 자신감이 붙었어요. 처음 책을 볼 때 내가 이 인물을 연기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본 게 아니라 관객의 입장에서 봤거든요. 몰입이 되더라고요.

주인공이 전작 <타짜>와 다른 인물이라는 데서 온 자신감인가요?
예를 들면 고니는 누구나 봤고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타짜잖아요. 이렇게 우리 마음속에 이미 타짜가 있는데 <타짜- 신의 손>에 낯선 배우가 타짜로 나오면 이질감이 들것 같았어요.

확실히 고니와 함대길은 많이 다른 타짜인 것 같아요.
함대길은 허술하고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동물적이고 단순한, 도박사로서는 굉장히 위험한 인물이에요. 감추는 것 없이 자기 마음대로 한 치 앞을 바라보지 못 하는 행동들에서 공감대가 형성되더라고요. 허술한 타짜라고 해야 하나? 타짜가 되기전부터 자신을 타짜라고 생각하는 모습들이 인간적인 매력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어렸을 적부터 손재주를 타고난 중국집 배달원 아이가 타짜가 되어가는 과정을 본다는 것 자체가 재밌는 설계도인거죠. 전작이 느와르적인 느낌이 있었다면 원작 만화만 비교를 해봐도 <타짜- 신의 손>에 멜로의 감성이 더 많아요. 여러 여자를 만나면서 쉽게 사랑에 빠지고 인생 나락으로 가보기도 하며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여자를 만나면서 성공해가는 이야기. 그렇다고 진지하지만은 않고 순수한 면이 있는데, 영화에 나오는 오글거리는 말 또한 너무 순수해서 할 수 있는 느낌이고요. 무겁지 않게 볼 수 있는 그런 멜로에요. 좀 더 풋풋하고 좀 더 젊어졌어요.
그 풋풋함과 젊음이 가장 잘 느껴지는 장면 중 하나가 대길이 서울로 올라가기 전 미나에게 고백하는 장면이에요. 웃기기도 하고 진심이 느껴지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정말 오글거리기도 하고요.
숫기가 없는 편이라 일할 때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하지 않아요. 집중하려고 하는 편이라 서요. 그런데 이번 영화의 함대길과 허미나는 다시 만난 소꿉친구의 느낌으로 멜로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그렇게 순수한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원작 만화를 재밌게 봤거든요. 그래서 제가 먼저 세경씨에게 다가가서 친해지려고 했어요. 서로 이야기도 많이 나누면서 가까워진 다음 그런 장면을 찍기 전에 전화 통화를 하는데 세경씨가 ‘오빠, 내일 찍는 신 어떻게 찍을 거예요? 안 민망하겠어요?’ 그러더라고요. 저는 처음에 감독님한테 ‘이 대사를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라고 했는데 정답은 만화에 있었어요. 단순한 인물인거에요. 멋 부리기 좋아하니까 터프한 척하는데 터프한 게 아니라 허술한 거죠. 자기감정대로 생각 없이 표현하는 게 매력이구나, 생각이 들어서 연기할 때도 아무 생각 없이 그 여자에게 첫 눈에 반해서 이야기하는 대길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기 때문에 민망하지 않았어요. 조금 민망할 때도 ‘난 만화야. 난 만화 속의 함대길이야. 난 단순하고 낙천적인 인간이야’라고 계속 속으로 생각했어요.

단순하고 낙천적인 모습이 내 안에 있는지 고민을 했다고 들었는데 사실 빅뱅 콘서트에서 막춤 추던 모습이 대길에게서 얼핏 보이긴 해요.
처음에는 그런 비슷한 면이 있다고 해도 말하는 스타일이 저와 다르다는 점이 고민이었어요. 촬영 들어간 후 만화책을 보고 공감했던 이유가 대길에게서 제가 어렸을 적 잃어버린 성향을 발견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회 생활을 하면서 겁도 많아지고 말도 실수할까봐 걸러서 이야기했는데, 함대길을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나 봐요. 연기를 하면서 대길의 모습이 어렸을 적 내 모습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꿈에 대한 욕망이나 꿈에 대해서 쉽게 생각하는 것. 남자들은 어렸을 적 그러잖아요. 성공을 쉽게 생각하고, 꿈을 아무 생각 없이 이야기하고, 좋아하는 여자애한테 표현방법이 고무줄 끊고 도망간다거나 터프한 척 하는 거잖아요. 그런 점에서 대길은 모든 남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지점에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두운 캐릭터와 액션. 지금까지 스크린 속 최승현이라는 배우는 이런 조합이었어요. 그런 면에서 <타짜- 신의 손>의 대길은 많이 능청스러워졌다고 할까요.
저는 꽂히지 않으면 못 움직이는 스타일이에요. 작품도, 음악도 자주 활동 못 한 이유에요. <동창생>때 인터뷰를 찾아보니 이런 이야기를 했더라고요. ‘이 영화로 어두운 건 졸업하고 다음번에는 사람들이 생각 못 한 캐릭터로 돌아오고 싶다’고요. 그러면서 운명적으로 만난 게 함대길이었어요. 이 캐릭터를 하고 나서는 이제 앞으로 고민이나 걱정 없이 작품을 용기 있게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역할이 중요한 게 아니라 무언가 꽂히는 게 있다면 겁 없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럼 운명적으로 만난 <타짜- 신의 손>의 결과물은 만족스러운가요?
작업에 같이 참여하고 이 함대길이라는 인물을 만든 사람이기 때문에 객관성이 떨어져요. 이 영화가 재밌는지 재미없는지도 모르겠어요. 사람들에게 재밌게 봤냐고 물어봤어요. 그게 저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이었거든요. 재밌게 본 시나리오를 재밌게 표현해서 재밌게 전달하는 게 제 몫이었기 때문에요. ‘재미없었어. 네 역할 너무 평범해’라고 한다면 저는 제 역할을 못 한 거죠.
관객들이 이 부분에 좀 더 초점을 맞춰서 봐줬으면 좋겠다 싶은 것들이 있나요?
함대길의 심리상태를 따라가면 쉽게 이입이 될 것 같아요. 그 안에 희노애락이 다 있어요. 처음 극장에 들어오면 많이 당황할 수도 있어요. 단순하게 봐도 돼요. 제 주변의 열 명 중 여덟 명은 대길의 모습에서 친한 사람들이랑 같이 술 마실 때의 제 모습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고 했어요. 나머지 두 명은 너무 단순하게 나오니까 ‘다른 이유가 있나’ 생각하고 봤대요. 그렇게 보면 복잡해지죠. 함대길이라는 단순하고 어설픈 타짜가 나오는 영화라고 보면 쉽게 즐길 수 있는 영화인 것 같아요. 전혀 긴장감 없이 와도 나중에는 긴장할 수밖에 없도록 분위기가 점점 무르익어가는 영화에요.

평소 노출의 거부감이 큰 걸로 알고 있는데 마지막 도박 장면에서는 노출이 있었어요.
노출을 진짜 병적으로 싫어하거든요. 시나리오를 볼 때 흔히 생각하는 야한 노출 신도 아니고 묘하게 느껴졌어요. 벗고 도박하는 장면이 묘했어요. 분위기가 너무 특이한 거예요. 단순하게 그렇게 시작됐어요. 이 묘한 분위기 안에 들어가 보고 싶다고. 가수로 무대에 서든 배우로 카메라 앞에 서든 묘한 분위기가 흐르는 상황 안에 들어갈 수 있다는 건 굉장히 드물거든요. 그 묘한 분위기 때문에 시나리오를 보면서 저도 긴장을 했고 신선했어요. 벗어야지만 <타짜- 신의 손>의 개성이 살아난다고 생각했어요. 해보니까 재밌었어요.

선배 배우들이 많았는데 적응하기는 어렵지 않았나요?
첫 영화 <포화 속으로> 때 선배들과 시작을 해봐서 부담감은 없었어요. 오히려 저는 선배들과 있을 때 편해져요. <동창생>처럼 혼자 해야 했던 영화에서는 책임감이 너무 크니까 막막하더라고요. <타짜- 신의 손>은 신기했어요. <타짜>를 워낙 좋아했고, 그 영화에 존경심이 있었거든요. 열 번 넘게 본 관객으로서 배우 유해진, 배우 김윤석이 아니라 고광렬과 아귀를 제가 그 상황, 장면 안에서 만나게 되니까 마치 마블 시리즈의 히어로를 만난 기분이었어요. 성탄절에 선물 받는 꼬마가 된 느낌 있잖아요. 너무 설레더라고요. 심장이 콩닥콩닥 뛰고요. 유해진 선배님께 ‘고광렬이 너무 신기해요’ 그랬더니 ‘나랑 닮았지?’ 그러시더라고요(웃음).

여러 캐릭터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앙상블의 매력이 상당해요.
고광렬과 함대길이 스승과 제자인 것처럼 유해진 선배는 스승 같은 느낌이 있었어요. 신세경씨는 굉장히 예민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걸 철저히 감추고 배려하는 모습이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저도 더 다가가고 싶고, 세경씨의 생각을 듣고 솔직한 제 마음을 이야기하고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같이 연기하면서 이 사람은 배우를 떠나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동창생>은 혼자 작품을 이끌어야 한다는 숙제가 있었다면, <타짜- 신의 손>은 새로운 모습에 도전한다는 숙제가 있었던 것 같네요.
이번 영화에는 워낙 개성 넘치는, 그야말로 만화적이고 과장된 인물들이 많은데 대길은 그 인물들과 만났다 헤어졌다 하잖아요. 개성 넘치는 인물들 안에서 저도 헷갈리더라고요. 유해진 선배와 있으면 그 에너지 때문에 고광렬의 말투가 나올 때도 있고요. 그런데 그러면 관객들의 감정 흐름이 끊기잖아요. 그래서 ‘나는 만화 속의 함대길이야’라는 생각을 계속 가지고 있었어요. 헷갈리지 않으려고 더 몰입하려고 했던 게 저의 숙제였어요. 다음 숙제라면, 지금은 당분간 음악을 하고 싶어서 음악을 하는 거예요. 음악을 하는 제 모습에 제가 목이 말라있는 것 같아요.

배우로 활동할 때도 ‘탑’이라는 이름을 쓰고 싶어 한다고 들었어요. 아이돌 출신 연기자의 선입견 때문에 오히려 가수일 때의 자신과 배우일 때의 자신을 구분하려는 사람들이 많은데 말이죠.
분리하고 싶지 않아요. 가수와 배우는 결국 주어진 노래, 주어진 역할에 따라 진심을 담은 표현을 해야 하는 직업이라 둘 사이에 차이를 두지 않아요. 전에는 연기를 하다가 음악을 하면 음악을 십년 넘게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적응하는데 두 세 달이 걸리고 또 연기를 시작하면 첫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그러다가 ‘이걸 내가 왜 복잡하게 생각하지. 둘 다 표현하는 아티스트인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굳이 나누니까 진부하고 복잡해지더라고요. 만약 직업이 경찰이고 소방관이면 공무원인 것처럼, 저는 가수고 배우인, 사람들이 생각하는 저의 직업은 ‘탑’인 것 같아요. 가수와 배우 모두 저의 감성으로 표현을 하는 공통분모를 가진 직업인 것 같아요.

보통 이름을 바꿔서 활동하는 건 ‘가수가 아닌 배우로 봐 달라’는 메시지이기도 하잖아요.
정말 솔직히 이야기하면 그건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던 것을 그만두고 배우로서 직업을 바꿔야하는 상황, 이미지 변신이 아니라 아예 새로운 도약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그랬던 것 같아요. 저는 그럴 이유가 없었던 게 빅뱅으로 데뷔하고 1년 후에 연기를 하게 됐고, 연기를 하면서도 빅뱅 활동을 쉴 새 없이 해왔기 때문에 굳이 배우로 직업을 바꾸고 싶지도 않아요. 음악이 본업이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둘 다 저의 직업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최승현으로 봐주세요, 탑으로 봐주세요, 라는 개념이 저한테는 없는 것 같기도 해요.

평소 게임을 즐기는 편이 아닌 걸로 알고 있는데, 화투는 좀 낯설지 않았나요?
화투는 이번 영화를 준비하면서 처음 배웠어요. 승부욕이 강해서 게임을 피하려고 해요. 한 번 꽂히면 끝까지 가는 성격이어서요. 지는 것도 싫어하고 억울해하고요. 어렸을 때 게임을 하다가 가장 친한 친구랑 인연을 끊은 적이 있어요. 그 이후로 안 봤어요(웃음). 게임을 하면 안 되겠다 싶어서 그때부터 룰이 있는, 남과 함께 하는 게임은 안 해요. 축구든, 농구든, 그 어떤 게임도 초등학교 때부터 하지 않았어요. 운동도 그냥 혼자 있는 곳에서 혼자 해요. 트레이너와 하는 것도 싫어하고요. 누군가 저를 받쳐주는 것도 자존심 상하거든요. 이 영화를 준비하다가 알겠더라고요. 화투가 왜 국민스포츠인지, 왜 할머니, 할아버지, 어머니, 아버지가 모두 좋아하는 게임인지 느껴지더라고요. 너무 재미가 있어서 영화 끝나고 화투패를 다신 만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너무 빠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영화 끝나고 나서도 치면 뉴스에 나오겠다는 생각을 했어요(웃음). 그럴 정도로 재미있어서 그 무서움을 알았어요.
타짜의 길을 열어준 강형철 감독님과의 촬영 소감은 어떤가요?
강형철 감독님이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보면 처음 떠오르는 건 단단한 사람이에요.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아요.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현장에서 당황하는 걸 한 번도 못 봤어요. 감독님이야말로 당황해도 숨길 수 있는 테크닉을 가진 진짜 타짜인 것 같기도 해요.

앞으로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감독이 있나요?
저는 항상 그래요. 어떤 역할을 원하고 어떤 감독님과 일하고 싶다기보다 운명적으로 다가오는 걸 하고 싶어요. 어렸을 적부터 저의 성격, 성향이었어요. 음악을 어렸을 때부터 했고 빅뱅이라는 그룹으로 활동해도 꿈의 무대라는 게 있기 마련이잖아요. 저는 한 번도 그런 것이 없어요. 생각하지도 않아요. 어떻게 보면 무모한 거죠. 흘러가는 대로 나에게 오는 건 운명이고 내가 하지 못 하는 건 운명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목표를 생각하면 제 성격상 그 생각만 하고 살 것 같더라고요. 난 왜 저 사람이랑 작업을 못 하지, 왜 저 무대에 올라가지 못하지, 그러면서요.

작업이 성과를 얻고 인기도 얻으면 자신감이 붙으면서 더 높은 목표를 탐내고 하지 않나요?
솔직히 저는 상을 받을 때 단 한 번도 기쁜 적이 없어요. 부담스러웠어요. 빅뱅이 상을 많이 받기 시작한 순간부터 오히려 우울해지더라고요. 함대길 같은 스타일이 아니라 그런 걸 부담스러워하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실패한다고 해서 속상하지도 않고, 성공한다고 해서 기쁘지도 않을 것 같아요. 내 자신과의 약속 안에서 얼마나 잘했느냐가 중요해요. 일하기 전 준비 과정에서 세운 저만의 기준치에 미치지 못 하면 속상하고, 그보다 잘하면 기쁘고요.

그럼 ‘팬 여러분의 사랑이 저의 원동력이에요’라고 말하는 배우는 아닌 거네요.
원동력이죠. 그런데 그런 팬들을 영원하게 하는 건 저의 에너지에요. 팬들에게 뭘 바라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오히려 표현을 안 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그러기 시작하면 제 것을 못 볼 것 같아요. 제가 팬들을 바라보고 일하는 게 아니라 팬들을 즐겁게 해줘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누군가가 나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물론 고마운 마음은 항상 있지만요. 제 원동력은 저예요. 어떻게 남이 될 수 있겠어요. 제가 걸어가는 것도 제 다리로 걸어가는 거고, 밥 먹는 것도 제가 먹는 것이지, 남한테 먹여달라고 할 수 없잖아요(웃음). 독립적이라는 뜻이에요. 혼자서 단단해지고 싶은 욕망이 있는 것 같아요.

2014년 9월 5일 금요일 | 글_정수영 기자(무비스트)
사진_김재윤 실장(studio Z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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