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한 온도차이를 연기해보고 싶었다 <해빙> 김대명
2017년 3월 7일 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 박은영 기자]
드라마 <미생>의 사람 좋은 모태 솔로 ‘김동식’, 영화 <판도라>(2016)의 의리 있는 친구 ‘길섭’, 그간 동글동글하고 우직한 모습을 보여줬던 김대명이 달라졌다. 바로 <해빙>에서 사연 있는 듯한 정육점 주인 ‘상근’(김대명 분)으로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 것이다. 그는 시점에 따라 달라지는 ‘상근’의 모습에 끌렸음에도 미묘한 온도차이를 유지해 나가는 게 쉽지 않았다고 말한다. 긴 듯 아닌 듯, 표정과 말투를 섬세하게 조절하며 감정의 그래프를 그려나간 김대명, 그 덕분에 영화 초반의 서스펜스가 성공적으로 구축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당 인터뷰는 <해빙>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완성된 영화를 보니 어떤가.
언론 시사 이틀 전에 기술시사에서 처음 봤다. 시나리오가 가진 깊이와 밀도가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했었는데 나는 좋더라. 어떻게 봤나.

개인적으로 좋게 봤다.
기존에 봤던 속도감 있는 스릴러가 아니기에 다른 분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기술 시사 후 언론 시사를 통해 2번 봤는데, 각각 느낌이 다르겠다.
처음 볼 때는 어떻게 구현됐을까 궁금해서 그 점을 집중해서 봤다. 두 번째 보니 퍼즐이 맞춰지는 과정들이 장치적으로 다 드러나서 흥미롭더라. 개인적으론 두 번 봐도 재미있었다.(웃음)
인터뷰 중 종이와 팬은 왜 준비하고 있나.
처음 인터뷰 할 때 너무 떨리고 긴장되니까 메모를 했었는데 그 후 습관이 됐다.(웃음)

<해빙>의 첫 촬영이 2015년이니 어떻게 보면 참 오래 기다린 영화다. 그 사이 드라마와 영화 <판도라>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그래서 관객들이 어떻게 봐줄지 더 궁금하다. 사람들이 재미있어 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데 말이다. 제목 따라 간다더니 진짜 해빙기에 맞춰 개봉하게 됐다.

(개봉을) 기다리는 시간 동안 (개봉에 대한) 걱정과 고민은 없었나.
시나리오의 힘을 믿었기에 별다른 불안감은 없었다.

시나리오를 본 후 첫 느낌은.
정치면 정치, 멜로면 멜로 등 시나리오도 흐름이 있다. 한 장르가 유행하면 한동안은 그런 시나리오만 나온다. 그런데 이번 <해빙>의 경우는 굉장히 독특하더라. 무작정 독특한 게 아니라 이유가 하나하나 있는 특이함이더라. 굉장히 거칠면서 섬세하다고 느꼈다. 그 후 감독님을 만났는데 내가 어떤 질문을 해도 그 궁금증을 다 해소해 주셨다. 그래서 더 믿음이 갔다.

가까이 서 본 이수연 감독은.
머릿속에 큰 그림이 있는 분. 요즘 말로 빅 피쳐를 그리는 분이더라.

그래서 흔쾌히 출연을 결정한 건가.
배우들은 나름대로 자신을 표현하는 여러 카드를 가지고 있다. <해빙>은 내가 자신 있게 카드를 꺼내도 플러스 되겠다 싶었다.

자신의 어떤 카드를 꺼낸 건가.
시선에 따라 달라지는 영화라서 굉장히 미묘한 온도차이를 연기해보고 싶었다. 이게 나만 잘해서 되는 것도 아니기에 진한 연기 호흡을 느껴보고 싶기도 했고.
극 중 ‘성근’(김대명 분)이 고기를 다루는 장면이 많은데 고기가 질리지 않던가.
함께 작업한 스탭들 중 질렸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 그렇지만 나한테 고기는 진리다.(웃음) 원체 좋아한다.

정육점에서 사용되는 칼이 아주 날카롭지 않나. 준비를 많이 했겠더라.
생각했던 것보다 칼의 종류도 다양하더라. 감수해주는 분이 계셨고 많이 가르쳐 주셨다. 하나 하나 배워서 직접 연기했는데 발골하는 부분 한 장면은 대신 해주셨다. 발골은 몇 년을 배워도 힘들다고 하시더라.

영화 속 정육점 촬영지는.
실제 정육식당으로 식당 이름도 같다. 거기서 촬영 후 회식도 몇 번했다. 역시 고기는 맛있더라.

특별히 연기하는 재미가 있는 역이 있다면.
뻔한 대답일 수 있겠지만 모든 역은 각각의 재미가 있다. 어떤 캐릭터를 맡든 그건 배우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다행히 이미지가 고착화 되지 않고 여러 가지 모습으로 봐 주시는 거 같다.
한 작품을 열심히 준비해서 내보내기 까지가 가장 재미있는 거 같다. <해빙>으로 치면 촬영 시작부터 지금까지. 그러니까 공개되기 전까지 말이다.

그럼 지금이 가장 재미있는 시기인가.(웃음)
동시에 떨리는 시기이기도 하다. 언론시사는 기자들 반응에, VIP 시사회는 손님이 와서, 무대인사 돌면서는 일반 관객의 만남 등 온통 떨리는 행사다. 떨리는 만큼 지금이 제일 궁금한 시기이기도 하다. 이 궁금증 때문에 계속 연기하는 거 같다.
영화가 아슬아슬한 지점이 많다. 평소 작품 선택 기준은.
맞다. 상상력이 많은 작품이다. 작품을 선택할 때는 내가 맡을 역할의 크기보다는 그 배역이 전체적으로 어떻게 어우러질지, 작품 속에서 얼마만큼 키워나갈 수 있을지를 중점적으로 본다. 역할이 커지면 이걸 내가 맡는 게 욕심인가, 용기인가를 가늠해 본다. 즉, 내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편이다.

평소 스릴러를 즐기는 편인가.
겁이 많아서 놀이기구도 못 타고 공포 영화도 못 본다.(웃음) 스릴러를 참고용으로는 보지만 일부러 즐기진 않는 편이다. 스릴러를 연기하는 건 평소 안 하는 행동을 (연기로)할 수 있어서 흥미로운 거 같다.

이번 ‘상근’역을 준비하기 위해 참고한 작품이 있는지.
밖에서 참고를 찾으면 그 안에 갇히게 되더라. 그런 선을 두지 싶지 않기에 다른 작품을 참고 하지 않았다.

‘상근’이 초반부 서스펜스를 형성해 나가는 데 큰 몫을 한다. 긴 듯 아닌 듯한 연기가 좋더라.
쉼표 하나만 잘못 찍어도 다른 내용으로 전달될 수 있기에 신경을 많이 써야 했다. 온도차와 감정의 그래프를 그리는 게 제일 힘들더라. 미묘한 감정을 유지해 나가는 게 생각보다 어렵더라.
<해빙>이 2인극처럼 말로 쌓아나가는 영화인데 이게 위험한 시도가 될 수 있다. 자칫하면 지루해지기 때문이다. 진웅형, 신구 선생님을 믿고 마음껏 연기를 해서 스파크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정말 행복했다.

대사가 별로 없음에도 신구 선생님의 존재감이 대단하더라. 소름 끼칠 정도였다.
신구 선생님의 에너지는 엄청 나다. 난 감히 흉내도 못 낸다. 그 동안 드라마나 영화에서 안보여주신 모습인데 그 표정, 그 목소리가 같이 연기하는 나도 무섭더라.

아버지의 범행을 알면서도 감싸는 ‘상근’에 감정적으로 동조가 되었나.
‘상근’은 엄마가 행방불명되고 동네에서 발생한 연쇄살인 사건에 대해 아버지를 의심하지만 확증은 없는 상태였다. 혹시?하고 생각을 하는 단계인 거다. 그런데 확실히 알고 나서는 결국 아버지를 품기로 결정을 내린다.

<해빙> 관련 다른 인터뷰를 봤는데 참 겸손하게 느껴지더라.
일부러 겸손하고자 하는 건 아니고 좀 조심스럽긴 하다. 보통 공포하면 비주얼적으로 무섭든가 아니면 임팩트 큰 뭔가를 기대하는데 우리 영화는 그런 부분이 없지 않나. 그래서 얼마만큼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 수 있을지가 궁금하다. 최선을 다했지만 느끼는 것은 다 다르기에 강요할 수는 없는 부분이고.
<해빙>만의 차별화된 장점은.
언론 시사회 때도 이렇게 얘기했었다. <해빙>은 누군가 ‘성근’을 부를 때 고개가 돌아가는 게 아니라 눈이 천천히 돌아가는 영화라고 말이다. 눈 앞에서 보는 영화이지만 눈 뒤에서도 보는 영화이기도 하다. 머리 뒤에서 보여지는 색다른 흥미가 있는 영화다. 그러면서도 마지막에는 하나의 큰 퍼즐이 맞춰진다.

이번 연기에 대한 상대적 만족도는.
어느 역할이든 100% 만족은 못한다. 특히 이번에는 극과 극을 달리는 연기가 아니라 아슬아슬하게 중간의 감정을 연기해야 했기에 나를 믿거나 감독님을 믿거나 방법밖에 없다. 중간을 지켜나가고자 했는데 다행히 결과가 나쁘지는 않은 거 같다.

역할이 커질수록 흥행 부담도 커지겠다.
주변 친구들은 출연이 많아지고 배역의 비중이 커지기에 좋겠다고 말한다. 물론 감사하고 좋은 일이지만 그만큼 책임감이 커지는 거 같다. 점점 나만 생각할 수는 없어진다.

손익분기가 120만 정도라고 알고 있다.
그런가. 솔직히 잘 몰랐다.
좋아하는 영화는.
<8월의 크리스마스>, <러브레터>등 감성적인 영화를 좋아한다. 아까 말했듯 공포 영화는 무서워한다.

로맨스 영화에서 순박한 청년 역도 잘 어울릴 듯하다! <해빙> 을 보는 관객들에게 전하는 팁이 있다면.
이야기를 따라 가다 보면 생각하지도 않은 결과가 튀어나올 것이니 영화의 흐름에 몸을 맡기시길!아마 그렇다면 실망하지 않으실 거다. 장르영화의 쾌감을 느끼며 부담 갖지 말고 즐기시길 바란다.

최근 기쁜 일이나 인상적인 일은.
드라마 <마음의 소리>에 대한 피드백이 기억난다. 요즘 힘들고 웃을 일이 없었는데 그래도 웃게 해줬다고, 출퇴근 때 드라마 보면서 하루의 힘을 받았다고 하시더라. 이렇게 피드백 받으니 기쁘고 앞으로 더 잘해야지 다짐하게 된다.

2017년 3월 7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young@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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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박광희 실장(ULTRA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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