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지금의 나에게 만족할 것인가? <신과함께- 죄와 벌> 김용화 감독
2018년 1월 2일 화요일 | 박꽃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꽃 기자]
이만하면 됐으니 지금의 나에게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많은 것을 잃을 각오를 하더라도 다른 분야에 도전할 것인가? 누구든 몇 번쯤은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 선다. <미녀는 괴로워>(2006)와 <국가대표>(2009)를 연이어 흥행시킨 김용화 감독도 그런 심정이었다. 앞으로도 지금만큼만 만든다면 영화감독으로 살아가는 데 큰 지장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영화계에 몸담은 동안 해소할 수 없는 갈증에 목말랐던 것도 분명했다. 할리우드 영화만큼 볼거리가 뛰어난 영화, 그러면서도 능숙하게 감정을 다루고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 그래서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잘 팔리는 영화,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아니,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가 그에게 물었다. 정말로, 지금의 나에게 만족할 것인가? <신과함께-죄와 벌>은 김용화 감독이 치열한 자문 끝에 내놓은 결과물이다. 그 자체로 도전이자, 전진이다.

<신과함께- 죄와 벌>, 관객 반응이 상당히 좋다. 축하한다.
티저 예고편을 공개할 때부터 대중의 관심이 상당히 높았다. 블록버스터이면서도 감정에 충실하다는 평이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댓글 중에 ‘눈으로 오줌을 쌌다’는 표현을 보고 한참 웃었다.(웃음)

티저 예고편 공개 당시에는 실망스럽다는 반응도 여럿 있었다. 아무래도 큰 사랑을 받은 원작 웹툰의 입지가 공고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원작 팬이 많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원작 팬을 위주로 사전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일단 영화를 보고 나면 만족도는 올라가는 것 같더라. 그래서 개봉을 앞두고도 큰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주변에서는 부정적인 반응 또한 관심이라고 하더라. 관심이 아예 없는 게 더 문제라고 말이다.(웃음)

무엇보다 전체 분량의 90%에 달하는 장면을 VFX(Visual FX, 시각적 특수효과)로 만들어낸 시도가 단연 눈에 띈다. 한국 영화 최초인 만큼 어렵고 혼란스러운 점도 있었을 것 같다.
두렵기도 했지만, 그동안 워낙 하고 싶었던 작업이었다. 일단 ‘VFX 영화’라는 표식이 붙는 작품은 프리 프로덕션 단계부터 VFX 주관 회사가 굉장히 강력하게 개입한다. 스태프가 해야 할 일을 명확하게 해준다. <신과함께-죄와 벌>을 준비할 당시에는 촬영에 참고할 만한 컷과 비주얼을 미리 제공했다. 이 장면을 찍으려면 카메라를 어떻게 움직여야 하고, 렌즈는 몇 밀리를 써야 하고, 배우는 동선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주 구체적으로 전달한다. 그걸 기준으로 스태프와 피드백을 주고받기 때문에 큰 혼란은 없었다. 첫 시도에 비하면 비교적 수월하게 촬영했다고 본다. 집중도, 협업도 잘 됐다.

워낙 방대한 작업이었을 것이다. 다수의 VFX 업체와 작업했을 텐데.
굵직하게 보면 다섯 군데 정도의 업체와 함께 작업했다. 하위 단계 작업에 참여한 협력 업체를 포함하면 사실 더 많을 거다. <신과함께-죄와 벌> 수준의 VFX 품질을 보장하려면 한 군데 회사에서 모든 작업을 담당할 수는 없다. 마치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듯 모두 분업돼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일종의 공정이다. 물론 전체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회사는 한 군데고, 나머지 협력 회사들이 그 지휘 하에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조지 루커스의 ILM이나 뉴질랜드의 웨타 스튜디오가 주도권을 쥐고 지시를 내리면 협력 업체가 그에 따라 작업하고, 맨 마지막에 결과물을 합치는 식이다. 마블도 그런 식으로 일한다.

<신과함께- 죄와 벌>의 경우는 덱스터 스튜디오가 진두지휘했겠다.
반 정도는 우리(덱스터 스튜디오)가 담당했고 나머지 반 정도는 외주를 줬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맡긴 것을 다 회수해 직접 마무리했다. 외주 업체들은 우리 영화만 담당하는 게 아닐 테니 나로서는 결과물에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결국 VFX 영화는 주관하는 회사의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VFX를 구현하면서 기술적으로 가장 어려웠던 지점이 있다면.
물, 불, 바람, 먼지, 크리쳐처럼 생동감을 표현해야 하는 장면 작업은 다 어렵다. 단순한 배경 합성이 아니기 때문이다. 화탕지옥이나 살인지옥에서는 대규모 군중신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수만 명의 사람을 일일이 촬영할 수 없으니 훨씬 섬세한 작업이 필요했다. 사람이 떨어지다가 부딪히면 물리적 반응을 얼마큼 보일 것인가, 이 각도에서 추락하면 팔은 어느 정도로 꺾이고 발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 것인가, 유격은 몇 미터쯤 돼야 하고 VFX효과는 어떤 것이 추가돼야 하는지… 난도가 굉장히 높은 작업이었다.

그간 덱스터 스튜디오 기술로 <몽키킹2: 서유기 여정의 시작>(2016) <쿵푸요가>(2017) 등 중국 블록버스터의 VFX를 담당하기도 했다. 기술력이 누적됐으리라고 본다.
중국 블록버스터는 물론, 중국과 할리우드의 테마파크에 VR 영상을 다수 제공했다. 테마파크는 영화적인 영상이 아니라 극사실주의적인 영상을 요구한다. 살아있는, 실제 같은 모양새를 만들어내야 하는 작업인 만큼 그런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반면 VFX 영화라는 특성상, 전통적인 연출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할 일이 크게 줄었을 것도 같은데.
많은 면에서 그렇다. 하지만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내가 생각한 작품 완성도가 100이라면 이번 작품에서는 50 정도는 날아갔다고 보면 된다. 1편과 2편을 한 번에 찍다 보니 연출자는 물론 배우에게도 너무나 가혹한 부분이 많았다.

예컨대.
이야기의 흐름대로 촬영을 하는 게 하니라 1부와 2부에 등장하는 같은 장소의 장면을 한 번에 찍어야 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그 방식이 좋지만, 나머지는 다 나쁘더라.(웃음) 예를 들면 1신, 8신, 25신, 100신을 한 번에 찍는 거다. 그러니 연출 면에서 세공미를 발휘할 수 있는 시간도 부족했고, 놓친 디렉션도 많다. 그 면이 가장 아쉽다. 그럴 때마다 배우의 감정에 집중하며 마음을 다잡을 수밖에 없었다. 관객이 가장 많이 보는 배우의 눈을 위주로 마지막 편집 작업을 했다.

배우도 당신이 힘들어하는 걸 느꼈을 것이다.
사람이니까, 당연하다. 감독과 배우는 현장에서 작용-반작용 관계로 공존한다. 감독이 아무리 기쁜 척을 해도 사실은 얼마나 힘든지, 배우는 다 안다.

그럼에도 마지막 30분은 ‘감정의 응축’이라고 표현할 만하다. 많은 관객을 울렸다.
삶과 죽음을 다루는 작품인 만큼, 관객의 감정이 극으로 치닫는 경험을 하게 만들고 싶었다.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그 점을 염두에 뒀다. 특히, 자식을 둔 어머니는 소위 모두 벙어리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자식의 허물을 다 알지만 말하지 못하지 않나. 그런 어머니가 마지막에 남길 말은 과연 무엇일까 고민한 결과가 마지막 2~30분의 내용이다. 내가 직접 겪은 감정도 녹아 있다.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로 큰 성공을 거둔 뒤, <미스터 고>(2013)로 본격적인 VFX 영화를 선보였다. 그 후 다시 4년이 지났다. <신과함께- 죄와 벌>까지 한 우물을 파고 있다.(웃음)
<국가대표>를 찍고 허무한 느낌이 크게 들었다. 영화라는 분야에서 조금이나마 성공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상황에서, 그 성공을 잃지 않기 위해 그동안 내가 잘 해왔던 일을 더욱 열심히 할 것인가? 아니면 나를 절벽에 세워두고 모험을 할 것인가? 고민됐다.

결론은 새로운 도전을 선택한 셈이군.
당시 제임스 캐머런의 디지털 도메인, 피터 잭슨의 웨타 디지털, 조지 루커스의 ILM가 할리우드의 중심에 서면서 그런 VFX 회사들이 ‘미래를 위한 영화’를 만들 것이라는 전망이 컸다. 한국 영화도 그때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TV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라면 굳이 앞으로 뒤로 네다섯 시간씩 할애하며 관객이 극장을 찾을 것인가? 그들이 극장에 오게 만들려면 반드시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게다가 난 ‘할리우드 키즈’였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A.I>(2001)나 제임스 캐머런의 <아바타>(2009) 같은 영화를 가장 감명 깊게 봤다. 예술영화보다는 감정과 이야기를 잘 표현하기 위해 시각적 쾌감을 중요하게 활용하는 감독의 영화를 훨씬 선호했던 것 같다.

시각적 쾌감이라면 마블 작품도 빼놓을 수 없다. ‘마블 히어로물’이라는 그들만의 장르를 개척했다고도 평가받는다.
나 역시 <스파이더맨: 홈커밍>(2017)을 재미있게 봤다. 마치 <다크나이트>(2008)를 본 것 같은 느낌이었다. 배트맨의 어두운 구석을 최초로 끄집어낸 게 크리스토퍼 놀란이라면,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스파이더맨을 히어로의 전형으로 해석하지 않고 치기 어린 유년 시절의 유약함을 가진 존재가 성장해 나가는 재미있는 이야기로 그려냈다. 마블 작품 중 최고로 꼽을 정도로 마음에 든다. 하지만 다른 작품은 그다지 재미있지 않았다. 시각효과 및 영상 기술은 어마어마할 정도로 훌륭하지만 이야기와 감정이 정교하지는 않았다고 본다. 물론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IPTV를 비롯한 VOD 서비스가 일상화 돼 있는 콘텐츠 환경이 이미 일상이 된 만큼, 당신의 문제의식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었다고 본다.
한국 영화계에 갈증이 있었다. 너무 ‘로컬화’(지역화)돼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국영화는 한국에서는 잘 팔릴지 몰라도 외국에 나가면 별로 관심을 못 받았다. 세계 시장으로 나가서 도전해보고 싶었다. 일단 도전하면, 만약 실패하더라도 누군가는 내가 걸어간 길을 따라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시작이 <미스터 고>였던 건가.
사람들이 몰라서 그렇지 <미녀는 괴로워>와 <국가대표>에도 엄청난 CG가 들어가 있다.(웃음) 그 후로 <미스터 고>를 준비했고, 그걸 발판 삼아 굉장한 기술 발전을 이뤘다고 봐야 한다.

기술적인 진일보는 충분히 평가할 만하지만, 일각에서는 <신과함께- 죄와 벌>의 이야기가 손쉽고 단순한 신파에 잠식됐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 지적에 전부 동의한다. 다만 한 번에 너무 많은 이야기와 관계를 집어넣어서는 안 된다는 확신이 있었다.

어째서인가.
영화는 총합이다. 여러 요소를 합쳐 관객이 즐기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어떤 부분은 단순하고 압축적이어야 한다. 특히 <신과함께- 죄와 벌>은 10대부터 60대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 이해할 수 있는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그들을 다 끌어안을 수 있는 영화가 필요했다. 그리고, 1부에서 미진했던 부분이 있다면 2부에서는 충분히 개선될 거라고 생각한다.(웃음) 관객이 원작 웹툰의 저승편, 이승편, 신화편을 다 합쳐 2부작으로 만든 영화임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신과함께-죄와 벌>은 말하자면 1부다. 아직 개봉하지 않은 2부까지 보고 나면 왜 이야기가 이런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었는지, 더 잘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2부의 내용에 관해 간략하게 이야기해 준다면.
개입해서는 안 되는 인간의 일에 끼어들고만 저승차사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저승차사는 괴로워’(웃음) 정도로 보면 될 것이다. 그것까지 보고 나면 이야기의 원형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2부 연출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빛 활용을 잘 해 좀 더 실제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 1부에서는 어두운 느낌을 주는 공간이 많더라. 메시지 면에서는 ‘용서’가 화두일 것이다. 죄를 안 짓고 산다는 게 불가능하다면, 과연 내 잘못에 대해 진심으로 용서를 구할 용기는 있는가? 누군가 나에게 용서를 구하기 위해 찾아온다면 그를 진심으로 받아줄 수 있는가? 이런 이야기들이 주제가 될 것이다.

다음 작품 계획이 궁금하다. 마블의 창시자였던 스탠 리가 설립한 새로운 제작사와 함께 히어로물 <프로디걸>을 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출 의사는 정확히 밝혔다. 각본과 연출 전반에 대한 조건을 조율 중이다. 하지만 정말 쉬고 싶다. 단 보름만이라도.(웃음)

마지막 질문이다. 그 바쁜 와중에도 소소하게 기쁘고 행복한 시간이 있다면.
한 살짜리 딸을 바라볼 때, 눈물이 난다. 날 보면서 ‘아빠’할 땐 내 어머니 생각도 많이 난다. 날 보던 어머니 마음이 이랬겠구나 싶다. 그 애를 보고 있으면 너무나 행복하다.


2018년 1월 2일 화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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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이종훈 실장(Ultra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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