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장면에서 내 비중 적지만… <신과함께-죄와 벌> 차태현
2017년 12월 26일 화요일 | 박꽃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꽃 기자]
차태현은 <신과함께-죄와 벌>에서 주인공 ‘자홍’역을 맡았다. 가난한 유년기를 보내며 성장해 결국 과로사 하는 소방관이자, 장애 있는 어머니와 말로 다 못할 애끓는 사연을 품고 있는 맏아들을 연기한다. 한데, 영화의 핵심 장면이라고 할 만한 지점에서 정작 그의 역할은 크지 않은 편이다. 관객이 7개의 지옥과 판타지 세계를 구현한 현란한 시각 특수효과에 시야를 빼앗기고,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지극한 모성에 눈물을 빼앗기는 동안, 차태현은 마치 또 한 명의 관객처럼 영화를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그 비중에 아쉬움이 전혀 없었을 리는 없다. 그런데도 작품을 선택한 이유,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이 인터뷰에는 <신과함께-죄와 벌>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신과함께-죄와 벌>에서 과로사로 사망해 저승의 심판을 받는 주인공 ‘자홍’을 연기했다. 원작과는 달리 직업이 소방관으로 바뀌었다.
처음 작품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자홍’역을 맡게 되겠다는 느낌은 대충 받았다. 하지만 과로사로 죽은 평범한 회사원은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임팩트가 큰 캐릭터는 아니었기 때문에 재미가 덜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영화에서 ‘자홍’의 직업이 소방관으로 바뀐 게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주호민 작가의 인기 웹툰 <신과함께>를 영화화한 만큼, 원작 팬의 기대감과 일반 대중의 입맛까지 모두 맞춰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는 작업이었을 것이다.
<바보>(2008)를 찍을 때도 웹툰의 방대한 내용을 두 시간 안에 담는 게 말도 안 될 정도로 힘든 작업이라는 걸 느꼈다. 과연 원작과 똑같이 구현하는 게 맞는 건지, 완전히 다르게 표현해내는 게 맞는건지 정답은 없을 것이다. 작품이 재미있느냐, 없느냐만 따지면 된다. <신과함께-죄와 벌>은 CG를 포함해 새로운 시도투성이니까, 특히나 웹툰과 단순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는 것 같다. 나는 애초부터 별로 비교할 생각이 없었다. 비교할 것 같았으면 시나리오 단계에서 거절했을 거다.

무엇보다 VFX(Visual FX, 시각적 특수효과) 작업이 전체 장면의 9할 이상을 차지하는 특별한 작품이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느낌이 어떻던가.
시나리오를 처음 보곤 당연히 해외, 특히 중국에서 촬영할 줄 알았다. 사막 같은 데 가서 찍는 거로! 그런데 다 세트에서 촬영한다는 거다. 너무 놀랐다. 단 하루도 해외 촬영을 안 나가? 그런데 어떻게 이 장면을 촬영할 수 있지? 그간 아무리 그린 매트에서 촬영해본 경험이 있다고 해도, 세트 전체를 다 블루, 그린 스크린으로 칠하고 작업하는 건 CF 촬영일 때나 한두 번 본 경우다. 이런 작업이 영화처럼 긴 작품을 만들 때도 가능한 거구나 싶었다. 그게 가장 신기했다.

아쉽게도, 작품 주목도에 비하면 당신이 연기한 ‘자홍’역은 주인공 치고 역할 비중이 크지 않은 편이다.
고민을 많이 했다. 내가 이 역할을 정말 해야 하나? 시나리오를 보면서 감동을 거세게 느꼈던 장면이 두 군데다. ‘자홍’이 베개로 엄마의 얼굴을 누르려고 할 때 엄마가 눈을 뜨는 장면, ‘수홍’이 엄마에게 수화로 말을 전하는 마지막 장면,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그 장면에 나는 없다. 이야기의 감동이 뭔지는 잘 알겠는데, 정작 내 역할은 거기에 없더라.(웃음)

나도 그 생각을 했다.(웃음)
회상 신에 나오는 ‘자홍’의 고등학생 역할이라도 내가 연기해야 하나? 싶었지.(웃음) 하지만 역할 비중보다 중요한 건 (비주얼 면에서) 국내 최초의 시도를 한다는 점이었다. 김용화 감독님과 배우들과 함께 그런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게 내 비중보다 훨씬 중요했다.

함께 작업하는 이들과의 경험도 중요하지만, 어쨌든 이 배역을 통해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으리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그동안 차태현이 나온 영화는 웃긴 게 포인트였다. 반전 장면에서 잠깐 우는 장면이 나오는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내가 한 번도 안 웃는다. 웃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감독님도 제작보고회 때 그러더라. 차태현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고.

당신을 포함한 하정우, 주지훈, 김향기 등 다양한 배우가 활약하지만, 역시나 이번 작품은 <미스터 고>(2013) 이후 VFX 작품에 열정을 쏟아 부은 김용화 감독을 핵심으로 한 영화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가 아니었다면 만들 수 없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를 믿고 촬영하는 수밖엔 없었다. 연기 할 때 (이러이러한) CG가 입혀질 거라는 식으로 가이드 영상을 보여주는 데, 그 영상 수준은 정말 말도 안 될 정도로 단순한 수준이었다. 결과물이 이 가이드 영상처럼 나오면 다 가만두지 않겠다고 그럴 정도였다.(웃음) 물론 결과물은 좋았다.

배경부터 각종 가상 캐릭터까지, 모두 상상하며 연기해야 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감이 잘 안 오더라. 몸이 어디에 묶여있는 장면 같은 경우는 못 움직이는 상황을 연기하면 되는데, 멧돼지가 출몰하는 장면을 표현할 땐 정말 힘들더라. CG 팀 막내로 추정되는 스태프가 쫄쫄이 옷을 입고 직접 멧돼지가 쫓아오는 동선을 따라 리허설을 해줬다. 나는 그걸 보고 끌려다니는 연기를 해야 했다. 나도 나지만, 그쪽도 참 극한직업이다.(웃음)

시각 특수효과 방면의 시도는 독보적이지만 상대적으로 이야기는 너무 단순하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마지막 강렬한 신파 장면에 대한 의견은, 예상했겠지만 꽤 엇갈리는 편이다.
신파, 내가 많이 해봤지 않나.(웃음) 우리나라 코미디 작품은 마지막 부분에서 꼭 억지로 관객을 울리려는 경우가 있다. (전체 시나리오를) 다 보고 결정했는데 나중에 신파로 바꿔버린 경우도 있었다. 투자처든 어디든, 누군가 신파 없는 결론을 반대했겠지. 그런 경험이 많이 있기 때문에 억지로 신파를 집어넣는 건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신과함께-죄와 벌>의 신파는 성공이나 흥행을 위해 넣은 장면은 아니다. 내가 알기론 그렇다.

그런가.
감독님이 자기 부모님에게 공감하는 마음이 표현됐을 것이다. 내가 알기론 그렇다. 그래서 ‘자홍’과 어머니의 관계 설정에 무리수가 있었다고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토를 달지 않았다.

함께 일하는 사람의 감정을 존중하는 건 중요한 일이라고 본다.
그뿐만 아니라 영화에서 신파라는 건 분명 어느 정도는 필요한 감성이라고 본다.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극장에서 한 명의 관객으로 영화를 볼 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울릴 거면 확 울리든지, 웃길 거면 확 웃기든지. 그렇게 하고 극장을 나서야 마음이 좀 시원하다고 하나. 그래서 <부산행>(2016)에서 공유가 죽을 때 엉엉 울었다.(흐흐)

어쨌든 모성, 부성은 보편적인 감동 코드 아닌가.(웃음) 그래서일까. 흥행 속도도 상당히 빠른 편이다.
결과는… 결국 알 수가 없는 거다. 예전부터 내 목표는 무조건 본전이었다. 잘 나갈 때도, 못 나갈 때도.(웃음) 배우야 한 작품 성적이 조금 좋지 않아도 어찌 됐든 다음 작품을 할 수는 있지만, 감독이나 제작자는 그렇지 못하다는 걸 아니까.

예능드라마 <최고의 한방>(2017)을 통해 연출도 경험해봤으니 감독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게 되지 않았을까.
그 전에도 나는 감독님 마음 하나는 정말 잘 이해한다고 자신하는 배우였거든.(웃음) 그래서 뭘 시켜도 어지간하면 토 달지 않는 편이었다. 그런데 직접 연출을 해보니, 비록 반쪽짜리 감독이었다고는 해도 연출 욕심이라는 게 조금씩 생긴다는 걸 느끼겠더라. 좀 더 찍어보면 뭔가 더 좋은 장면이 나올 것 같고…(웃음) 나도 모르게 스태프를 고생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는 마음이 힘들었다. 배우일 때와는 확연히 다르게 스태프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되더라.

진정한 연출이라면 당연히, 시청률에도 민감 해졌겠다.(웃음)
난 본래 신경 안 쓰는 척하면서 시청률을 다 적어놓는다. 드라마는 월요일마다 회당 몇 프로를 기록했는지, 영화는 매일 스코어를 얼마큼 갱신했는지 확인한다. <1박 2일> 경우에는 <복면 가왕>에 스틸 하트가 출연해 시청률이 확 빠진 것까지 다 적어놨다. 그래, 우리가 스틸 하트는 못 이기지! 하면서(웃음). 아마 나보다 더 시청률과 스코어를 신경 쓰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 같다.(흐흐) 물론 신경 쓴다고 뭔가 더 잘 되는 건 아니지만…

이번 작품은 아이들과도 함께 볼만한 영화일 것 같다.
2~3년 전만해도 세 아이와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골랐는데, 이제 수찬이와 2호, 3호의 관람 작품이 확실히 나뉘었다. 수찬이는 12세 관람가는 거의 다 보고, 2호와 3호는 같이 묶어서 ‘뽀로로’같은 걸 본다. 아무튼, 수찬이와 내 작품을 같이 본 건 처음이다. 예고편을 보여줬더니 한 번 보고 싶다고 하더라. 나에겐 그게 의미가 있었다. 같은 취미생활을 즐기는 것 같은 느낌이다. <복면달호>(2007) 땐 1살이었으니.(웃음)

반응이 어떻던가.
마지막 장면에서 울더라. 슬쩍 바라보니 눈물을 닦고 있어서 웃겼다. 괜히 딴청 부리더라. 나중에 물었다. 아빠가 우니까 따라서 운 건지 아니면 드라마를 보면서 뭔가를 느껴서 그런 건지. 단순히 내가 울어서 따라 운 건 아니라고 하더라. 애한테도 느껴진 뭔가가 있었던 것 같다.

가족은 물론, 주변인과의 관계가 좋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극 중에서 표현하듯 ‘귀인’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 있을까.
가족? 마누라라고 하자니 부모님이 걸리고, 부모님이라고 하자니 마누라가 걸린다.(웃음) 그래도 와이프 역할이 엄청 큰 건 사실이다. 내 주변에는 다 업계 관계자밖에 없으니 그나마 제일 객관적이고 일반적인 시각을 갖춘 아내의 의견을 굉장히 많이 묻는 편이다. 그런데… 얘도 예전 같진 않아. 오래 같이 살다 보니 판단력이 흐려졌어.(웃음) 내 얼굴만 보면 눈물이 난다고 이제는 (작품 얘기는) 물어보지 말라더라.

최근 소소하게 행복했던 순간은.
수찬이가 영화를 보더니 진짜 건물에서 떨어진 거냐고 묻더라. 이제 4학년이니까 그런 장면이 굉장히 실제 상황처럼 느껴졌나 보다. 또 “아빠만 되게 고생한 것 같아”라고 하더라. 내 입장에선 그 정도 말을 들었으면 성공이었다.(하하하)

2017년 12월 26일 화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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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_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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