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도전, 서번트증후군과 피아노 <그것만이 내 세상> 박정민
2018년 1월 18일 목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 박은영 기자]


배우 ‘박정민’ 하면 많은 사람이 영화 <동주>를 떠올릴 것이다. 시인 ‘윤동주’의 정신적 동반자이자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사촌 형 ‘송몽규’, 그만큼 박정민의 ‘몽규’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그의 ‘몽규’는 하루아침에 깜짝 등장한 것이 아니다. 2007년 단편 영화 <세상의 끝>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단편과 장편, 독립과 상업 영화, 단역과 주·조역을 가리지 않고 30여 편이 넘는 작품을 해왔다. 그리고 마침내 평소 흠모해마지않던 선배 이병헌과 함께 <그것만이 내 세상>을 완성했다. 좋아하는 선배와 재미있는 시나리오에 의욕 넘치게 시작했지만, 그의 앞에는 두 가지 큰 과제가 놓여있었다. 서번트증후군 연기와 피아노 연주다. 고심 끝에 자폐스펙트럼장애 학생을 위한 봉사를 하며 그들을 진심으로 느끼려 했고, 주야장천 피아노 연습을 했다. 그 결과 아이들이 쓴 ‘잊지 말아 달라’는 작별 편지를 받았고, 피아노 연주를 손수 해낼 수 있었다. 고생했지만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얘기하는 박정민, 행복해 보인다.

<파수꾼>(2010, ‘희준’역)에서 깊은 인상을 남기고 그후 여러 작품에 출연했지만, 대중적으로 ‘박정민’을 널리 알린 작품은 <동주>(2015) 의 ‘몽규’ 역일 거다. 그 후 다양한 작품에서 이른바 부름? 도 많이 받고(웃음), 전후 변화가 있다면.
사실 그다지 체감되지 않는다. 하나 있다면 <동주> 전보다 일을 좀 더 많이 한다는 거다. 솔직히 눈에 확? 띄는 변화가 없어 불안한 마음이 조금은 있는데 일단 불러주실 때 ‘소’처럼 일하려 한다. (웃음) 우리한테 일이라는 게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일이라.

눈에 띄는 변화라 하면.
아직도 나를 모르는 분이 많고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이 없다는 의미다. 솔직히 내 인지도가 그렇게 높지 않다. 그리고 흔한말로 ‘대박’을 터트리지도 못했고!

대박을 기대하나 보다.(웃음)
모두는 아닐지라도 대부분의 배우가 희망하지 않을까.

이번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맡은 서번트증후군 ‘진태’역은 배우로서 도전해 볼 만한 하지만 쉽지 않은 역이다. 선택한 이유는.
정확히 표현한다면 내가 선택했다기보다 선택해 달라고 졸랐다.

오! 조르면 원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건가? (웃음) 조른 이유는.
하하! 그게 가능하다면 정말 좋을 거 같다. 일단 시나리오가 아주 재미있었다. 게다가 병헌 선배가 형 ‘조하’로 출연한다고 하니 못 하게 되면 너무 속상할 거 같더라. 그래서 매니저한테 어떻게 미팅을 잡든 좀 알아보라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다 하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기다려 보라더라. 한 1~2주 후에 결정됐다고 전화를 받았다. 최성현 감독님은 얼굴도 뵙기 전이라 예전에 <댄싱퀸>(2012, ‘뽀글이’ 역)으로 친분 있던 윤제균 감독님께 감사하다고 인사드렸다. (기자 주: 윤제균 감독은 <그것만이 내세상>의 제작사인 JK필름에 소속돼 있다.)


사실 <그것만이 내 세상>의 주요 서사가 드라마나 다큐멘터리 등에서 많이 접한 기시감 강한 이야기이다. 차별점은 뭘까.
두 가지가 있는 거 같다. 하나는 이런 장르에 이병헌이 나왔는데 그가 스토리에 딱 붙어 있다는 거, 또 하나는 그다지 강요가 없다는 거다. 내가 평소 영화를 보고 잘 우는 편이 아닌데 이번에는 많이 울었다. 원래 내가 출연한 영화를 처음 볼 때면 실수가 눈에 보여서 기분이 좀 안 좋은 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실수가 보이기보다는 울면서 봤으니 그만큼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 거 아닐까 한다.

디테일한 서번트증후군 연기가 좋더라. 준비를 많이 했을 거 같다.
재미있는 시나리오와 이병헌 선배가 출연한다는 사실에 의욕이 앞서 사실 어려운 점은 생각도 않고 무조건 뛰어들었다고 봐야 한다. 막상 준비하려 하니 의욕만 가지고 쉽게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니더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고 그들의 진심과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고민 끝에 자원 봉사 활동을 시작한 건가 보다.
처음에는 서번트증후군 ‘진태’를 표현하기 위해 책을 사서 봤는데 어느 순간 그들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게 건방진? 무모한 시도인지 깨달았다. 많은 전문가가 오랜 시간을 들여도 밝히지 못한 세계를 내가 몇 달 만에 이해한다는 게 말이 되나. 사실 봉사 활동을 처음부터 생각한 건 아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외부인 그러니까 낯선 사람을 불편해하는데 내가 연기에 도움받겠다고 찾아가서 지켜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다. 그런데 내가 꼭 연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에 대한 예의와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의 하나로 옆에서 함께 하는 건 어떨까 싶었다. 물론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갖고 계신 당사자나 가족 그리고 지도 교사 등이 기분 나빠 하지 않고 불편해하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봉사 활동 참여 과정과 활동하면서 느낀 점 등을 이야기해주면 다른 분들에게도 자폐스펙트럼장애 관련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동네에 있는 복지 학교에 조심스럽게 전화를 했다. 이러이러한 사정인데 그들을 막 관찰하려는 건 아니고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문의하니 뜻밖에도 바로 승낙하셨다. 알고 봤더니 일손이 부족한 상황이더라. 그래서 작년 한 학기 일주일에 한 번씩 방문했다. 담임 지도교사가 있고 내가 보조로 한 반을 담당한 거다. 당시 담임 선생님께서 배우가 봉사 활동 온 게 신기하셨는지 이것저것 챙겨주시고 도와주려고 하셨다. 너무 감사하다.

담임 선생님은, 나보다 어리시다!, 시나리오를 읽어본 후 밑줄까지 긋고 조언을 주시기도 했다. 지금도 우리 반 학생 5명의 얼굴이 생생히 떠오른다. 그렇게 잘 웃을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경계했으나 내가 진심으로 다가가려 하니 그들도 마음을 열어줬다. 이후엔 먼저 와서 손을 잡고 웃는 거다. 학기를 마감할 때, 우리 반 학생이 한 명 제외하고는 글씨를 못 쓰는데, 담인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잊지 말아 달라’고 편지를 써서 줬다. 그걸 받고 아, 정말 영화를 잘 만들어야겠다고 새삼 다짐했다.


극 중 ‘진태’의 모델이 된 특정 학생이 있는지.
절대 없다. 사실 연기 연습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들의 손짓이나 동작을 따라갈 수가 있다. 하지만 일부러 안 따라가려고 노력한 이유가 그들은 각기 특정 동작을 가지고 있는데 내가 그 모습을 따라 한다면 누군지 바로 알 수가 있다. 그렇다면 그 친구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나! 내 연기보다는 존중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자폐스텍트럼장애의 일반적인 특징만을 표현했다. 극 중 ‘진태’의 말과 행동은 책이나 다큐 등에서 보이는 모습을 참고로 하여 내가 연습한 거다.

영화 준비를 위해 시작했다지만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거 같다. 혹시 영화를 보러 올지도?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글쎄, 올 수 있을진 잘 모르겠고. 얘들아~ 날 보고 웃어줘서 고맙다!

‘진태’의 감정을 표현하면서 힘들었던 점과 중점을 둔 부분은.
일반인들이 보면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그게 그분들의 감정 표현 방식이다. 일반적인 형태의 감정 표현이 잘 안 되는데 밖에서 보기에 서툴다고 느껴지는 거지. 말 그대로 자기 세상 속에서 사는 분이시다. 예를 들면 마음이 너무 불안하면 창가에 가서 몇 시간 동안 자동차를 본다든지, 하늘에 구름을 본다든지, 계속 한 행동을 하면서 마음에 안정을 찾는다. 극 중 ‘진태’에겐 그 도구가 핸드폰과 피아노인 거고. 내가 연기하면서 힘들었던 것보다는 박정민이 오진태를 바라보니, 그가 너무 가여워서 눈물이 나려고 하더라. 그걸 삼키려고 애를 먹었다.

극 중 ‘진태’의 대사가 ‘네, 네’ 밖에 없다. 그 안에 여러 가지 의미를 담는 게 힘들었겠다. 답답하기도 했을 거 같고.
듣는 입장에서는 모두 같은 ‘네, 네’ 이지만 ‘진태’ 입장에서는 긍정, 부정, 무슨 뜻인지 모름 등등 다양한 뜻을 내포한다. 같은 ‘네, 네’라도 그 의미를 알아내야 ‘네, 네’ 의 질이 바뀔 테니 속도나 호흡 등에 신경 쓰며 상대방의 대사에 집중했다.


이번 ‘진태’를 연기하면서 두 가지 큰 도전을 했다. 하나는 지금까지 얘기한 서번트증후군 연기, 또 하나는 피아노 연주다! 속성 기량 향상 노하우는?
속성이란 없더라. 오로지 시간 투자만이 있을 뿐! 첫 미팅 때 감독님이 직접 연주하면 좋겠다고 하셨다. 당시 나는 피아노의 ‘피’자도 모르는 상태니까 막연히 조금 연습하면 되겠지 하고 낙관했었다. 그래서 집에 가는 길에 등록하고 배우기 시작했는데 처음 두 달은 하루 6시간 정도 시간 투자를 했는데, 그래도 안 되겠더라. 감독님께 솔직히 말씀드렸다. ‘CG 처리해야겠다’고 그랬더니 감독님이 ‘CG 처리나 대역이 연주한다면 영화적으로 완성도 높고 더 깔끔할 순 있겠지만, 관객은 내가 서툴더라고 직접 연주할 때 더 큰 에너지를 느낄 거다’ 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다시 해보겠다고 하고 주야장천 연습했다. 물론 CG처리할 준비와 대역 섭외도 해놓긴 했다.

성인 때 배워 양손 연주하기가 정말 쉽지 않은데 대단하다. 원래 음악에 소질이 있는가 보다. 그런데 극 중 ‘진태’가 연주할 때 보니 정말 피아니스트의 손 같았다. 크고 길고.
전혀 음악에 재능 없다. 악보도 못 읽어서 선생님이 다 건반에 표시해 준 걸 그대로 따라 했었다.

극 중 여러 곡을 연주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을 꼽는다면.
촬영할 때 처음 연주 했던 곡이 지민누나와 함께 친 ‘헝가리 무곡’이었다. 마침 그 곡이 연습이 많이 된 상태라서 그런지 꽤 그럴싸하게 연주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후 더 빼도 박도 못하고 그냥 내가 직접 전 곡을 연주하는 거로 갔다. 촬영 전 3개월, 이후 3개월 총 6개월을 연습한 거지. 그리고 갈라 콘서트에서 연주한 차이코프스키 곡. 극 중 마지막 곡이고 가장 연습을 많이 했음에도 처음엔 전혀 안 돼서 힘들었는데 어느 순간 잘 되는 거다. 아, 그때의 그 쾌감이란! 그 곡은 어느 정도 칠 수 있는 수준이 됐고 같이 촬영한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놀라기도 했다.


좀 전에 출연하려고 졸랐던? 이유 중 하나로 상대역이 이병헌인 점을 꼽았는데, 이유는.
이번에 같이 작업했기에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선배님 영화를 다 봤고 그의 연기를 너무 좋아한다. 그전부터 함께 작품 하고 싶은 선배 이야기가 나오면 ‘이병헌’ 선배를 꼽곤했다. 물론 그때는 상상도 못 했었고 단지 희망 사항이었지만. 사실 이미 출연 확정했다고 듣고 시나리오 읽기 전에는 이런 장르를 하신다고? 하는 의문이 있었다. 그런데 시나리오 읽어보니 알겠더라.

함께 해보니 어떻던가.
당연히 좋아했던 선배와 만난 현장이니 설레고 그만큼 재미있었다! 사실 지금까지 선배님들과 함께 작업한 경험이 적은 편이다. 내 또래 배우들과 작업을 많이 했다. 드라마 <앙투라지>에서 ‘조진웅’ 선배와 함께 한 정도. 당시도 ‘아, 선배란 이런 거구나, 이렇게 힘이 있구나’ 생각했었다. 이번에 ‘병헌’ 선배와 촬영하면서 아직 선배의 스타일을 모르니까, 나는 평소 시나리오에 살을 붙여서 하는 스타일인데, 시나리오대로 안 하면 불편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 초반 몇 신은 정말 그대로 했다. 그런데 회차를 거듭할수록 조금씩 변형해보고 연기에 의견을 냈는데 그걸 다 받아들여 주셔서 중반 이후부터는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었다. 초반에 촬영한 장면 중 나중에 다시 찍은 신도 몇몇 있다.

이병헌이 <파수꾼>(2010), <동주>(2015)를 비롯하여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까지 다 찾아봤다고 했는데, 한편으론 감개무량? 했겠다. (웃음)
어떻게 알았지! 사실 시상식에서 뵙고 이후 내 얼굴을 알아봐 준 사실 자체가 감격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영화를 다 챙겨 봤다는 얘길 들으니! 언젠가 친구가 이병헌 선배 인터뷰를 캡처해서 보내준 게 있는데, 이 영화로 만나기 전에 한 인터뷰였다, 요즘 눈여겨보는 배우가 있냐는 질문에 <동주> 의 ‘박정민’이라고 언급하셨더라. 하하 정말 기분 좋았다.

너무 ‘형’ 이야기만 한 거 같다. ‘엄마’인 윤여정 선배는 어떠셨나. 평소 직설적인? 분으로 유명한데.
그럴 거 같았는데....아니더라! 처음 만나는 날 예쁨받고 싶고, 또 극 중 아들이니까 선물을 준비해갔다. 고심 끝에 고체 향수에 이니셜을 새겨서 선물했는데 선생님이 정말 좋아하시더라. 좋아하는 척하는 건지 아닌지 느껴지지 않나. 선물을 드린 내가 더 기쁘더라. 내가 원래 먼저 다가가서 애교떨고 살갑게 얘기하고 그런 거를 잘 못 하는 편이다.

음, 붙임성은 모르겠고 선물을 준비해갔을 정도면 센스는 인정! (웃음)
그런가.(웃음) 선생님이 원체 말을 잘 하셔서 정말 재미있으시다. 촬영 없을 때 그 옆에 가서 앉아 있곤 했는데, 말했듯 내가 먼저 얘기를 잘 못하는 편이라 그냥 말없이 앉아 있으니 그 모습이 좋았는지? 짠했는지? 오히려 챙겨주고 아껴 주셨다. 나중에 촬영 끝나고 꼭 전화하라고 같이 밥 먹자고 얘기해 주시는데 감동이었다.

개인적으로 횡단보도에서 손을 잡은 두 형제의 모습을 담은 마지막 장면이 좋았다. 가장 마음에 드는 신을 꼽는다면.
나도 그 장면 좋아한다. 그 거리가 대학로인데 촬영 현장 여건이 상당히 안 좋았던 게 옆에 차가 많이 지나가고 통제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숨어 있다가 잠깐 한산해지면 찍고 정신이 없었는데 완성된 걸 보니 다 건져내서 안심되더라. 그때 병헌 선배한테 또 한 번 반한 게 그 와중에도 내 손을 다 잡고 있었다는 거다.


<염력>, <변산>, <사냥의 시간> 등등 많은 작품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 감독님을 비롯해서 너무 좋은 배우들과 함께해서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요새 이럴 때일수록 시건방져지지 말고 초심을 잃지 말자고 다시 한번 나를 다스리곤 한다. 사실 여러 작품을 하다보니 중간에 너무 힘들어서 좀 쉬어야겠다고 잠깐 생각했는데....정말 잠깐이었다. 누가 하자고 할 때 열심히 해야지!

준비 중인 작품이 여러 편인 만큼 다양한 역할을 했을 텐데 힘들었던 캐릭터는.
의외로 <변산>이 힘들었다. 캐릭터 자체도 그렇지만 랩, 사투리, 춤 등등 배울 게 너무 많았다. 아마 여러 영화를 작업하면서 쌓여온 스트레스가 <변산> 촬영하면서 터졌던 거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2017년이 가장 고비의 해였던 거 같기도 하다. 만약 이준익 감독님과 그 현장이 아니었다면 병원 신세를 졌을지도 모르겠다. (웃음)

이렇게 많은 부름을 받는 본인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리고 캐스팅 제안이 들어와도 거절할 수 있는 데 다 참여한 이유는? 혹 거절을 못 해서인가? (웃음)
내 매력이라....아까도 말했듯 나도 잘 모르겠다. 아마 <동주> 가 준 선물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거절 못 해서가 아니라 보면 알겠지만 거절할 이유가 없는 정말 좋은 작품들이다.


글을 써서 기고하고 수필집도 출판했다고 들었다. 당신에게 글을 쓴다는 것의 의미 혹은 글을 쓰는 이유는.
개인적으로 예술을 하는 사람 중에서(대중예술도 예술이니까) 자기 얘기를 가장 못 하는 사람이 배우가 아닐까 한다. 배우는 극 중 인물이 되어 누군가가 써놓은 걸 표현하니까 말이다. 특히 영화배우는 그런 점이 심하다고 생각한다. 우연한 기회에 잡지사의 권유로 내 얘기를 썼는데 독자가 봐주니까 초반엔 재미있더라. 그 후 반응이 괜찮아서 책으로 출간하기도 했다. 당시는 글을, 내 얘기를 쓰는 게 해방구였는데 마감에 맞춰 쓰다 보니 어느 순간 해방이 아니라 굴레가 되더라. 그래서 쓰는 건 그만뒀다. 지금은 내가 쓰는 게 아니라 오히려 누군가가 쓴 글을 읽는 게 해방구다.

최근 인상 깊은 일이나 즐거운 기억이 있다면.
<변산>, <사바하> 촬영하면서 감독님, 선배님으로부터 여러 조언을 듣고 생각에 변화가 왔다. 그전까지는 부담감에 내가 너무 힘이 들어가 있었다고 할까, 촬영 자체를 즐기지 못했던 거 같다. 지금은 현장에 가는 게 즐겁고 재미있다.

2018년 1월 18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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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이종훈 실장(Ultra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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