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로 멋지게 늙어가길, 동시에 훌쩍 떠나길 꿈꾼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손예진
2018년 3월 23일 금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20세 때 드라마 <맛있는 청춘>(2001)의 주연으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손예진은 “‘발연기’조차 안 되는, 연기라고 표현하기도 민망한 상태였죠”라고 당시를 회상한다. 이후 시간을 훌쩍 넘어 그때 함께했던 소지섭과 다시 만났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파릇하고 애틋한 연인 ‘수아’와 ‘우진’으로 말이다. 소지섭의 듬직한 체격 속에 숨은 연약함과 섬세함을 이미 파악했었노라고 자신하는 손예진에게 이번 영화는 더욱 각별하다. 돈이 안 되는 장르인 멜로 영화가 어렵게 만들어졌으니 제발 손익분기점만 넘어 앞으로 멜로 영화의 제작 가능성을 높이길 바라는 까닭이다. 사실 손예진은 여배우의 입지가 약한 영화계에서 드문 존재일 수 있다. 데뷔 후 한결같이 꾸준히 활동해왔고, 특정 장르에 강한 게 아닌 다양한 장르를 섭렵한 결과 연기력과 흥행력을 동시에 갖춘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그녀는 스스로 시니컬하다고 표현하지만 매작품마다 엄격하게 자신을 평가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이려고 단련한 덕분일 것이다.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배우로 산 시간이 배우가 아니었던 시간을 앞지르게 된다며, 멋지게 배우로 늙길 바라는 동시에 그간 접하지 않았던 세계로 훌쩍 떠나고 싶기도 하다는 손예진. 시니컬한 몽상가다.

멜로 장르가 드문 요즘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참 반가운 작품이다.
멜로 작품이 꾸준히 기획은 됐던 거로 알고 있다. 다만 중간에 무산돼서 그렇지. <지금 만나러 갑니다> 리메이크 얘기를 듣고 정말 익숙한 작품인데 오래돼서 기억이 잘 안 났었다. 그래서 다시 봤는데 보자마자 해야겠다 싶었다. 이장훈 감독이 신인이라 면식이 없고, 제작사와도 인연이 없던 사이인데 시나리오만 보고 결정했다. 완성본을 본 후 이 작품이 내게 온 건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면에서 ‘축복’ 같은지.
예전 같은 멜로를 다시 한 거 아닌가. <클래식>(2003)에서 처럼 빗속을 다시 뛸 수 있었고! 정말 감사하다.

영화도 좋지만, 무엇보다 당신이 예쁘게 잘 나왔더라.
감사하다. 예쁘게 잘 만들어 주신 거 같다.

연기 만족도는.
항상 만족한 적은 없는 거 같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같은 멜로 영화가 나온 것 자체로 만족스럽다 보니 개인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보이긴 했는데 나름 괜찮았다. 보통 때는 내가 왜 저렇게 연기했지 하며 후회하곤 하는데 이번에는 내가 안 나오는 장면이 꽤 있어서 그런지 좀 더 객관적으로 영화를 바라볼 수 있었다.

원작 소설과 일본판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원체 유명하다. 원작보다 상당히 가볍고 웃음 포인트가 많아졌다는 평이다.
그렇다. ‘수아’(손예진)가 잠에 취한 듯 처음 등장하는 것부터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바뀐 톤이 마음에 드는지.
내가 워낙 장르 불문하고 재미있는 요소를 좋아하는 편이다. 감독님이 개그 욕심낸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음....그건 사실이다. (웃음) 영화를 보고 관객이 많이 웃고 즐거웠으면 했다. 단, 억지로 웃는 거 말고!


특히 마음에 드는 ‘웃긴’ 장면을 꼽는다면.
‘수아’(손예진)가 돌아온 지 얼마 안 지나서 아들 ‘지호’(김지환)와 ‘쌀쌀쌀’ 게임 하는 장면. 기억을 잃은 채 돌아온 그녀에겐 남편 ‘우진’(소지섭)과 아들이 낯설다. 남편이고 아들이라고 하니까 그런가 보다 하는 거지 사실은 타인에 불과하다. 그래서 어린 아들을 하나도 봐주지 않고 지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해 게임을 한다. 그 장면이 촬영할 때는 잘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빵 터지더라. 눈물로 감동을 드릴 때도 물론 기분 좋지만, 웃음으로 관객을 즐겁게 하는 것도 너무 좋다. 그래서 좀 더 웃겼어야 했나 욕심이 살짝 나기도 했다.

그 장면 나도 좋아한다. 어린 아들을 이기려고 가차 없더라. (웃음) 펀치도 세게 날리고 말이다. 그런데 후반으로 갈수록 아들에게 져주는 모습을 보이는데, 그 부분이 잔잔한 감동이었다. 개그 혹은 웃음 욕심은 언제부터 생겼는지?
그렇게 느꼈다니! 나도 그 부분이 좋았다. 어떤 대사보다 그런 사소한 행동 변화가 ‘수아’의 감정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개그 욕심은....글쎄, 어느 순간이라고 특정하기는 힘든데, 예전 <작업의 정석>(2005)을 재미있게 촬영했었다. 이후 다시 한번 진짜 웃긴 코미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해왔던 거 같다.

극 중 어린 아들을 둔 엄마 역할이 어색하진 않았는지.
조카가 크는 모습을 아주 가까이 지켜봐서 낯설지 않았다. 사실 아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첫 조카라서 그런지 너무 예뻐했었다. 촬영 끝난 후 피곤해도 그 아이를 보고 잘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극 중 아들 ‘지호’(김지환) 또래 아이와 노는 것에 익숙하고, 극 중 ‘수아’처럼 실제로 터프하게 노는 편이다. 게임을 해도 전력을 다해서 내가 다 이기는 편이라 아이들이 날 무서워하기도 했었다. 이젠 좀 커서 그런지 조카들이 너무 바빠 잘 못 본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에서도 나름 웃겼었다. 참, <해적> 속편 준비 중이라고?
그때는 나보다는 ‘철봉’(유해진)이 웃기지 않았나. 속편은 초고만 나온 상태라고 들었다.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된 것은 없다.


이번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남녀주인공에 집중한 영화라 상대역이 그만큼 중요한데, 상대역이 소지섭이다. 당신이 건의? 했다는 얘기도 있더라.
훗, 내가 건의하면 되는 건가? 그럴 수 있다면 좋겠다. (소지섭) 오빠에게 시나리오 간 건 알고 있었고, 맡아주길 간절히 바랐었다. 마침 누가 ‘우진’을 연기할지 궁금하고 설레는 한편 걱정도 되던 참에 오빠가 출연 결정을 해줘서 고마웠지.

고마운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지? (웃음)
그게, 멜로가 여성 성향이 강한 장르라서....남자 배우는 아무래도 액션이나 범죄 장르를 선호하는데, 이런 드문 멜로에 함께해줘서 고마웠던 거다. 솔직히 오빠가 안 했으면 나도 안 했을지 모른다! 당시 계약을 아직 안 한 상태였거든.(웃음) 그만큼 오빠가 함께한 게 나한테는 중요했다고 보면 된다.

극 중 ‘우진’(소지섭)은 매사에 서툴고 연약한, 지켜줘야 할 것 같은 인물이다. 평소 소지섭의 이미지와는 다른 편이다.
우리 영화에서 ‘우진’의 역할이 매우 크다. 극 중 ‘우진’이 수영 선수인데 실제 오빠도 수영선수 출신이다. 본인(소지섭)은 자신을 아주 남성적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난 예전부터 그에게 여리고 섬세한 모습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너무 어울릴 거로 생각했던 거지. 본인은 걱정됐다고 하지만 말이다. 오빠가 ‘우진’을 하고 내가 ‘수아’를 할 경우 그려지는 그림이 있었다.

신인 시절에 드라마 <맛있는 청혼>(2001)에 함께 출연한 거로 알고 있다. 다시 만난 소감은.
어휴, 당시 정말 내 연기는 연기도 아니다. 감독님이 과감하게 (나를) 캐스팅했는데 매일 혼나고, 하루하루를 견디며 촬영했던 거 같다. 요즘 당시 짤(사진)이 돌아다니던데 지금 보면 너무 어색하다. 오빠는 나의 흑역사, 즉 부끄러운 과거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 왠지 모를 친근함이 느껴진다. 당시 내 어색했던 연기를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기억 못 하더라.

이번 영화에 대한 흥행 기대는.
모처럼 멜로 장르를 제작했는데 흥행이 안 된다면 앞으로 더욱 제작이 안 될 것 아닌가. 그렇기에 잘 됐으면 좋겠다. 큰 욕심이 아니라 손익분기점만 넘어서 멜로가 1년에 한 두 편씩만이라도 제작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실 이번뿐만 아니라 항상 손해만 안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너무 겸손하게 얘기하는 거 아니냐고 반문하는 분도 계시는데 그게 진심이고 그만큼 절실하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이미 본 혹은 앞으로 볼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영화를 보고 다정한 손길로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듯한 따뜻한 느낌을 받았으면 한다. 그리고 연인 간, 가족 간, 친구 간 등 주변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달았으면 좋겠다.


무명 시절 없이 첫 드라마부터 주연으로 시작해서 지금까지 정상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그간 슬럼프도 없었을 거 같다.
그렇지 않다. 어떤 시기라고 딱 정확하게 집을 수는 없지만, 매너리즘과 슬럼프는 순간순간에 엄습한다. 내 연기가 가짜 같고 너무 반복적인 것 같아 갑갑한 때가 많았다. 좀 다른 게 하고 싶은데 그렇다고 내 얼굴을, 목소리를 바꿀 수도 없고 내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쥐어짜 내려니 힘든 거지. 그건 다른 누구와의 싸움이 아니고 나 자신과의 싸움인데 그 과정에서 자학하게 된다. 내가 좀 비관적인 편이라 계속 고민하곤 한다.

요즘도 자학 모드인가.(웃음)
아니, 멜로로 돌아와서 반갑다고 하는 글을 보며 너무 행복한 요즘이다. 사실 이번 영화가 이전 작인 <덕혜 옹주>(2016)나 <비밀은 없다>(2016) 처럼 엄청난 연기가 필요한 작품이 아니다. 게다가 영화가 ‘수아’의 시점이 아닌, 살짝 ‘수아’를 비껴 나가서 진행됨에도 너무 잘했다고 해주시는 거다. 그러니 너무 감사하고 행복한 거지. 최선을 다하면 후회 없다는 오빠(소지섭)와 달리 나는 최선을 다했어도 후회하는 편인데, 그럼에도 이번에는 그냥 좋다.

예전에, 원래 굉장히 내성적인 성격인데 배우가 되고 싶어 성격을 바꾸려고 노력했다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아주 인상적이었다. 연기의 동력을 어디서 얻는지 궁금하다.
많이 고민하는 부분이다. 연기는 뭔가를 발산하고 내보내는 작업이다. 그렇기에 내가 채워져 있지 않으면 너무 힘들다. 심지어 그만하고 도망가고 싶은 순간도 많다. 어제도 새벽까지 드라마 촬영했는데 아마 예전 같으면 너무 힘들었을 거다. 그런데 이번 영화 반응이 좋고 많은 분이 이런 멜로를 기다려 왔다고 하니까 힘이 나더라. 요즘 기사 검색해서 좋은 반응이 있으면 그게 바로 원동력이 된다. 그런 한마디 한마디에서 힘을 얻는다.

당신의 연기에 대해서는 예나 지금이나 호평이 많다. 그럼에도 예전에는 왜 더 힘들었을까.
그야, 더 어렸고 아마도 잘 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었기 때문일 거다. 하지만 잘 하고 싶은 의지만 강했던 거지. 주위에 누가 있고,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는 보이지 않았던 거 같다. 정말 시야가 좁았었다. 해가 지날수록 스태프들이 보인다. 누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말이다. 시야가 넓어지면서 지금 현재에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많아졌다. 예전에 누군가 나에게 ‘예뻐요, 잘 봤어요’ 하면 그냥 하는 얘기겠지 하며 시니컬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내가 좀 비관적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누가 칭찬하면 진심으로 그 칭찬을 즐길 수 있게 됐다. 그렇다고 막 긍정왕, 이 정도까지 된 건 아니고 좀 더 순간을 즐기고 주위를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정말 다양한 장르에서 꾸준히 많은 작품을 했다. 그중 대표작을 꼽는다면.
아, 참....그걸 내 손으로? 최근 작품 중에는 아무래도 <해적>(2014)과 <덕혜 옹주>가 아닐까 한다. 왜냐하면, 두 작품 모두 가장 큰 영화 시장인 여름 시즌에 개봉했었는데, 다행히 좋은 성적을 거뒀었다. 여배우 중심 영화가 그간 흥행에서 약세였기에 그만큼 간절했고 부담스럽고 책임감도 많이 따랐었다. 게다가 여배우 원톱 영화라 홍보하니 더 부담되더라.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었고 안도를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작품 흥행이 잘 되고 안 되고는 운이 많이 따른다. 개봉 시기와 당시 흐름이 적절하게 맞물려야 되는데 그런 면에서 운이 좋았던 것도 있다.


‘멜로퀸’ 이라는 별명처럼 당신에게 ‘멜로’는 그만큼 익숙한 장르인데 식상함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멜로냐 아니냐를 떠나 너무 반복되는 연기가 문제 될 수 있다. 아까 잠깐 언급했듯 ‘손예진’이라는 배우의 얼굴과 목소리는 변할 수 없다. 웃고 울고 화내는 모습도 한정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변화를 조금이라도 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항상 하고 있다. 다행히 멜로를 한 지 좀 됐기에 이번에는 식상함에 대한 고민보다는 오히려 반가웠다.

<클래식>(2003)과 <내 머리 속의 지우개>(2004)는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한국 멜로 영화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두 작품이다. 생각해보면 당시 1년 간격으로 연속 두 작품을 한 셈인데 대단하다!
(웃음) 당시는 몰랐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2000년대 초반에 정말 중요한 작품을 했음을 깨닫게 된다. 여전히 많은 분이 <클래식>과 <내 머리 속의 지우개>를 기억하고 추억해 주시기에 더욱 소중한 작품들이다.

예전 작품을 다시 보기도 하는지.
얼마 전에 곽재용 감독님(<클래식> 연출)과 <클래식>을 극장에서 다시 볼 기회가 있었다. 이게 집에서 IPTV로 보는 거와 너무 다르더라. 예전 영화를 보니 참 어렸구나 싶은데 모습도 그렇지만 특히 목소리가 어린 거다! 그 어린 목소리로 하는 내레이션이 너무 간지러워서 오죽하면 내가 내레이션만 다시 하면 안 되냐고 물을 정도였다. 음, 그리고 나름 예뻤군 하는 생각도 들고, 청춘의 푸르렀던 젊음이 화면에 고스란히 드러나서 되게 묘한 기분에 젖었었다.

좋아하는 영화가 있다면.
힐링 영화로 <포레스트 검프>, 가끔 꺼내서 볼 정도다. 그리고 <인생은 아름다워> 도 좋아하는데 현실적으로 미화됐을지 몰라도 따뜻한 영화를 좋아한다. 미셸 윌리엄스 주연의 <우리도 사랑일까>도 인상 깊었다. 또, 흡혈귀 소녀와 인간 소년의 사랑을 그린 <렛미인>도. 그러고 보니 내가 사랑을 주제로 한 영화를 좋아하나 보다. 우리 어릴 때는 홍콩영화를 많이 봤었다. <천장지구>, <금지옥엽> 이런 영화들을 어릴 때 정말 좋아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좀 성숙했던 거 같다. 중학교 때 사춘기를 꽤 깊게 겪었는데 의문이 참 많았었다. 친한 친구들과 교환일기 쓰며 적었던 고민을 생각해보니 그렇다.

당시 품은 의문들이 이젠 풀렸는지. (웃음)
훗, 그랬을까? 무뎌진 거지 풀리진 않았다고 본다. 나는 왜, 무엇을 하기 위해 태어났을까. 분명히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있을 텐데 그게 뭘까. 지금 배우의 길이 나에게 맞는 길인가, 앞으로 미래는 어떻게 될지 등등 현재와 과거를 계속 되돌아본다.


같이 작업하며 극 중 커플이 실제 커플로 이어지는 경우가 꽤 많다. 그간 수많은 멜로 드라마와 영화를 했음에도 연애 스캔들이 없는 것도 한편으로 이례적이다.
그러게....과거에는 진짜 앞만 봤다. 작품만 본 거지. 그리고 지금은 생각이 좀 달라졌는데 예전에는 같은 일을 하는 사람, 즉 배우는 만나고 싶지 않았었다. 같은 작품하면서 연애하고 이런 게 싫었었다. 일부러 피한 건 아니고 그런 연애 감정 자체가 들지 않았다. 지금은 나이도 있고 앞날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 마음을 열어 두려고 한다. 사실 배우가 누군가를 만나는 게 쉽지 않다. 소개팅을 해 본 적이 있지만, 얼굴이 알려져 있기에 쉽지 않다. 또, ‘손예진이랑 소개팅했어’ 이런 말이 도는 것도 별로라고 생각했었다.

작품을 통해서 대리만족할 수도 있겠다. (웃음)
요즘에 좀 그런 듯하다. 드라마에서 연하 남친과 연애 중인데, 연애 초반의 달달한 감성을 연기해서 그런지 지금 한껏 말랑말랑해진 상태다. (웃음)

사적인 질문인데 결혼에 대한 생각은.
30대 초반에는 결혼해야겠다, 너무 늦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사는 것도 좋겠다 싶다. 결혼 후에는 지금처럼 전력을 다해 일할 수 없을 테니 말이다. 포기해야 할 부분이 생긴 텐데 그런 걸 생각하면 별로 생각이 안 든다.

지금 촬영 중인 드라마가 정해인 배우와 함께하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인데, 잠깐 소개한다면.
이번 드라마는 30대 중반 여자들이 보편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감성을 담았다. 내가 직장 생활을 해보지 않았음에도 공감이 너무 잘 될정도로 사실적으로 그린 것 같다. 현실적이면서 진솔하고 달달하게 연애를 그렸다.

대다수 배우가 몰입하던 작품이 끝난 후 공허함이나 허함을 토로하곤 한다. 지금까지 나눈 대화를 생각해 보면 상실감을 크게 느낄 거 같은데.
제대로 봤다. 작업 끝나고 다음 날 아침이 가장 허전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촬영장에 나갈 필요가 없으니까 오늘 뭘 할지 고민하며 공허함에 빠지곤 한다. 그래서 작품이 끝나면 바로 여행을 간다. 그럼 그 작품에서 빨리 빠져나올 수 있다. 배우는 여러 가지 면에서 한정적이다. 만나는 사람만 만나고 생활 반경도 제한적이다. 그렇기에 여행하면서 많이 걷고 맛있는 것 먹고 힐링하곤 한다. 다행히 세계 곳곳에 친한 지인이 있어 혼자 가도 재미있게 놀 수 있다.

공효진이 ‘한복녀’로 까메오 등장한다. 평소 공효진을 포함한 친한 그룹이 있다고 하던데....
이름이 ‘한복녀’라는 캐릭터인데 임팩트 있는 배우였으면 좋겠다고 감독님이 부탁하셨다. 순간 딱 (효진)언니가 떠오르더라. 부탁하는 게 쉽지 않은데 다행히 언니가 대본 보내라고 쿨하게 오케이했다. 그런데 의상 뭐 입어야 되냐고 물어본 거 봐선 촬영 전까지도 안 읽었던 듯하다. (웃음) 다음엔 내가 언니 영화에 까메오로 나가기로 했는데 어떤 역할일지 지금 떨고 있는 중이다.

일단, 제일 큰 언니로 송윤아 언니, 그리고 운동하면서 친해진 효진 언니, 여행 갔을 때 중간에 공통으로 아는 지인이 있어 친해진 엄지원 언니, 그리고 예전에 드라마 <연애 시대>를 함께한 오윤아 언니, 그리고 같은 회사인 민정씨 등 이래저래 모이다 보니 여자들 크루가 됐다. 단체 카톡방에서 얘기하고 여행을 같이 다니기도 하는데 사실 작품 하는 시기가 다 달라서 시간 맞추기가 힘들다. 그런데 이번 <지금 만나러 갑니다> VIP 시사회에 다 참석하기로 했다. 정말 고맙다.


‘배우’ 손예진의 지향점은.
배우는 매 작품마다 평가를 받게 된다. 타인의 평가와는 별개로 나 스스로 평가를 하는데 다른 이들이 모르는 나만이 알고 있는 부족함이 있다. 그런 부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계속 추구하고 노력하고 싶다.

‘인간’ 손예진으로서 지향점은.
배우가 아니었던 시간과 배우로 산 시간이 이제 거의 비슷해졌다. 앞으로는 배우로 산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지겠지. 그래서 배우가 아닌 나와 배우인 나를 따로 분리해서 생각하기 힘들다. 그런 와중에 개인적 행복을 꿈꾸기도 한다.

개인적 행복이라 하면.
후후, 정말 뜬금없이 한 2년 정도 어딘가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살고 싶다든지 하는 것들. 내가 살아 왔던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가 있을 것 아닌가. 언젠가 그 세계를 경험하고 싶은 막연한 동경이라고 할까. 멋있는 배우로 늙고 싶다고 당연하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배우 외의 인생을 꿈만 꿔본다. 사실 나는 평소에도 편하게 쉬는 스타일이 아니다. 작품을 안 할 때도 몸 관리나 체력관리 등등 뭔가를 해야 한다.

최근 행복한 기억 혹은 인상적인 일은.
요즘 드라마 찍으면서 행복했다. 아무래도 실제 내 나이와 비슷한 주인공을 연기하니까 재미있으면서 공감이 많이 되더라. 촬영 현장이 즐거웠는데 그건 이번 영화에 대해 호평받은 것도 크게 한몫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드라마 촬영하면서 괴로웠을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요즘은 피곤함도 잘 못 느낀다.

2018년 3월 23일 금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사진제공_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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