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그, 자주 보니 더 좋다 <창궐> 현빈
2018년 10월 26일 금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무자비한 인질범 ‘태구’로 악역을 소화했던 <협상>으로 추석 극장가를 장식했던 현빈이 한 달 만에 <창궐>로 또 관객을 찾는다. 이번에는 조선 시대를 무대로 한 좀비와 유사한 밤 귀신 ‘야귀’와의 사투를 그린 크리처물이다. 극 중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왕자 ‘이청’으로 분해 평소 친한 선배인 장동건이 연기한 ‘김자준’과 대립각을 세우고 불꽃 튀는 액션 대결을 펼친 현빈. 몸을 만들고 검술 액션을 배우고 승마 연습하는 등 준비할 것들이 많은 작품이었지만, 사극과 좀비라는 소재의 결합이 신선해서 좋았다고 한다. 또, 성장해 나가는 ‘이청’의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고 전작 <공조>에서 함께했던 김성훈 감독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 그의 다음 작품은 증강 현실을 소재로 한 드라마로 12월에 방영이 예정돼 있다. 협상이라는 소재에 이어 ‘야귀’ 그리고 증강 현실까지 그는 조금씩 새로움에 도전하고 있다. 또 나왔냐고 할 관객도 있을 거라며 그는 이미지 소모를 고민하기도 한다지만, 배우의 본업에 충실한 그를 반기는 팬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협상>으로 만난 지 얼마 안 됐는데, <창궐>로 또 만나 반갑다. 자주 보니 좋다. (웃음)
그렇지? 한 달 정도 됐나. 여하튼 반갑다고 해주니 고맙다.

조선 시대에 출몰한 좀비, 일명 사극 좀비물인데 <창궐>의 어떤 점에 끌렸는지.
두 가지가 있다. 말했듯 조선 시대와 야귀 크리처의 만남이 흥미로웠다. 또, ‘이청’(현빈)이라는 캐릭터가 성장해가는 모습이 좋았다.

국내 영화로는 <부산행> 이후 본격적인 좀비물이라 할 수 있다. 두 영화를 비교한다면.
내가 <부산행>을 평가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웃음) 일단 시대적 배경과 캐릭터 성격이 다르다. <부산행>이 기차라는 한정된 공간에서의 사투라면 우린 좀 더 넓은 공간을 무대로 한다. 사실 ‘좀비물’이라는 측면에서 <부산행>과 비교할 게 뻔한데 감독님과 제작진이 얼마나 고민을 많이 했을까 싶다. 원체 상업적으로 작품적으로 성공했으니 그와 다른 모습 혹은 업그레이드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을 거다. 그래서 ‘좀비’라는 표현보다 밤 귀신이라는 뜻의 ‘야귀’라는 명칭을 사용한 거다. 또, 시대적 배경과 더불어 어두운 밤을 배경으로 활동하니 스산한 맛이 있지 않을까 한다.

<창궐>이 19개국 동시 개봉한다고 들었다. 반가운 소식이다. 외국에서 보자면 굉장히 낯설 수도 신선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가 할리우드 좀비 영화를 보듯이 그들도 보지 않을까. 사극과 좀비의 결합이니 긍정적으로 봐주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모르지 열어봐야 알겠지.

사극에 액션물이라 준비를 많이 했을 것 같더라.
아무래도. 중국어 연습, 몸 만들기, 승마 연습, 검술 액션 등 꽤 준비했다. 완성본을 보니 생각보다 액션 장면이 적더라. 훨씬 많이 한 거 같았는데…. 액션도 편집하신 건가. (웃음)

액션도라 하면, 또 편집 당한 부분이 있다는 건데?
사실 통편집 당한 부분이 있다. 극 초반 ‘이청’(현빈)이 궁녀들과 누워 있는 다소 육체적인(?) 장면이 있었다. 또, 형님의 유지를 읽는 장면도 있었는데, 캐릭터상 안 맞는 것 같아 통째로 드러냈다고 하더라.

저런, 아깝다! ‘야귀’들과 촬영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힘들다기보다 그들이 나타나면 죽여야 하는 입장이니 항상 긴장했었다. 야귀의 특성상 사람을 물려고 덤벼드니 입과 얼굴이 앞으로 나와 있다. 긴 칼을 사용한 액션이라 나와 야귀 사이의 거리를 재는 게 관건이었다. 잘 못 재면 다칠 수 있거든.

초반 야귀가 칼날을 ‘다다다’ 무는 장면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액션의 강도가 짙어지는데, 특이점이 있다면
실제로 물었으니 상당히 위험한 촬영이었다. 현장에서 부상당하지 않도록 서로 조심했었다. 야귀 떼에게 쫓기면서 치고 올라갈 때는 와이어를 사용했다. 후반부의 경우 컷을 나눈 것도 있는데, 많은 합을 한 번에 간 시퀀스 촬영이 꽤 있었다. 한 번에 오케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여러 번 반복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반복하다보니 야귀와는 액션 합이 맞기 시작해서 오히려 편해지더라.

평소 액션 신 촬영 시 스턴트맨의 도움을 잘 안 받으려 한다고 들었다.
최대한 그렇게 하려고 한다. <공조>(2016) 때도 느꼈는데 내가 직접 연기하면 아무래도 카메라가 더 근접하게 들어올 수 있더라. 액션이 힘든 반면 성취감이 있다. 무언가 볼거리를 만들어가는 재미 말이다.

<공조>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공조>에 이어 김성훈 감독과 <창궐>로 다시 뭉쳤다.
<창궐>에 참여한 이유에 감독님도 한몫한다. 지난 작업에서 잘 맞았었거든. 그런데 서로를 잘 안다는 게 장점이지만, 단점이기도 하다. 뭐냐면 난 이것저것 해보고 싶고 감독님은 더 시켜보고 싶고. 서로 욕심이 충돌한다고 할까. <공조> 때 내가 어느 정도까지 액션을 소화해 냈는지 봤으니 좀 더 해보라는 거지.(웃음)

극 중 야귀가 정말 많이 등장한다. 후반 CG 작업을 거쳤겠지만, 현장에서 보통 야귀가 몇 명이나 상주(?) 했는지 궁금하더라. 또,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서 야귀로 출연한 배우들의 사진이 올라오는 데 참 좋았다. 출연 배우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느껴졌다.
장면마다 다른데 보통 30~40명은 있었던 거 같다. 야귀가 밤에 나타나는 귀신이니, 어두운 상태에서 촬영을 하는데, 휴식 시간이 되면 야귀들이 이곳 저곳 삼삼오오 모여 쉬곤 했었다. 지나가다 우연히 만나 화들짝 놀란 적도 여러 번이다. 자꾸 보니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인사할 정도가 되더라.

엔딩 크레딧의 경우 감독님 나름의 고마움의 표시인 것 같다.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CG를 최소화하고 대부분 분장으로 해결했거든. 야귀의 감염 상태에 따라서 세 단계로 나눠 분장한 거로 알고 있다. 그렇게 몇 달 동안 몸을 만들고 힘들게 참여했는데, 분장을 두껍게 하다 보니 실제 얼굴이 드러나지 않지 않나. 그렇게나마 얼굴을 보여주려고 한 거지.

‘이청’(현빈)이 성장하는 모습이 좋았다고 했는데, ‘이청’ 캐릭터를 소개한다면.
그는 권력욕이 없고 조선을 안 좋아하는 인물이다. 흰색 도포 입는 걸 고민할 정도로 조선과 멀어지고 싶은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다가 청에서 조선으로 돌아온 후 ‘박종사관’(조우진) 등을 만나면서 점점 책임감이 생기게 된다. 극 초반에는 사극 톤을 일부러 사용하지 않았고, 이후 서서히 말투와 표정을 조금씩 바꿔갔다. ‘이청’(현빈)의 직접적인 대사를 통해서 그 변화를 보여주기보다 관객이 천천히 스며들길 바랐기 때문이다. 그 변화가 잘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웃음) 다행히 시간순으로 촬영이 대부분 진행돼서 감정을 잡아 나가는 데 수월했다.

‘이청’이 불사조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불사조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닌데…(웃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우리 영화가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 것을 목적으로 한 영화는 아니지만, 희망적인 결말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다.

시대 배경이 논픽션인듯 픽션이다.
인조 시대를 모티브로 했지만, 실존 인물을 그대로 차용하지 않았다. 극 중 역성혁명을 꿈꾸는 ‘김자준’(장동건) 역시 그 시대 실권자를 모델로 하지만 상상력을 불어넣어 창작한 인물이다. ‘야귀’처럼 말이다.

극 중 ‘김자준’(장동권)은 청에 대한 사대를 배격하는 아주 급진적이고 권력 지향적인 인물이다. 이에 반해 ‘이청’은 왕자임에도 권력에 관심 없는, 상반된 성향을 보여준다. 혹 당신은 어느 쪽에 가까울까.
흠, 굳이 두 인물 사이에 고른다면, 내가 그리 욕망의 화신은 아닌 것 같다. (웃음)

‘김자준’역의 장동건과는 평소 아주 친하다고 들었다. 호흡은 어땠나. 서로 연기 관련 조언을 가끔 하는지.
선배는 (우리가) 평소 매우 친해서 적대관계를 연기한다는 게 처음에는 걱정됐었다고 하는데, 나는 달랐다. 걱정보다 기대가 훨씬 컸다. 카메라 앞에서 배우 대 배우로 만난 적이 없어서 함께 작업하면 어떨지 궁금했었거든. 그(장동건)를 보며 평범한 10대를 보낸 나로서는 같이 연기한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 호기심 궁금증이 많았다. 게다가 현대물이 아니라 사극이라 한복 입고 분장하고 평소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만났으니 그런 우려를 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선배가 카메라 앞에서 눈빛이 변하는 데 확실히 배우구나 싶었다. 극 중 ‘김자준’(장동건) 캐릭터가 개성이 강한 것도 이유겠지만 화면 속에서 볼 때보다 훨씬 임팩트가 컸다. 압도당하는 순간이 많았다. 또, 극 전체에 대해 함께 대화를 많이 나누지만 서로 연기 조언은 안 하는 편이다. 선후배를 떠나서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후반부 ‘이청’(현빈)과 ‘김자준’(장동건)의 액션이 불꽃 튀는데, 액션 합은 어땠나.
재미있었다. 보면 알겠지만, ‘김자준’이 원체 괴력을 지닌 야귀 아닌가. 액션 장면마다 서로 다른 칼을 번갈아 사용했고 같은 칼이라도 여러 개를 준비했다. 예를 들면 CG로 후반 작업하는 경우는 짧은 칼을 사용한다, 몰랐지? 좀 더 긴 칼은 등 뒤로 차고 다니는데 실제로 무게가 상당해서 차고 다니면 허리가 아플 정도였다.

당신의 헌신적인 시종 ‘학수’를 연기한 정만식 배우와의 호흡은.
(만식) 선배가 다른 영화에서 우직하고 묵직한 모습인데 이번에는 다소 가볍고 방정맞은 완전히 반대 모습이 아닌가. 그 모습을 보는 게 재미있더라. 선배가 극 중 줄곧 ‘마마’를 외치며 ‘이청’을 계속 쫓아다녀야 하니 그 감정을 유지하기 위해 촬영이 아닌 때조차 계속 기분이 업돼 있으셨다. 그래서인지 촬영장이 화기애애했다.

<협상> 인터뷰하면서도 나온 얘긴데 요 몇 년 상업·오락 영화에 치중해서 작품을 하는 것 같다. 김태용 감독과 함께 했던 <만추>(2010)에서의 모습 같은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팬이 많다.
특별히 규모가 큰 영화 혹은 저예산 영화 이런 식으로 굳이 구분하려 하지 않는다. 오락적이든 메시지를 전하든 만들어지는 이유가 다 있을 것이고, 정해진 정답은 없다고 본다. 다만 2시간 남짓 즐길 수 있는 영화를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나리오가 재미있고 게다가 참신한 소재면 더 좋고 내 능력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으면 시도하는 편이다. 요즘 한국 영화의 다양성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

<만추>의 느낌을 아주 좋아했고 유사한 작품을 나 역시 또 하고 싶다. 내 나이에 맞는 현실적인 멜로가 흥미로울 것 같거든. 한편으론, 반대로 완전히 더 센 액션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올해도 어느덧 몇 달 안 남았다. 차기작은.
한 달 정도 쉬었다가 12월 초에 드라마로 인사드릴 것 같다. 증강 현실을 소재로 한 흥미로운 드라마다. 현재 11부까지 촬영했다. 공중파가 아닌 드라마는 처음이라 개인적으로 기대 중이다. 요즘 <창궐> 홍보와 드라마 촬영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드라마 이후 아직 정해진 작품은 없다. 보통 하나의 작품에 들어가면 중간에 다른 시나리오를 안 보거든. 그게 해당 작품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고 아무래도 관심이 흩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협상>에 이어 <창궐> 그리고 방영을 앞둔 드라마까지, 올해 참 열심히 일했다. 고생했다. (웃음)
나름 다른 모습을 선보인다고 하지만, 아마 또 나왔냐고 하실 분도 계실 거다. 보시는 분마다 다르게 생각할 것 같다. 연기하는 건 당연한 거겠지만, 이미지가 너무 소모되고 있는 건 아닌지에 대한 고민도 있다.

2018년 10월 26일 금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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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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