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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 신정원 감독, 식상함에 맞서는 독특함!
2009년 7월 24일 금요일 | 김도형 기자 이메일


처음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독특한 유머가 포함된 컨셉이었나?
시나리오를 처음 쓸 때부터 이런 영화가 나올 것이라는 걸 주변에서 알고 있었다. 오히려 사람에 대한 관찰이나 그 사람들 안에 숨겨진 내면 모습을 더 봤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일부러 시나리오에서는 그런 걸 세세하게 표현하지 않았다. 너무 디테일하게 써놓으면 오히려 배우들이 짐작을 하고 그런 방향으로만 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을 것 같아서 힌트를 거의 안 줬다.

시나리오 전체 이야기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식인 멧돼지와 사투를 벌이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처음부터 사투를 벌이는 내용은 아니었다. 지금 괴수 어드벤처니, 식인 멧돼지니 이런 부분이 강조되면서 영화에 대한 인식이 그렇게 됐는데, 솔직히 말하면 시나리오의 시작은 사투나 이런 얘기를 할 정도로 큰 것이 아니었다. 그냥 시실리만한 동네에 멧돼지가 나타나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그냥 그런 일에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하는 정도. 실제 영화 규모도 그 정도로 생각했다.

작게 생각했던 영화인데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어갔다. 해외 로케이션도 있고, CG 비용도 그렇고.
처음 시작할 때는 간단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찌됐든 멧돼지라는 게 표현이 안 되면 영화 전체가 말이 안 되니까. 내용보다도 멧돼지 구현 때문에 시작도 못하는 영화가 될 뻔 했다. 한국에서 작업하기에 문제점이 많았고 힘들었던 부분도 많았다. 디테일을 살리려면 끝도 없이 돈이 들어갈 수 있다. 근데 뭐 <킹콩>처럼 거대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니까. 그래서 그 지점이 가장 난감하긴 했다. CG에 많은 돈이 들어갔지만, 영화 자체는 작은 영화 찍듯이 배고프게 찍었다.

영화를 본 관객의 반응이 극명하게 둘로 나뉘었다. 지지자와 안티가 확실한 영화가 됐다.
영화는 호불호가 나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국민영화를 만드는 것도 아니니까.(웃음) 누군가는 좋아하고 누군가는 싫어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면 말도 안 되는 영화겠지만, 확실하게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좋아하는 사람의 경우는 이런 영화가 아니라 정색하는 사투극이었다면 오히려 싫어했을 거다. 나도 좋아하고 싫어하는 영화 스타일이 분명히 있으니까 그런 취향에 맞게 만든 것 같다.

홍보 과정에서 괴수 어드벤처에 너무 초점을 맞춘 게 아닌가? 코믹한 부분을 의식적으로 감춰서 보고나니 그 부분이 상대적으로 더 커 보이더라.
전략적으로 그렇게 한 것은 아니다. 그저 내가 보기엔 별로 안 웃기니까.(웃음) 무슨 전략을 써야겠다는 아니었고 그냥 홍보팀이 알아서 잘 해주니까 맡긴 거다. 그냥 내가 만들 수 있는 영화를 만든 건데 생각보다 너무 웃더라. <차우>는 <시실리 2km>처럼 웃기려고 만든 영화가 아니다. 그냥 저 상황에서 내가 이랬던 적이 있었다거나, 배우들이 이런 적이 있다고 하면 그렇게 한 번 해보라고 해서 찍었다. 이렇게 하면 웃기겠지? 하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평소 웃기는 편인가? 연출하고 참여한 영화들을 보니 코믹한 부분이 은근 강하다.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장난치고 이런 건 좋아하지만 성격 자체가 말이 없고 내성적이어서 말로 잘 표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래서 그 표현을 영화로 하는 것 같다.

자신의 유머감각을 영화를 통해서만 발휘 하겠다?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근데 자기가 웃기다고 웃긴 영화가 나오는 건 아니잖나. 개그맨이 영화 찍으면 웃기게 나올 것 같지만 반대로 나올 확률이 더 크다. 만날 대중들을 웃기지만 자기를 표현하는 부분에서는 진지하고 싶은 마음도 있으니까. 나 역시도 성격하고 영화 표현은 반대인 것 같다.

억지로 코믹한 상황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냥 평소에 있을 법한 자연스러운 이야기로 웃음을 주는 식?
상상이나 했던 일들을 표현했다. 사람들이 원래 이런 상황에선 이런 생각, 저런 상황에선 저런 생각을 하게 되지 않나. 다들 어떤 상황이 닥치면 그 일에 떳떳하지 못하게 속으로 비겁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속으로는 어떻게 해야겠다 싶지만, 나서지 못하거나 정확하게 말로 못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가 비겁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의 감춰진 속내에 관한 얘기를 하고 싶었다.

그런 속내는 재미있게 표현된 것 같다. 도벽 신형사도 그렇고, 치매노모를 버리는 상상을 하는 김순경도 그렇고. 이런 유머를 배우들은 잘 이해했나?
전작을 같이 했으면 잘 알텐데 처음이라 잘 모르더라. 내가 말을 재미있게 해서 설명한 적도 없고, 항상 진지하게 말해서 유머 코드는 잘 몰랐을 거다. 촬영하면서 당황하기도 했지만 계속 찍으면서 적응하고 이런 면은 이렇게 볼 수도 있구나 하면서 좋아해줬다. 장항선 선생님의 경우는 촬영이 끝날 때까지 얘가 왜 이러나? 하면서 이해를 못 해서 계속 불편한 촬영을 했다. 장항선 선생님과 제문이형(윤제문)이 싸우는 장면에서 제문이형이 나갔다가 다시 총을 가지러 들어오는 장면의 경우, 선생님께 미리 말을 안 하고 그냥 찍은 장면이다. 제문이형이 나가고 컷을 안 하고 기다렸다가 다시 들여보내 총을 가져오게 했더니 선생님이 많이 당황하더라. 그 모습을 카메라에 그대로 담았다. 정면에서 찍은 장면은 웃긴 장면도 있는데, 웃기는 게 목적이 아니니까.

시나리오를 처음 받아봤을 때 배우들은 어떤 느낌을 받던가?
시나리오 자체가 무겁지 않았다. <시실리 2km> 같은 느낌이랄까. 가볍게 볼 수 있는 시나리오라서 심각하게 보지 않았을 거다. 뭐 괴생명체를 잡기 위해 혈투를 벌이고 하는 그런 내용은 아니었으니까.

모든 캐릭터들이 다 재미있다. 주변 인물들에서 힌트를 얻었나?
주위 친구들, 지금까지 겪었던 사람들, 군대 선임 등에서 따왔다. 특히 군대에 있을 때 이런 걸 많이 느꼈다. 극단적으로 만들어진 사회의 압축판이라고 생각하는데, 윗사람한테 어떻게 하고, 어떤 상황에서는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 그런 것들. 그때 비겁함을 많이 느꼈다. 거대한 조직을 상대로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하지 못 하고, 거짓말을 해야 하고, 방관하고 있어야 하고, 부당하다고 생각해도 모른 척해야 하는 그런 상황들. 대부분의 남자들이라면 비슷한 경험이 있을 거다. 그런 주변 인물들을 생각해 캐릭터를 만들었다. 신형사의 도벽은, 왜 주변에 그런 사람들 있잖은가? 멀쩡하게 생겨서 생각지도 않은 행동 하는 사람들. 애초에 신형사는 개성이 없는 캐릭터여서 고민을 많이 했다. 근데 촬영하다가 신형사가 즉흥적으로 음료수 캔을 슬쩍 주머니에 넣었다. 또 마침 카메라 감독님이 이걸 안 놓치고 클로즈업으로 담으면서 캐릭터가 잡혔다.
스탭들하고는 척하면 척이었나 보다.
촬영감독이랑은 오래 함께 작업했다. 그래서 서로 잘 통한다. 현장에서는 카메라 2대로 촬영했다. 하나는 전체 그림을 찍고, 하나는 촬영감독이 알아서 클로즈업 샷을 찍었다. 계획에 없는 것이 생겨도 다들 마음속으로 뭔가에 동의하고 따라간다. 감독이랑 촬영감독이 이상한 코드로 맞아 버리니 영화에 이상한 느낌이 나올 수밖에.(웃음) 감독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니까. 의도를 잘 알아주니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었다.

사람들의 감춰진 마음을 드러내는 블랙코미디적인 유머다.
웃기는 것보다 뜨끔하고 찔리는 게 더 많다. 내 자신이 그렇게 생각했던 적이 많기 때문에 웃기기보다는 많이 뜨끔했다. 근데 원래 사람들이 그런 것 같다. 그런 면을 감추고 살고 싶어 하면서도 그런 걸 보게 되면 또 웃긴다.

<시실리 2km>의 신정원 감독이기 때문에 이런 경향이 예상되기도 했다.
나름 힌트라고 생각했다. 포스터도 웃긴 버전이 있어서 그런 것들 보면 대충 짐작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근데 짐작 못한 사람들이 훨씬 많았던 모양이다. 처음에는 무서운 영화인 줄 알고 온 관객도 상당수였다더라.

괴수 어드벤처라는 식으로 홍보가 많이 됐기 때문일 거다. 근데 틀린 얘기도 아니다. 그런 부분에서는 어떤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나?
차우라는 식인 멧돼지가 나오긴 하지만 그걸 괴수라고 부르긴 좀 그렇다. 멧돼지가 용가리나 <디 워>의 이무기도 아니고, 그냥 있는 동물이니까. 조금 큰, 사실 무지 커졌지만.(웃음) 딱히 괴수 장르를 차용하지 않았다. 근데 그냥 동물 영화라고 하기도 좀 애매하니까. 장르에 대해서는 모호한 부분이 있다. 많은 얘기를 들었고, 지금도 논란이 있긴 하다. 그런 걸 기대한 관객들이 배신감을 느끼고 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냥 이런 영화도 있구나 하는 식으로 봐주길 원했다. 개인적으로 장르적이거나 상투적인 영화보다는 재미있는 요소가 많다고 생각한다.

취향이 달라 웃음의 코드가 낯설다는 얘기도 있다. 원래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나?
사람 불편하게 만드는 게 은근히 재미있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같은 거 봤을 때 충격적이었다. 뜨끔하더라. 그런 감독들 영향을 안 받았다고 할 수는 없다. 영화를 꿈꾸던 시절에 <오아시스> <강원도의 힘> 이런 영화들을 보면서 뜨끔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면서 여러 가지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현실을 다루는 건 국한되어 있으니까, 그런 느낌에 상상력을 더한 거다.

평소에 좋아하는 영화들은 어떤 영화들인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빼고는 대부분 좋아한다. <캐리비안의 해적> 나오기 전까지의 할리우드 영화들은 정말 재미없었다. 스토리도 없고 기술력만으로 만들어서 자본으로 승부를 거는 식이다. 근데 <캐리비안의 해적>과 같이 캐릭터가 있는 영화들이 나오면서 정신을 차린 것 같다. 그래서 한국영화가 더 위험하다. <다크 나이트> 같은 거 봐도 할리우드가 이제 뭘 좀 깨달은 것 같다. 거대한 자본력과 기술력에다 이제 생각까지 생겼으니 더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 사실 80년대 미국영화들 재미있었는데, 90년대 들어서면서 매너리즘에 빠지고 CG만 내세우면서 망가졌다. 근데 이제는 그런 외적인 부분과 내적인 부분이 결합할 접점을 찾은 것 같다. 쓰나미가 밀려와도 한국은 해운대를 덮치지만, 할리우드는 전 세계를 덮치지 않겠나? 그래서 나는 좀 다른 영화를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서 보여주고 싶다. 한국영화도 다양한 방면으로 재미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짜 이러다가 멕시코 영화처럼 없어져버리면 안타까울 테니까.

다양하고 독특하게 만들기 위해서 특이한 컨셉이나 기획을 찾는 편인가?
그런 것에만 집착하는 건 아니다. 데이비드 린치도 아니고 몽상가처럼 될 지도 모르잖나.(웃음) 그런 장르나 이런 것에 대해서는 안정적으로 차용할 생각이다. 그 안에서 변주를 하면서 다른 점을 찾아야 한다. 처음부터 너무 특이하게 꼬아서 만들 생각하면 진짜 괴작이 나오는 거다.(웃음)
멧돼지 조사 실컷 했을 것 같다.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서도 고민도 많았을 텐데.
이런 식의 영화를 하고 싶었는데, 우리나라에는 죠스처럼 큰 식인 생물체가 없어서 대상을 찾기 어려웠다. 가상이 아닌 현실적인 것이 필요했고, 그러다가 멧돼지가 나와서 피해가 속출한다는 기사에 관심을 가졌다. 어느 섬에서는 멧돼지가 염소 수 십 마리를 뜯어먹고 뼈만 남기기도 했다. 그래서 이걸 해보자 싶었다. 근데 멧돼지라는 이미지가 은근 친숙하고 무섭지가 않다. 그래서 위협적으로 보이기 위해 크기를 키웠다. 여기에 송곳니가 상아처럼 커다란 변형도 생각했으나 현실적으로 하기 위해 익숙한 모습을 유지했다. 공상과학 영화도 아니고, 뭐 그래봐야 돼지가 돼지니까.(웃음)

미국 스탭들하고 일해 보니 어떻던가? 한국 스탭들하고 많이 다른가?
다르다. 일단 확실히 직업인 자세다. 하루 8시간 정확하게 일한다. 말로만 들었는데 그래도 찍을 게 조금 남았으면 기다렸다가 찍을 줄 알았는데, 정확하게 끝내더라. 계속 하려면 인건비를 두 배 이상 줘야 해서 찍고 싶은 걸 못 찍기도 했다. 근데 그 8시간에 집합시간, 식사시간, 준비시간이 다 포함돼 있어서 정작 찍을 수 있는 시간은 매우 적은 편이다. 우리는 직업보다는 영화에 대한 열정이 큰데, 미국 스탭들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인지 할리우드 제작진이 한국에 와서 우리 스탭들 일하는 거 보고 완전히 반했다. 할리우드 스탭들은 열정이 없어 변질됐다면서 안타까워하더라.

CG는 미국에서 모든 것을 다 작업했나?
미국에서 개발하고 반 정도 작업해서 한국의 <디 워>팀이 마무리 했다. 털을 만드는 프로그램이 제일 힘들었다. 그것 때문에 투자도 힘들었고, 투자가 된다고 해도 과연 만들 수 있나 하는 마음이 컸다. CG뿐 아니라 같이 움직이는 로봇도 만들어야 했는데, 당시 한국에서의 기술은 전무했다. <킹콩> 같은 영화는 판타지 톤의 영화여서 애니메이션 기반의 작업이 가능했지만, <차우>는 곤란했다. 마침 미국에서 만들어놓은 게 있어서 그걸 빌려다가 한국 스탭에게 보여주고 만들어달라고 했다. 처음에 한국은 모형 안에 사람이 들어가서 조작한다는 것도 생각하지 못 했다. 근데 데이터를 받아서 제작을 시작하니까 또 뚝딱 만들었고, TV 방송에 나오기도 했다. 기술이 좋아서 방법만 알면 쉽게 하더라. 촬영은 미국에서 빌린 멧돼지로 클로즈업을 찍었다. CG 클로즈업은 털 때문에 불가능했다.

미친 여자와 덕구 캐릭터는 멧돼지와 연관성이 있어 보이던데, 이야기에서 편집이 있었던 것 같다.
덕구가 멧돼지에게 먹이를 주는 설정이었다. 원래 덕구 쪽 이야기가 많았는데 만들면서 미친 여자 쪽으로 넘어간 부분이 있다. 멧돼지와 덕구가 조우하는 장면이 있다. 산 중턱에 사람들과 자연의 경계가 있고, 울타리 같은 것으로 두 세계가 나뉜 설정이다. 이 장소를 찾기도 너무 어려웠다. 경계의 비주얼을 설정하기도 어려웠고 멧돼지가 숨을 수 있는 숲도 인접해 있어야 했다. 미국 로케이션을 하면서 계속 찾았는데 결국 실패했다. 원래 시나리오에서 덕구가 멧돼지한테 먹이를 주면서 서로 만나는 신이 2개 정도 있었는데, 삭제됐다.

멧돼지와 덕구 사이에는 어떤 사연이 있었나?
처음 시나리오에서는 덕구가 멧돼지한테 먹이를 주다가 잡아먹힌다. 아주 잔인하게. 이 부분이 시나리오 단계에서 말이 많았다. 그래서 일단 죽이는 건 없앴는데 중요한 장면이라 개인적으로는 안타까웠다. 사람들은 짐승과 소통을 할 수 있다고 착각을 하고 있다. 인간의 착각이다. 동물을 길들여서 먹이 주고 함께 지내면 애완견이 본인과 같은 생각을 하고 서로 통한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동물은 조련이 안 된다. 곰을 조련하던 조련사가 곰에 물어 뜯기고 하는 경우들 많이 있다. 그것 자체가 인간의 오만이다. 이게 다 인간 본위로 살기 때문이다. 덕구도 그런 식으로 착각을 하는 이야기였다. 계속 먹이를 주니까 자기 말을 듣고 교감을 한다고 착각하다가 한 순간에 먹히는 거다. 근데 시나리오에서 다들 거부감을 보였다. 내장이며 뼈까지 완전히 씹어 먹는 설정이기도 해서. 가장 때 묻지 않은 캐릭터가 가장 큰 희생자가 되는 설정이었다. 이런 것들을 삭제하니까 영화가 너무 재미만 추구하는 것처럼 보였다.
삭제되지 않고 완성본에 담겼다면 논란이 있었을 장면이다.
전체적인 균형을 맞춰놓은 장면이다. 항상 후회가 되는 것은 편집을 하고 개봉을 했지만 처음 생각했던 것이 맞다는 거다. 처음 느낌과 처음 생각한 것, 그런 것들이 변질되고 타협을 하니까 영화 자체가 중심이 없어지는 것 같다. 지켜야 될 것들이 그런 것들인데, 안타깝다.

그런게 빠지면서 사람이 훼손한 자연이 사람을 습격한다는 단순한 이야기로 정리됐다.
그런 것들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면 뻔하게 나오는 것들이다. 그래서 더욱 다른 요소를 심고 싶었다.

영화를 보면 고생은 정말 제대로 했을 것 같다.
미국에서 촬영할 때 고생이 많았다. 미국은 우리처럼 감정 잡고 순서대로 찍지 않고 스케줄에 맞게, 장소에 맞게 효율적으로 촬영 순서를 만든다. 배우들도 이런 스케줄에 맞게 뻔뻔하게 감정 만들고 그런다. 근데 정유미는 그런 걸 하지 못한다. 본인이 납득을 해야 연기가 된다. 연출자 입장에서 보면 불편할 때도 있지만, 자기 의지가 그렇고 존중할 수 있는 행동을 하기 때문에 그런 자세를 존중한다. 근데 작업 방식이 다른 미국 조감독하고 촬영하면서 정유미가 연기를 못하고 울었던 적이 있다. 본인은 이런 식으로 한 적이 없고, 또 이건 자기 모습이 아니라면서 힘들어했던 일이 있었다.

정유미는 평소에 봐도 좀 차원이 다른 느낌이다.
진짜 다르다. 처음 만났을 때도 둘이 이렇게 마주 앉아서 아무 말도 없이 계속 침묵만 흘렀다. 그러다 “저를 왜 선택하신거에요?”라고 묻기에 “아직 선택은 안 했는데”라고 했다. 그러면서 또 침묵이 흘렀다. 여하튼 진짜 이상한 느낌이었다. 근데 그게 정유미의 실제 모습이다. 진짜 솔직하고 순수하고, 그런 사람은 처음 봤다. 그래서 겁나기도 했다. 정유미 앞에서는 진실만을 말해야 할 것 같고, 마음이 읽히는 것 같고 그렇다.(웃음) 감독들이 작업하고 나서 좋아할 배우다.

엄태웅도 과묵하고 진중한 스타일인 걸로 아는데.
탄광에서 철로에서 펌프질 하는 장면, 그걸 일주일 찍었다. 진짜 철로에서 기차 오는 시간 피해서 촬영한 거다. 펌프질 실제로 해보면 진짜 힘들다. 공간도 좁아서 한 번 하고나면 허리가 끊어질 것 같다. 근데 이걸 100번을 찍어도 태웅씨(엄태웅)는 앞에서 아프다는 내색을 안 한다. 그냥 뒤에 가서 허리 만지면서 혼자 괴로워하는 수준이다. 그래서 오히려 스탭들이 더 미안해하고 안절부절 못 했다. 그냥 묵묵하게 자기 역할을 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다른 배우들이 주연배우가 너무 시키는 대로 하니까 조연 배우들이 다른 얘기를 못 한다고 농담 섞인 불만도 토로했다.(웃음)

감독이 좋아하는 촬영장 분위기 아닌가?(웃음)
배우들이 안쓰러워서 촬영할 때 배우들 뒤에 있는 펌프질 하는 차를 타고 계속 쫓아다녔다. 근데 그거 타면 진짜 무섭다. 카메라를 고정시켜놔도 날아갈 정도고 속도도 생각보다 빠르다. 게다가 레일도 낡아서 엄청 덜컹거린다. 촬영할 때는 그걸 세우기 위해 뒤에는 와이어로 묶어서 당기고, 앞에서는 뒤로 밀리면서 몸으로 막기도 했다. 잘못해서 차 밑으로 빨려 들어가기라도 하면 끝장이다. 완전히 철로 만들어져서 무게도 엄청나다. 정말 찍을 때마가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컷 할 때마다 촬영감독이랑 둘이 심장이 두근거려서 혼났다. 그러다가 한 번은 와이어가 끊어져서 배우들이 탄 차가 멈추질 않고 뾰족하게 튀어나온 철근을 향해 계속 질주했다. 철근 바로 앞에서 정유미가 피하고 태웅씨가 피하면서 쾅하고 차가 부딪히면서 멈췄다.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더라. 정말 잘못됐으면 정유미라는 배우는, 큰 사고 나는 거니까. 근데 그 상황에서도 둘 다 큰소리를 안 내더라.

위험한 촬영이라 아찔한 순간이 많았겠다.
촬영감독이 터널 안에서 차와 기둥 사이에 끼어서 몸 안에 큰 출혈이 생긴 적도 있다. 그것도 잘못 끼었으면 더 큰 사고였을 거다. 여하튼 그날 탄광 철로에서 너무 고생해서 찍었는데, 고생한 거에 비해서 잘 나오지 않아서 다들 아쉬워했다. 미국 로케이션하고 CG하면서 비용 지출이 많아 한국에서는 거의 독립영화 찍듯이 찍었다. 실제로 안전장치도 없고, 철로도 진짜고, 밤에 몰래 찍고, 밥도 못 먹으면서 불쌍하게 촬영했다. 또 터널에 600m짜리 수직 갱도가 있다. 이게 엘리베이터랑 연결된 건데, 그냥 뚫려있는 상태로 촬영을 했다. 그 앞에서 태웅씨가 멧돼지 피하고 구르고 다 했다. 매 장면마다 심장마비 걸리는 줄 알았다. 근데 촬영 중에 새끼 돼지가 갱도 아래로 떨어졌다. 며칠 후에 죽은 채로 발견돼서 묻어주고 장례도 치러주고 술도 따라줬다. 계속 같이 다니던 녀석인데 그렇게 되니 마음이 안 좋더라. 근데 그 녀석 덕분에 큰 사고가 없었던 것 같다. 또 배우들이나 스탭들이 잘 따라와 줘서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어려운 촬영이었는데, 배우들을 잘 만난 것 같다.
장항선 선생님 빼고.(웃음) 농담이다. 선생님하고는 연출과 연기적인 부분에서 마찰이 좀 있었다. 설득도 한계가 있어서 완전히 공유하지 못한 상태에서 촬영을 했고, 그래서 촬영 내내 불편하기도 했다. 연기를 오래 하셨는데 감독의 코드가 남다르니 이해하기 힘들었던 거다. 근데 시사회 끝나고 “니가 이렇게 하려고 그때 그랬구나”하면서 처음으로 따뜻하게 말해줬다. 그러면서 “속편 찍으면 또 내가 한다”고 할 때는 진짜 가슴이 뭉클했다.

현장 스타일이 진두지휘보다는 조용하게 얘기하면서 설득시키는 편인 것 같다.
그냥 조용히 있다. 감독이 컨트롤 하려고 하면 더 억압되니까 그냥 두는 편이다. 연기도 하고 싶은 대로 하게끔 한다. 촬영할 때는 아무 말도 안 하지만, 끝나고 술 마시면서는 많은 얘기를 한다. 그런데 다음날 대부분 잊어버린다.(웃음) 그리고 성격들이 다들 숫기가 없어서 전반적으로 조용했다. <시실리 2km>때는 창정씨(임창정)가 분위기를 잘 잡아줬는데 <차우> 때는 다들 조용조용한 성격들이라서.

어느 부분은 꼭 살려야겠다 싶은 곳이 있었나?
거창한 주제의식을 갖고 만든 영화는 아니다. 그냥 관객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시나리오 단계에서는 고민을 많이 했다. 결론은 그냥 놔두라는 거다. 뭔가 개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데, 자연은 제발 좀 가만히 뒀으면 좋겠다. 훼손하면서 그들의 터전을 방해하지 말라는 거다. 다른 것들도 똑같다. 뭔가를 억압한다거나 뭔가를 자기 생각대로만 컨트롤 하면 부작용이 생긴다. 앞으로의 영화에서도 이런 부분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고 싶다.

<색즉시공> <낭만자객> 등 윤제균 감독과 같이 작업을 했었다.
제균이형(윤제균)은 시나리오를 잘 써서 감독이 됐지만, 당시 기술적인 부분은 좀 약했다. 그때 나는 뮤직비디오를 하고 있을 때인데, 창정씨 뮤직 비디오를 하면서 친해졌다. 그 때 창정씨가 <색즉시공>에 출연하면서 나를 추천해줘 비주얼 디렉터로 함께 하게 됐다. 당시엔 제균이형의 신뢰를 많이 받았다. 내 의도를 잘 살려줬고, 실제로 내가 찍은 장면들도 있다. 코미디를 바라보는 관점이 서로 완전히 반대였지만 <색즉시공>은 좋은 경험이었다. 그 다음에 <낭만자객>도 함께 했는데, 그건 진짜 최악이었다.(웃음)

데뷔 이전에 좋은 경험을 한 셈이다.
영화 스탭들이랑 처음으로 부딪히면서 작업한 거니 좋은 경험이었다. 어렸을 적에 영화에 대한 막연한 느낌에는 영화하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고집이나 자만 같은 게 있다고 느꼈다. 근데 좋은 사람들도 많다는 걸 알았다. 지금 촬영감독도 그때 만나서 계속 함께 하고 있다. 처음에는 엄청 싸웠다. 한국영화에 이런 앵글은 쓰지 않는다고 하고, 나는 그런 게 어디 있냐고 하고.(웃음) 하지만 친해져서 <차우>까지 왔고, 다음 작품도 함께 할 생각이다.

다음 작품이 벌써 진행 중인가?
아직은 준비 단계다. 시나리오는 써놓은 게 2개 있는데, 일단 다른 걸 먼저 하자고 해서 보고 있다. 대충 윤곽만 나온 상태다.

<시실리 2km>보고 갸웃하던 사람도 <차우>보고는 고개를 끄덕끄덕 했다. 확실한 코드를 읽을 수 있었다.
두 번 비슷한 걸 했으니 이제 스타일도 바꿔 볼 생각이다. 안 그러면 그것밖에 못 한다는 얘기 들을 테니까.(웃음) 실컷 해봤고 좋아하는 관객들도 있으니까 다른 걸 또 보여주고 싶다. 연구를 좀 해야겠지만, 그래도 내 관점을 변주하고 표현하는 영화를 할 거다.

두 작품을 연출하고 나니 새로운 것들이 보이나?
감독하기 전에는 상상이 많았다. 해보니,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해야 할 것도 알았고, 얼마나 힘든 일인지도 알게 됐다. 누군가의 작품을 보면서 저런 건 하지 말아야지 싶다가도 또 그런 걸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기도 한다. 어렸을 때는 감독이 아티스트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아니더라. 절반은 정치가다. 이것저것 잘해야 할 것도 많다. 최대한 맑은 정신으로 나만의 색깔을 낼 수 있는 작품을 해야 한다. 또한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타협이 아니라 이성화되는 과정을 이해해야 한다.

큰돈이 들어가면 연출에서 자유롭지 못한 부분도 있을 거다. 본인의 스타일이 자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부분은 어떻게 타협하나?
결과적으로는 관객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만날 똑같은 걸 보고 싶진 않을 테니까. 여러 가지 장르나 스타일을 찾아볼 수 있어야 하는데, 공장에서 똑같이 찍어내는 영화만 보게 된다. 보고 싶어서 본다기보다 그런 영화밖에 없어서 그렇다. 분명 저예산의 한계점은 많다. 그게 자유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더 큰 억압일 수 있다. 쓸 수 있을 만큼의 자본이 있어야 하고 그래야 풍성한 재료를 얻어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다. 스트레스도 많겠지만 그만큼 책임감이 커진다는 얘기다.

장편을 작업하는 중간에 완전히 자기만의 스타일의 단편 작업에 관심이 있나?
장편으로만 하고 싶다. 길이만 짧다 뿐이지 쏟아내는 에너지는 장편이나 단편이나 똑같다. 한 편 한 편 할 때마다 머릿속에 있는 에너지가 완전히 소진된다. <차우>를 3년 동안 했더니 스스로를 너무 혹사해서 지금은 다 방전된 것 같다. 이렇게 온 에너지를 다 쏟는다면 단편보다는 장편에 더 낫다.

아직 <차우>를 보지 못한 관객들이 어떻게 <차우>에 접근하는 게 좋을까?
장르에 국한된 인식을 깨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영화를 이렇게 만드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어려서부터 영화를 많이 봤는데, 요즘의 영화들은 너무 식상하다. 이러면 안 되겠다 싶었다. 처음에 <차우> 같은 영화가 불편할 수도 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재미있는 영화다. 그런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장르에 집착하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편하게 봤으면 좋겠다.

2009년 7월 24일 금요일 | 글_김도형(무비스트)
2009년 7월 24일 금요일 | 사진_권영탕(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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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alove88
시사회로 봤는데 정말 재밌었어요~코믹과 스릴의조화^ㅡ^   
2009-07-28 20:15
prokyh
재밌게 봤습니다. 독특함이 무엇인지 알겠더군요.^^   
2009-07-28 04:12
kwyok11
차우   
2009-07-25 07:54
ooyyrr1004
정말이지 독특한 웃음 코드이군요 ^^   
2009-07-25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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