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웠다. 정말 무서웠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저런상황이 닥치면 어떻게 목숨을 부지해야할까 고민하면서 봤다. 먹을것과 날 지킬 수 있는 무기, 건전지와 랜턴정도만 챙겨서 내 가족과 어디든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야 한다는 생각만 들 것 같다. 한국전쟁때 우리의 아버지,할아버지들의 행동이나 힘들었다던 말들이 갑자기 생각났다.
-------------------이후부터는 스포일러가 매우 많사오니 영화를 아직 안보신분은 자제하시길--------------
영화상의 상황은 더 최악이다. 물론 말도 통하지 않고 항복한다고 살려줄, 정권을 바꾼다거나 '해방'시킨다 따위의 목적이 아닌 인류를 아예 말살시켜 그 시체를 거름삼아 지구를 그들의 땅으로 만들것 들앞에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애초에 그런 목적으로 온 그것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족간의 불화나 사소한 다툼따위는 이미 사치인, 이미 제정신이 아닌 폭도들에게서 가족을 지켜야 하고 간신히 찾은 잠깐동안의 피난처에서 겁에질린 어린딸을 편하게 잠재우기 위해 너무나 간절하게 자장가를불러주고 싶은데 그것마저 못해주는 아버지로써의 무능함.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자식을 위해 할 수 있는것은 정말 아무것도 없는 괴로움을 느끼기도 하고
너무나 신념이 확고하지만 철없는 아들과 난리통에 잃어버릴수도 있는 어린 딸 둘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가란 결정을 내리기 위해 짧은시간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하며 무책임한 아버지에서 조금씩 가장으로 변해가지만 여전히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집청소도 잘 안하고 냉장고엔 소스밖에 없는데다 정열을 쏟아 붇는건 자신의 머스탱 자동차와 엔진 뿐인 당최 철없어보이는 무책임한 아버지에서 보편타당한 가치를 지닌 본능으로 자식을 지키는 부모가 되어가는 과정은 뻔하디 뻔한 스필버그식 가족주의 인것을 알고있다.
그럼에도 다행이라고 느끼며 본 것은 상황중 유일하게 좋아지는것 이기 때문인것같다.
상황은 정말 무서웠고 영화관에선 톰크루즈와 다고타 패닝,팀 로빈스가 LED램프를 켠듯한 외계인의 눈과 긴 촉수에 들키지 않도록 숨을 죽이며 보도록 만들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토록 철없어보이던 아들네미가 군대와 함께 지켜야 한다고 부르짖는 설정은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크루즈가 유태인인 점을 핑계로 생각해본다면. 유태인들은 항상 테러와 전쟁의 위협속에 살며, 그들이 강조하는것은 피를흘려서라도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사상이 뿌리깊게 박혔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토록 나라를 지키자고 뛰어나갔던 청년이 변사체로 돌아온다거나 시체도 못찾는다면 그 영화를 보고 그 아들네미의 생각에 동참했던 사람들에게마저 나라가 위험할때 도망가는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을 심어줄것을 염려해 그러지 않았나 싶다. 영화를 볼때 2시간 가까이 영사기가 돌아가는 스크린만 보다 오는것은 아니기때문에 그런 내용도 연결안되는 설정을 넣은것이 아닌가 한다.
결말의 외계인들이 오랜시간 인류가 살며 항체가 생긴 바이러스에 의해 죽어간다는 것은 원작의 저작권을 사들여 영화를 만들때 원작의 내용을 크게 훼손하며 바꿀 수 없었기 때문인지는 알길이 없으나 일단 그렇게 생각하는것이 마음 편하다고 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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