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서 느껴지는 거창함, 스필버그와 탐 크루즈의 이름값, 게다가 막강 배급의 위력으로 개봉 첫 주 143만이라는 어마어마한 흥행 스코어를 기록했지만 그 뒷맛은 개운하지 않다.
올 여름 화제작이었던만큼<우주전쟁>에 대한 기대치가 한 없이 높았던 것에 비해 밋밋해 보이는 결말에 대한 관객들의 찬반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 영화가 결말만으로 부정적 평가를 받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처음부터 긴장감 있게 볼 때는 실컷 스릴을 만끽했으면서, 어찌도 결말만 가지고 인해 이렇게 야박하게 굴 수 있단 말인가. 더러는 결말로 인해서 영화 전체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행위를 하기도 하던데, 언제부터인가 우리 관객들은 매끈한 결말과 반전 코드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반문해 보고 싶다.
물론 오락영화의 기본 공식에 충실한다면 극장 문을 나서는 순간에도 청량감을 줄 수 있는 최상의 필름 서비스를 해야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기본 공식을 거스르는 듯, 다소 허무해보이는 결말은 이 영화가 줄 수 있는 대안 없는 결말이자 인간에 대한 존재론적인 물음까지도 던져주는 철학적인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마지막에 가족들이 상봉하는 것은 전형적인 스필버그식 휴머니즘을 또 한번 선사(?)하고 있지만, 이는 논외로 치겠다. 그나마 이 영화는 휴머니즘이 많이 탈색된 영화로 인정하지만 말이다.
대신 미생물에 의해 외계인이 전멸한다는 설정은 살아남기 위해서 아둥바둥하던 인간들이 예기치 못한 곳에서 희망을 발견해 나가는 한 마디로 인생의 덧없음을 설파하고 있는 장면이라면 비약일까. 어이없는 결말이라는 반응에 반대하여 이 영화를 옹호하는 입장에서는 허버트 조지 웰즈의 원작을 살렸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내어 놓고 있는데, '원작에 충실했는가'에 대한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기에 일단 남겨두기로 한다.
여러분들은 <우주전쟁>에서 무엇을 원하는가.
애시당초 <우주전쟁>은 거창한 화두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대신 시종일관 평범한 부두 노동자 레이의 시각으로 그려내는 공포와 참상은 그 어떤 공포 영화보다 날것 그대로의 공포를 보여주지 않은가. 적어도 미지의 생명체로 인한 공포의 극대화는 지금껏 보아왔던 외계인 침공 영화 중에서 최고 수준이다.
스필버그는 압축과 생략을 통해 알 수없는 두려움과 공포를 적절히 표현해 냈다. 왜 옛날부터 외계인이 땅속에 있었는지, 그들의 침공 목적은 무엇인지, 왜 허무하게 전멸하는지...이 모든 것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만약 우리에게 절망적인 상황이 닥쳐온다면 모든 것들이 친절하게 설명되면서 펼쳐지지는 않듯이 말이다.
어찌보면 <우주전쟁>은 스필버그 영화 목록에서 변종 블록버스터로 자리 잡을 것 같다. 친근한 외계인인 <ET>를 상상하지 못하게 만들면서, <쥬라기 공원>에서 느꼈던 공포감을 다시금 표현한다. 우리가 스필버그 영화에서 기대하는 일정한 수준 이상의 만듬새와 적절한 재미를 살짝 배반(?)한 이 영화가 여전히 스필버그는 새로운 방식으로 전진한다는 것으로 비춰진다.
이 영화가 투 썸 업(Two Thumbs-Up) 내지는 별다섯개 짜리로 자리잡을 순 없겠지만, 스필버그 감독을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고를 떠나서, 항상 연출의 끈을 놓지않으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준작들을 생산해내는 그의 재능은 이 영화 한편으로 쉽게 폄하될 수 없는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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