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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가 일본으로 간 까닭은? 게이샤의 추억
smire0701 2006-01-26 오전 8:46:45 1015   [3]

 

2006.01.24 용산CGV 시사회

 

<주>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다량 포함되어있습니다. 영화의 내용을 알고 싶지 않으신 분들은 읽는 것을 자제 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게이샤'의 존재는 현대 일본인들에게도 생소한 존재이다.

사실상 그들의 비밀스런 문화는 2차대전의 종료와 미군 주둔으로 막을 내렸고, 마치 우리나라의 궁중 문화처럼 남겨진 일부의 서술로 간신히 그 실체를 짐작할 뿐이다.

일부 아직도 게이샤의 명맥을 이어나가는 이들이 아직 남아있다고는 하지만, 그들 역시 본질과는 어느 정도 멀어졌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 글을 쓰는 필자 역시, 2년가량의 일본 체류 기간동안 약간의 정보를 얻어 듣고, 체험 관광투어 사진이나 감상한게 전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속에서 보여지는 게이샤에 대한 시선은 심하게 거슬리는 것이 사실이다.

 

이것이 다큐멘터리가 아닌 영화라는 것을 감안하고 감상함에도, 편안히 넘길수 없는 것은 영화속에 강하게 묻어나는 지극히 미국적인 시선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이 영화가 정확한 고증을 거쳐 만들어졌다면 그닥 매력적이지 못했을듯 하다는 생각은 든다.

실제 게이샤 화장이란 영화속 모습보다 훨씬 이질적이고, 같은 동양권인 한국인이 보기에도 어떤 미학인지 이해하기 힘들 정도이다.

게다가 기모노란 가녀린 어깨 외에는 몸매가 드러나지 않는 의상인지라 (일본에서 행사때 한번 입었다가 죽을뻔 했다.. 거대한 오비(허리띠)에 질식해서..ㅡ.ㅡ;) 보이는 것도 별로 없으니 말이다.

(절대적으로 몸매 이야기이다.. 기모노는 그 자체로 무척 아름다운 의상이다.)

애써 글로벌한 미모의 홍콩 여배우들을 캐스팅 했으니 적어도 멋진 몸매 정도는 보여줘야 할 터이니 말이다.

 

필경, 미군들의 눈에는 무척이나 신기한 존재였을 것이다.

분명 술따르는 접대부인데 (그들의 시각에선 이렇게 밖에 생각할 수 없을 터이니) 몸은 팔지 않는다.

처녀 한번 사겠다고 그 엄청난 돈을 갖다 바치고 (영화속에서 '사유리'의 처녀는 1억 5천엔, 우리나라 돈으로 15억 정도였다.) 접대부를 옆에 두고 접촉하는 것 조차 조심하며 존중하는 일본 남자들의 문화도 이질적이었으리라.

 

그런 그녀들을 경험한 이들이 미국으로 돌아가서 그 신기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리 만무하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미국인들은, 또다시 자신들의 상상력의 범위 내에서 이미지를 만들었을 것이다.

 

이 영화가 실질적인 고증에 따라 영화화 될 수 없었던 이유는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생경한 '일본적인 미'를 그대로 재현한다면, 첫키스 때 종소리가 울리고 달콤한 맛이 날 것이라고 상상했던 소녀가 실제로 키스를 하고 환상에서 깨어나 실망하는 것처럼, 그들도 실망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영화적인 판타지가 첨부된 후에 그것을 너그러히 참아 넘긴다면, 관객이 기대하게 되는 것은 '이야기'일 것이다.

 

문제는 이 이야기가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라는 것이다.

한 가난한 소녀가 팔려간다. 그녀는 갖은 고난과 역경을 딛고 게이샤로 성공하고, 어린 시절 만나 흠모하던(알고보니 '키다리 아저씨였던)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결말을 맞는다.

그리고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이야기이다.

아직도 동화의 세계와 디즈니 왕국은 건재한 것일까?

이국(異國) 문화에 대한 곁눈질 옅보기로 <뮬란>이나 <포카혼타스>를 만든 것 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나보다.

(스필버그씨... 디즈니에 물든거요?)

 

솔직한 심정을 말하자면, 미국여행 1주일 다녀와서 한국말 할때도 혀 굴리는 어설픈 인간 보는 느낌이랄까..ㅡ.ㅡ;

 

이 영화의 고문을 맡았던 수많은 일본인 스텝들이 중도하차한 이유를 조금은 짐작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분명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닌 상업영화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난 뒤, 도대체 무슨 생각인가 싶어 여기저기서 찾아 읽어본 감독의 코멘트는 더욱 필자를 황망하게 만들었다.

"처음부터 진짜 일본과 진짜 게이샤를 고증하기 보다는 영화적인 상상력으로 경쟁하는 두 여자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시카고처럼) <시카고>(Chicago. 롭 마샬:2003) 역시 같은 방식이었다. 실제 그 시대의 시카고 여자들은 그런 의상을 입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이전에 설경구가 외쳤듯이 "비겁한 변명입니다~!!"

 

어쩌면 감독은 비판자들의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 싶다.

관객이 영화에서 실망하는 것은, 기모노가 변형 되어서 이거나 게이샤들의 공연이 실제와는 너무 달라서 만은 아니다.

감독이 '신비로운 게이샤들의 폐쇄적인 사회'를 정확히 짚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관객들이, 적어도 내가 기대했던 것은, 게이샤란 직업을 가진 여자가 고생하다 백마탄 왕자님을 만나는 스토리가 아니었다.

6살즈음의 어린 나이부터 철저한 수업과 제약 속에서 절대적인 미의 소유자이자 예술적인 공연자로서, 수많은 사람들의 동경 속에 살지만 자신은 사랑을 할 수 없는, 그 독특하고도 묘한 게이샤 세계를 옅보고 싶었던 것이다.

 

감독이 다큐멘터리가 아니라는 변명으로 넘기려했을 지는 모르나, 이 영화는 상업영화로써의 조건에도 미달이다.

상투적인 이야기 구조와 어설픈 겉핥기식 쇼로 재미조차 없어진 것이다.

 

 


 

그런 면에서 가장 아쉬운 것이 '하쯔모모'(공리)의 캐릭터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게이샤 세계의 매력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지만 사랑은 할 수 없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모든 것을 견제해야만 하는 외로운 인물.

숨막히는 제약 속에서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고, 자신의 감정을 마구 발산해 내지만, 결국 추락하는 인물.

여름에는 한없이 화려하지만, 찬바람과 함께 급격히 쇠락하는 나비같은 게이샤 세계를 극명히 보여주는 여인.

 

'게이샤'라는 직업은 묘한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다.

그녀들은 자신들이 남자였다면 절대 접근할 수 없는 절대 상위층을 만나고 그들에게 존중받는다. 그러나 동시에 사회의 밑바닥과 가장 근접한 존재이기도 하다.

일본인들은 게이샤를 존경하지만, 자신의 딸이 게이샤가 되는 것은 반대한다고 한다.

사실은 접대부로써의 역할을 담당하고 결국은 권력자의 첩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그 상대의 선택조차 자기 의사는 반영되지 않고 말이다.)

 

 

'하쯔모모'라는 인물을 좀 더 입체적으로 표현했더라면 이 영화는 좀 더 재미있어 졌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그 세계에 철저하게 적응했음과 동시에 그 세계의 규범에 절망했고 그 세계의 규범에 의해 나락으로 떨어지는 인물로써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였다.

 

그러나 감독의 선택은, 다만 '사유리'(장쯔이)를 라이벌로 여겨 괴롭히는 히스테릭한 성격 나쁜 여자였다.

'사유리'의 회상조로 이어지는 나레이션은 그녀의 몰락을 바라보며 '내 자신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았다.'라고 말하지만, 공감을 불러 일으키지는 못한다.

 

그냥 순간 스쳐지나가버리는 그녀의 눈물과 회한이 안타깝기만 하다.

감독의 전작 <시카고>에서 너무나 매력적이었던 라이벌 '벨마'(캐서린 제타 존스)와 이렇게 비교가 될 수가...ㅡ.ㅡ;

(어쨌든 여전히 배우로써 아름다운 공리를 재 확인 하는것은 즐거웠지만...)

라이벌 이야기라고 하기엔, '사유리'는 너무나 착하기만 한 동화속 신데렐라이고, '하쯔모모'는 너무나 못되기만 한 계모란 말이오.

 

 

이 영화를 기대했던 또 하나의 이유가 게이샤들의 수업과정이었다.

'마메하'(양자경)가 등장하면서 그 내밀한 수업 과정에 관한 즐거운 여정을 기대했건만, 아니 이건 또 뭐란 말인가.

 


 

그냥 스리슬쩍 화면 몇장면, 말 몇마디로 스쳐지나가 버리는!!!

마치, 고전 걸작 소설 <적과 흑>,<죄와 벌>,<테스>등의 소설을 전부 읽기 귀찮은 사람이 얇은 페이퍼북(문고판)으로 스윽 훑어읽고서 작가의 문체를 논하는 것과 다를게 뭐가 있단 말인가.

 

이런 엉성한 이야기를 떠받치기 위해 영화의 러닝 타임을 채우는 것은 부채 돌리기 쇼(!)를 보여주는 게이샤들의 공연과 '가상의 공간'으로 연출한 교토의 풍광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기대 만발이었던 '사유리'의 무대는 기모노 입고 추는 현대 모던 댄스였고, '사유리'의 고통을 표현하기 위해서 등장시켰다는 8인치(20cm) 높이의 조리는 웃겼다...ㅡ.ㅡ;

 

배경으로 등장하는 풍광들은 볼만하다.

약간은 안개낀듯 보여지는 교토의 '하나마치'는 신비로운 느낌을 주고, 화려한 벛꽃(사쿠라) 놀이는 아름답다.

'사유리'가 손수건을 날려보내는 절벽 또한 광대하고 마지막을 장식하는 정자는 딱 그림같다.

 

하지만 말이다.

우리는 이전보다 많은 문화를 접하고 산다.

멋진 풍경은 다른 영상물이나 사진으로 접할 수 있고, 아름다운 일본풍 (절대 전통 일본식은 아닌)의 의상을 보고 싶으면 패션쇼를 보거나 패션지를 보면 된다.

 

다만 그것들 만으로 이 영화를 채우려고 했다면, 너무 부족하단 말이다.

우리는 살짝 일본 분위기를 내고 춤추고 노래하는 '설날 특집 외국인 노래자랑'을 보려고 한 것은 아니지 않나?

 

다만 별반 흠 잡을 데 없었던 여배우들의 연기와 매력적인 모습들이 아까울 뿐이다.

그리고 '사유리'의 어린시절 '치요'역을 맡았던 '오고 스즈카'의 예쁘장하고 귀여운 모습도 좀 아깝다.

예쁘게 커서 다른 영화에서도 볼 수 있기를.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이란 단어 자체가 참으로 교만한 단어임은 꽤 지적되는 사실이다.

자국 문화에 실증난 이들이 색다른 자극을 찾아, 생경한 동양 문화에 매료되는 것은 뭐 그럴수 있다고 본다.

사실, 이미 서양 문화에 완전히 동화되어서 전통적인 색체를 거의 잃어가고 있는 동양 문화권의 구성원으로써 비난할 자격은 없다.

 

색다른 자극을 받아들여 '젠 스타일'(Zen Style)이라는 요상한 스타일도 등장했고, 한복과 기모노와 차이나 드레스를 응용한 드레스들은 패션쇼 무대위를 노닌다.

우리나라 영화속에서도 <황산벌><왕의 남자><스캔들><음란서생>등에서 약간의 현대적인 패러디가 가미되고, 의상 또한 리메이크 되었다.

이 모든 문화의 융합과 새로운 시선은 다양한 긍정적인 요소들을 포함한다.

 

 

그러나 어떠한 나라의 문화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나 본질적인 포용력 없이, 지극히 이기적인 시선으로 구경거리를 만드는 것은 그닥 즐겁지 만은 않다.

적어도 이 영화를 보고난 뒤에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것이,

<로스트>에서 남편을 챙기는 한국인 여인 '선'(김윤진)을 보여 "게이샤의 추억이 따로 없군."이라는 말을 남기던 미국인 여자였다만 말이다.

이 영화속에서는 일본 문화에 대한 어떠한 기본적인 이해의 시선도 보이지 않았고, 다만 그들의 판타지속에 등장하는 동양 여인에 대한 신기한 가쉽에 지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한 미국인이 일본 여행을 갔다.

거기서 그는 기모노 분위기가 가득 풍기는 드레스 한벌을 사왔다. 

그는 이웃들에게 신비로운 복장이라며 잔뜩 뽐내었지만 어느날 그 옷의 상표를 보자 'Made in China'와 미국 브랜드 상표가 찍혀있었다.

 

이 영화를 보고 난 느낌이 딱 이런 느낌이랄까.

 

제발 부탁이건데, 자기네 영화사로 자기네 돈을 들여 어떤 영화를 만들던 간에 신경 안쓰겠으니, 재미도 없고 자기만족적인 이런 영화는 미국 내에서만 상영해 주실 것을

정말로 정중히 부탁드리는 바이다.

 

 

 

and so on

 

"배우들은 캐릭터에 얼마나 잘 맞아 떨어지는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영국 배우가 독일인이나 미국인을 연기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왜 일본인을 연기하냐,는 질문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왜 일본인을 연기하느냐고? 왜냐하면 나는 배우이니까."

 

이 영화 캐스팅을 반대한 중국인들과 캐스팅에 관해 질문을 던진 사람들에 대한 양자경의 발언에는 박수를 보낸다.

가장 배우스러운 대답이었다고 생각한다.

영화까지 괜찮았으면 정말 빛을 발했을텐데....

정말 아쉽다.

 

 

 

written by suyeun

www.cyworld.com/nightflight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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