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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면 좋겠지.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seahaven 2007-08-31 오전 9:47:26 2093   [15]

 

일요일 오후, 후배가 <조디악> 보여준대서 나갔는데
에그머니나.. 연쇄살인범 이야기란 것을 몰랐다.
극장에 들어가기 직전 공룡양호샘에게 문자를 날렸다.
'공포로 샤워하고 집에 들어가면 나 우울증 도질거야.. 도와줘요 플리즈~~'

떼지어 몰려나온 양호샘들이랑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봤다.

조디악에 대해서는 생각이 안난다.
망각은 두려움을 회피하고자 인위적으로 기억을 차단하는 의식의 작용이다.
(아, 혀 꼬여.. 뒤돌아서면 잊어버린다는 말을 고상 떨며 하는 것이니 넘 신경쓰지 마시라.)


연애 4년에 결혼 3년, 합이 7년이면 외도할 자격 있다..고 은밀히 믿는 그대에게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추천한다.
애인이나 옆지기는 대동하지 않는 게 신상에 좋겠다.
아, 스와핑 할 용의가 있는 커플들이라면 쌍으로 보시라.

아웅 졸려~

to be continued..

------------------------
잘 자고 난 Etwas, 2부 시작하시겠다.


유부남 유부녀가 짝 바꿔 연애하는 이야기가 질척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냐.
두 가지 되시겠다.
일. 로맨틱 코미디 톤을 취하고 있다.
적당히 가볍고 웃기고 진지한 분위기라서, 부담도 적당하다.

이. 자식과 집안 문제가 빠져있다.
당신이 현실에서 그랬다면 발목 콱 잡을 부분을 쏙~ 빼버리는 쎈스.
그러니 영화지.

그래서 좋은 점도 있다.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만 오로지 충실하게 드러낸다는 거다.
순진한 Etwas, 그 감정 라인대로 쭉 따라갔다.
느낀 점. 오오~ 진짜 쿨하네.


옛날 영화이론 책 줄 그어가며 공부할 때
대중영화는 관객의 평균적 정서를 반영한다..는 말에 밑줄 쫙 그었더랬다.
그 믿음을 토대로 말하자면,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가 대변하는
대한민국 30대 남녀의 애정관은 더할 나위 없이 쿨하다.

주인공들이 경험하는 부부 관계의 특성, 개인의 성격, 환경 등은 각기 다르지만,
모두 자기 감정에 일단 솔직하다.
내 남편, 마누라도 나름 소중하지만 나 저 사람 갖고 싶어..
요런 마음이 들 때
여우짓, 늑대짓 하며 일단 들이대더라는 것이다.
(아우 부러워..)

그리고 흑백논리나 극단적인 감정에 치우치지 않은 채,
자신과 상대를 객관적으로 바라본다.
즉, 니가 잘 못해서 내가 바람 피잖아..
요따우 말 하지 않더라는 것이다.

최종 선택은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하되,
그로 인해 상대가 겪게 될 상황에 대해서도 사려 깊게 이해한다.
그렇다고 상처가 남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폭넓은 고려를 바탕으로 내린 선택이라는 자기 확신 때문에 당당하다.

엔딩 장면의 대사 몇 개 기억나는 대로 읊어본다.

박용우 : 나만 미워해. 우리가 좋았던 기억까지 부인하지 말고..
한채영 : 선보기 전에 날 보러 왔었어요? 우리도 시작은 괜찮았구나.

멋지잖아?
누구도 선악 이분법으로 나뉘지 않고, 이해할 만 하고
바람 피우니 이기적인 게 아니라 두루 복합적이고.


<커피 프린스 1호점> 13회부터 밤새워 다 봤는데
역시나 20대 언니오빠들도 끝까지 멋있었다.

은찬-한결, 유주-한성, 커피집 오빠들,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성장한지라 어찌나 다른 개성들이신지.
그래도 자신과 타인의 차이를 이해하고 조정하는 데에 최선을 다한다.

그럴 수 있는 힘은
자기 자신의 감정과 욕구, 콤플렉스 등을 솔직하게 바라본다는 데서 나온다.
자신에 대한 솔직한 이해를 타인에게도 똑같이 적용시키고
그렇기 때문에 갈등은 있어도 비극으로 치닫는 대신
그 갈등을 다루는 과정 속에서 상호 이해에 도달한다.

부모님, 할머니도 이들 세대와 무난히 조화를 이루는 능력을 갖추었고
지혜로운 지지자로 변모해 있다.


이것은 지금까지 보아온 멜로드라마 주인공들의 태도와 확연히 구별된다.
과거에는 주로 이랬다.
주인공의 사랑을 가로막는 외적인 장애요소 하나씩 등장한다.
신분 차이, 혈연의 비밀, 불치병, 경제적 환경적 요소..

주인공이 울고 불고 하면
(주로 착한 여자 되시겠다. 어찌나 착한 척, 슬프지 않은 척 해주시던지.)
감정 이입된 관객도 따라서 울고 불고.
(아, 어찌나 많이 따라 울었던지~)
여자 울려주시는 악인은 어찌나 빠짐없이 등장하시는지.
(너무 잘난 처녀, 야심에 찬 젊은 남자, 시어머니 등등.)

요것이 바로 신파적 드라마 작법과 연기 패턴이다.
한국 대중문화에 신파 코드가 얼마나 강력한지
곰곰 돌이켜 보시라.


어째 이리 신파 코드가 강력하고도 오래오래
대중문화에 영향력을 행사했느냐.
못 살고 힘들게 살아서 그렇다.

영화가 들어온 게 식민지 시대고, TV가 보편화 된 게 군사독재 시대다.
사람 사는 이야기 해야하는데,
지대로 했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가 죽는 수가 있었던 것이다.
죽이지 않더라도 사전 사후에 검열 철저하게 해주셨다.
작가의 생명, 작가의 창의력은 저절로 말라 죽어주셨다.

세상을 지대로 슬퍼할 수 없으니
개인적인 운명, 팔자를 앞세워서 세상 시름까지 담아서
꺼이꺼이 울어대게 만든 것.
극장이나 테레비 앞에서 한판 지대로 울고 나면
속이 시원했던 거.
요거이 신파의 힘이었다.

정치의 억압이 사라지고 나니
울긴 울어야겠는데, 지대로 울 명분이 줄어들었잖은가?
불치병, 핏줄의 비밀 자꾸 나오는 게 그런 이유다.
울 이유가 확실하잖아?

한 가지 더.
옛날식 가족제도, 이거 여자들한테 무지 징글징글 한 낡은 전통이다.
권위적인 정치는 옛날식 유교 전통과 잘 어울린다.
아니, 서로 필요로 한다.
그러니 뭐, 부모-시부모가 옛날 식으로
감놔라 배놔라 하는 이야기가 아직도 먹혀들 수밖에.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와 <커피 프린스 1호점>
모두 이런 낡은 것들이 힘을 잃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진짜로 힘을 잃었을까?
적어도 이 두 개의 드라마 안에서는 그렇다.

현재의 대한민국 20,30대가 모두, 진짜로 쿨하고 솔직한, 신인류인가?
이 두 개의 드라마를 지지한다는 점에서
적어도 그들이 이상적으로 여기는 삶의 태도가 무엇인지는 알 만하다.

나쁜 일본인도, 군사독재의 철권 통치도 사라졌다.
전통이라는 이름의 억압적인 가족제도도 느슨해졌다.

이제 무엇이 남는가?
오직 내가 남는다.

오직 나의 선택으로 이루어지는 개인적 삶,
나의 의지로 꾸리는 가족의 핵심적인 의미만이 남는다.


어떻게 살겨?
멋대로 살지~

되도록이면 쿨하게,
무조건 즐겁게,
오직 나의 깊은 의지에 충실하게.

깊은 게 모냐고?
몰라~ 앞으로 찾아봐야지.


(총 0명 참여)
kris20
어렵죠 네~   
2007-08-31 14:44
shelby8318
어려운 게 아닐까?   
2007-08-31 12:25
shelby8318
"사랑하는 사람과 산다"라..   
2007-08-31 12:23
flight9
ㅋㅋ 근데 공룡 여러 마리가 영화 봤다는 거 가터   
2007-08-31 11:54
flight9
잘 썼네.. 사랑하는 사람과 살면 조케따~   
2007-08-31 11:54
takapuna
아 머 남들이 그러는거야 멋져보이지만
난 아직 못그럴것 같네요.
양호선생님들이랑 단체로 영화관람 ~
엽기다 ㅋㅋ
  
2007-08-31 11:40
godami
근데 공룡양호실은 뭡니까?   
2007-08-31 11:19
godami
오! 아주 맛깔난 영화평이네요.^^   
2007-08-31 11:18
assa30
영화로는 재밌게 봤습니다만..
이게 바로 나의 이야기라면 공룡선생님인지 Etwas님인지는
과연 어떤 기분이 드시겠어요?
너무 이상주의적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암튼 평 잘 읽고 감니다   
2007-08-31 10:11
dumoc
다시 생각이 바뀌어서 덧글 단다.
30대의 연애에 대한 트렌드를 새로운 시각으로 봐줘서 고맙다.
덕분에 많이 배웠다.
하지만 이게 우리사회의 전반적인 흐름을 대변하는 것인지에 대해선
여전히 난 의문이 든다.
영화감독과 공룡양호실의 Etvas라는 사람의 개인적 시각이 전체적인 흐름을 끌고가는건 아닌지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2007-08-31 10:09
dumoc
아 ~ 젠장.. 이사람 진짜 논평 잘해놨네..
시원해서 한표 준다.   
2007-08-31 10:02
1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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