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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감정 노동자에게 함부로 반말하지 말자.. 핸드폰
ldk209 2009-02-23 오후 3:01:07 12604   [6]
무엇보다 감정 노동자에게 함부로 반말하지 말자.. ★★★☆

 

사채업자에게 시달리랴, 방송국 PD에게 굽실거리랴, 아내(박솔미)와의 관계도 원만치 못한 연예기획사 대표 오승민의 하루는 이렇듯 딱한 처지에 몰려있다. 그에게 유일한 희망은 이제 막 신인스타의 반열에 올라선 윤진아(이세나). 그러나 하필 지저분한 행실로 유명한 모델 장윤호(김남길)와의 섹스 동영상이 담긴 핸드폰을 분실하게 되고, 이 핸드폰을 습득한 정이규(박용우)는 핸드폰을 돌려받으려면 자신이 원하는 게임에 동참하라고 제안한다.

 

전작인 <극락도 살인사건>으로 나름 비평과 흥행, 양쪽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김한민 감독은 현대인, 특히 한국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된 핸드폰을 소재로 한 스릴러 장르의 영화를 들고 찾아왔다. 어떻게 보면 김한민 감독은 한국적 스릴러 장르를 만드는 데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 섹스 장면이 담겨 있는 핸드폰은 아무래도 성에 대해 폐쇄적인 한국 사회의 은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로 적합하기 때문이다.

 

충분히 관심을 끌고 재미를 느낄만한 소재에 적당할 정도로 스피디한 <핸드폰>은 그러나 바라보는 초점이 고정 또는 단일화되지 못하고 이리저리 옮겨 다닌다. 한 유명 배우의 섹스 동영상 유출 파문과 관련한 스릴러인가 싶으면, 감정노동자의 작업 환경에 대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고발 영화이기도 싶고, 그러다 결론 부분으로 가면 그 모든 건 잊혀지고 전혀 별개의 다른 문제로 옮겨가 버린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분명 보는 관객의 감정 이입은 정이규를 대상으로 하는데, 영화가 바라보는 시선은 오승민의 것에서 오는 불일치도 꺼끌꺼끌하다. 그런데, 이러한 <핸드폰>의 다중초점(?) 방식은 <극락도 살인사건>에서도 보인다는 점에서 (스릴러와 호러) 김한민 감독의 연출 스타일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쨌거나 몇 가지의 문제가 이리저리 뒤엉켜져 있는 <핸드폰>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 건 감정노동자들을 대하는 영화의 태도에서다. 이 부분만 놓고 보면 <핸드폰>은 스릴러보다는 사회고발 드라마로서 더 큰 무게감이 느껴진다.

 

감정노동이란 배우가 연기하듯 노동자가 고객의 감정을 맞추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통제하는 일을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걸 의미하며, 이러한 일을 하는 사람을 감정노동자라 한다. 주로는 서비스 직종에 근무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감정노동자에 속할 것이며, <핸드폰>에서 정이규처럼 고객 상담을 주로 하는 업무가 대표적일 것이다. 너무 간단하기도 하고 너무 일반화시키는 건 아닌가 싶기는 해도, 나는 감정노동자를 대하는 태도에 따라 다른 사람의 인격을 쉽게 재단해버리는 특징이 있다. (공공장소에서의 행동도 포함시켜)

 

“왜 사람들은 이토록 무례한가?” 이런 문제에서라면 난 좀 과도하게 자신이 있다. 왜냐면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 중의 하나가 잘 모르는 타인을 상대로 직위가 높다거나, 선배라거나, 나이가 많다는 등의 이유로 반말 또는 막 대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격 탓인지 과도한 친절도 기피하는 편이다. 직장 근처에 훈제 오리집이 하나 있는데, 프랜차이즈인 이 집의 특징은 종업원이 손님에게 무릎으로 기어 온다는 것이다. 뭐가 그렇게 큰 죄를 지은 것인지, 하지 말라고 해도 가게의 운영 방침인 이상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집의 맛있는 음식이 그리워지긴 해도 불편해서 가급적 안 가게 되었다. 음식점이든 어떤 상점이든 간에 내가 생각하는 친절의 기준은 ‘고객이 불쾌하지 않을 정도의 친절’이다. 음식을 먹고 내는 돈은 음식과 최소한의 배려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하지, 종업원의 인격을 산다고는 생각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살다보면 너무 화가 나 나를 상대하는 감정노동자의 인격을 훼손하는 언행을 하는 경우가 나에게도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나, 그럼에도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핸드폰>의 정이규를 포함한 감정노동자들은 무조건 반말로 대하는 고객들을 일상적으로 상대해야 하고, 가끔은 성추행의 대상이 되어야 하며, 대부분은 화풀이 또는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소진되는 존재들로 그려진다. 그럼에도 이들은 고객이라는 이유 하나로 ‘고객님, 죄송합니다’라며 고개를 조아려야 한다. 그 어떤 대상에게도 예외는 없다. 어떻게 보면 이들은 사회 계급 계층 구조에서 최하단에 위치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이들 중 대부분은 비정규직의 설움도 동시에 받고 있다.

 

그런데, 정이규와 대척점에 선 오승민도 정이규와 그다지 달라보이진 않는다. 난 이점이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언뜻 오승민이 악역으로 비춰지지만, 그 역시 자신이 일하는 업종의 먹이사슬 구조에선 가장 하단에 위치한 매니저 출신의 신생 연예 기획사 대표일 뿐이다. 다만 오승민은 자신이 받는 스트레스를 타인에게 전가할 정도의 뻔뻔함(어쩌면 대부분의 일반 사람들과 동일한)이 있는 반면에 정이규는 우연찮게 주운 핸드폰을 통해 되지도 않는 작업을 걸어볼 뿐이다.

 

<핸드폰>이 결코 잘 만들어진 스릴러라 보기는 힘들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 영화의 초점은 오락가락하며 수시로 다른 문제들이 개입해 집중도를 떨어트리고 분산시킨다. 그러다 나중엔 스릴러가 아니라 멜로물로 돌변하기까지 한다. 시간도 너무 길다. 조금 더 스피드를 높이고, 잔가지를 쳐, 러닝타임을 줄였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난 이 영화가 제기한 문제의식 중의 하나인 ‘감정 노동자들을 대하는 태도’에는 정말 공감한다. (공감할 정도를 넘어서서 영화에 나오는 많은 ‘고객님’들을 두들겨 패주고 싶었다. 그래서 정이규의 명령에 따른 오승민의 실행은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그리고 그것에 동의한다면 <핸드폰>은 오래는 아니지만 충분히 가슴을 울리는 영화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총 1명 참여)
shelby8318
글 잘 봤어요.   
2009-12-13 05:18
prettyaid
잘읽었어요^^   
2009-06-29 13:58
powerkwd
잘 읽고 갑니다 ^^   
2009-05-28 14:55
ldk209
대단히 영어를 잘하시나봐요.... 어차피 영어 표현인데.. 세종대왕은 굳이 할 말이 없으실 듯....   
2009-03-20 11:34
szin68
의도는 아주 좋은데... 배우도 맘에 들고! 근데 제목이... 세종대왕이 땅속에서 뭐랄까? 오죽하면 한국에 들어온 미녀들도 "핸드폰"이라는 잡스러운 영어를 써대니...   
2009-03-05 00:40
ooyyrr1004
서비스업 근무 종사자들 스트레스 엄청날듯   
2009-03-01 15:14
jhee65
맞아요. 사람에 대한 예의가 정말 중요한 거 같아요.   
2009-02-27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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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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