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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앞으로 뛰기만 한다.. 연가시
ldk209 2012-07-09 오후 4:51:15 618   [0]

 

열심히 앞으로 뛰기만 한다.. ★★

 

연가시는 메뚜기, 사마귀 등의 곤충에 기생하며 내장을 먹고 살다가 성충이 되면 알을 낳기 위해 숙주의 뇌를 조종, 물가로 유도해 빠트려 죽이는 기생충이라고 한다. 영화 <연가시>는 변종 연가시가 등장, 인간도 감염시킬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현실의 전문가들은 기생충이 인간의 뇌를 조종할 수 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가정이라고 딱 잘라 얘기하지만, 영화로서 이러한 가정은 충분히 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웃 브레이크>처럼 실제로 일어났던, 그리고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라면 더 큰 충격과 재미를 안겨줄 수 있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갑자기 사람들이 엄청난 식욕증가와 갈증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물에 뛰어 들어가 목숨을 끊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정부는 사태의 원인이 하천에서의 물놀이를 통한 연가시 감염이라고 발표한다. 기생충이라고는 하지만, 구충제를 복용하면 부작용으로 인해 감염자가 죽는 등 사태를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해 정부는 일단 감염자들을 집단 수용하게 되는데, 우연히 시중에 판매 중인 조아제약의 구충제가 효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편 제약회사 영업직원 재혁(김명민)과 형사인 동생 재필(김동완)은 약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다가 연가시 출현이 단순 사고가 아님을 알게 된다.

 

바이러스든 아니면 기생충이든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미생물의 위협을 다룬 영화에서 음모론이 다루어지지 않는 영화는 드물다. <해프닝>이나 <컨테이젼>처럼 순수하게 재난 그 자체를 다룬 영화는 오히려 드물지 않을까 싶다. 음모의 주체는 외계인일 수도 있고, 국가권력일 수도 있고, 군일 수도 있고, 또는 기업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연가시>가 다루고 있는 주제나 스토리 진행 과정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 너무 뻔한 재난액션영화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뻔하다라는 게 곧 영화에 대한 비판으로 바로 연결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뻔하다라는 건 안전하다는 의미이고, 그건 대중성과 연결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연가시>는 설정이라든가 구성에서 상당히 헐거움에도 불구하고 장르의 클리셰를 적극 활용하면서 힘차게 앞으로 달리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 속도가 상당히 빨라 영화를 보면서 이성적 판단을 할 여지를 별로 남겨두지 않는다. 한마디로 생각할 틈을 주지 않으니깐 기본적인 재미가 느껴지기는 한다. (뭔가 재밌는 것을 보고 있다는 느낌)

 

또 하나, <연가시> 역시 한국형(?) 재난영화의 특징으로서의 가족 신파가 중요한 요소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 관객들이 좋아한다는 신파, 그런데 한국 관객이 좋아한다는 건 입증된 결과일까? 그건 혹시 투자자들이 좋아하는 것 아닐까. 최소한 나는 감정이 고양된 가족 신파가 못내 어색하면서 부담으로 다가오는 데 말이다. 가족신파를 최고조로 만들기 위해 영화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끈끈한 가족애로 이어져 있다. 사건의 해결을 생각해내고 실행까지 하는 남자주인공과 음모를 파헤치는 형사, 정부의 정책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는 연구자, 그리고 감염자의 고통을 대변하는 사람이 모두 한 가족(또는 예비가족) 구성원이다. 너무 작은 사회 아닌가? 특히 매사 똑 부러지는 과학자 연주(이하늬)가 일확천금을 노리는 재필과 연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의문 중 하나이다.

 

어쨌거나 스피드와 신파가 이 영화의 재미를 담당해주는 요소라면, 허술한 구성은 보는 내내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우선 주요한 캐릭터들은 조금씩 사람을 짜증나게 하는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도대체 이 영화에선 차분하게 사태를 주시하면서 해결책을 고민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모두들 나사가 하나 빠진 듯 그저 앞으로 줄달음칠 뿐이다. 연주? 사실 일개 연구원이 정책 최고 책임자와 사사건건 부딪힌다는 설정부터가 말도 안 된다. 그 역할은 황박사(강신일)가 맡는 것이 적당했을 것이다. 일단 그런 상황에서 연구원은 연구실에서 변종 연가시를 연구하고 그 퇴치방법도 찾고 있어야지 전화나 받으며 밖으로 뛰어 다니고 있다는 게 말이 되는가.

 

사건의 해결책이 대단히 고차원적이거나 멀리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의학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해결책은 거의 기초 상식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는 데, 감염자가 수천 명이 죽어 나가는 지경이 되도록 아무도 그런 기초적 해결책을 생각해내지 못할 수 있는 것인가? 게다가 일단 해결책이 나왔으면, 공권력이 투입되어 신속히 해결해야 할 국가적 재난 사태를 일개 제약회사 영업사원에게 맡겨 놓다니, 아이디어 낸 사람이 실행까지 책임지라는 얘기인가?

 

처음 이 영화의 포스터와 홍보문구를 접하고는 호러에 가까운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를 했었다. 그런데 전형적인 재난액션영화로 목표를 삼았고 흥행을 위해 관람가를 낮췄기 때문이겠지만, 잠깐 등장하는 연가시를 제외하고는 딱히 평가해줄만한 이미지적 요소도 찾아보기 힘들다. 사람들이 스스로 물에 뛰어들어 죽는 설정이라면 대단히 무시무시한 장면들이 만들어질 수 있었을 텐데, 전반적으로 무난하다. 특히 군중씬은 처음엔 조금 그럴싸했지만, 시종일관 되풀이되는 바람에 바로 시들해진다. <해프닝>의 자살씬을 모방이라도 해봤다면 어땠을까? 예를 들면, 집단으로 목을 매어 자살한 시체들의 항문, 배꼽, 구강 등으로 연가시가 튀어 나오게 한다던가 하는.

 

결국 <연가시>는 뭔가 허술한 것을 눈치 채지 못하게, 열심히 앞으로 뛰는 수밖에는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게 영화를 보면서 뭔가 재밌는 것을 보고 있다는 기분의 실체인 셈이다.

 

※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장르물에서 아주 흔한 엔딩인데, 그걸 가지고 후속편 예고라고 하는 건 좀 오바인 것 같다.

 

※ 물놀이를 하면서 감염이 됐고, 수천 명이 불과 며칠 사이에 죽어 나가고, 앞으로도 100만명 정도의 사망이 예견되어 있는 사태라면, 아마 일개 국가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무너져 내릴 것이다. <컨테이젼>에서처럼. 그런데 영화에서 보이는 대한민국은 무난하게 사회 시스템이 유지되고 있는 듯하다. 예산의 문제일지도. 아니면 그런 상황에서도 질서를 지키는 시민의식에 대한 과잉 기대인가?

 

※ 한 동안 우동을 먹지 못할 거 같다. 평소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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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가시(2012)
제작사 : 오죤필름 / 배급사 : CJ 엔터테인먼트
공식홈페이지 : http://www.yeongasi201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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