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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영화 특유의 신파코드로 치장한 한국판 컨테이젼 감기
jojoys 2013-08-16 오후 6:45:05 580   [0]

너무 과한 캐릭터 설정 때문에 몰입하기 힘들었던 재난 영화 / 한국 / 15세 관람가 / 121분

김성수 감독 / 장혁, 수애, 유해진, 박민하.. / 제작비 100억 / 개인적인 평점 : 5점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 속에 다들 건강 관리 잘 하고 계신가요? ^^ 오늘은 지난 토일(10일, 11일) 이틀 내리 메가박스 북대구에서 유료 시사회로 관람하고 온 「감기」이야기를 해볼려구요. 450억이라는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한 「설국열차」에 가려져 있어서 그렇지, 「감기」도 순제작비 100억을 들여 방학 시즌을 겨냥해 만든 나름 한국판 블록버스터 재난영화인데요. 개인적으로는 「비트」, 「태양은 없다」, 「무사」, 「영어 완전 정복」등을 연출하신 김성수 감독님께서 10년만에 상업 영화의 연출을, 그것도 이전까지 연출하셨던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색깔의 장르인 재난 영화를 촬영하셨다는 점 때문에 여러모로 궁금했던 영화 「감기」. 과연, 전 어떻게 보고 왔는지 언제나 그렇듯 제가 느낀 그대로 솔직하게 말씀드려볼께요. ^^

경기도 분당에 퍼진 변종H5N1 바이러스

 

    2014년 4월 어느날, 홍콩의 컨테이너 선착장에서 불법 밀입국자를 가득 실은 파란색 컨테이너 박스 하나가 화물선에 실려 대한민국을 향하게 되는데요. 9일이 지난 한밤중의 평택항, 하역된 파란색 컨테이너 박스 앞에 삼봉유통이라 쓰여진 트럭 한 대가 멈춰 서고, 곧바로 두 명의 젊은 남자가 차에서 내리죠. 한국내 밀입국자 배달책인 이들은 컨테이너 박스의 문을 열고서는 깜깜한 컨테이너 박스 안을 향해 말을 걸어 보지만 묵묵부답. 결국 휴대폰 조명으로 컨테이너 안을 비춰본 두 남자는 피투성이가 된 시체들이 한가득 쌓여있는 모습에 놀라 혼비백산하게 되는데요. 두 남자는 시체 더미 속에서 간신히 숨이 붙어 있는 한 소년을 발견하고는 급하게 트럭에 태운체 경기도 분당으로 향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감기」의 이야기가 시작된답니다. ㅎ

 

    영화가 끝나고 상영관을 나서는 관객분들이 두런두런 나누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중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 관객분들은 '이 영화 대박이다', '나 이 영화 보면서 엉엉 울었어!!', '정말 재밌다!!'라는 반응을 보이는 반면에, 20대 중반 이후 특히, 남성 관객분들의 경우에는 '영화가 심심하다', '너무 오버다!!' 라는 식의 반응이 주를 이루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요.

 

    「감기」를 보고난 후, 이렇게 연령대별로 반응이 엇갈리는 원인을 나름데로 곰곰이 생각해보니, 첫번째로 아마도 재난 영화를 얼마나 많이 접해봤느냐의 차이 때문이 아닐까 싶더라구요. ㅎ 「감기」가 영화 초반 대책회의를 벌이던 도중에 벌어지는 폭발 장면에서 조악한 CG를 보여주긴 하지만 그 외의 부분에 있어서는 나름 (한국 영화치고는) 스케일이 느껴지는 영상을 보여주는데다, 변종H5N1 바이러스로 인한 패닉 상황도 양호하게 묘사하고 있고 또 그 속에 가족애, 부패한 관료주의, 인간의 추악한 본성, 재난 상황 수습에 대한 한국과 미국 정부간의 갈등 등에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큰 무리 없이 스토리 라인 속에 녹여내고 있기 때문에, 그점에 있어 재난 영화를 많이 접해보지 못한 어린 연령층의 관객들은 재밌다고 느낀게 아닐까 싶더라구요. 반면에 이미 재난 영화를 많이 접해본 관객들은 「감기」가 담아내고 있는 이야기들이 기존의 여러 헐리우드 재난 영화(전 지난 2011년에 개봉했던 「컨테이전」이 가장 먼저 떠오르더라구요. ㅎ)들에서 다뤄졌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다소 식상하게 받아들이셨던게 아닐까 싶네요.

 

    「감기」에 대한 평을 갈리게 만드는 두 번째 요소로는 관객 스스로가 영화의 작위적 설정에 대해 얼마만큼 용인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인데요. 쉽게 말해 취향의 차이죠. ^^;; 「감기」는 영화의 재미를 배가 시키기 위한 작위적인 설정으로 가득한 영화인데요. 때로는 웃음을 위해 또 때로는 감동을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조마조마한 상황 속에서 관객이 느끼는 스릴을 위해 영화 곳곳에 설치된 작위적 설정을 쉽게 발견할 수 있죠. 사실 전 「감기」와 같은 재난 영화에서는 어느 정도의 작위적 설정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 영화 중반부까지는 그러한 「감기」의 작위적인 설정이 전혀 거북하지 않았는데요. 하지만 영화 중반부 지구(장혁)의 비상식적인 행동(^^;;) 이후부터의 이야기는 작위적 설정에 대한 저의 한계허용치를 초과하는 내용이라 그때부터는 스크린을 바라보며 헛웃음을 짓는 것 밖에는 할 게 없더라구요. 아마 저처럼 중반 이후부터는 영화에 전혀 몰입하지 못하신 관객분들이 꽤 계시지 않을까 싶어요. ^^;;

 

    제가 보고 느낀 「감기」를 간단히 정리하면 우리 영화 특유의 신파 코드로 중무장한 한국판 「컨테이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제가 「컨테이전」을 언급한 이유는 「감기」가 「컨테이전」을 카피했다는 뜻이 아니라 기존에 흔히 봐왔던 비슷한 소재의 재난 영화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뜻이니 오해는 말아주세요. ^^;; 그리고 신파라고 말씀드린 것 또한 부정적 의미가 아닌(얼마전 개봉했던 「뜨거운 안녕」과 같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설정의 신파 영화는 저도 굉장히 좋아한답니다. ^^) 「감기」가 가지고 있는 장르적 성격을 표현하고자 함이니 다들 이해해주시리라 믿을께요. ^^

 

    이틀 동안 「감기」를 관람하는 동안 살펴본 대다수 관객분들의 반응은 분명 재밌다는 쪽이었는데요. 다만, 「7번방의 선물」류의 신파 코드에 거북함을 느끼시는 분들께서는 아마도 저처럼 「감기」가 보여주는 이야기에 몰입하기가 힘드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

 

    이 단락 이후의 내용은 스포가 살짝 들어갈 것 같으니, 스포를 원하지 않으시는 분들께서는 여기까지만 읽으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 ^^

세상에 둘도 없는 착한 남자는 여기에 있었네?? ^^;;

 

    앞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감기」가 감동과 스릴을 배가 시키기 위한 작위적인 설정이 넘쳐나는 영화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개연성이 전혀 없는 막무가내식 진행을 펼쳐가는 작품이라고 볼 수도 없지 않나 싶은데요. 오히려 장혁, 수애, 유해진, 박민하, 이희준, 차인표, 마동석씨 등등 주연 배우에서부터 단역 배우에 이르기까지 각자 맡은 캐릭터를 훌륭하게 연기해주는 덕분에 보시는 분에 따라서는 「감기」가 나름데로 잘 짜여진 스토리를 지닌 재난 영화로 느껴지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저도 중반 이후 펼쳐지는 지구의 과도한 천사표 설정만 아니었다면 아마도 「감기」를 볼만했던 영화라고 여러분께 말씀드리지 않았을까 싶네요. ㅎ

 

    어떤 분들께서는 저의 이러한 지적에 대해 '영화를 너무 피곤하게 보는거 아니냐?'라는 말씀을 하시리라 생각되는데요. 앞서 잠깐 말씀드렸듯이 저 또한 영화라는 컨텐츠 자체가 어느 정도의 작위적 상황 연출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쪽이라서 웬만해서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곤 하지만, 「감기」에서 중반부 이후에 펼쳐지는 지구의 활약은 다시 생각해봐도 너무 과해던 것 같아요. ^^;;

 

    예를 들어,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벌어진 미르와 몽싸이의 첫 만남과 우연히 캠프에서 이뤄진 재회라던지, E마트에서 자신의 다리를 잡고 늘어졌던 지웅이 엄마를 감염 확정자 수용소에서 다시 보게 되는 인해, 그리고 친구의 환갑 잔치에 왔다가 변종H5N1에 감염되어 버린 엄마와 마주치게 되는 철규 등의 이야기는 작품의 극적인 재미를 위해 충분히 용인할 수 있는 작위적 설정이라고 저는 생각하는데요.

 

    하지만 지구라는 인물이 중반 이후의 이야기 속에서 보여주는 행동들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너무 과한 설정이 아니었나 싶어요. E마트의 내려진 철문 앞에서 자신과 함께 분당을 빠져 나가자는 인해를 바라보며 구조 대원으로써의 사명감을 말하고 홀로 남는 장면까지만 해도 '그래, 저렇게 훌륭한 구조 대원분들이 분명 현실 속에서도 많이 계실꺼야'라고 생각하며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지만, 미르의 감염 사실을 확인한 캠프 관리 인원들이 미르를 데리러 왔을 때 자신이 2066이라 말하며 나서는 지구를 보는 순간 '엊그제 처음 본 아이를 위해서 자기가 대신 죽으러 나선다는게 가능해?'라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씩 거부감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미르를 구하기 위해 마스크마저 벗어 던진체 변종H5N1에 감염된 시체 더미 속을 헤치고 다니다 어디선가 들려온 미르의 노랫 소리를 따라 미르를 발견해내는 지구를 보는 순간 '에휴, 이건 해도해도 너무 하잖아?'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전까지 들었던 「감기」에 대한 호감이 순식간에 비호감으로 바뀌더라구요. 게다가 그토록 어렵게 구해낸 미르를 지구는 항상 너무 쉽게 혼자 내버려두고 또 매번 그럴때마다 어떻게 귀신 같이 미르에게 아찔한 위기가 들이닥치는 건지. ^^;;

 

    하지만 똑같은 장면을 보면서도 극장 안의 여성 관객분들은 '장혁, 너무 멋있다!!', '장혁 너무 로맨틱하다!!', '저런 남자 만났으면 좋겠다!!'라는 반응 들을 보이신걸 생각해보면 「감기」에 대한 호불호는 전적으로 개인의 취향에 달려있는게 아닐까 싶네요. ^^

영화를 통해 마주하게 되는 딜레마적 문제

 

    「감기」에 등장하는 H5N1(여러 조류독감 바이러스 중 하나) 바이러스는 영화 속에서 언급되는 H7N9 조류 독감 바이러스보다도 훨씬 높은 사망률(H7N9은 20%, H5N1은 60%)을 나타내는 실제 존재하는 조류독감 바이러스라고 하는데요. 이미 수 년전에 족제비(족제비가 인간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지표 동물이라고 하네요. 즉, 영화에서처럼 인체간 감염이 가능하다는 얘기죠. ㅎ)를 통한 공기 전파 실험에까지 성공한 변종H5N1 바이러스가 만들어지기도 했다구 하구요.(이상 네이버캐스트 참고) 이렇듯 「감기」는 충분히 현실에서 벌어질 수 있는 변종H5N1 바이러스에 의한 재난 상황을 나름데로 잘 표현하고 있는 것과 동시에 인간의 본성과 딜레마적 문제에 대한 여러 고민들을 관객들에게 선사해주는데요. (사실, 영화를 보면서 지구의 이타적인 행동이 영화 속에 보여지는 다른 인물들의 이기적인 행동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게 하기 위한 김성수 감독님의 계획된 연출인가 싶은 생각을 해보기도 했지만, 설령 그렇다하더라도 저한테는 너무 과하게만 느껴지더라구요. ^^;;)

 

    바이러스 전파 소식과 함께 마트를 약탈하며 라면 봉지 하나라도 더 가지기 위해서 상대방을 향해 서슴 없이 린치를 가하는 사람들, 서울에 바이러스를 전염시키면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이라는 국환(마동석)의 선동에 너무나 쉽게 말려드는 영화 속 시민들의 모습 등을 보며 인간이 얼마나 나약하면서도 이기적이고 또 무서운 동물인가를 생각해보기도 했구요. 감염자들이 자신과 상관 없는 타인이라고 생각했을 때에는 냉동 창고에 걸린 도축된 소고기를 대하듯 아무런 꺼리낌이 없던 철규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엄마와 마주하게 되자 이성을 잃고 시민 폭동의 도화선이 되는 모습을 보며 인간이라는 존재가 타인에게는 얼마나 철저하게 잔인해질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내면에 숨겨진 약점을 건드렸을 때 또 얼마나 약해질 수 있는지를에 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더라구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감기」가 관객들에게 말하는 가장 딜레마적인 질문은 실제로 영화와 같은 일이 벌어지게 된다면 도시 폐쇄에 찬성하겠느냐 하는 것이었는데요. 나와 내 가족이 살기 위해 수십만을 가둬놓은체 아무런 대책 없이 죽어가는 것을 모른체 할 것이냐? vs. 구제역이 발생한 농장의 동물들처럼 숨이 아직 붙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살처분 해버리는 정부를 피해 도망가려는 시민들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그들이 가고 싶은데로 가게 내버려 둘 것이냐? 과연 여러분의 선택은 무엇인가요? ㅎ

개인적으로는 그리 권하고 싶지는 않은 영화

 

    솔직히 저한테는 있어 「감기」는 작년에 개봉했던 「연가시」와 비슷한 수준에 영화로 기억될 것 같은데요. 「감기」가 「연가시」에 비해 훨씬 더 현실 가능성이 높은 소재를 바탕으로 실체화될 가능성이 높은 스토리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만, 지구라는 캐릭터 하나 때문에 벌어 놓은 점수를 홀라당 다 까먹었네요. ^^;;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이틀 동안 관람하는 동안에 살펴본 대다수 관객들의 반응은 분명 재밌다는 쪽에 가까웠답니다. ㅎ 하지만 저처럼 「7번방의 선물」 속 작위적 설정에 거부감을 느끼셨던 분들은 「감기」에서도 비슷한 거부감을 느끼게 되시지 않을까 싶네요. ^^;; 주위에서 누군가 보러 간다면 두 팔 걷고 나서서 말릴 정도의 영화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해서 제가 나서서 누군가에게 권하고 싶은 마음은 눈꼽만큼도 생기지 않았던 영화 「감기」였네요. ㅎ

 

    전 그럼 지난 목요일(8일)에 시사회로 미리 관람하고 온 「숨바꼭질」 리뷰로 조만간 또 찾아뵙도록 할께요. 다들 힘찬 한 주의 시작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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