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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사댁 셋째 따님처럼 되기는 힘들다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 여우계단 | 2003년 8월 2일 토요일 | 서대원 이메일

국산 영화 중 추천을 해줄 만한 시리즈물이 뭐 없겠냐고 불특정 다수에게 묻는 다면, 아마도 상당수의 사람(남자)들은 <애마부인>이나 <처제의 일기> 등 주로 에로물을 언급할 가능성이 크다. 그간 충무로가 양산해낸 시리즈물이 그만큼 관객들의 마음을 쥐어흔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많은 것을 우리에게 던져주며 시사해준 바 있는 <여고괴담> 시리즈가 수년이 지났음에도 잊혀지지 않고 끊임없이 호명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때문에 어찌할 도리 없이 그 뒤를 밟아 태어나게 되는 속편은 숙명적으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특히, 그 대단한 그 무엇을 거머쥔 대상이 하나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둘이라면 이건 거의 말 다한 거다. 여고괴담의 세 번째 이야기인 <여우계단>은 이처럼 심리적 압박을 안 받으려야 안 받을 수 없는 태생적 조건을 부여 받고 탄생한 영화다.

‘예술여고’와 ‘여우계단’이라는 모티브를 설정해 전작들과 차별성을 둔 영화는, 비교되어짐에 따라 필연적으로 생성되는 여학생들의 질투와 욕망과 열등감을 저주 안으로 불러 들여 버무린 다음 공포로 형상화시켜 내보낸다. 감당하기 힘든 끔찍한 저주 안으로 그네들의 유리 조각과 같은 예민한 심리를 끌어 들이고자 <여우계단>은 <여고괴담2>에서 보여준 소녀들의 미묘한 감정의 흐름을 전반부에 심어놓는다. 그리고 그 감수성 어린 흐름이 광포한 용암으로 돌변해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참상을 보여주고자 <여우계단>은 또 자신의 할머니 격인 원편 <여고괴담>의 핏빛 가득한 공포를 좀비처럼 되살려 후반부에 배치시킨다.

결국, 전반부는 <여고괴담2>의 심리적 공포를, 후반부는 <여고괴담>의 물리적 공포를 빌려와 <여우계단>은 자신의 몸을 완성시킨다. 하지만 그 몸은 뜻하지 않게 골골하다. 서로가 친밀감을 확대하며 유기적으로 접점을 이루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 하부구조의 긴밀한 연결의 끈 역시 느슨하고 참신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으로써, 소녀들의 시기와 죄책감은 무게감을 얻어 관객들을 이끌고 밀어주며 함께 호흡을 해야 함에도 그러지 못하고 따로 노는 것이다.

전반부의 심리적 공포가 탄탄하게 구축되지 못한 것은 캐릭터를 평면적으로 그리고 너무 뻔하게 그렸기에 그렇다. 특히, 살이 많아 따돌림을 당하는 혜주(조안)의 묘사는 좀 어딘가 모자란 친구이거나 사이코가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다. 소희(박한별)와 진성(송지효)의 관계 역시, 왜 그렇게도 소희가 진성에게 일방적으로 착하게 구는지 납득이 잘 안 가게끔 영화는 그리고 있다. <여우령>, <링>, <캐리>가 떠오르는 장면이 곳곳에 준비돼 있는 후반부의 물리적 공포는, 결정적으로 긴장감을 서서히 조였다 푸는 별다른 완급조절 없이 공포의 주체가 사라졌다 나타났다 사라졌다 나타났다만을 반복함으로써 공포의 기운을 스스로 떨어뜨린다.

그 외에도 다양한 캐릭터 군이 존재했던 전작들에 비해 이번 영화는 주인공들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에게 생기를 불어 넣지 않는다. 주인공인 소녀들 역시 이상하게도 실제로 어려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첫, 두 번째의 소녀들에 비하자면 너무도 어린애들 같다.

남다른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예술 여고라는 점과 공통된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미신 행위의 일종인 여우계단이라는 그럴듯한 설정을 가져와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여우계단>은 아쉽게도 전작의 언니들의 빼어남을 넘어서지 못한다. 물론, 그 후광에 가린 억울한 면도 있겠지만 말이다. 여튼, 한국사회에서는 정말이지 어른들의 말마따나 셋째가 세인들로부터 두루두루 총애를 받기는 참 힘든 모양이다. 그 사랑을 듬뿍 받아 노래까지 있는 ‘최진사댁 셋째 따님’처럼 말이다.

3 )
gaeddorai
그래도 4(목소리??)보다는 괜찮던데?   
2009-02-21 22:00
ejin4rang
여고괴담시리즈중 별로였다   
2008-10-16 09:52
ldk209
어쨌든.. 이런 시리즈가 있다는 건 유의미....   
2007-01-2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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