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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산이라함은 다들 그 만화 캐산을 떠올릴 것이다.  
  
필자는 슬쩍 그림체만 보고 말았던 그 만화 캐산이 
  
바로 이 영화다. 솔직히 스틸컷에 보여지는 오묘하 
  
게 파워풀한 인상이 나로 하여금 이 영화를 선택하 
  
게 했다. 이 영화의 주축이 되는 인물은 아내를 위 
  
신조세포의 개발에 힘쓰는 아즈마 박사와 그의 아들 
  
테츠야와 약혼녀 루나 그리고 살아남은 신조인간들 
  
이다. 신조세포이론을 앞세우던 아즈마 박사는 보수 
  
적인 보건성 관료들에 의해 신조세포이론에 대한 회 
  
의적인 반응을 본다. 그러나 군부 최고의 자리에 있는 
  
장군이 보내온 한 남자에 의해 비밀리에 연구실을 지 
  
원받아 신조세포에 대해 연구하게된다. 솔직히 과거 
  
의 캐산을 떠올렸다면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다소 우 
  
꽝스러운 옷을 입어야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같은 
  
이야기를 주된 소재로 하고 있다기에 영화는 만화와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거두절미하고 박사는 우연하게 신조인간들을 만들게 
  
된다. 토막난 장기들이 하나로 결합해 되살아난 인간 
  
그것이 두려웠던 정부는 총을 앞세워 신조인간들을 죽 
  
인다. 그러나 이 와중에 아즈마 박사의 아내 미도리를 
  
태우고 도망을 친 세명의 신조인간. 이들은 극한의 상 
  
황에서 미도리로 인해 삶에 대한 희망을 갖는다. 우연 
  
히 당도한 폐저택에서 그들은 신조왕국을 세워 인간에 
  
게 대항한다. 
  
  
한편, 전쟁에서 죽은 테츠야는 아즈마 박사에 의해 신 
  
조인간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리고 급격히 팽창하는 근 
  
육으로 인해 방호복을 입고 바로 그 만화의 캐산이 된다. 
  
캐산은 영화속에서 간간히 보이는 날개달린 동상의 이 
  
름이다. 그것은 제 7관구 사람들이 오래도록 숭배한 수 
  
호신으로 그들을 지켜주었던 존재다. 그러나 전쟁이 빈 
  
번하게 발발하자 캐산은 그들을 떠났다.  
  
  
신조인간으로서의 삶을 거부하고 싶은 테츠야는 전쟁과 
  
그 속에 한없이 나약했던 자신의 과거와 부딪힌다. 그리 
  
고 그제야 그는 캐산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고자 한다. 
  
  
캐산이라는 만화가 아주 많은 이야기를 긴 시간동안 풀어 
  
내기 때문일까? 이 영화는 마치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 
  
데 자리가 없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방대한 스토리가 거 
  
의 과부화 상태로 들어차있다. 전개가 빠른 정도가 아니라 
  
거의 어지러운 상태다. 인간이냐 아니냐의 갈등과 삻에 대 
  
한 뼈저린 고통으로 번뇌하는 신조인간과 인간의로서의 삶 
  
을 그리워하며 신조인간의 삶을 하나의 사명으로 받아들이 
  
려는 테츠야, 아내를 살리기 위해 맹목적인 아즈마 박사와 
  
권력과 전쟁 그리고 생명의 존엄성 앞에서 너무나 나약했 
  
던 인간의 이야기를 이 영화는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있 
  
다. 
  
  
전쟁의 암울함과 문명의 이기가 냉혹하게 소용돌이치는 화 
  
면 속에는 달라붙은 방호복을 입고 소위 피튀게 싸우는 인 
  
간들 밖에는 나오지 않는 것이다. 영화는 전쟁으로 결국은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는 세상에서 인간과 신조인간의 경 
  
계없이 생명은 그 존재만으로 존엄하고 인정받을 수 있는  
  
것임을 말하고 싶어한다. 인간을 증오하고 그들을 인정하지 
  
않으려던 신조인간과 역시 그들을 죽이고 그들의 위에 서려 
  
했던 인간, 그들은 사실 전혀 다른 개체가 아니라는 것을 말 
  
이다. 
  
  
영화가 주는 메세지 자체는 나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그러나 
  
그 메시지를 껴안아야할 영화 자체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 
  
았다. CG에 급급해 이 진정한 메세지를 버리기 보다는 그 자체 
  
를 이해하고 제작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캐산을 추억하는 많은 사람에게 이 영화는 얼마만큼의 감동을 
  
줄 것인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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