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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에 제격인 귀엽고 따뜻한 가족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ldk209 2015-01-01 오후 3:53:41 34208   [2]

연말연시에 제격인 귀엽고 따뜻한 가족영화... ★★★★

 

처음 세웠던 2014년 마지막 날 영화관람 계획은 제일 좋아하는 감독 중 한 명(?)인 다르덴 형제의 <내일을 위한 시간>이었는데, 정식 개봉이 1월 1일인지 상영관이 거의 없어 차선으로 택한 영화가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하 <개훔방>)이었습니다. <내일을 위한 시간>을 보진 않았지만 다르덴 형제의 1999년작 <로제타>를 연상시키는 이야기라고는 알고 있습니다. 비슷한 얘기를 또 하게 된 건 15년이 지났지만 세계는 그다지 좋아지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이겠죠. 아니, 오히려 더 악화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면 <로제타>에서 다루고 있는 건 전통적인(?) 최하층 서민, 민중의 고난이지만, <내일을 위한 시간>은 나름 버젓한 집과 차가 있는 중산층의 몰락이기 때문이죠. 서민의 삶은 나아지지 않고 중산층은 몰락하고 있는 게 더 좋아진 것이라고 말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분위기는 전혀 다르지만, <개훔방> 역시 몰락한 중산층의 얘기입니다. 강혜정이 분한 엄마와 딸 지소, 아들 지석은 처음부터 집이 없는 가난한 서민이 아니었습니다. 지소가 고급 초등학교에 다니고 엄마가 한 번도 음식을 해 준적 없다는 얘기나 엄마의 철부지 같은 행동을 보아하면 고생을 거의 모르고 살아온 가족입니다. 아버지가 하던 피자집이 망하고 아버지가 집을 나가면서 해체된 가족이죠. 그나마 보금자리 역할을 하고 있는 건 이미 망한 피자가게 승합차가 유일합니다.

 

자존심이 강한 지소와 지소의 비밀을 지켜주는 친구 채랑은 부동산에 붙은 전세 평당 500만원 전단을 평당이라는 곳에 500만원짜리 전셋집이 있다는 얘기인 줄 오해하고 부잣집 개를 훔쳐 보상금으로 500만원을 타낼 생각을 합니다. 일종의 케이퍼 무비의 구도가 만들어지게 되죠. 물론 계획대로 실행될 리는 없습니다.

 

<개훔방>은 단적으로 말해 연말연시에 가족과 함께 보면 좋을 따뜻하고 포근하고 귀여운 영화입니다. 가난의 고통이 느껴지도록 절절히 전달되지 않는다는 단점을 지적할 수 있지만, 그건 이 영화의 목표가 아닙니다.(원작 소설의 목표일 수는 있겠죠) 가족영화에 대고 왜 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리지 않았느냐는 지적은 포인트를 빗나간 화살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렇다고 가난을 그저 가볍게 그리고 있는 것만은 아닙니다. 빨간딱지에 대해 지소가 간직하고 있는 공포스러울 정도의 기억, 어쨌거나 해체되어 이리저리 떠도는 가족의 모습이야말로 보는 관객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찌르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또한 한국의 여러 현실을 떠올리게 합니다. 땅이나 집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라든가(물론 이건 지소가 꿈꾸는 그저 편히 누워 가족이 함께 지낼 수 있는 말 그대로 집(Home)에 대한 꿈을 말하는 건 아닙니다) 친구를 사귀는 문제도 집의 경제적 수준에 따라 좌우되는 점, 특히 아무리 힘들어도 좋은 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싶은 교육현실(비록 지소의 경우엔 다른 원인이 작용했다 하더라도 엄마의 그런 열망에 대해 일단 인정하는 게 영화의 분위기니깐요) 등이 그러하죠.

 

영화는 이외에도 여러 얘기들을 합니다. 아이들의 우정과 사랑, 배려, 그리고 가족의 문제. 특히 순수한 마음씨를 가진 소녀가 아무리 좋은 이유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수단이 잘못되었다면 그건 인정받을 수 없다는 점 등이죠. 영화는 결국 지소의 성장을 다루기도 하지만, 엄마(성인)의 성장을 다루기도 합니다.

 

이런 여러 가지 얘기를 건네는 데 있어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건 무엇보다 아이들입니다. 이레, 이지원, 홍은택 등 아역들의 연기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조화로워, 보는 내내 관객들의 웃음과 눈물을 이끌어 냅니다. 객석엔 아이들의 연기를 따라 깔깔대는 웃음소리와 훌쩍거림이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개 월리의 연기 역시 너무 자연스러웠고 특히 나에게 가장 다행이었던 건 아이나 개에 대한 학대가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아무리 현실이 어둡고 힘들다고 해도 연말연시엔 그래도 따뜻함을 느끼고 싶어 하는 게 인지상정인 것 같습니다. 나도 모르게 가난한 이웃들을 돌아보게 되기도 하구요. 그래서인지 유독 연말연시에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포근한 기사들이 지면을 장식하는 거 아닐까 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개훔방>이야말로 연말연시 최고의 선택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있는 분들은 꼭 같이 보세요.

 

※ 도시락 공장에서 대체 왜 강혜정만 머리에 캡을 안 쓰고 작업을 하고 있는 걸까요?

 

※ 영화 초반, 귀여운 애니메이션이나 트래킹숏의 활용에서 웨스 앤더슨 감독을 떠올렸는데, 영화 보고 나서 감독의 인터뷰를 보니 역시나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처럼 보이고 싶었다고 하는군요.

 

※ 많은 엄마들이 영화 속 아이들 또래의 아이를 데리고 영화를 보러 왔는데, 보는 내내 엄마와 아이가 같이 깔깔 웃는 모습이 참 듣기 좋았습니다. 영화 끝나자마자 여기저기서 엄마들이 "영화 재밌었어?"물어보는데, 아이들의 반응이 꽤 좋더군요.





(총 0명 참여)
jhee65
상영관이 부족해요. 확대 좀 해주세요   
2015-01-05 16:5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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