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의 남쪽 2006/05
감독 : 안판석
출연 : 차승원/심혜진/조이진/이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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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할아버지가 6.25 전쟁당시 인민군전사였기때문에 출신성분이 좋았고 집안도 먹고 살만한 배경인 김선호(차승원)는 만수대 예술단의
호른 연주자이며, 결혼을 약속한 연화(조이진)라는 시원한 성격의 상대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사한 줄 알았던 할아버지가 남한에 살아계시고, 당원인 아버지가 몇년간 몰래 할아버지와 편지를 주고받은 사실이 보안부 요원들에게 발각되면서 탈북을 기도하게 됩니다.
결혼을 약속했던 연화는 북에 남겨둔 채로 말이죠.
남에서 성공한 자본가라는 할아버지는 돌아가셨고, 할아버지의 이복동생들의 반응도 차갑기만 합니다.
남한에 가면 곧 연화에게 사람을 보내겠다던 약속을 지키려다 브로커에게 정착금까지 모두 빼앗기고,
낮에는 치킨배달, 밤에는 웨이터 김정일,교회에선 간증을 하며 악착같이 연화에게 사람을 보낼 자금을 모으지만
어느날 중국쪽 사람에게서 연화가 결혼했다는 말을 듣고 좌절합니다.
그 와중에 서울에서 만난 경주(심혜진)와 결혼을 하게되고, 어느날 연화가 국경을 넘어 내려옵니다.
단 한사람, 선호를 만나기 위해서 북에 부모님을 남겨두고, 죽음을 각오하고서요.
그러나 이미 남쪽의 생활에 적응하고 이곳에서 삶을 꾸리게 된 선호는 연화에게 쉽게 결혼했다는 말을 하지 못합니다.
JSA, 태극기 휘날리며, 쉬리에 이은 한국에서만 나올 수 있는 소재라서 관심이 많이 갔습니다.
제목의 거창함과 달리 개인의 감정과 멜로부분을 중점으로 전개가됩니다.
이름만 떠올리면 좋아서 어쩔줄 모를만큼 사랑하는 연인과 친구들을 놔두고 남쪽으로 도망칠수 밖에 없었던 탈북자들의
심정을 솔직하게 그렸다고 보여집니다. 또한 탈북자출신 피아노교수도 그렇게 평을했군요.
초반 평양시내의 모습을 재현한 장면들은 볼거리가 많습니다. 가장 가까운 나라지만 가장 알려진게 없기도 하니까요.
태풍태양에서 처음 보았던 조이진은 서구적 외모임에도 연기로 연화라는 인물을 잘 소화해냈습니다.
차승원의 연기도 선호라는 인물을 나타내는데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탈북자와는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은 그의 외모에도 불구하구요.
가장 기억에 남는장면은 탈북하기 바로 전, 마지막 연주를 앞두고 다시는 못볼 친구얼굴을 자세히 봐두려고 얼굴에 뭐가 묻었다며
어루만지는 장면과, 바로 다음장면인 4분 장면에 5억이 쓰였다는 평양 대극장의 '당의 참된 딸' 뮤지컬 공연장면입니다.
실제로 평양은 '출신성분'이 좋은 사람들만이 모여사는 '평양나라'라고도 한다네요.
평양 대극장의 '당의 참된 딸' 뮤지컬은 평양 시민만이 볼수 있다고 합니다.
뮤지컬 명성황후의 스탭들이 북한의 5대 가극중 하나인 '당의 참된 딸'을 재현했는데, 아마도 북한음악을 그대로 트는것은 국가보안법에 걸리게 되었는지 곡을 각색해서 들려줍니다. 그런데 이 곡이 (물론 내용은 제외하더라도) 오케스트라와 뮤지컬 배우들의 중창이 정말 볼만하더군요. 뭐랄까 저음부터 고음까지 소리의 모든 음역대를 사용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관심이 생겨 '당의 참된 딸'이 무슨내용인가 찾아보니 6.25전쟁때 인민군 소속의 어린 간호병으로 참전한 '강연옥'이 미군의 총알을 뚫고 부상병들을 무사히 이송하고 자신은 장렬히 전사한다는 내용이더군요. 대부분 북한 가극들이 일성이나 정일이를 무조건 찬양하거나
'미제를 쓸어내자'라는 뭐 그런 내용이랍니다. 영화상에 보이는 장면은 피날레 장면인데요. 아무튼 꽤 볼만합니다.
장미와 콩나물을 만든 PD출신 안판석 감독의 첫 영화인데, 주중 독일대사관으로 들어가는 장면은 음악이 경쾌해서 좀 안어울린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부분의 식당을 소개하는 TV프로에서도 쉐키루 붐이 나와서 주말 TV보는 느낌을 주기도 하구요. 그냥 일반 리포터를 쓰는게 훨씬 좋았을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보고나서는 참 가슴이 아프더군요. 어차피 아무리 거창한 국가적 이념을 내세워도 결국 보통사람들은 좋아하는 사람과, 가족과 단란하게 사는것이 가장 큰 행복이니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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