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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족상잔의 비극 엑스맨: 최후의 전쟁
kharismania 2006-06-15 오전 1:13:23 12590   [6]
블록버스터 시리즈물은 연중행사처럼 찾아온다. 최근 '미션임파서블 3'가 자국보다도 우리나라에서 엄청난 대접을 받으며 승승장구한 모습을 보면 할리웃 블록버스터라는 네임밸류가 지닌 규모적인 파괴력이 어느 정도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것만 같다. 어쨌든 영화공장 할리웃은 돈이 되는 품목을 재고로 두지 않는다. 엑스맨 시리즈 역시 그렇다. 이미 두편의 시리즈가 나왔고 세번째 결과물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엑스맨은 마블코믹스의 대표적인 작품중 하나로써 다양한 뮤턴트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이런작품이 영화화된다는 것 그 자체는 그리 신기한 일이 아니다. 당연히 거쳐야 할 과정으로 여겨질 정도로 이 원작만화는 영화적인 요소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 그리고 그 방대한 이야기의 매듭을 지을 듯한-물론 스크린을 통해서-마지막 발걸음은 상당히 화려해보인다.

 

 사실 우리가 할리웃 블록버스터에 기대하는 것은 오락적인 재미에 가깝다. 물론 기본 베이스를 잃어버린 채 광대놀음처럼 볼거리만을 희희낙락 펼쳐놓는 것은 애처롭다. 이야기선의 뼈대에 눈요기라는 살을 붙이는 정도에 성공한다면 찬사는 보내지 않아도 수긍할만한 여지는 있다. 이 영화 역시 할리웃 블록버스터의 연작시리즈물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영화가 오락적인 가치를 지니는지에 대한 물음이 가장 편하게 이 영화에 접근하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X-MEN. 돌연변이. 사실 영화를 통해 보여지는 돌연변이들의 능력은 평범한 인간을 압도한다. 돌연변이라기 보다 오히려 인간 이상의 월등한 존재로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그들에게 능력은 평범한 삶에 대한 장애가 되고 평범한 인간과는 격리된 생활을 해야한다. 평범하지 않음은 비범함 대신 혐오감으로 대입되고 이는 그들에 대한 공격적 경계심으로 돌변한다. 그리고 그런 경계심은 돌연변이와 정상인간간의 대립으로 번지고 결과적으로 양자간의 갈등을 도출한다.

 

 하지만 최후의 전쟁은 인간과 돌연변이의 대결이 아닌 돌연변이간의 내부적 대립이다. 평화적 방법으로써 돌연변이와 인간간의 화합을 추구하는 사비에 박사(패트릭 스튜어트 역) 진영의 엑스맨과 폭력적인 방식으로 돌연변이의 존재를 인정받으려는 마그네토(이안 맥켈렌 역) 진영의 브라더후드의 대립으로 게릴라전처럼 이어지던 1,2편의 대결이 본작에서 드디어 전면전으로 펼쳐진다.

 

 그리고 그 대결의 정점이 되는 것은 '큐어'라는 치료제로써 이는 돌연변이들의 변종세포를 정상세포로 돌려 그들의 능력-그들의 입장에서는 능력이라고 부를만한-을 평범한 인간과 동일하게 무화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는 이 치료제를 통해 돌연변이들을 치료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하고 돌연변이 사회를 술렁이게 한다. 

 

 사실 엑스맨은 어쩌면 미국사회내의 복잡한 인종관계도에 대한 자발적 거부감을 은유적으로 묘사한 작품일지도 모른다. 물론 미국이라는 나라에 고유민족이라는 것은 없지만 아무래도 영국으로부터 넘어온 청교도세력, 즉 서양의 백인들이 원조주민이라는 의식이 없지 않을것은 당연하다. 그런 그들에게 자신들이 개척한 땅위에서 살아가는 타민족의 유입과 정착은 달가운 일이 아닐수도 있다. 자신과는 다른 무리들에 대한 불만. 이는 돌연변이에 대한 인간의 시선과 비슷하다. 물론 그런 갈등구조의 해결을 위한 인간들의 적극적인 활약상은 보이지 않는다. 소수에 해당하는-물론 그들의 능력은 엄청나지만- 돌연변이들이 중심에 서서 자신들의 고뇌와 번민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모색하고 찾아나가는 것이다. 물론 영화가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인 변화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개인적인 선택과 적극적인 태도의 확립에 힘을 싣는 것은 사실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개인의 선택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어쩌면 다수가 중심이 되는 사회에서 소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수의 포용보다는 소수의 선택이 중요함을 설파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돌연변이들은 큐어의 등장에 분노하거나 치료를 결정하거나 여전히 평화적인 방식을 모색한다. 중요한 것은 각자의 가치관과 그로 인해 도출되는 결과적인 행동양식이다.

 

 사실 브라이언 싱어가 빚어낸 엑스맨의 두 전작들이 풍성한 볼거리보다도 주목을 받았던 것은 다양한 캐릭터들에게서 산재된 내면적 고민과 갈등구조였다. 그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을 던지고 자신의 평범하지 않은 능력앞에서 때론 좌절한다. 다양한 캐릭터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자신의 삶이 평범하지 않음에 대한 인지와 극복방안에 대한 고민이다. 하지만 고민의 내용이 같다고 해서 결론까지 같아지는 것은 아니다. 이는 다양한 캐릭터들로부터 도출되는 외면적인 흥미로움과 더불어 영화의 내면심리가 가지치듯이 다양하게 뻗어나가며 영화의 흐름이 복합적인 팀컬러를 지니게 하는 미덕으로 자리잡는다.

 

 하지만 피날레가 될지도 모르는 이번작품은 감독의 교체로 인한 탓인지 전작들에 비해 고뇌의 층이 얇아진 것만 같다. 이는 어쩌면 웅장해진 이야기 자체로 인한 역할변수의 운신폭이 줄었음에 따른 원인일 수도 있지만 의도적으로 간과된 것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좀 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블록버스터로써의 유용함에 대한 측면을 부각시키기 위해 진지함의 무게를 덜어낸 것은 아닌가 싶은 의심이 든다. 이는 한편으로 엑스맨 시리즈가 지니던 특별한 가치가 사장된 것만 같은 아쉬움으로도 여겨진다.

 

 더욱 화려해지고 스펙타클한 영상과 스케일은 이를 확실히 입증한다. 특히 극후반부의 금문교의 비행씬(?)을 비롯해서 엑스맨과 후드브라더의 대결장면은 할리웃의 CG기술이 재미라는 측면에서의 활용도가 얼마나 유용한지를 극도로 표출한다.

 

 또한 회를 거듭할 수록 업데이트되는 캐릭터를 지켜보는 것도 이 영화의 또다른 흥미거리이다. 특히 전작에서 죽은 줄만 알았던 진 그레이(팜키 얀센)의 다크 피닉스로의 부활은 이번 영화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사건이다. 원톱영웅을 내세운 동류의 타영화와 엑스맨이 차별화되는 것은 다양한 캐릭터들이 조화롭게 펼치는 팀플레이의 조합이다. 또한 단순히 영웅이라고 부를 수 없는 그들만의 아웃사이더적인 면모 역시 캐릭터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는 단순하지 않은 특별한 매력이다.-그들이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활약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소수의 특별함이 다수의 평볌함을 뛰어넘기란 쉽지 않다. 숫자의 우위가 힘이 되는 사회에서 개인의 특별한 능력이 우대받기 위해서는 다수의 인정을 받아야만 한다. 이 작품은 소수의 돌연변이들의 특별한 능력이 병으로 치부되는 사회에서 그들이 살아남기 위해 보여주는 행동양식에 대한 고찰이 담겨있다. 폭력적으로 저항하거나 혹은 평화로운 공존을 모색한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 생각의 차이는 내부적인 갈등을 부르고 당사자간의 대립으로 반목된다.

 

 어쩌면 엑스맨의 치열한 전투에서 박진감넘치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전에 서글픔을 느낀다면 그것은 동족상잔의 비극에 대한 동병상련의 아픔일지도 모른다. 마치 이념의 대립으로 남과 북으로 갈라진 한반도의 현실처럼 그들의 대결도 비극적인 동족상잔에 가깝다. 사비에 교수의 죽음 앞에 빈정거리는 파이로(아론 스탠포드 역)에게 매그니토는 이렇게 말한다. '돌연변이를 위해 평생을 바친 친구다. 우리의 목적때문에 죽여야했음이 안타까울 따름이야.' 이 대사는 작품속 돌연변이들이 공유하는 현실적 연민을 그대로 대변한다. 그리고 이는 소수의 특별함이 특이함으로 이해당하는 모순에 대한 호소일지도 모른다.

 

 다양한 캐릭터만큼이나 다양한 배우들의 등장도 흥미유발지수를 높인다. 울버린 역의 휴잭맨을 비롯해서 더욱 역할이 커진 스톰역의 할리베리와 사비에 박사 역의 패트릭 스튜어트. 그리고 매그니토 역의 이안 맥켈렌 등 많은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캐릭터를 구경하는 것 역시 영화의 즐거움을 더하는 요소다.

 

 어쩄든 최근 국내 극장가에 휘몰아친 블록버스터의 폭풍에 한차례 힘을 실어줄 것이 분명한 작품이며 국내 영화계의 그늘을 더욱 드리울만한 우려감으로도 인식된다. 하지만 애국심으로 볼만한 블록버스터에 대한 반감을 내세울 수는 없다. 분명 이영화는 할리웃이 보여줄 수 있는 규모적인 압도감이 가득하며 충분히 즐길만한 영화임은 확실해보인다. 그리고 이는 분명 관객의 선택에 심대한 영향을 끼칠 것임이 확실하다.

 

 마지막으로 사족하나를 덧붙이자면 영화가 끝나도 자리를 뜨지 말것. 자막의 끝에 예상치 못한 히든트랙이 존재한다는 사실. 어쩌면 이는 4편에 대한 예고일지도 모르지만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여운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물론 후속작의 재림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할리웃의 투자자만이 알뿐.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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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 최후의 전쟁(2006, X-Men: Last Stand)
제작사 : 20th Century Fox, Marvel Enterprises / 배급사 : 20세기 폭스
수입사 : 20세기 폭스 / 공식홈페이지 : http://www.foxkorea.co.kr/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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