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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ropper] 차라리 나를 죽여라 죽여. 파라노말 액티비티
cropper 2010-01-15 오전 9:48:58 2083   [0]


필자는 공포영화가 날이 갈 수록 좋아진다.   영화에 대해 글을 쓰는 일이 취미의 경계를 넘어서면, 가끔은
영화가 내 속에 있는 것들을 재료로 감동을 요리해 내주기 보다는, 오히려 내가 영화로부터 무언가를 끄집어
내려고 억지를 부리는 때가 온다.
  
이럴 때 괜찮은 공포 영화 하나가 다가와서 나를 코너에 몰아 넣고서, 못이기는 척하며 앙탈부리는 내 목을
지그시 졸라주면 그 공포감은 묘한 흥분으로 변태한다. 
공포영화가 갖는 매력은 그 주도권을 관객이 아니라 영화가 온전히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섹스가 지겨울때가 있듯이, 가끔은 나를 거칠게 다뤄주는 공포영화가 좋다.

영화 파라노말 액티비티 가 15,000 달러의 제작비로 1억300만불의 흥행을 세워 역대 최고 수익률 기록을 경신
했다는 것이나, 스필버그가 판권을 사들인 후 직접 다시 촬영했다는 마지막 10분이, 최근 10년간 개봉한 모든
공포 영화중 가장 무서운 엔딩이라는 소문은 이 영화의 개봉을 손꼽아 기다리다가  지치게 만들었다.
영화의 스토리는 너무나 단순하다.  악령의 기운을 감지한 여자친구를 위해 방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24시간 녹화한다는 내용이다.



파라노말 액티비티의 가장 큰 특징은 가짜 다큐멘타리의 형식의 공포영화라는 점이다.
이제는 레전드가 되어버린 가짜 다큐멘타리 공포영화 [블레어위치]처럼 마치 실제 상황인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면서 공포를 더 이상 '아주 먼 남의 일'이 아니라 '옆 집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로 당겨놓는다.

하지만 이 영화가 지난 10년 동안 개봉한 모든 공포영화 중에 몇위안에 들게 된 이유는
이미 신선도를 많이 잃어버린 가짜 다큐멘터리 형식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파라노말'에는 다른 공포영화와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방식이 있다.  

영화의 모든 장면은 캠코더에 의해서 촬영되고 있기 때문에 때로는 많이 흔들리고 때로는 심하게 고정된다.
보통의 영화라면 긴박한 상황일 수록 핸드헬드 방식으로 촬영하고, 정적인 장면에서는 카메라를 고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파라노말'에서는 비교적 일상적인 낮 장면은 주인공이 들고 찍고,  공포를 집중시키는 밤 장면에서는
삼각대에만 의존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고정된 카메라의 시선이 관객의 시선과 완벽하게 일치 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관객의 시선은 삼각대에 고정되어 있는 카메라 처럼 완벽하게 고정된다. 

철저하게 통제되는 이러한 경직된 시선은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삼각대 위의 카메라 처럼 관객들의 마음까지
붙들어 매어 놓는다.   스크린 밖에 있던 관객들의 심리적 위치는 어느 시점에 이르면 침실 안으로 들어가
그 카메라 바로 앞에 가 서있게 된다.   카메라 밖에서 일어나는 비명소리와 혼란은 관객의 시선에 전혀
들어오지 않는 통제 밖의 세상이다. 
공포는 눈에 보이지 않을 때 가장 커지는 법.  두 눈에만 보이지 않을 뿐, 관객의 마음속에 있는 상상의 눈은
자기 마음대로 그리고 상상하고 충혈된다.

카메라가 고정되는 밤 이면 관객의 공포는 잠시 흩어졌다가도 부지런히 모여든다.  재밌는 것은 이렇게 매번
흩어졌다가 모일때마다 공포의 크기가 꾸준히, 아주 조금씩 커진다는 점이다.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공포는
단 한번도 폭발하지 않고 인내심을 갖고 천천히 몸집을 키운다.



끝나기 직전까지 영화속에는 피한방울, 귀신 한마리 나타나지 않는다.  단지 관객들은 그 방에
매일 밤 함께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느라 피곤은 누적되고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이러한 짜증에 조금씩 피로감 마저 누적되면 어느새 마음뿐만 아니라 몸이 무거워 지기 시작한다.
마치 감독은 몸이 허할수록 공포가 더 잘 스며든다는 소신이 있는 것 처럼 사람들을 일부러 지치게 만든다.
마지막 10 여 분이 남은 시점까지 철저히 반복시킨 낚시질로 심신이 피폐해지고 나면 관객들은 깨닫게 된다.
불안함과 공포가 노크도 없이 턱밑까지 밀고 들어와 버렸다는 것을.

그렇게 불법침입한 공포는 마지막 장면까지 참았다가 한방을 터뜨린다.
물론 이 한방이 얼마나 강력한지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으나 필자가 느끼는 공포는 그리 대단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골목 끝에서 맞닥뜨린 공포 자체의 강렬함이 아니라, 이미 상상과 소문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몸집이 커진 공포직전의 불안함이다. 
이 불안함은 이미 관객을 통째로 잡아먹고도 남을 만큼 커져있었기 때문에 '난 공포영화 한개도 안무서워해요'
라며 침을 찍찍 뱉던 K 양은 마지막 순간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필자는 요즘 코감기에 한 두번씩 꼭 코를 풀어 존재감을 알리던 후배 S 가 죽은 줄 알았다.

주사를 맞고 있는 시간보다 주사 바늘이 살갖에 닿기 직전 순간이 가장 무서운 것과 마찬가지로
사람의 심리를 교묘하게 몰아세우는 아이디어는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어떤 관객에게는 짜증과 피곤이 공포로 온전히 바뀌지 않아서 못마땅할 수도 있겠으나
반대로 어떤 관객은 방에 앉아 있다가도 고개를 뒤로 훽훽 돌리게 되는 이상현상을 줄 수도 있다.

영화가 끝난뒤, 여운을 더 뽑기 위해 엔딩크레딧도 없애고 조명도 켜주지 않는 상영관의 발칙한 어둠 속에서 
우왕좌왕 하는 관객들의 작은 공포 한방울 까지 마시게 하는, 앙증맞고 똑똑한 공포영화다.
이 영화는 닥치고 극장에서 봐야한다. 
자기 방안의 모니터안에서 공포를 보는게 아니라, 내 방에 이미 들어와 있는 그 놈과 눈을 마주치고 싶다면...
아직도 남자친구의 이름을 찢어지게 외치던 케이티의 목소리가 쟁쟁하다
   
Filmania  CROPPER


(총 0명 참여)
hssyksys
잘봤습니다^^*   
2010-04-16 00:32
kimshbb
와우   
2010-01-23 12:08
ghkxn
재미가 약한듯   
2010-01-19 09:05
naredfoxx
으.. 난 못보겠따.   
2010-01-17 20:01
snc1228y
감사   
2010-01-17 02:42
loveyids
오늘 보고 왔어요...공포영화 잘 못보는데 심장 멎는 줄 알았음...
정말 충격!!   
2010-01-15 23:25
1


파라노말 액티비티(2009, Paranormal Activity)
배급사 : (주)NEW
수입사 : (주)코리아스크린 / 공식홈페이지 : http://www.paranorm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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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 시간
  • 85 분
  • 개봉
  • 2010-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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