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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약 없는 세상 속에서도 희망을... (스포) 더 로드
novio21 2010-01-07 오전 12:24:24 1287   [1]
  비극의 끝은 없었다. 그냥 끝까지 비극으로만 가고 있었다. 그나마 마지막 희망이 위안이었다. 그러나 아마도 영화나 서사적 장치라고 느껴서인지 위안이 되지 못했다. 결국 슬펐다.
  기대가 컸고 그 기대에 부응한 작품이었다. 어쩌면 지루했을지 모르는 로드무비였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긴장이 줄지 않았다. 언제나 다가올지 모르는 위험이 영화 곳곳에 산재하면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위기를 느끼게 만들었고 안타까움을 느끼게 만들었다. 영화는 마치 비극 꾸러미를 풀어헤치듯 그렇게 힘들게 진행됐다. 이런 위험 한가운데 위치한 불행을 짊어진 아빠와 아들의 머나먼 행로는 그래서 슬펐다.
  영화 속에 나온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한 자연의 보복은 냉정하기만 하다. 그래서인지 영화 속에서의 배경은 추운 겨울이나 아니면 화산재로 뒤범벅이 된 것처럼 보였고, 시시때때로 비가 내렸다. 화면은 회색을 덧칠한 듯 보였고 머나먼 길을 갈 때의 길의 끝은 잘 보이지 않았다. 인류에겐 지구의 최악의 사태 이후의 생활이 결코 편안하거나 안락할 수 없다. 또한 위험하기조차 하다.
  인류의 문명은 끝났다. 영화는 그 이후의 생존자들에 관한 영화다. 단 둘이 주인공이지만 결코 둘만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시간은 영원하겠지만 인류의 문명은 언젠가 끝일 것이며 바로 인류의 문명이 끝난 것이 영화의 시작이었다. 문명의 끝, 바로 그 순간 인류는 문명인이 더 이상은 아니다. 영화는 그런 인간의 야만성을 슬프게 담았다. 그 속에 있는 가족의 사랑은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가족 중 한 명인 아내는 인류문명의 멸망 이후 자살을 선택한다. 최소한의 우아함을 지키고 싶어서일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낳을 아이를 거부했다. 그 아이가 인류 최후가 된 시점에서 결코 문명인으로 살 수도, 살 기회도 없을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그 바로 반대편에 있는 아빠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는다. 최소한 아이의 생명만이라도 지키고 싶은 부정은 결국 아들을 데리고 기약 없는 남쪽으로의 여행을 선택한다. 그리고 그들의 여정이 이 영화의 전부다. 그리고 그 여정 속에서 볼 수 있는 인간들의 모습은 더 이상은 문명인이 아니었고, 원시적인 그 어떤 모습이었을 뿐이다.
  인류의 어리석음에 대한 결과로 지구의 마지막 시간을 살고 있는 인간들의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그런 와중에서 생존한 인간들이 선택한 선택은 많을 수 없다. 주인공인 부자가 선택한 것이라곤 남쪽의 어느 바다로 가는 정도. 그러나 간다고 해서 어떤 희망이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없다. 그것은 아빠도 알고 있고 아들도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다. 문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에 했던 남쪽으로의 여행은 뚜렷한 목적도, 그에 대한 기대도 없었던 막연한 여행이었다. 그런 여행을 지탱한 것은 아빠의 아들 사랑이었을 뿐이고, 그게 전부였다.
  막연한 희망이나마 그런 희망을 붙잡고 싶었을 것이다. 그것을 통해 아들의 생존을 보장받고 싶었을 것이고, 최소한이나마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받고 싶었을 것이다. 그것을 이룰 수 있는 확률이 얼마이든 아빠로선 포기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니었다. 무모한 여행, 그 여행 속에 담겨있는 아빠의 부정은 절실함으로 나타난 것이다.
  소설가 ‘코맥 매카시(Cormac McCarthy)’는 언제나 극단적인 상황을 묘사한다. <핏빛자오선(Blood Meridian)>이 그랬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en)>도 그다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더 로드(the Road)>에서 보인, 그에 의해 구체화된 생존을 위해 마지막 극단까지 가고 있는 식인종의 모습은 예상은 했지만 충격적이었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는 모습은 어느 식인종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문명 붕괴 이후의 현실이었다. 인간다움이 사라진 잔인한 배경은 위험하고 막연한 남쪽으로의 절실한 여행은 너무나 위태롭다. 결코 성공할 수 없는 여행, 바로 이 영화의 비극성이 더한층 강해지는 이유다. 그러기에 더욱 절박한 아버지의 행동은 처절했다.
  여행하는 과정에서 갈등하는 부자의 마음의 핵심에도 이 절실함이 담겨있다 아빠로서의 포기할 수 없는 열망, 그런 마음 때문에 그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든 인간들을 향해 칼날을 세웠고, 총을 쏠 준비를 언제나 하게 했다. 아들을 천사로 만들기 위한 아버지의 사탄의 모습은 어쩌면 부모라면 다 갖고 있는 모습이리라. [The Road]에서의 아빠는 그렇게 보였다. 그러나 그런 절박함을 이해 못한 아들의 행동은 철없는 행위라고 볼 수는 없는 것으로 이해되면서도, 아빠에 대한 가슴 아픈 질책으로만 보였다. 아빠의 공격성은 책임감에 비롯된 것이었을 것이다. 오늘의 아빠들 역시 사회적 공격성을 갖는 이유도 마찬가지이리라. 다만 아빠에 대한 아들의 몰이해와 비판은 영화의 비극성을 더욱 높이고 있었다.
  현실과 꿈이란 이중적 서사 구조는 이상향이 되어 버린 멸망 이전의 과거와, 끔찍한 상황만 전개되는 현실을 대비한다. 그 속에서의 불안하고 희망 없는 미래의 비극성은 더욱 높아만 간다. 또한 아빠의 불행 앞에서, 과연 고난의 끝은 있을까 하는 회의가 들었다. 바닷가에서의 슬픈 상황 전개는 그래서 괴로웠다. 그런 과정에서 작은 희망의 싹을 봤지만 그러나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그런 희망찬 결론은 결코 영화 구성상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그나마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최악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아름다움 결말처리라는 것을 잘 안다. 어쩌면 영화 [판의 미로]의 마지막과도 같다. 죽고 나서야 환상과 희망의 세상으로 진입하는 기막힌 역설처럼 영화는 아들의 불안한 미래를 위로하듯 비논리적인 구성으로 마무리한다. 어쩌면 영화감독에게 감사해야 할 끝이었다. 그래서 그냥 위로 정로로만 보인다. 그러나 그런 위로와 위안이라도 받고 싶다. 영화를 만든 자들의 염원이 현실이 되었으면 하는 희망을 사실 나 역시 공유하고 싶다. 기약 없는 희망, 그것이라도 있다면 문명 이후의 세상은 그나마 행복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총 0명 참여)
hssyksys
잘봤습니다^^*   
2010-04-14 02:33
miru
우와~ 정말 글을 잘 쓰시네요....@.@   
2010-01-19 15:05
naredfoxx
보기 힘들 것 같은 영화   
2010-01-09 10:14
kimshbb
희망의 등불이 될..   
2010-01-07 20:07
snc1228y
감사   
2010-01-07 13:00
1


더 로드(2009, The Road)
배급사 : (주)SK텔레콤
수입사 : (주)누리픽쳐스 / 공식홈페이지 : http://www.the-road.co.kr/index.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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