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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도.. 걸어도.... 더 로드
ldk209 2010-01-13 오후 2:57:50 1108   [2]
걸어도.. 걸어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거리는 온통 잿빛 먼지로 덮여 있고, 산과 들판엔 죽은 나무만이 외롭게 서 있다. 저 멀리 숲은 여전히 불타고 있으며, 하늘과 바다는 푸른빛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식량은 떨어져 인육을 먹고, 살아남은 자들은 서로를 경계하며 죽이고 죽는다. 이런 지옥도 같은 풍경을 해치고 아버지(비고 모텐슨)는 아들(코디 스밋-맥피)을 데리고 남쪽으로 필사의 여정을 떠난다.

 

남쪽에 희망이 있을 것이라는 어떠한 단서도 없다. 어쩌면 아버지와 아들이 바라는 희망은 이미 사라졌으며, 더 심한 지옥도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이들에게 필요한 건 현재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다. 그게 없다면 아이의 엄마(샤를리즈 테론)처럼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는 세상이다.

 

<더 로드>는 2007년 퓰리처상을 수상하는 등 생존하는 최고의 작가로 불리는 코맥 맥카시의 베스트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작년에 이 소설을 읽으며 들었던 느낌은 ‘어둡다. 암울하다’의 연속이었다. 소설은 내내 잿빛으로 물든, 생명세가 소멸한 척박한 대지를 묵묵히 걸어가는 부자(父子)의 여정을 담담히 담고 있으며,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사람들과의 목숨을 건 에피소드도 긴장을 고조하기 보다는 그저 스스로 감내해야 할 삶의 한 조각마냥 서술되어 있다.

 

처음 <더 로드>가 영화화된다고 했을 때, 조금 의아했다. 대체 이 별다른 이야기 없는 어두운 소설을 어떻게 영화로 만들 것인가? 그러다 캐스팅 소식이 들려왔을 때에는 오해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비고 모텐슨을 아버지로 캐스팅한 것은 최근 그의 물오른 연기력을 볼 때, 당연하다고 느껴질 정도였지만, 내가 의아하다고 생각했던 건 어머니 역에 샤를리즈 테론이 캐스팅되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연기력이 부족하다거나 이 영화와 맞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샤를리즈 테론이 맡기엔 거의 비중이 없는 역이었기 때문이다. 이거 혹시 <더 로드>를 평범한 재난영화라든가 미래를 다룬 액션 영화, 이를테면 <나는 전설이다>같은 영화로 만드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거기에 연출이 코맥 맥카시의 전작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맡은 코엔 형제의 비중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초짜인 존 힐코트 감독에게 맡겨졌다는 것도 오해를 증폭시키기에 충분한 조건이었다.

 

암튼 영화를 관람한 결과를 말하자면, 영화 <더 로드>는 원작소설 <더 로드>의 충실한 인용이다. 엉뚱하게 액션 영화로 변질되지 않은 건 다행인 지점이지만, 원작의 자장 안에서 안전하게, 어떻게 보면 소심하게 그려낸 건 좀 아쉬운 지점이라고 할 수 있을 거 같다. 달리 말하면, 영화는 소설의 일종의 압축본 역할을 하고 있다고도 보인다. 아마 거의 무명의 신인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는 점이 안전하고 소심한 연출의 기반이 됐을 것이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소설에 비해선 가볍고 밝은 편(!)이다. 물론 소설에 비해서 그렇다는 얘기다. 소설을 읽으며 머릿속에 그렸던 풍경에 비해 그나마 영화 속 풍경은 덜 살풍경했으니깐. 생각 같아선 좀 더 어둡고, 특히 바다를 더 검은색으로, 그리고 인육을 먹는 악인과의 만남(?)을 더 강렬하고 충격적으로 그렸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영화는 소설에 비해 더 대중적이다. 시간적인 문제 때문이겠지만 소설에서 그려진 기나긴 고난의 여정이 영화에선 각각의 에피소드를 연결하는 브릿지 역할로만 한정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자칫 영화는 생존자를 만나는 에피소드를 모아놓은 모음집 같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대신 이런 점으로 인해 소설을 읽는 것보다는 영화를 관람하는 게 확실히 상대적으로 수월하긴 하다.

 

상당히 어둡고 암울하지만, 기본적으로 <더 로드>는 무엇보다 가족의 중요함을 말하고 있는 소설이자 영화다. 구체적으로 기억나진 않지만 어디선가 코맥 맥카시가 이 소설을 자신의 늦동이 아들에게 읽어주기 위해, 그 아들을 위해 썼다고 하는 인터뷰를 본 기억이 난다. 그러다보니 소설에서나 영화에서나 아버지의 아들에 대한 극심한 애정은 과할 정도로 넘쳐난다. 이는 자칫 가족을 혈육에 의한 가족, 그것도 2세가 있는 가족으로만 한정하는 우를 범하는 지점이 된다. 2세가 없다고, 또는 동성의 부부라고, 또는 일인 가족이라고 다 나쁜 놈들은 아니다.

 

※ 샤를리즈 테론이 비중이 별로 크지 않은 역을 맡은 것처럼 로버트 듀발, 가이 피어스 같은 배우들도 지극히 작은 역할을 맡아 잠깐 동안 출연한다. 그것도 분장으로 알아보기 힘들 정도인 상태에서. 그러다보니 확실히 이 영화의 최대 장점 중 하나는 뛰어난 연기자들에 의한 인상적인 연기일 것이다.

 


(총 1명 참여)
hssyksys
잘봤습니다^^*   
2010-04-14 03:21
naredfoxx
잘 읽고 가요~   
2010-01-17 20:21
snc1228y
감사   
2010-01-17 02:54
khjhero
잘 읽고 갑니다~   
2010-01-14 10:12
boksh2
감사요   
2010-01-13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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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로드(2009, The 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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