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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나,너 사랑해도 되니. 로드무비
asura78 2002-09-26 오후 8:36:12 1484   [14]
무엇이 남자를 남자로 만들고 또 여자를 여자로 만드는 것일까요? 게이(남성 동성애자)가 되는 것은 그 남자의 임의적인 선택일까요? 당신 가까이에 있는 사람 때문에.. 그 사람이 당신에게 준 정신적인 충격 때문에.. 당신은 대부분의 사람이 가는 그 길을 선택하지 않은 것인가요.

고대 그리스인들 사이에서는 동성애가 허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크게 존경을 받았다고 합니다. 미소년의 육체는 아름다움의 이상이었고, 그 시대 사람들은 그들의 아름다움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서 그림과 조작들까지 만들 정도로 열성이었다고 하지요. 젊은 게이들은 전장에 나가 '연인과 함께 어깨동무를 하며' 용감한 전사의 모습을 널리 알렸습니다. 로마시대에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모든 여자의 남자이면서도 모든 남자의 여자'로 묘사되었을 정도이니 더 이상 긴 말을 하는 것 부질없는 짓일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들의 인기(?)는 얼마 가지 못하고 시들시들해지고 말았습니다. 기독교가 등장하면서 동성애는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기 시작했고, 빅토리아시대에 이르러서는 동성애가 존재한다는 사실 조차 거부할 정도였으니까요.

우린 그들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봅니다. 아니 그럴 수 밖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이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세상이 정해준 남녀관계의 원칙에 따라 짝을 고르고, 사랑을 나누니까요. 그 관계를 무시하고,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그들에게 우린 언제나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 수 밖에 없습니다. 왜 그들이 그런 길이 선택했는지는 우린 관심 조차 없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동성애자 공개행사로 알려진 '시드니의 게이와 레즈비언의 마르디 그라'를 보면서 이성애자들은 과연 어떤 생각들을 할까요? 이 행사를 지켜보는 이성애자들은 남사스러워서 채널을 돌리거나, 껄껄 웃거나 조롱을 하면서 "변태쇼가 따로 없군"라고 이야기할지도 모릅니다. 모든 동성애자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동성애자들이 선천적이라는 과학적 증거가 있어도, 그리고 그 자료들을 이성애자들에게 건내주어도 그들의 이상한 시선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동성애를 다룬 영화들은 우리의 얼어 붙은 마음을 조금씩 녹여줍니다. 처음에는 그들의 사랑에 심기가 불편해 지지만,어느새 그들을 조금이나마(다는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해하게 됩니다. 어떤 상처가 그를 그렇게 변하게 했는지, 왜 그는 이제 더 이상 벗은 여자의 몸을 보고도 그것이 서지 않은지 영화 [로드무비]는 친절하게 아니 시시콜콜하게 그것들을 설명하려도 들지 않습니다. 불편하면서도 이성애자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이해시키려고 영화 [로드무비]는 마치 갓난아이가 걸음마를 배우는 것처럼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어 나갈 뿐입니다. 한순간에 폭팔시킬 생각도 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서서 멍하니 있지도 않습니다. 그들의 여행 끝에 무엇이 있을지도, 그들을 따뜻하게 받아줄 것이 이 세상에 있을지 영화는 그런 것들에는 애초부터 관심을 가지지 않았으니까요.

거부하고 싶지만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는 이 영화의 이야기는 보는 이들을 점점 화면 속으로 빠져들게 만듭니다. 무엇이 그들이 이토록 힘들게 하는 것일까요? 그건 세상의 차가운 시선 때문만은 아닙니다. 영화속 주인공들은 누군가에게 사랑 받지 못하고 버림받았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변하는 자신을 용서하려고 해도 도저히 용서가 되지 않습니다. 다시 돌아오고, 떠나고 매일 같이 우리 앞에 놓인 선택과 결정 앞에서 우린 머뭇거릴 뿐 '이것야' 하고 뚜렷하게 결정을 내리지 못할 만큼 그들은 소심합니다. 애초에 종착지가 없었던 여행의 막바지에서 그들이 만나게 되는 건 비극적인 결말도 그렇다고 행복적인 결말도 아닙니다. 우리가 원하건, 원치 않건 매일 같이 만날 수 밖에 없는 갈려진 길처럼 우리에게 선택하라고 나지막하게 이야기 할 뿐이지요.

떠나고, 만나고, 헤어지고 그러한 과정의 반복을 통해서 우리가 알게 되는 것은 현실에 대한 무감각함뿐입니다. 더 이상 그런 것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소모하고 싶지도 않고, 그저 모든 것이 짜증스럽고 귀찮게 느껴집니다. 그들은 누군가를 사랑하는것도,사랑받는 것도 그러한 과정에 진저리가 났기 때문이 피하는 것이 아니라 두 번 다시 겪었던 좌절과 슬픔을 또 다시 경험하기가 두렵기 때문에 피합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알 수가 없을 지경에 와서야 변해버린 자신의 감정을 알게 되지만 그들은 이제 더 이상 후회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여행을 지켜보면서 일찍 감치 세상의 잣대를 정해버린 우리의 머리 속에 들어있는 생각들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어떻게 여자를 놔두고 남자를 사랑할 수 있지" 같은 말을 영화를 보기 전에 함부로 했지만 이 영화를 끝까지 지켜보다 보면 그 말을 철회하게 됩니다. 이 영화 [로드무비]는 동성애를 옹호하는 입장도 아니고, 비난하는 입장도 아닙니다. 다 같은 사람인데.. 다만 우리가 조금 다르게 사랑을 하고 있을 뿐인데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고,그 사람을 제대로 알기도 전에 미리 판단을 내 버리는 우리의 성급한 태도를 조금만 바꾸어 보라고 이야기 할 뿐입니다.

과연 그들이 사랑이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더럽기 때문이라고요. 그건 당신의 이상한 생각이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아이를 가질수 없기 때문일까요? 입양을 할 수도 있고,다른 방법을 통해서 자신들만의 아이를 충분히 만들수도 있습니다. 과연 무엇이 옳고 그릇된 것인지,그리고 그것들을 그들에게 정해줄 권리가 우리한테 있기나 한 것일까요?

사람이 사람이 사랑한다는 것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모릅니다. 그것이 비록 상식밖의 사랑이라고 할지라도,우린 그들의 모든 것을 알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당신이 가지고 있는 이상한 화면과 지식들만 가지고서 그들을 판단할 뿐이지요. 무라카미 하루키는 [상실의 시대]에서 독자들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사람을 진실로 사랑한다는 것은 자아의 무게에 맞서는 동시에,외적 사회의 무게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말을 이 영화를 보고 나서도,거부감이 드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어졌습니다.

이 영화 [로드무비]를 보고 나오면서,내 안에 있는 외로움의 울부짓음을 주인 허락도 없이 튀어나와서 한동안 멍하니 서 있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냥 무작정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어졌습니다. 나라는 사람을 아무도 모르는 그 곳으로...나라는 사람을 아무도 찾지 못하는 그 곳으로.. 그런데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 바다에 내가 가지고 있는 공허함,우울함 그리고 고독함을 밀려오는 파도에 그냥 그렇게 맡기고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어졌습니다.

사족

하지만 이런 영화를 볼 때 마다 불만인 것이 하나 있습니다. 굳이 그런 장면들을 그렇게 적나라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그런 장면들을 상업적인 시선으로 보는 건 저의 시선이 너무 비딱하기 때문일까요?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보다,단순히 그 일이 일어났다는 암시만으로도 충분할텐데 말입니다. 화장실문틈 사이에 새어나오는 남자의 신음소리,그리고 얼마후 이 세상의 모든 소리를 집어삼켜버린듯한 고요함 뒤에 나오는 두 남자..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우린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가 있는데 말입니다. 그런 장면을 보고 거부감이 하나도 안든다고 이야기 하면 거짓말인 것이 들통나겠지만, 하지만 이런 영화들이 그들의 사랑을 표현해내는 그 장면에는 여전히 불쾌함과 이성애자들의 시선만이 가득한 것 같습니다(저만 그렇게 생각한다면 할 수 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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