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리 스튜디오와 미야자키 하야오
지브리 스튜디오는 곧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그의 영향력은 크다. 경영학도였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애니메이터로 활동하기 시작한 건 1963년 도에이에 입사하면서부터다.(이때 그는 애니메이션 동지인 다카하타 이사오를 만났다.) 그에게 명성을 가져다 준 작품은 1976년에 만든 TV 애니메이션 <미래소년 코난>. 이 애니메이션은 국내에도 방영되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3년 뒤인 1979년 그는 <루팡 3세: 카리오스트로성의 비밀>을 통해 장편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입지를 다진다. 이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만들며 지브리 스튜디오를 세운 후 <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집 토토로> <마녀 배달부 키키> <붉은 돼지>를 잇달아 내놓으며 자신만의 애니메이션 스타일을 구축한다. 1997년 <모노노케 히메>를 통해서는 일본을 넘어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리고 이 영화를 기점으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벼랑 위의 포뇨>까지 1,000만 관객을 불러 모으며, 현재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으로 군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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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뛰어난 감독과 스탭, 노하우가 있다하더라도 계속 똑같은 것만 생산한다면 관객은 등을 돌리기 쉽다. 지브리 스튜디오는 이런 위험에 많이 노출되어 있었고, 스스로도 알고 있었기에 조금씩 변화의 조짐을 보여왔다. 오로지 2D 애니메이션만 고집하는 지브리 스튜디오는 수작업으로 만든 아날로그 이미지가 주를 이룬다. 그러나 점점 발전하는 애니메이션 기술력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CG를 도입했다. CG는 1994년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이 연출한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부터 썼고, 지브리 스튜디오는 1년 뒤 아예 CG부서가 생겼다. 이후 <모노노케 히메>와 <이웃집 야마다군>에서 아날로그 이미지와 CG의 조합으로 애니메이션을 완성했다. 그러나 <벼랑 위의 포뇨>에서 다시 기존의 전통적인 2D 애니메이션 기법만을 사용했고, 자연스럽게 CG부서는 자취를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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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밑 아리에티>는 지브리의 미래?
1985년도에 설립된 지브리 스튜디오는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을 뽑아 꾸준히 키웠다. 그러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그들의 작업 완성도를 믿지 못해 그림 콘티부터 작화, 수정까지 모든 일을 총괄했다. 그러다보니 꿈 많던 지브리의 사원들은 감독의 수족으로서의 기능만 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지금까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바통을 받을 제대로 된 제자가 나오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루 밑 아리에티>는 신예 감독이 연출을 맡으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각본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담당했지만, 그 이외의 일에는 일체 간섭하지 않았다. 제작기간에도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을 만난 적이 없었다. <마루 밑 아리에티>는 이전 지브리 애니메이션보다는 제작지간이 길었지만 지브리 특유의 캐릭터 묘사와 2D의 따뜻한 색감, 그리고 신비로운 이야기를 잘 혼합했다. 소인 소녀와 인간 소년의 우정을 그린 작품은 특히 소인들의 생활방식을 표현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각설탕 한 개와 티슈 한 장으로 한 달을 살고, 시침핀을 무기로 쓰는가 하면 인간들의 방과 식탁이 거대하게 표현되는 소인들의 눈높이에 맞는 묘사가 탁월했다는 평가다. 음악도 변신을 꾀해 그동안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음악감독을 맡았던 히사이시 조가 아닌 프랑스 출신 하프 연주자 세실 코벨이 담당했다.
물론 <마루 밑 아리에티>가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의 첫 연출 작품이고, 이제까지 원화와 작화를 맡은 스탭이었기 때문에 그만큼 부담감도 컸을 것이다. 그러나 이전 영화들과 달리 소품 같은 평범한 이야기를 지닌 애니메이션 한 편으로 지브리 스튜디오의 미래를 낙관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더불어 미야자키 하야오의 뒤를 이을 차세대 주자로서 합격점을 주기에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동안 지브리 스튜디오는 변화를 시도해왔지만, 미야자키 하야오를 중심으로 펼쳐나가는 작업방식을 탈피하지 않는다면 흐르지 않는 고인 물이 될 것이다. 지브리 스튜디오는 꾸준히 세대교체를 시도하고 있다. 비록 <마루 밑 아리에티>가 세대교체의 시기를 앞당기는 데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하야오의 아이들은 여전히 지브리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미야자키 하야오와 비교된다는 부담을 넘어서야 한다. 그것이 지브리 세대교체의 시작이 될 것이다.
2010년 9월 29일 수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