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자마자 한마디! 익명이 아닌 실명, ‘그녀’ 자체의 이야기 <허스토리>
2018년 6월 8일 금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허스토리>(제작 수필름) 언론시사회가 6월 7일 오후 4시 30분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렸다. 이날 시사 후 기자간담회에는 민규동 감독과 주연배우 김희애, 김해숙, 예수정, 문숙, 이용녀, 김준한이 참석했다.

<허스토리>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간 23번의 재판을 통해 일본 국가를 상대로 사죄와 배상을 요구했던 관부 재판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관부 재판은 부산 여성 기업인이었던 문정숙과 위안부 할머니로 구성된 10명의 원고단이 13명의 무료 변호인의 도움을 받으며 일본 재판부에 맞섰던 재판이다. 시노모세키(하 下關)와 산을 오가며 진행됐기에 ‘관부 재판’이라 부른다.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1999),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2005), <간신>(2015) 등에서 섬세한 연출력을 선보여 온 민규동 감독의 신작이다.

김희애는 배짱 두둑한 여행사 사장이자 한국 원고단을 이끄는 ‘문정숙’으로 분해 부산 사투리와 일본어를 동시에 소화해 냈다. 김준한은 처음부터 끝까지 무료 변호로 원고단에게 도움을 준 재일교포 변호인 ‘이상일’을 연기한다. 상처를 딛고 당당히 증언대에 선 위안부 할머니는 김해숙, 문숙, 예수정, 이용녀가 맡았다.

6년간 관부 재판을 이끈 당찬 원고단 단장 ‘문정숙’역의 김희애는 “부산 사투리와 일본어를 동시에 해야 했다. 사실 부산 사투리는 좀 더 쉬울 거로 생각했는데, 뚜껑을 열어 보니 아니었다”며 “노력하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는 부분이기에, 할머니들을 생각하며 더 열심히 했던 거 같다”고 전했다.

이어, “실존해 계신 분들 이야기이기에 욕심났던 한편으론 부담스러운 점도 있었다”며, “헤어 스타일, 안경, 체증 증가, 의상 등 최대한 ‘문정숙’ 캐릭터에 맞게 하려고 했다”고 중점 둔 부분에 대해 말했다.

재일교포 변호사 ‘이상일’역의 김준한은 “의미 깊은 작품이기에 혹시라도 폐를 끼치지 않을지 고민했다”며 “감독님께서 격려해 주셔서 용기 내서 참여했다”고 말했다. “작지만 열정적인 많은 힘이 모여 좋은 작품이 탄생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해숙은 과거의 아픔을 딛고 자신의 상처를 공개하며 일본에 당당히 맞서는 할머니 ‘배정길’을 연기한다. 그녀는 “그분들의 아픔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겁 없이 덤볐던 거 같다. 하면 할수록 아픔의 깊이에 단 0.01%로 다가갈 수 없다는 생각에 고통스럽고 힘든 작업이었다”고 밝혔다. 또, “배우로서 어떻게 연기해야겠다는 생각 자체가 오만이었다. 나 자신을 비우고 부족하지만,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었다”며, “함께한 동료 배우와 감독님 덕에 끝까지 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가대표라는 마음가짐으로 일본에 당당히 맞서는 욕쟁이 할머니 ‘박순녀’ 역의 예수정은 “시나리오를 보면서 인물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며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나니 마음속에서 감정이 뭉글뭉글 올라온다”고 말했다. “할머니들의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또 그분들이 보여준 용기가 뜨겁게 다가온다. 아직도 마음이 안정이 안 되고 멍한 상태다”라고 토로했다.

언제나 고향을 그리워하는 꽃신 할머니 ‘이옥주’ 역의 이용녀는“위안부 문제는 신문이나 뉴스를 통해 접할 때마다 피하고 싶었던 문제였다. 내가 해결할 수도 없고 보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워서였다”며, “시나리오를 받고 더 이상 피할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위안부 문제는 내 문제, 사회 문제, 국가 문제”라며 “문제만 삼지 말고 해결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한편, 1975년 대종상 신인여우상을 받으며 활동했지만, 긴 공백을 가졌던 배우 문숙은 두려움을 극복하고 과거의 상처와 담담히 마주한 할머니 ‘서귀순’역으로 수십 년 만에 관객에게 인사한다. 그녀는 “나는 40년 동안 영화계에 없던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작품에 들어가며 나이에 상관없이 무조건 선배라는 마음으로 임했다. 함께 작업한 것 자체가 큰 배움이었다”고 말했다. “위안부 할머니의 삶이 내가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이해 못 할 부분이 있기에, 내려놓자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민규동 감독은 “90년대 초반 김학순 할머니의 고백을 보고 가슴에 돌을 얹은 듯 무거웠다”며, “10년 정도 전부터 영화를 기획했는데, 주변에서 다 만류하는 분위기라 좌절했었다”고 전했다. “더 이상 혼자 잘 먹고 잘사는 게 부끄러워서 안 되겠더라. 그래서 시작했다”고 연출 계기를 전했다.

대중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관부 재판’을 소재로 선택한 것에 대해 그는 “이 작은 승리가 왜 알려지지 않았을까 의아했고, 작아도 의미 있는 결과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위안부 문제가 민족 전체의 큰 상처로 환원돼 다뤄졌기에 많은 분들이 이미 잘 안다고 생각한다”며 “역사의 희생물로서의 상징적인 존재가 아니라 한 명의 여성으로, 인간으로서 개별 할머니들의 아픔을 구체적으로 다뤄보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에 대해 말했다.

<허스토리>는 6월 20일 개봉한다.

● 한마디
- ‘관부 재판’에서 얻은 의미있는 승리 후 20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6년간의 긴 재판 과정을 간결하게 정리하고, 익명이 아닌 실명인 할머니들의 사연을 담백하게 전하며, 이제는 해결해야 할 때임을 상기한다
(오락성 6 작품성 7)
(무비스트 박은영 기자)

2018년 6월 8일 금요일 | 글 박은영 기자(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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