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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간도 II 혼돈의 시대
형님 무비의 정통성을 절반 해체한 영화 | 2003년 12월 3일 수요일 | 서대원 이메일

딱 읽어 봐도 뭔가 있어 보이는 듯한 필을 풍기는 불교 용어 '무!간!도!
딱 읽어 봐도 뭔가 있어 보이는 듯한 필을 풍기는 불교 용어 '무!간!도!
‘무/간/도’란 위에 써 있듯 지옥중에서도 으뜸 지옥을 일컫는 불교 용어다. 한마디로 무언가에 발 잡혀 그 질곡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갈 데까지 간 상황을 사자성어 쓰기 무지 좋아하는 중화권 얘들이 상징적으로 표현한 삼자성어다.

그리고 침체에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쇠락한 홍콩 영화 산업을 다시금 소생시킬 수 있는, 마지막 보루로 떠받들여지는, 양조위 유덕화의 <무간도>는 그 의미를 살떨릴 정도로 잘 묘파해 오래전 홍콩 느와르에 달리 말해 형님무비 또는 갑빠무비에 열광했던 이들의 가슴을 후벼파며 심금을 적잖이 울렸다.

그 후 1년 후 바로 지금 여기에 <무간도>의 수장인 유위강 맥조휘 감독은 영화의 속편격인 <무간도 II 혼돈의 시대>를 불끈 쥐고 또 다시 돌아왔다. 대신, 영화는 종래의 시리즈물 속편과는 판이하게 다른 시간적 흐름을 역행하는 내러티브를 취한 채 우리 앞에 떡허니 당도했다.

삼합회의 조직원인 명민한 유건명(유덕화)은 경찰 내부에 스파이로 잠입해 전도유망한 짭새로, 혈기방장한 짭새인 진영인(양조위)은 삼합회에 들어가 보스인 한침의 심복으로, 속절없이 뒤바뀐 삶을 어거지로 살아가야만 했던 두 사내의 내면을 <무간도>는 담아냈다. 그리고 남의 삶을 통째로 뒤집어 쓴 채 지친 육신만을 세상에 기댄 이들의 젊은 날로, 왜 그들이 그러한 버거운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었는지, <무간도 II 혼돈의 시대>는 담배 연기 자욱한 선술집에서 사연 많은 이가 눈시울을 붉히며 이야기하듯 나지막히 읊어준다.

'무간도 II 혼돈의 시대'는 사실 배경에 위치한 저들이 주인공이다
'무간도 II 혼돈의 시대'는 사실 배경에 위치한 저들이 주인공이다
하지만 전편을 거슬러 93년부터 97년까지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피 말리는 분위기 속에서 연민과 정체성의 흔들림을 보여주던 두 남자의 기구한 인생살이에 전적인 관심을 두지 하고 어찌된 일인지 한 발짝 물러나 있다. 그리고 그 부재한 공간을 의도적이든 아니든 두 스파이를 그러한 어둠의 시간 속으로 몰아 넣던 인물들로 채운다. 그들은 다름 아닌 원편에 등장했던 진영인의 경찰 선배 황국장(황추생)과 유건명의 보스 한침(증지위), 그리고 속편에 이르러 그 세련된 자태를 드러낸 삼합회의 오리지널 두목 예영효(오진우)다. 한명 더 보태자면 한침의 여자 메리(유가령)가 있겠다.

삼합회가 어떠한 순간들을 통과하며 중간 보스인 한침이 맨 위 보스로 등극하는지, 그 와중에 끊임없이 삼합회를 소탕하기 위해 암흑가의 그들 못지 않게 민중의 지팡이스럽지 못한 행동을 일삼는 경찰의 밀실의 야합을 <무간도 II 혼돈의 시대>는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결탁과 배신과 음모가 날뛰는 질서 속에 편입돼 또는 될 수밖에 없었던 진영인과 유건명의 전도된 운명의 서곡은 이러한 거대한 기운 속에서 잠식되며 서서히 시작됨을 영화는 조용히 하지만 묵직하게 전한다.

예영효, 그가 걸치고 입고 들고 있는 안경, 양복, 핸펀은 소품이상의 그것들이다.
예영효, 그가 걸치고 입고 들고 있는 안경, 양복, 핸펀은 소품이상의 그것들이다.
전편과 속편이 어긋나는 지점은 이것만이 아니다. 영화 산업을 쥐락펴락하며 관장한다고 할 수 있는 배우에서도 당 영화는 양조위와 유덕화를 과감하게 버리고, 마빡에 하나둘 아로새겨지는 주름살의 생물학적 나이가 문제이긴 하지만, 그들의 젊은 날의 모습을 진관희(유덕화역)와 여문락(양조위역)이라는 우리들에겐 그다지 소비되지 않은 낯선 인물을 택한다. 화면의 움직임 역시 <무간도 II 혼돈의 시대>는 상당히 완만하다.

그럼에도 영화는 원편에 비해 전혀 꿀리지 않는다. 무수히 많은 캐릭터를 등장시키지만 그들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탄탄한 드라마를 구축시키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영화의 주역인 중견배우들의 숨막히는 호연도 한몫했음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특히, 와해의 위기에 처한 조직을 재편하고자 작심하고 냉철한 모습의 인상을 흩뿌린 삼합회의 보스 예영효, 즉 오진우의 안면 근육의 미세한 흔들림은 보는 이를 통째로 압도한다. 동시에 밖으로는 냉혈한인 그가 인간적 비애로 충만한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채 가족을 끌어안는 장면에서는 더 없이 <대부>스런 분위기를 자아낼 만큼 발군이다.

물론, <무간도 II 혼돈의 시대>는 원편과 마찬가지로 홍콩 느와르의 문법의 절반을 해체하며 그 명맥을 이어나간다. 형님 무비를 완성하는 데 있어 화룡점정이자 절대 도우미라 할 수 있는 드높은 기개와 트렌치 코트 자락을 휘날리는 영웅과 총이 부채인 듯 화려하게 허공을 향해 수놓듯 휘저으며 안무된 액션 장면이 거세돼 있다는 말이다. 무간도 시리즈의 군상들은 춘향이가 과거길에 나서는 이도령의 발목을 잡고 목놓아 울 듯 의와 협에 매달리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살길에 급급해 일을 행하는 자들이다. 그러기에 그들은 지옥 같은 속세에 기거하는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선과 악이 공존하는 혹은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한 세인들이며 또 그러기에 미워할 수 없고 등 돌릴 수 없는 나약한 존재이다.

까딱했다간 오뎅 국물집으로 비칠 수도 있었던 영화의 극적인? 장면
까딱했다간 오뎅 국물집으로 비칠 수도 있었던 영화의 극적인? 장면
별스럽지 않은 벽돌스런 휴대폰은 원편에 이어 여전히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뇌관이며, 별스럽지 않은 너절한 음식점에 앉아 중간 보스들이 샤브샤브를 먹는 신은 위기감을 불러 일으키며, 별스럽지 않은 샐러리맨스런 그네들의 복장은 무게감을 더하며, 별스럽지 않은 싼티나는 형광등 불빛은 필름 느와르의 깊이 있는 어둠을 대신한다.

이처럼 당해 영화 <무간도 II 혼돈의 시대>는 당신의 잔대가리가 아닌 상식에서 배우겠다는 CF카피처럼 영화의 기본에 충실함은 물론이고 그 기본을 발판삼아 또 다른 진화된 모습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수작이다.

그래서 고백하건대 이 영화를 정말이지 지지한다. 이러한 별스러운 의지의 표명이 스스로 민망하면서도 드러내는 것은, 그렇지 않고서는 모두(冒頭)에서 전언했던 무간도의 의미처럼 왠지 모르게 마음이 갈 데까지 가 무지 심난할 것 같기 때문이다.

5 )
gaeddorai
양조위가 빠지니 좀 덜 재밋드라   
2009-02-21 21:33
ejin4rang
무간도시리즈 추천   
2008-10-16 09:30
callyoungsin
캐스팅 만으로도 볼만하지만 역시 잘만들어 상탈만한 영화다   
2008-05-22 13:49
mckkw
글이 뭐이래 길어?   
2007-09-30 19:17
ldk209
무간도 시리즈를 모두... 지지한다....   
2007-01-22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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