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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부산국제영화제
'해안선' 부대원들 집단 브리핑! | 2002년 11월 15일 금요일 | 부산 = 서대원 이메일

군에 대한 자긍심이 유독 강한 한 병사가 뜻하지 않게 민간인을 간첩으로 오인, 사살해 서서히 미쳐버린다는 살풍경한 모습을 담고 있는 제7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해안선>이, 처음으로 대다수 앞에 그 슬픈 일급문서와 함께 공개되었다.

개막전 기자시사회는 해운대에 위치한 시네마테크에서 열렸고, 영화가 영화인만큼, 이른 오전 시간부터 상영관은 문정성시를 이루어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해안선>이 끝나고 10여 분이 지나서야 김기덕 감독을 첨병으로 해 장동건, 김정학, 박지아가 드디어 무대위로 등장하였다. 김기덕은 예의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창모자를 쓰고 나왔고, 장동건은 짙은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롱코트를 입고 나왔다. 김정학과 박지아는 약속이나 한 것처럼 까만색 계통의 옷으로 통일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들은 무척이나 세심히 그리고 기분 좋게 기자들의 질문에 답해주었다.

Q: <해안선>은 어떤 영화인가?
A. 김기덕 감독 : 재미있는 영화는 절대 아니다. 한 마디로 우울한 영화이다. 한반도에 대한 슬픈 자화상이라 할 수 있는... 재미있고 없고는 나에게 중요치 않다. 다만, 이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이 모순덩어리인 한반도의 현 상태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게 나의 바람이다. 영화상에서도 나오지만 정말이지 난 한반도의 긴장감과 평화를 생각하며 <해안선>을 만들었다.

Q: 감독 자신의 체험에서 비롯된 영화인가?
A. 김기덕 감독 : 꼭 그렇지는 않다. 내 주변 동료 전우의 얘기들과 그 외 여기저기서 들은이야기들을 토대로 연출한 작품이다.

Q: 개인적으로는 요즘에 이슈화되고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 선언운동’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군에 대해서도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말해달라.
A. 장동건 : 솔직히 군에 갔다 오지 못해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 그리고 군에 대한 생각은 음...통일이 되기 전까지는 있어야 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Q: 개막작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은 언제쯤 접했는지, 그리고 그때의 소감은 어떠했는지 궁금하다.
A. 김기덕 감독 : 이미 <해안선>후반 작업이 거의 끝난 상태에서 들었다. 솔직히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이 됐다. 개막작으로는 미흡한 건 아닌가 하고 말이다. 하지만 배우들이나 스태프들이나 다들 열심히 전투적으로 작품을 만들었기에 후회는 없다.

Q: 정신이 나간 여인 역으로 분하여 연기했는데 어떤 마음으로 임했는가?
A. 박지아 : 느낀대로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립되고 한적한 섬에서의 촬영이 적지 않은 도움을 주었다.

Q: 군인들의 폐쇄된 공간과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내러티브를 펼쳐 나가는데, 환경적으로 제약받은 부분이 없지는 않았나?
A. 김기덕 감독 : 솔직히 욕심나는 군부대 근처의 로케이션 장소가 많았다. 하지만 영화촬영을 허락해준 곳은 없었다. 나 역시 해병대 생활을 5년이나 했기에 그들에게 피해를 안 주려고 많은 부분을 생각하며 찍었다. 그래서 해병이란 말 대신에 박쥐부대라는 명칭을 쓴 것이고, 그들이 입은 군복 역시 미군복 스타일로 개조한 것이다.

Q: 처음으로 스타급 배우와 호흡을 맞추었는데 그에 대한 느낌은 어떠했는지?
A. 김기덕 감독 : <해안선>은 원래 2억으로 찍을 예정이었던 저예산 영화였다. 하지만 동건 씨가 스스로 자청해 나의 작품에 동참하면서 좀 불어났지만, 투자자들이 엄청 몰려 들 정도로 넘쳐나 영화를 추진시키는 데 있어서는 어려움이 없었다.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동건 씨에게. 그리고 난 이미 3년 전부터 동건 씨를 내심 나의 작품에 꼭 출연시킬 것이라고 마음먹으며 그를 찍어 놨다. 아시다시피 <나쁜 남자>의 캐릭터도 그를 염두에 둔 작품이었다.

Q: 이 영화에 어떻게 참여할 생각을 하게 되었는가?
A. 장동건 : 작년에 <로스트 메모리즈 2009> 영화촬영으로 10개월을 한 캐릭터 안에서 꼬박 보내야 했다. 그 영화는 분명 블록버스터 영화였다. 그래서 촬영이 끝난 후 뭔가 이제는 일상적이지 않은 역할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그러다가 <나쁜 남자>를 보았는데 나도 잘 할 수 있겠다는 자신이 생겨났다. 그래서 감독님을 찾아가 차기작에 날 선택해달라고 부탁드렸다. 너무나도 좋은 경험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나와 잘 어울릴 수 있는 작품 이 있다면 기꺼이 다시 한 번 출연할 용의가 있다.

Q: 김감독의 영화들은 반여성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비판을 받아왔는데, 이번의 영화에서는 의외로 직접적인 강간 장면도 없고, 그다지 논쟁을 불러일으킬 만한 묘사도 없는 것 같다. 반대편 사람들을 의식해서 나온 결과인가?
A. 김기덕 감독 : 난 나의 영화가 반여성적인 영화라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건 다소 모순이 있는 문제이다. 까놓고 얘기해서 내 영화를 보면서 딸딸이 칠 수 있는 장면들이 있는가! 있다면 그건 인간도 아니다. 강간장면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은 것은 영화적 맥락상 너무나도 끔찍한 장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항상 얘기해왔지만, 난 수평주의자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잠시 포토타임을 가졌고, 장동건은 기자들의 집요한 직업적 사명감에 의해 끝까지 붙들려, 결국 홀로 남아 일일이 포즈를 취해주는 성실함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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