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쇼 코지가 감독과 주연을 병행하며 완성한 <두꺼비 기름>은 사람들의 관계를 통해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무거운 주제를 유쾌하고 담백하게 이끌어내는 그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시나리오 작가와 여러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떤 영화를 만들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고,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영화였으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영화는 주인공 타쿠로가 왜 아이 같은지, 여행을 떠나는 목적이 무엇인지, 갑자기 두꺼비 기름을 파는 장사꾼이 왜 등장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해주지 않는다. 감독은 영화자체가 많은 설명을 하기 보다는 관객에게 좀 더 상상할 수 있는 꺼리를 던지며 각자가 자유로운 답을 얻어내기를 바랐다고 말한다.
여기에 촌스럽고 투박한 제목인 <두꺼비 기름>도 관객의 상상력을 이끌어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부러 내용과 부합하지 않는 제목을 짓고 싶었다.”는 말로 흔히 일본에서 약장수가 파는 만병통치약인 ‘두꺼비 기름’을 제목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처를 치유한다는 의미에서 어쩌면 잘 어울리는 제목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극중 타쿠로는 아들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슬픔에 잠기고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인물이다. “타쿠로는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다. 어른이라고 믿을 수 없는 미숙하고 천방지축인 캐릭터지만 속으로는 불후한 어린 시절로 인한 아픔을 지닌 사람이다.” 감독은 이 캐릭터를 통해 비극적인 상황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희망을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한다.
오구리 코헤이 감독의 <잠자는 남자>로 인연을 맺게 된 야쿠쇼 코지와 안성기는 각 나라를 대표하는 배우이며 친구이다. 이를 반영하듯 올해 해운대 백사장에는 모래로 이 둘의 얼굴을 표현한 작품이 선보였다. “이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안성기와 만났을 때 '우리 나중에 같이 영화에 출연하게 되면 배다른 형제라도 할까?' 라고 말했던 적이 있다.(웃음).” 감독은 부산을 떠나기 전 안성기를 만나고 간다며 우정을 과시했다. 문뜩 안성기가 자신처럼 감독으로 변신한다면 어떤 조언을 할 것인가가 궁금했다. 감독은 많은 고민을 한 끝에 스탭들과 배우들을 신뢰하라는 말과 거꾸로 그들에게 독해져야 한다는 아이러니한 답변을 내놓았다.
<두꺼비 기름>은 <우나기>의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왜냐하면 주인공 타쿠로의 아픔을 감싸주는 인물들이 모두 여자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감독은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 외에도 많은 분들과 작업을 해 왔다. 아마 영화를 보고 그런 생각을 가졌다면 무의식중 나 자신도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에게 가장 큰 영향을 받았지 않았을까 한다.”고 말했다. 스탭들이 예전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 영화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그런 느낌이 더 들었을지도 모른다는 말과 함께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이었던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에게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두꺼비 기름>이 세상으로 나왔다. 개성 강한 영화이기에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되도록 이 애가 좋은 친구도 많이 사귀고 여러 나라도 다니면서 많은 경험을 하는 아이로 자랐으면 한다.” 자신의 첫 연출작을 친자식처럼 여기는 야쿠쇼 코지. 앞으로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서의 역량을 기대해 본다.
2009년 10월 22일 목요일 | 글_ 김한규 기자(무비스트)
2009년 10월 22일 목요일 | 사진_ 권영탕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