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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너무나 멋진 신세계! <주토피아> 제작자 클라크 스펜서
2016년 4월 20일 수요일 | 이지혜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이지혜 기자]
클라크 스펜서. 한국에는 다소 낯선 이름인 그이지만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 부서에서 클라크 스펜서의 입지는 탄탄하다. 그 시작은 1993년이었다. 당시 그는 디즈니의 장편 애니메이션 부서에 합류한 뒤 무려 기획 및 재무 부사장으로 승진한다. 그로부터 3년 뒤인 1996년에는 디즈니의 장편 애니메이션 및 희곡 제작 담당 부사장으로 승진해 1998년 8월, 플로리다 스튜디오로 옮길 때까지 재직한다. 이 과정에서 클라크 스펜서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제작자로서 자신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2002년 <릴로 & 스티치>로 출발해 2007년 <로빈슨 가족>, 2012년 <주먹왕 랄프>에서부터 2016년 <주토피아>에 이르기까지 각종 유명 애니메이션의 제작자로서 감독과 애니메이터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던 것이다. 어쩌면 <주토피아>의 창조주라고도 할 수 있는 클라크 스펜서. 그런 그가 ‘멋진 신세계’의 창조 비결을 밝혔다.

*이 인터뷰는 보도자료의 내용을 발췌 및 수정한 것입니다.

<주토피아>가 개봉 후 8주 이상 한국 박스 오피스 1,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소감이 어떤가?
정말 놀랍다.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다. 영광이다.

<주토피아>는 한국 시장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흥행에 성공했다. 예상했었나?
영화를 만들 때는 흥행 여부를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드는 데 집중할 따름이다. 그래서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떨린다. 우리가 만든 스토리와 캐릭터를 관객들이 평가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주토피아>를 만들면서 우리가 즐거웠던 만큼 관객들 역시 <주토피아>의 세계를 즐기길 바랐지만 이렇게 큰 사랑을 받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정말 감사하다.

<주토피아>는 비록 어린이용 동물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성인을 위한 애니메이션 같더라. 어떤 관객층을 타깃으로 했나?
애니메이션은 아이들 혹은 가족 영화라는 편견이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있어서 애니메이션은 영화의 장르일 뿐이다. 우리의 꿈은 이야기로 사람들을 울리고 웃기는 거다. 그래서 우리의 캐릭터가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것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 세계 모든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다. 때문에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유머를 구사하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다루려고 한다.

‘주디’와 ‘닉’ 콤비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둘이 친구 이상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좋은 질문이다. 제작진도 ‘주디’와 ‘닉’이 연인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지만 나는 이들이 연인이 될 거라고 보진 않는다. 그러면 둘의 관계 역학이 완전히 바뀌기 때문이다. 그저 이 둘이 서로를 놀리면서 티격태격 하는 모습이 좋아 보일 뿐이다.

<주토피아>의 또 다른 주역은 나무늘보다. 이 캐릭터는 어떻게 구상했나?
나무늘보 ‘플래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 중 하나다. 스토리 룸에서 “나무늘보가 정부 기관을 운영하면 어떨까?”하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러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고 여기에 대한 아이디어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나무늘보 신은 <주토피아>에서 가장 웃긴 장면 중 하나다. 나 역시 영화를 수 없이 봤지만 아직도 나무늘보 신을 보면서 웃는다. 캐릭터의 행동이 섬세하게 잘 표현된 것 같다.

<주토피아>의 OST ‘트라이 에브리씽(Try Everything)’도 사랑받고 있다. 이 노래가 영화에서 어떤 역할을 했나?
<주토피아>의 기획 초기 단계에서 팝 스타 캐릭터를 넣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이때 떠오른 사람이 바로 ‘샤키라’였다. 주토피아는 다양성이 살아있는 글로벌한 도시잖나. 콜롬비아 출신인 샤키라가 주토피아와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처음에는 샤키라의 캐릭터로, 화려한 팝스타 디바를 떠올렸다. 그러나 샤키라를 실제로 만나고 보니 그녀가 따뜻한 감성의 소유자일 분만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에 깊이 고민하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샤키라의 캐릭터를 180도 바꿔서 주토피아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아끼는 가젤의 캐릭터로 만들었다. 그녀가 부르는 노래 ‘트라이 에브리씽(Try Everything)’은 익숙하고 편안한 도시를 떠나 낯설고 거대한 도시, 주토피아로 떠나는 주디의 기차 여행에 잘 어울리는 노래다. 나는 특히 “새들은 그냥 나는 게 아니라 내려왔다 다시 올라가지”라는 가사가 마음에 든다. 이 대사는 주디의 상황과도 잘 어울린다. 주디는 경찰관이 되었지만 주차 관리 임무를 맡으면서 좌절을 맛본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는다. 관객들이 이 노래를 사랑하는 이유도 여기에서 볼 수 있는 희망 때문이 아닐까.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샤키라가 맡아줘서 정말 다행이었다.

<주토피아>에서 <볼트>의 바이론 하워드, <주먹왕 랄프>의 리치 무어 감독과 함께 작업한 경험은 어땠나? 이들은 캐릭터에 중점을 둔다고 들었다.
바이론 하워드, 리치 무어와 작업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이들은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가장 재능 있는 감독들이다. 영화마다 캐릭터의 감정을 훌륭하게 표현해낸다. 우리는 영화를 만들 때 항상 캐릭터에서부터 시작한다. 캐릭터가 모든 스토리의 토대를 이룬다. ‘어떤 과거가 있나? 무엇에 영향을 받나? 어떤 가정에서 자랐나? 무엇에 웃고 우나?’ 이런 요소들이 비록 영화에 직접 드러나진 않을지라도 영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캐릭터를 제대로 구상해야만 캐릭터가 각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디즈니 영화는 항상 사랑과 우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가치를 중시하는 이유는?
모든 이야기가 사랑과 우정을 담는다. 주인공들은 여정을 통해 자신에 대한 깨달음을 얻고 성찰해야 한다. 이때의 깨달음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예컨대 <라푼젤>에서 ‘라푼젤’은 공통의 목표를 위해 도움을 주고 받다가 사랑에 빠지잖나. <주토피아>도 마찬가지다. 주디와 닉은 자신과 정반대일 것 같은 사람을 만나지만 사실 서로 공통점이 많다는 것을 깨달으며 우정을 맺는다.

<주토피아>의 스토리, 환경, 캐릭터가 무척 인상적이다. 중점을 둔 부분은?
월트 디즈니의 CCO 존 라세터가 우리에게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동물영화를 만들라는 도전과제를 줬다. 그래서 제작진과 함께 어떻게 하면 멋진 세상과 캐릭터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을 거듭했다. 이 과정에서 나온 ‘비율’은, 우리의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핵심적인 부분이다. 현실 속 동물들의 크기가 영화 속에서도 똑같이 반영되도록 했다. 이를테면 기린의 키는 생쥐 95마리를 쌓아 놓은 정도다. 기린 대 생쥐 크기의 비율이 영화에도 반영되도록 한 거다. 그런데 동물 간 크기 차이 때문에 우린 또 다른 난관에 부딪쳐야 했다. ‘서로 크기가 다른 동물들이 한 도시에서 어떻게 살아갈까?’하는 질문에 답해야 했기 때문이다. 답을 구상하는 동안 흥미진진한 도시가 만들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한 건물 안에도 서로 다른 크기의 층이 있어야 할 테고 동물마다 자동차의 크기도 달라야 할 테니까. 더불어 서로 문화가 다른 동네들이 한 도시 공존하는 것처럼 주토피아의 동물들도 서식지에 따라 설계된 도시에서 살아갈 것이라는 상상을 했다. 더운 기후에 사는 동물들을 위한 사하라 스퀘어, 추운 지역에 사는 동물들을 위한 툰드라 타운, 작은 설치류 동물들을 위한 리틀 로덴샤 등이 그것이다. 이 도시들이 어떻게 만들어졌을지 상상하면서 주토피아를 즐겁게 창조했다.

처음 기획 단계에서 <주토피아>는 반전 있는 스릴러였다고 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사회적 편견과 고정관념을 다룬 복합적인 영화로 발전했잖나. 영화의 방향이 바뀐 이유는 뭔가?
바이론 하워드 감독이 <라푼젤>을 끝내고 차기작을 구상할 때였다. 그는 <밤비> <아기 코끼리 덤보> <정글북> <라이언 킹>의 동물 영화의 유산을 이어가고 싶어 했다. 처음 바이론 하워드 감독이 구상한 건 동물스파이가 등장하는 007 영화 스타일의 스파이 스릴러였다. 그러나 그가 존 라세터 및 디즈니 감독들에게 그 아이디어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우리 모두 동물 스파이보단 동물 도시에 매력을 느꼈다. 그래서 바이론 하워드 감독은 스파이 콘셉트를 없애고 주토피아라는 도시에 일어나는 이야기 자체를 고민하게 된 거다. 이를 위해 리서치하는 과정에서 제작진은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자연 세계에서 동물의 90%가 ‘먹이 동물’이고 ‘포식 동물’은 10%에 불과하단 사실이다. ‘그렇다면 포식동물과 먹이동물인 도시에서 함께 살아야 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이 두 그룹은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이 콘셉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영화의 핵심 주제도 발견하게 됐다. 선입견을 파헤치자는 것이었다. 상대방에 대한 선입견을 지닌 두 캐릭터가 함께 일하면서 서로에 대한 선입견이 틀렸음을 알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자 했다.

후속편이 나올 가능성이 있나?
영화를 만들 때는 후속편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지금 작업하고 있는 이야기를 최고의 이야기로 만드는 데 집중할 뿐이다. 하지만 영화가 다 만들어지고 나면 시원섭섭한 마음이 든다. 최선을 다해 만든 캐릭터와 작별해야 하니까. 만일 디즈니에서 주토피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또 만들자고 한다면 할 이야기가 많을 것이다(웃음). 정말 기분이 좋을 것 같다.

디즈니가 애니메이션 영화를 통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디즈니의 총책임자 존 라세터는 사실적으로 표현된 세상에서, 흥미로운 캐릭터들로, 훌륭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제작진의 임무라 말한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으로 관객들을 데려가 놀래 주자는 것이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이것이 가능하다. 또한 우리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전 세계의 모든 관객들을 즐겁게 해 줄 수 있는 스토리와 캐릭터를 만들고자 노력한다. 결코 쉽지 않는 목표지만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디즈니에서 일하는 한국 출신 애니메이터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디즈니의 정점은 각양각국에서 온 아티스트, 기술자들과 일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대단한 열정과 전문성으로 캐릭터와 세계를 만들어낸다. 또한 자신의 고유한 관점과 경험을 스토리에 녹여낸다. 이들과 일할 수 있어 정말 행운이다. <주토피아>를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한국인 애니메이터들이 자랑스럽다. 그들도 <주토피아>가 한국에서 큰 성공을 한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주토피아>에 참여한 디즈니의 아티스트 500명을 대신해서 팬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우리가 만든 영화에 관객들이 공감하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기쁨이다. 영화 속 캐릭터나 세계관, 테마, 유머, 감정 표현 등이 관객들을 움직이길 바란다. <주토피아>를 사랑해줘서 정말 감사하다!

2016년 4월 20일 수요일 | 글_이지혜 기자 (wisdom@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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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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