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쾌한 결말, 내가 제안한 것 <골든슬럼버> 강동원
2018년 2월 26일 월요일 | 박꽃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꽃 기자]
“좀 손해 보고 살면 어때서”. <골든슬럼버>에 등장하는 대사이자 강동원이 자주 하는 말이란다. 지극히 이타적인, 그리고 상식적인 말일지 모르겠다. 그의 말마따나 우리는 선의로 손해를 자초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구든 타인에게 손해를 강요할 수는 없는 법이다.

누군가에 의해 억울한 누명을 쓴 평범한 택배 기사 ‘건우’를 연기한 그 역시, 이 생각에 동의한 듯하다. 그래서 영화의 결말은 원작 소설과는 조금 다르다. 힘 약한 소시민을 특정 사건의 용의자로 몰아가곤 끝내 사과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이들을 세상에 드러낸다. 그 자체로 고발이다. 현실에서 얻지 못한 통쾌함을 영화로나마 보여주고 싶었다는, 강동원의 제안 덕이다.


당시에는 인터뷰도 하지 않았으니 막간을 이용해 <1987>(2017)에 대한 질문부터 간단히 하려 한다. 극 중 이한열 열사 역으로 출연했다.
<1987>을 촬영할 때만 해도 블랙리스트라는 게 있니 없니 하는 말들만 무성했다. 누가 세무조사를 당했는데 블랙리스트 때문이니 아니니 하는 말도 꽤 있었지만, 그 실체를 확인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와중에 장준환 감독이 시나리오를 줬다. 꼭 한 번은 해야하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골든슬럼버>도 꼭 한번 해보고 싶은 이야기였을까. 워낙 오랫동안 준비한 작품으로 안다.
원작 소설에서는 조작된 사건으로 위기에 처한 주인공이 억울함을 해소하지 못한다. 결말이 찝찝하게 끝나 마음이 안 좋더라. 그 억울함을 해소해주고 싶었다. 내가 결말의 아이디어를 내고 감독님과 제작진이 그 안을 선택했다. 제작에는 특별히 관여하지 않았지만 장면이 반복되는 것 같다든지, 리듬이 늘어지는 것 같다든지 하는 의견은 성실히 전달했다.

주인공의 억울함이라면, 예컨대 뭘 의미하는 걸까.
대체로 ‘건우’처럼 평범한 사람은 조작된 사건의 피해자로 몰려도 쉽게 복수를 할 수 없다. 누가 피의자인지 알기조차 쉽지 않다. 우리나라에도 예전부터 억울한 일을 당한 분들이 있고, 현재까지도 힘들게 사시는 경우가 많다. 지금껏 국가의 배상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말이다. 반면 피의자는 떵떵거리면서 잘 산다.

억울한 일을 당한 분들… 특정하고 있는 대상이 있는 모양이다.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있다. 시사회에도 초대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당신이 연기한 ‘건우’도 그런 인물이다. 택배 기사라는 평범한 직업을 가진 소시민이라고 봐야 하겠지.
택배 기사는 일상에서 우리가 가장 많이 접하는 직업 중 하나일 것이다. 물건을 매일 주문하면 매일 만날 수도 있는 사람이다. 나와 잘 어울리는 역할이었던 것 같다.(웃음)

그런가.(웃음)
<두근두근 내 인생>(2014)에서 택시기사를 연기할 때도 꽤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다들 워낙 힘들게 일하고, 그에 비해 대우는 제대로 못 받고 있는 분들이다. 그들의 고달픔을 조금이나마 표현하기 위해 <골든슬럼버>에서는 차 안에서 밥을 먹는 신을 찍었다. 날카로운 느낌 대신 수더분한 인상을 주기 위해 운동은 하지 않고 먹어서 살을 찌우기도 했다.

관객 입장에서는 일종의 통쾌함을 이번 작품의 미덕으로 기대해도 되겠다.
통쾌하고 속 시원한 엔딩, 그리고 휴머니즘이 미덕일 것이다. 영화에서는 조작된 사건의 전말을 온국민이 알게 된다. 그 뒤의 상황을 직접 보여주지는 않지만 관객은 그 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누명을 쓴 주인공의 대응이 너무 착하고 답답하게 느껴질지도 모르는데.
평소에 잘 하는 말이 있다. 손해 좀 보고 살면 어떠냐고. 그 정도 (조금) 손해 보는 것 가지고 뭘 그렇게 재냐고. 극 중 대사에도 나온다. 내 생각과 잘 맞는 말이다. 나 역시 무언가를 판단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조금 손해 보더라도 의미가 있는 쪽을 택한다. 그리고 내 주변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다. 자기 일 열심히 하면서도 개인 욕심은 별로 없고, 사회에 도움 되는 일이 있으면 하는 사람들 말이다.

위험에 처한 ‘건우’와 친구들의 우정도 주된 관람 포인트일 것 같다. 함께한 김성균, 김대명, 한효주와의 만남은 어땠는가.
성균이와는 <군도: 민란의 시대>(2014)때 조금 친해졌다. 그 뒤로 제대로 만난 적은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진짜 친해졌다. 사실 내가 어떤 작품을 같이 하자고 제안한 적도 있다. 그쪽에서 뿌리쳤다. 싫다고 했다더라.(웃음) 실제로 촬영한 날은 성균이도, 대명이도 5일 정도뿐이다. (한)효주씨는 이틀 촬영에 하루 정도 추가 촬영을 진행했다.

분량이 적은 것으로 치면 특별출연한 윤계상이 가장 적을 텐데. 조금 친해졌나.
너무 어색하게 촬영을 잘(?) 마무리했다. 거의 대화가 없었다. 나도 말주변이 좋은 스타일이 아닌데 그쪽도 말씀이 정말 없으시더라. 불편하게 해 드리고 싶지 않아 일부러 말을 걸지 않았다. 그러다가 대화가 중간에 끊기면 더 어색하지 않나.(웃음)

음. 분위기가 어땠을지 상상된다.
중간에 애드리브를 할 기회가 있었다. 대명이가 옆에서 부추기더라. ‘무열’(윤계상)이가 보컬이니까 노래 한 번 해보라는 대사를 치라는 거다. 친한 사이에는 짓궂은 장난도 곧잘 치는데 그건 도저히 못 하겠더라.(흐흐흐)

노동석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는지.
내 개인사를 무척 궁금해하시더라. 좋은 집안에서 잘 자란 사람처럼 알려져 있는데 그게 사실인지 궁금했던 것 같다.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고 나서는 놀라셨다. 고등학교 때 기숙사 생활을 했다는 이야기도 꽤 흥미 있어 했다. 신기했는지 뭘 많이 물어 보셨다. 물론 나에게만 질문하신 건 아닐 것이다. 워낙 사람에게 관심이 많은 분이라.(웃음)

신인과 베테랑, 감독을 가리지 않고 작품을 선택하는 편이다.
시나리오를 보기도 하고, 때로는 전략적으로 접근할 때도 있다.

감독과의 만남 전에 내가 이 역할을 맡으면 작품 전체에 어떤 이점이 있는지까지도 다 분석하고 간다고 들었다. 예컨대 <가려진 시간>(2015)도 그런 경우일 것이다.
당연한 거다. <가려진 시간>은 판타지를 구현해야 하는 작품이니 어느 정도 투자가 필요하다. 나보다 덜 유명한 분이 캐스팅되면 투자가 확 줄 텐데, 그 예산으로는 찍을 수 없는 작품이었다. 왜 나한테 제안한 건지 잘 알겠다고 했다.

직구!(웃음) 부정적인 요인은 없었나. 그 영화에서는 너무 어린 나이로 나온다.
걱정했다. 내가 하기에는 나이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좀 더 어린 배우가 해야 하지 않겠냐고. 그런데 감독 및 제작사 쪽에서는 내 나이가 너무나 좋다고 그러더라. (조금은 의아한 듯) 그래요? 너무 확고해서 오케이 했다. 무엇보다 감독님 관상이 좋더라.

그건 또 무슨 말인가.(웃음)
영화를 잘 찍겠다 싶더라. 자기 세계가 상당히 깊어 보였다. 대화를 나눴는데 신인인데도 배포가 있었고 영화에 대한 고민도 상당히 많았다. 같이 일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역할도 당신의 외모 아니었으면 만만치 않았을 작품이다. 반대로, 외모 때문에 연기자로서 손해 본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는가.
아무래도 다 애 아빠가 된 친구들에 비하면 내 외모가 좀 어려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나야 체중조절을 해야 하는 직업이고 그들은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외모는 내가 연기를 잘만 하면 별 문제 될 건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방법도 없다. 관객이 극에 빠져들면 된다. 그러니 열심히, 잘 연기하는 수밖에.

그동안 매년 정말 열심히 작품을 촬영했다.
매년 거의 두 작품씩 찍었다. 그 정도가 딱 좋은 것 같다. 앞으로도 매년 두 작품은 개봉시켰으면 한다. 세 개는 좀 무리일 것 같고. 가능하지 않을까?

이 기세라면 충분히 가능할 거로 보인다. 사이먼 웨스트 감독의 <쓰나미 LA> 촬영을 준비 중이기도 하다.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 영어로 연기해야 돼서… 앞으로도 언제든 필요한 데가 있다면 어디든 상관 없다. 아프리카도 괜찮다. 재능 있는 사람과 즐거운 작업을 할 수 있다면 말이다. 물론 IS가 있는 무서운 데는 안 가고 싶지만.(웃음)

왠지 해외에서도 길거리 캐스팅을 당한 경험이 있을 것 같은데.(웃음)
일본에서 한 번, 프랑스에서 한 번 그런 적 있다. 길을 지나가는데 모델 해볼 생각 없냐고 하더라. 저 (이미) 연기자인데요.(웃음) 프랑스에서는 캐스팅 디렉터라는 사람이 배우 해볼 생각 없냐고 물었다. 워낙 주머니 털어가는 거로 유명한(!) 나라라 가까이 다가오는 걸 경계했는데, 통역가가 나를 캐스팅하고 싶어한다고 알려 주더라. 배우라니까 흐뭇한 미소를 짓고 돌아갔다.(웃음)

최근 행복한 순간이 있다면.
김지운 감독의 <인랑> 촬영이 점점 늦어지면서 육체적으로 괴로워하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버티면 곧 외국 촬영을 가게 되고, 새로운 환경에서 일하며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 흥분된다. 좋은 걸 배우면 한국 영화인과 공유하고, 또 우리 장점을 그들에게 전할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2018년 2월 26일 월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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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_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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