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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으로 사랑받아본 적 없는 인간의 비극(S) 나를 찾아줘
luna33 2015-01-11 오전 2:34:55 1455   [0]
                     

에이미는, 딸의 성장이야기를 책으로 써 유명인사가 된 부모 밑에서

자연스럽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좋은 교육과 풍요로운 가정환경 속에서 살아왔다.

실제로 에이미는 영특했고 공부도 잘했다.

하지만 책 속의 에이미는, 항상 단 몇 줄의 문장으로 실제의 에이미를 앞지른다.

그 책 속의 어메이징한 에이미 덕분에,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산다.

허구 속의 에이미에게 지속적인 열등감과 애정결핍을 느끼며 성장한다.

밉지만 부러운 동경의 대상.

저렇게 어메이징한 딸이라면 사랑받을 수 있다, 라는 사실이 각인된다.

그녀의 부모들도 그들이 "낳은" 에이미보다,

그들에게 부와 명성을 가져다주는 "창작해낸" 허구속의 딸 에이미를 더 사랑하는 듯 보인다.

'어메이징 에이미' 캐릭터의 실제 주인공이면서, 실상 단 한번도 주인공이었던 적이 없는 여자.

이 영화는 껍데기뿐인 삶을 살아온 한 여자의 비극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의 힘이 우리에게 언제나 유효한 것은,

사랑 그 자체가 로맨스의 주인공이 되는 경험이 되기 때문이다.

연애는 '내가 아니면 안 되는' 상대방을 감상하며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듯한 달콤함을 느끼게 해준다.

그런 면에서 에이미에게 닉은 완벽한 반쪽이었는지도 모른다. 

"당신이 책 속의 에이미처럼 멋진 삶을 사는 건 아니지 않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녀를 책 속의 에이미보다 더 반짝이도록 청혼을 해준 남자니까.

 

결혼을 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남편의 관심은 본가의 가족들로 옮겨가고

실제로 고향으로 이사를 하면서 남편은 <본가식구들 + 고향 + 와이프>의

자신에게 유리하고 편안한 구조를 구축하려 한다.

그런 과정 속에서 에이미는 더이상 주인공이 아닌 조연,

심지어는 "언제든 버림받을 수 있는 짐"처럼 느끼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동안 사랑받기 위해 닉에게 보인 적 없던 열등감이 되살아난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받을 수 없음을 다시 한번 깨달은 에이미는

그의 부모들이 그녀에게 덧씌워 진실처럼 그려낸 책의 내용들처럼 

새로운 이야기를 창작해내기 시작한다.

 

이 영화는, 단순히 부부의 오해와 불신에 대한 파국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인생에 조연으로 캐스팅되고 싶지 않은, 주인공 쟁탈전에 가깝다.

 

그녀가 자신을 비극의 여주인공으로 만들고 닉을 살인범으로 몰아 마무리 지으려는

완벽한 시나리오가 수정되는 시점은 놀랍게도,

닉이 방송에 출연해서 자신이 모든 것을 잘못했고, 그녀가 돌아오길 바란다는 '대사'를 읊었을 때이다.

(환희와 흥분에 가득한 에이미의 표정은 소름이 끼칠 정도다.)

그녀는 닉의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는 관심없다. 중요한 건 그 대사가 방송을 탔다는 것이고, 

그저 그 대사 속의 여주인공으로 드라마틱한 재등장을 하고 싶어졌을 뿐.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보다

드라마틱한 사연을 가진 주인공이어야만 사랑받는다는 것을

그녀는 "어메이징 에이미"를 읽으며 너무나도 잘 배워왔으니까.

그리고 닉을 자신의 조연으로 캐스팅한 그녀의 완벽한 시나리오는, 그녀의 삶이 되어간다.

주인공 자리를 꿰찬 그녀에게는 행복도 불행도 이미 관심사가 아니다.

단지 주인공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계속 거짓된 에피소드와 사건을 만들어낼 뿐.

 

<나를 찾아줘>는 자존감이 낮은 인간이

사랑받기를 원할 때 어떤 짓까지 벌일 수 있는가를 은유하는 영화다.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 모르고,

자신이 어떤 인간으로 보여지고 싶은지만 아는 사람은 위험하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에 몰두하는 사람을 경계하라.

이것이 이 영화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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