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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는 조금 이르죠? 박수칠 때 떠나라
hepar 2005-08-28 오전 4:05:02 1511   [1]

감히 천재라 말하고 싶은 장진의 신작이 나왔다.

사실 킬러들의 수다(2001)는 첫인상이 좋지 못했다. 영화도 보지 못한 터였으나 포스터만 보고 욕을 했었다. 뭐 이딴 삼류영화를 만들었는가, 이 뭣 같은 캐스팅은 또 뭔가.

나는 당시 정재영을 몰랐고 장진을 몰랐다. 그가 SBS에서 출발 비디오 여행 아류의 영화프로그램을 진행할 때에 내게 장진은 관심 밖의 사람이었다. 사실 그가 순풍산부인과에 출연했다는 것도 나중에야 알게됐으며 그가 '동감'의 각본을 썼다는 것도, 그 전에 '간첩 리철진'과 '기막힌 사내들'이라는 영화를 연출했었다는 것도 몰랐었다.

그러나 2001년 가을, 극장을 나서면서 나는 장진의 팬이 되어버렸다. 이듬해, 그가 각본을 썼다는 이유로, 또 정재영이 출연한다는 이유로 '묻지마 패밀리'란 옴니버스 영화도 보았다. 장진의 그늘이 아주 조금 드리운 이 영화는 사실 정재영 마저 없었더라면 실망했을 영화다.

그리고 2004년 그가 '아는 여자'를 들고 나타났다. 나는 열광했다. 오랜 기다림에 열광했고 정재영이 주인공이어서 열광했고 그의 업그레이드된 유머와 감각에 열광했다. 장진의 영화는 '거칠다'는 평도 많았으나 전작에 비해 짜임새가 있고 영화화법에 능숙해진 것은 인정해야 할 부분이었다.

그리고 1년의 기다림 끝에 '박수칠 때 떠나라'를 만났다. 그가 '킬러들의 수다'를 만들었고 '아는 여자'를 만든 사람이기 때문에 그 어떤 삼류의 영화를 만든다고 해도 나는 그의 팬일 것이고 그의 모든 영화들을 볼 것이지만, 이번 만큼은 그에게 열광할 수 없었다.

'웰컴 투 동막골'은 그의 손에서 연극으로 탄생하여 영화로 옮겨간 것이었으나 지극히 영화적인 영화였다. 그래서 요즘 최고의 영화니, '상반기 말아톤, 하반기 동막골'이란 말도 나오고 있으나 '박수칠 때 떠나라'는 아직 연극의 티를 못벗은 영화다. 장진의 손에서 연극으로 태어나 장진의 손으로 영화화됐기 때문이 아닐까?

결국 플롯의 문제다. 이야기는 있으나 이야기를 따라잡기 힘들다고 해야할까? 아님 이야기는 있으나 이야기를 다 못 보여줬다고 해야할까? 차승원 특유의 오버액션이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힘이라고 생각하지만 처음부터 신하균을 범인을 몰아가는 오버액션에는 논리와 이야기가 많이 부족하다. 차승원이 신하균을 몰아갈 때 나는 왜 그러는 거야? 라고 묻는다. 걘 거기 있었어! 현장에서 체포됐잖아! 라고 변명해봐야 CSI(과학수사대)의 치밀한 증거수사에 익숙한 나의 수사 감각에는 먹히지 않을 변명이다.

처음에 좀 더 많은 것을 보여주었어야 했다. 만약 그랬다면 아마 이 영화의 긴박한 호흡을 담아내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처음에 바짝 몰아치고 점차 복선을 내어주면서 예상 못한 반전으로 나아가려 했던 처음의 의도가 빗나갔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초반의 논리가 무너지면서 사실 이미 그런 호흡은 놓쳐버리고 만 것이 아닐까?

장진 영화의 장점은 쉼없는 흐름에 있다. 멈추거나 느슨해지지 않는 빠른 전개와 산발적으로 터져나오는 유머로 관객은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다. 변속 기어로 보자면 '킬러...'가 3단쯤 '아는 여자'는 4단쯤 됐을 것이다..그러나 '박수...'는 자꾸 제동을 건다. 마치 사이드 브레이크를 올린채 달리는 차처럼 자꾸 끼익하고 선다.

우선 빈약한 플롯을 채우려다 내가 세운다. 그게 왜 그렇지? 좀 더 뭘 넣어줘야 되는 거 아냐? 그 다음엔 차승원이 세운다. 부리부리한 눈으로 니가 범인이야! 넌 뭐야! 무지막지한 그의 선후논리가 자꾸 영화를 세운다. 그리고 결국은 유머가 영화를 세운다. 한 번은 웃겨라, 라는 임무를 가지고 나온 배우들은 꼭 웃기고 말지만 왠지 따로 노는 듯한 분위기다.

어쩌면 연극이었을때는 잘 달렸을지도 모른다. 연극은 페이드 아웃이 확실하니까, 감춰진 이야기들이 무대 세팅이 바뀌는 사이에 다 채워지니까. 그러나 이건 영화다. 막과 막 사이 부족한 것을 또 다른 씬으로 채워야 한다. 관객들이 상상을 동원하기에 영화라는 매체는 너무 빠르고 직설적이다. 그러니까 좀 더 보여줘야 하는데 그걸 못한 것이다.

그리고 한가지... TV로 중계된다는 설정은 좋았으나 그 느낌을 잘 살리지 못했다. 중간에 중계상황을 알리는 장면들이 삽입되긴 했지만 처음에 나를 기대케 했던 느낌은 아니었다. 긴박한 수사상황을 적나라하게 담아내는 미디어의 비겁하고 잔인한 눈길이 영화에 잘 담기지 못한 것 같다. 처음부터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고 한다면 할 말 없지만 수사상황을 생중계한다는 설정은 이 영화의 중요한 특징이 아니었는지. 치열하게 수사에 매달리는 검사와 처절한 모습까지 담아내려는 담당 PD와의 갈등도 그리 와닿지 못했다. '검찰도 다 쑈했잖냐?'는 부장검사의 말에는 사실 조금 실소할 수 밖에 없었다.

조금 아쉽다. 장진의 영화는 아직 연극이라 했던 모 평론가의 말에 이제 조금은 동감을 느낄 수 있을 것도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장진에 대한 나의 평가가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장진은 여전히 가능성 많은 천재 감독이니까. 스토리 텔러로서 그의 능력은 가히 한국(거짓말 보태서 세계) 최고다! 이야기를 만들고 그 안에 그 만한 유머를 녹인다는 게 어디 쉽겠는가. 그래, 누가, 어떤 감독이 그 만큼 했었던가. 여전히 나는 그의 팬이고 그의 영화들은 앞으로도 계속 극장을 찾아가 볼 것이다. (나는 그에게 좀 더 많은 돈을 쥐어주고 싶다...영화 더 만들라고...)

사족,

모두들 알고 있겠지만...그는 캐스팅에 많은 고민을 하지 않는 듯하다. 배우를 고르는 게 아니라 마치 배우를 뽑아 두고 영화를 만드는 것 같다.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나 일단은 혐의가 짙다. 여기서 나의 상상, 장진이 영화를 기획한다. 대본은 나왔고 배우가 필요하다. 전화를 한다.

'재영이 형 술 한 잔 하자'

대폿집에 둘이 앉아 있다.

'영화 하나 하자' 장진이 말한다.

'알았다, 감독아' 정재영이 대답한다.

'주인공이냐?' 정재영이 묻는다.

'아니 단역' 장진이 대답한다.

'이런 씨' 정재영이 중얼거린다.

잠시 후 장진의 핸드폰이 울린다.

'누구야?' 정재영이 묻는다.

'하균이...' 장진이 대답한다.

'어 그래, 하균이냐? 나 영화한다. 너도 할래?' 장진이 묻는다.

'그러죠 뭐' 신하균이 대답한다.

'넌 주인공이야~' 장진이 중얼거린다.

'이런 씨...' 정재영이 중얼거린다.

'하균아 술 하자 와라' 장진이 전화를 끊는다.

'여보세요' 장진이 전화를 건다.

'어디다 전화해 또~' 정재영이 투덜거린다.

'...' 장진이 씹는다.

'여보세요?' 전화기가 대답한다.

'야 영화 할거니까 애들 좀 데려와' 장진이 말한다.

'몇 명이요?' 전화기가 대답한다.

'한 열 명이면 돼' 장진이 대답한다.

''알았어요~' 전화기가 말한다.

'그래 술 하자 와라' 장진이 전화를 끊는다.

대략 이런 식으로 캐스팅되지 않을까...하는 느낌

아니면 그냥 술자리에서 즉흥적으로 뽑은 게 아닐까...하는 느낌...

술자리...

'나 영화하려고...' 장진이 말한다.

'도와줘?' 정재영이 말한다.

'어...형은 단역이야.' 장진이 말한다.

'이런 씨...' 정재영이 투덜거린다.

'그럼 난?' 신하균이 끼어든다.

'넌 주인공' 장진이 말한다.

'이런 씨...' 정재영이 투덜거린다.

'니들도 같이 하자~'장진이 말한다.

'네~' 다들 말한다....^^

이런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는 이유는 그가 쓰는 배우들이 매 영화마다 거의 같기 때문...특히 아는 여자의 출연진들이 이번 영화에 대거 기용됐다.~^^

여검사역의 장영남은 아는 여자에서 마지막에 자살하는 여자로 분했었고, PD역의 임승대는 당시 병원 의사로 분했었고, 수사반장역의 정규수는 오진하는 늙은 의사로 분했었고, 벨보이역의 박선우는 도둑으로 분했었고, 라이벌 검사역의 류승룡은 은행강도역으로 분했었고, 형사역의 박정기는 당시도 형사역으로 분했었다.('그럼 난 아는 형사유?' 하는 사람)<묻지마 패밀리>의 군인역을 했던 김일웅은 신하균을 관찰하는 경찰로 나온다.

이 정도가 관찰의 결과로 나온 것이고 사실 아는 여자, 킬러들의 수다, 묻지마 패밀리 등등 그의 영화에는 거의 배우들이 비슷하다. 사실 대부분의 감독들이 선호하는 배우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또 써봤던 배우를 다시 쓰는 것이 편하기도 하고 제작여건상 불가피한 면이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도 해본다.

내가 새삼스레 이들에게 주목하는 건 그들 하나하나가 뛰어난 연기력과 나름의 분명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역이라지만 단역이라 할 수 없을 만큼 영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박수...'도 차승원의 호흡으로 가는 영화라 하지만 이 단역들의 역할이 없었다면 무미건조했을 것이다. 이것이 장진의 연출력 덕분인지 아니면 배우 개개인의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그들이 장진과 함께 여러무대에서 함께 했었다는 것만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감독을 아는 배우들, 배우들을 알아주는 감독...얼마나 멋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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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칠 때 떠나라(2005, The Big Sc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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